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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7/02/01 23:25:34 |
Name |
소현 |
Subject |
단편적인 생각 : 한 명장과 홍진호 |
시작에 앞서 100% 주관적인 글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다음에서 설명하는 장군이 누구인지도 맞춰 보시길...
글이 다소 난잡할 겁니다. 용서해 주시길...
"소년 장교 시절부터 그는 전술 교범의 원칙을 믿지 않았다. 그대신 순간적인 판단과 육감에 따라 지휘했고, 실제로 그것은 한번도 틀리지 않았다."
"그는 흡사 군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전쟁과 군대, 그밖에는 아무것도 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 그와 같이 근무했던 한 군인의 말.
"그의 기갑 군단은 사막의 높은 지대에서 위장한 뒤 연합군을 유인해서 88mm포로 요리하는 전술을 자주 사용했다. 그가 진 이유는 단 하나, 본국에서의 지원이 없었기 때문. (본국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프리카 지역으로 보낼 물자의 여유가 없었던 것)"
"그의 기동성은 당시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참호를 파고 총격전을 벌이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그는 그 단계를 생각하고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서 전과를 올렸다. 그가 처음 명령에 의해 부여받은 전차군단은 그가 그 때까지 접하지도 못한 부분이었으나 이후 (그의 입장에서의) 적군의 최대 골칫거리가 된다. 장애물이 있으면 피하거나 제거 후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그의 부대는 전차로 그냥 밟고 넘어 전속력으로 내달리는 전술을 사용했고, 강이 가로막아도 그걸 그냥 건너버리는 것이었다. 바로 그가 최초로 사용했던 개념인 '도하'(강을 건너다)의 개념이다."
"그의 전술은 실로 다양했다. 전폭기를 이용해서 적의 정보수집 능력을 제로로 만들고 공격을 가하기도 했고, 방어용 무기를 공격 부대에 활용하고(전차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대전차포는 무거워서 이동하기 불편했으나 그 생각의 헛점을 이용해서 중장비에 실어 이동해 놓고 함정을 파서 적의 전차를 고철로 만들어 버리는 전술을 사용), 허허실실 전술에도 능했으며(폴크스바겐(Volkswagon)을 전차 모양의 나무틀로 다 덮어버린 후 진짜 전차를 앞세우고 다른 자동차를 뒤에 세워서 대부대가 있는 양 보여 적으로 하여금 스스로 후퇴하게 했으며 적의 스파이에 대비하여 지나갔던 전차를 다시 돌고 돌게 하여 수를 불려 보였다고 한다... 그가 혹시 이순신 장군의 강강술래 이야기를 읽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없는 병력을 쪼개서 아군의 사기를 올리고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게 한 후 측면대는 후방과 측방을 우회하여 공격함으로 적을 전멸에 가까운 타격으로 몰아넣었으며, 그가 저술한 전쟁에서의 전차의 역할론은 전세계 기갑부대의 교과서가 되고 이제 그의 전술이 정석이 되고 있다."
"엘 알라메인에서 적군의 공군력이 6배나 된 데다가 하필 그가 주로 사용했던 정보수집 공격법(방금 단락의 맨 첫번째 줄)을 적군이 사용한 데다가 전차는 100여 대도 되지 않았고 휘발유까지 동났으며 전투중에 휘발유 부족으로 멈춘 전차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적군(이 장군의 입장에서)은 무려 1만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퇴각하였고 퇴각지까지 물러나면서 오히려 계속 적군에게 피해를 주며 결국 본토 퇴각에 성공한다. 우습게도 퇴각하면서 아군의 피해는 별로 없었는데 적군의 피해는 전사자만 1만 3천여 명에 달했다. 그가 퇴각한 이유는 순전히 중과부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병사들을 개죽음시키느니 이왕 깨질 것이라면 퇴각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상부에서 최후의 1인까지 싸우다 죽으라는 가혹한 명령을 거부했다. 적군의 진중에서는 여기서의 패배 후 '그도 패배하는 걸 보니 신은 아니었던 모양이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는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모두의 영웅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적군의 수상까지도 가장 위대한 장군으로 이 장군을 꼽을 정도였으니..."
"그는 그러나 공격형에서는 탁월했지만 방어형 장군은 아니었다. 방어전이 아닌 공격전에서 탁월한 두각을 나타내는 그의 스타일은 전세가 기운 후 발휘될 수 없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만...
아시는 분은 아시겠죠. 사막의 여우 롬멜(어윈 롬멜, Erwin Johannes Eugen Rommel) 장군입니다.
반 나치, 반 히틀러적이었던 그는 결국 후에 슈타우펜베르크 장군의 히틀러 암살 계획에 관여하다 독약으로 자살하고 말죠. (히틀러의 명령에 의해서... 그런데, 히틀러 암살 계획에 관여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혹한 처벌을 받았는데(예를 들면 슈타우펜베르크 장군은 당일 총살) 롬멜 원수에게는 "명에 따르면 가족들의 목숨은 보전해 주겠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평판이 워낙 좋았고(독일에서는 최고의 평가) 히틀러 역시 그를 아꼈다고 봐야겠죠.)
이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홍진호 선수의 생각이 났습니다.
홍진호 선수.
"그의 전략, 그의 스타일은 일반적인 저그와 판이하다. 전혀 다른 계열로 분류해야 한다"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했었죠.
"폭풍스타일", "공격적인 운영"의 1세대 저그.
"그가 GG를 친 이유는 몰아치고 끊임없이 상대방을 공략하다가 자신의 물량이, 혹은 본국에서의 지원 - 즉 자원이 없어서이다"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 많은 경기는 보지 못했지만(한 3~40경기 정도 봤을 겁니다) 개인적인 평가로 그는 공격으로 답을 내고, 공격적인 운영과 심리전으로(빈집털이 등) 상대방의 심리를 때로는 농락(?)하고 때로는 흔들면서, 그리고 때로는 승부수를 던지면서(롬멜 원수도 의외로 극도의 승부수를 던진 적이 많다고 합니다) 싸웠다, 그는 공격적인 스타일을 최대로 끌어올릴 줄 아는 선수다, 이렇게 평하고 싶습니다.
제가 공방유저를 하면서 아카디아 같은 맵에서 웬만하면 12드론 가지만 9드론도 꽤 자주 가고, 상대방이 2게이트 올리면 나는 3해처리 저글링 올인을 하고, 상대방이 테크트리 빨리 올리면 나는 공격으로(저글링, 히드라 등) 답을 내고, 이런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원이 많이 남는 경우에는 자원을 못 쓰는 경우가... (아카디아에서 3해처리 가면 열에 아홉은 미네랄만 3천이 남더군요. 가스는 없고...)
제가 언젠가 선생님과 자주 스타를 즐긴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프로토스와 테란은 방어의 종족이다. 그리고 저그는 끊임없이 몰아치는 공격의 종족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종족의 숙명일지도..."
실제로 제가 학교 내에서 가장 공격적인, 가장 가난한, 가장 끝까지 몰아치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거든요(물론 덕분에 많이 지지만).
홍진호-(박경락)-박성준(MBC)-이제동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공격형 저그들.
저로서는 본좌급 포스를 발휘하는 마재윤선수보다도 더욱 저그의 로망이라고 느껴지는 그런 선수들.
상대방의 심리를 공략하고 또 어느 한 군데 신경쓸 곳 없게 만드는 그런 저그.
(참고 VOD : 2005.06.18 스니커즈 2R 결승전 2경기 홍진호 vs 강 민 in Luna The Final)
"당신은 정말 명장이었다. 그리고 명장이다. 또한 앞으로도 명장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홍진호 선수에게 꼭 해 주고 싶네요. (최근의 부진을 감안했을 때는 좀 평가가 깎일 수 있겠으나, 진정한 본좌는 내 마음속의 본좌.)
롬멜 원수는 싸울 수 있을 때까지 싸웠고,
홍진호선수도 제가 본 VOD는 싸울 수 있을 때까지 싸워서 결국 승리를 따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홍진호선수가 이긴 VOD밖에 못 봤군요)
11드론 뮤탈리스크 최적화 빌드.
11드론 - 스포닝풀 - 12드론까지 뽑고 가스 - 저글링 6기 생산 후 앞마당 - 돈 되는 대로 레어 - 스파이어로 이어지는 제 특유...라고 하기에는 이미 나와 있을 것 같기에... 제가 자주 썼던 빌드라고만 말씀드려야겠군요.
기본적인 빌드는 "가난합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카디아2의 경우 본진에 드론이 미네랄 당 하나씩만 붙어 있고(가스는 3기) 앞마당에는 그나마 미네랄 둘에 드론 하나 정도로 굉장히 가난한 빌드.
하지만 몰아치고 몰아치고 또 몰아치면서 멀티하고 또 병력 뽑아서 몰아치면 답이 보이는 그런 빌드. 그리고 그런 게임 스타일.
제가 가장 좋아하고 또 로망이라 여기는 그런 빌드라고 설명드리고 싶네요.
(여기에서 조금만 변형하면 패스트 럴커 변형빌드가 된다는)
왜 이 빌드를 이야기했냐 하면,
당시 홍진호선수가 "날았을" 때의 맵이 "가난한" 맵이었지 않습니까.
그만큼 저그의 숙명, 저그의 로망을 가장 잘 보여주었던 홍진호선수.
가난하지만 끝까지 몰아치는(때로는 드론관리 안된다고 비판을 받지만),
그렇기에, 적은 병력으로 싸워야 하기에,
상대방의 심리전을 잘 파악하고(KTF 매직엔스 홈페이지 홍진호선수 특기가 심리전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적은 병력으로 많은 이득을 보아야 하며 상대방의 물량이 폭발하도록 놓아 두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그렇기에 또한 저 같은 한 공방양민의 로망이 되는.
(요새 누가 그런 걸 좋아하냐 하면 할 말 없습니다만,
저는 지는 경기도 기분좋게 질 때가 있고 이기는 것도 찝찝할 때가 있죠.
지는 경기가 기분좋을 때는 몰아치고 몰아치고 몰아치다가 상대방의 방어능력과 물량에 무릎을 꿇을 때.
이기는 게 찝찝할 때는 방어적으로 나가다가 상대방이 제 한방러쉬에 질 때...)
마재윤선수에 관해서 짧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저그의 트렌드를 바꾸어 버렸습니다.
공격이라는 숙명이 있다고 해도 때로는 수비가 필요한 법.
그는 저그의 수비적인 능력을 극대화시킨 또 하나의 명장입니다.
천재적인 운영능력은 오히려 홍진호선수보다도 더욱 롬멜 원수에 가깝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하지만 그와 롬멜원수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공격형"과 "수비형"...
그는 수비에 있어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합니다.
물론 공격에 있어서도 그는 빈틈이 없습니다.
뮤탈 짤짤이는 기본이고 각종 컨트롤 능력 또한 뒤지지 않습니다.
항상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운영을 합니다.
하지만...
롬멜 원수가 홍진호선수와 비슷하고 좀더 가까워보이는 것은,
'그는 수비형 저그의 일인자다'라는, 어쩌면 고정관념이 될 그 생각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마재윤선수가 좋습니다.
홍진호선수가 매운 음식이라면 마재윤선수는 달착지근한?
아무튼 두 선수는 정말 다릅니다. 그렇기에,
두 선수가 정말 다르고 또 다르기에,
저는 두 선수 모두 좋습니다.
원래 김치도 매운 호남의 배추김치와 북녘의 백김치가 같이 있어야 더욱 맛있어 보이는 법이죠...
[개인적인 응원글]
홍진호선수, 당신의 몰아치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아니, 올해, 내년, 당신의 입대 이후, 30대고 뭐고,
영원히, 정말 영원히 몰아치는 모습을, 계속, 계속 보고 싶습니다.
비록 당신이 우승을 못할지라도...
비록 당신이 성적이 나쁠지라도...
적어도 저는 믿습니다. 당신의 폭풍스타일의 부활을...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2-0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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