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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2/02/19 03:21:17 |
Name |
kama |
Subject |
나의 스타 중계에 대한 추억...... |
밑에 글처럼 말은 놓겠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 TV에서 ITV라는 물건이 나오기 시작했다. 각종 중앙방송의 프로그램 위에 덧붙여 이상한 프로를 했던 지역방송에 대한 분노가 좀 심했기 때문에 이게 뭐야~했지만 ITV가 다른 지역방송과는 달리 본방송사만의 프로를 방영한다는 것을 알고 감탄을 했었다. 그리고 그 프로 중 게임중계가 있었다는 것도. 온게임넷이니 스타리그니 뭐니도 몰랐던 나에게 그 게임중계는 신기한 것이었다. 그때 주가를 올리던(정확히 말하자면 주가가 떨어질 때였지만^^)이기석이 진행을 한다는 것도 내겐 꽤 충격이었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이 나오던 그 프로에선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ITV 게임월드.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이 프로는 내게 있어 매우 중요한 프로이다. 난 이 프로를 보며 스타 중계에 재미를 붙히기 시작했고 프로 게이머들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강도경, 최인규, 김대기, 봉준구 등등. 이런 유명한 게이머들도 난 ITV게임월드를 통해서 알았다. 최인규의 13연승(맞나?)에 열광을 하고 강도경의 저그 플레이에 경탄을 하면서 이 프로를 보았다. 물론 이때는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그냥 습관처럼 일요일에 일어나 이 프로를 봤던 것이다. 그것도 학교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고.(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일요일에도 자습을 했습니다ㅜ.ㅜ)
당연히 나의 게임중계에 대한 관심은 별 것 아니었다. 어느 정도인가 했냐면 ITV에서 열린 서바이벌 팀 리그에 나왔던 임요환 선수를 보고 '저 선수는 누구야? 유명한 선수라네?'했을 정도. 내가 알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은 ITV게임월드에 나왔던 인물이 전부였다.(김정민 선수도 그때는 전혀 몰랐음......)
그러던 도중, 지방 공시청이 미쳤는지(^^) 케이블TV가 나오기 시작했다. 난 온게임넷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투니버스가 나온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리고 온게임넷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그 채널이 게임 전문 채널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도 나는 담담했다. 가끔 중앙방송에서 재미없는 것만 할 때 채널 빙빙 돌리다가 스타하는 것이 나오면 잠깐 보고 다시 돌리는 수준이었다.
코카콜라배 결승전. 임요환vs홍진호. 이 경기가 내게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그런 이유이다. 역시나 채널 빙빙 돌리다 본 경기. 결승전이라는 것, 관중들이 많다라는 점이 내 호기심을 샀고 난 임요환이 누군지, 홍진호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5경기를 봤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는 항상 온게임넷에 채널을 고정하게 되었다. 컬쳐 쇼크라고나 할까. 그 경기는 지금까지 전혀 느끼지 못했던 충격이었다. 같은 게임 중계인 ITV의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흥분. 마치 90년 월드컵의 독일의 경기를 봤던 느낌이었다.(물론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이었죠. 90년에는 11살이었으니^^ 그 후로 전 골수 독일 축구팀 팬입니다) 난 저그 유저임에도 임요환의 팬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홍진호의 팬도 되어버렸다.
그 경기 이후, 재방송으로 보여주는 코카콜라배 경기들을 틈틈히 보기 시작했다. 아직도 게임리그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생활이 반복되면서 난 스타리그라는 세계에 빠져들었다. 수많은 스타가 벌이는 화려한 승부. 코카콜라배는 물론 한빛배의 경기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보기 시작했다. 물론 매니어적인 반응은 아니었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스타는 물론 다른 게임 리그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결국 지금 난 온게임넷과 겜비씨로 항상 채널을 고정해버리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가족들은 그런게 재밌냐고 다른 곳을 틀으라고 아우성을 치는데도 난 버티면서 게임 중계를 본다. 안방에 조그만 TV를 하나 들여놨을 정도. 아, 물론 ITV의 스타 중계도 챙겨서 본다......현재는 스타만이 아닌 커프, 아트록스, 엠파이어 어스, 토니호크2(이 게임은 선수로 나가도 될 정도로 했죠^^),KOF, 철권과 같은 게임 중계로 즐겨 보게 되었다. 적어도 게임 중게만큼은 매니아라 불려도 될 정도로.
게임 중계, 특히 스타 중계를 보면 바둑을 보는 할아버지, 야구를 보는 아버지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스타는 이 세대의 고유한 스포츠가 아닐까 하는 생각. 나도 예전에는 야구, 축구, 농구 중계를 많이 봤지만 이제 관심이 없다. 어떤 선수가 활개를 치던 어떤 팀이 우승을 하던 간에.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스포츠 중계는 온게임넷 스타리그중계이며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는 임요환을 비롯한 모든 프로게이머들이다.
왜 내가 이렇게 스타 중계에 빠졌을까. 위에 말했듯이 임요환VS홍진호의 명경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바로 친근감이다. 스타는 내가 즐겨 하는 게임이다. 축구나 야구도 종종 하지만 내가 하는 플레이를 다른 프로선수들의 플레이에 견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스타는 가능하다. 물론 어설프고 어설프지만 빌드를 따라하고 유닛컨트롤을 따라한다. 이런 점이 매력이 아닐까. 또한 프로게이머들의 친근감도 있다. 야구선수, 축구선수들. 그들을 직접 보기는 힘들다. 야구장에서도 축구장에서도 멀리서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팬들과 어울리는 장면도 보기 힘들다. 푸념하고 투덜대는 장면도 볼 수 없다. 왠지 스포츠 스타는 연예인과 같은 동경의 상대로 느껴진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는 그렇지 않다. 10만명이 넘는 카페회원이 있는 임요환 선수. 하지만 그는 인기스타보다는 그냥 친한 형과 같은 느낌이 있다.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한가운데서도 그런 친근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게임이 안될때는 한숨을 내쉬고 잘돼면 활짝 웃는 그들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친근감. 비록 TV로 보더라도 친구와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 이것이 내가 진짜 스타 중계에 심취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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