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3/03/15 11:03:17
Name 화잇밀크러버
File #1 min.jpg (105.9 KB), Download : 77
Subject 민들레 꽃 길 - 5 -


실수에 의한 사고였지만 자신이 누워있던 민들레 위로 덮쳐져버린 것을 깨달은 순간 이소는 화들짝 놀라 땅을 밀쳐내며 몸을 일으켰다.
고의가 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더 놀랐고 가슴이 고동쳤다.

"죄송합니다. 일으켜 드릴려고 했는데 제 힘이 부족해 결례를 범해버렸습니다."

민망하여 고개를 들지 못한 체 푹 숙인 상태에서 이소는 연거푸 사죄를 했다.
그 모습에 민들레는 웃으며 어차피 실수로 일어난 일이니 개의치 않는다고 했지만
이소는 계속하여 그녀에게 폐만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했다.

"너무 소심하게 그러지 마세요. 그리고…… 일부로 제 위로 쓰러졌다해도 전 상관없는걸요."

"예?"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민들레의 말에 깜짝 놀라 이소는 고개를 들어 민들레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후로 별일없이 산을 내려가 저녁이 되기 전 한번 더 산을 갔다가 하루의 끝인 밤을 맞이했다. 산을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이소의 마음은 계속 싱숭생숭했다.

'일부로 제 위로 쓰러졌다해도 전 상관없는걸요.'

이 말이 내포한 의미를 처음에는 그녀의 간접적인 고백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깊게 생각해보니
그것은 당신을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으니 내 위로 쓰러져도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 말의 진위뿐만 아니라 그 말 하나에 오만가지를 다 추측하면서도 그녀를 의식하게 된 자신을 좋게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도 그를 어지렵혔다.
이소는 스스로를 죄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지켜주지 못했고 이상한 시대에 오게 되어 부모님과 지인들이 자신을 찾으며 노심초사하고 있을지로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압박을 가했다.
그럼에도 점차 민들레에게 호감을 갖게되며 편한 마음으로 있고 싶어지는 자신이 싫었다.

민들레가 준비한 저녁 식사를 끝내고 이소는 그릇의 뒤처리를 했다.
내내 가슴이 무거웠던 이소는 방에 들어가기 전 마당에서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어둡지 않은 밤 하늘은 달이 자신이 가장 큰 힘을 행하는 보름달이 되어 푸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밤하늘은 별이 알알이 맺혀 이슬처럼 생명력을 더해 달과 함께 어둠이 지상을 집어 삼켜 모습을 지우지 못하게 만들었다.
세상이 달과 별빛으로 물들어 차가울듯한 연파랑으로 변해져있었지만 그 몽환적인 분위기는 묘하게도 따뜻함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뭐하세요?"

이소가 조금 늦자 민들레는 그를 찾아 나왔고 마당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이소에게 말을 건냈다.

"잠시 밤공기를 쐬고 있었습니다. 달이 밝은 것이 참 기분이 좋네요."

이소는 대답하며 민들레를 잠시 봤지만 이내 시선을 돌려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지상도 밝게 만들어준 달과 별이었지만 그들과 가장 가까운 하늘에서는 더욱 그 청명함이 뚜렷해 보였다.
민들레도 그 관경을 바라보다 이소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이소씨는 해와 달 그리고 별의 관계에 대해서 아나요?"

이소는 모른다는 표시로 고개를 저었다.
사실 옛 연인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민들레에게 말해주면 그녀와 민들레의 공통점이 늘어나버리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다.
이소가 고개를 흔들자 민들레는 곧 이야기를 시작해줬는데 내용은 해가 남편, 달이 아내 그리고 별들은 그들의 자식이라는 것이었다.

"아버지인 해는 온 힘을 다하여 낮을 비추지만 그 강렬함 때문에 자식들마저 가까이 가지 못해 별은 모두 어머니에게만 붙어있대요.
해도 자식들을 사랑하고 같이 있고 싶지만 낮을 밝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누구도 다가올 수 없는 뜨거움으로 빛을 내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 수 밖에 없다더군요.
저녁이 되면 다음 날을 다시 밝혀주기 위한 준비로 쉬어야 하기 때문에 자식들과 함께 할 수 없구요.
하지만 달은 자신이 뜨거운 열에 데여 아플지언정 부부의 연을 맺은 지아비인 해의 곁을 잠시라도 함께 한다고 해요.
낮에도 달이 보이잖아요. 해가 떠도 달이 지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래요."

민들레는 달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달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해와 부부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 같아요.
정말 해를 사랑하기에 아픔을 간수하면서까지 그의 곁에 머무는 것이겠죠?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달이 부러워요."

이소는 민들레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그녀가 하는 얘기가 옛 연인이 해줬던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옛 연인은 달을 부러워하지 않고 이소와 같은 해가 있어 자신은 달보다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며 웃어줬던 것이다.
그 때문일까 웃는 낯임에도 달빛에 반사된 민들레의 눈동자는 깊은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천관이라는 직업 때문에 부모도 모르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
항상 밝게 웃었지만 심연 깊숙이 외로움을 간직한 그녀를 이소는 방금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게되었고 그 순간 가슴이 미어졌다.
더구나 외모가 옛 연인과 같은 그녀이기에 그 모습에서 슬픔을 본 순간부터 감정이 계속 흔들렸다.

도와주고 싶다. 위로해주고 싶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여러가지 민들레에 대한 마음이 이소안에서 뒤엉켜 그의 감정선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옛 연인을 잊지못하는 마음, 가족과 지인에 대한 죄책감은 긴 꼬리가 되어 이소를 묶어 그가 마음가는대로 행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복잡한 감정은 곧 혼돈을 일으켜 이소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고 그 눈물을 빰을 타고 흘러 민들레를 적셨다.

눈물의 느낌에 이소를 보게 된 민들레는 말없이 이소의 품에 안겼고 이소도 그녀가 자신을 의지할 수 있게 부둥켜 안았다.
그리고 서로 얼굴이 가까워진 그들은 입술이 맞닿게 되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70 민들레 꽃 길 - 5 - 화잇밀크러버7095 13/03/15 7095
569 민들레 꽃 길 - 4 - 화잇밀크러버7085 13/03/14 7085
568 민들레 꽃 길 - 3 - 화잇밀크러버7117 13/03/13 7117
567 민들레 꽃 길 - 2 - 화잇밀크러버6860 13/03/12 6860
566 민들레 꽃 길 - 1 - 화잇밀크러버7971 13/03/11 7971
565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 최후의 임무(ALL IN) 공략영상 [21] 이슬먹고살죠13581 13/01/26 13581
564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 최후의 임무(ALL IN). intro [4] 이슬먹고살죠13596 13/01/24 13596
563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11. 지옥의 문, 야수의 소굴로 [17] 이슬먹고살죠12357 13/01/23 12357
562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10. 장막을 뚫고, 공허의 나락 [3] 이슬먹고살죠13043 13/01/22 13043
561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9. 파괴 병기, 언론의 힘 [4] 이슬먹고살죠14702 13/01/20 14702
560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8. 안식처 헤이븐, 초신성 [9] 이슬먹고살죠13978 13/01/18 13978
559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번외. 남은 임무에 대한 간략한 예정 [3] 이슬먹고살죠7632 13/01/18 7632
558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7. 탈옥, 비열한 항구 [9] 이슬먹고살죠13345 13/01/17 13345
557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6. 위기의 뫼비우스, 정글의 법칙 [10] 이슬먹고살죠12615 13/01/17 12615
556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5d. 예언 임무(4) 암흑 속에서2 [4] 이슬먹고살죠9446 13/01/14 9446
555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5c. 예언 임무(3) 암흑 속에서 [3] 이슬먹고살죠11697 13/01/14 11697
554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5b. 예언 임무(2) 미래의 메아리 [8] 이슬먹고살죠10122 13/01/13 10122
553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5a. 예언 임무(1) 파멸의 속삭임, 운명의 장난 [13] 이슬먹고살죠12942 13/01/12 12942
552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4. 어부지리, 정문 돌파 [8] 이슬먹고살죠13881 13/01/10 13881
550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3. 재앙, 대열차 강도 [13] 이슬먹고살죠13743 13/01/10 13743
549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2. 대피, 악마의 놀이터 [6] 이슬먹고살죠13597 13/01/10 13597
548 [자유의 날개 캠페인 공략] #1. 마 사라 임무(해방의 날, 무법자들, 0시를 향하여) [3] 이슬먹고살죠10519 13/01/10 10519
545 [조선왕조실록 이야기] 버려진 중국인을 찾아라 <완결> [2] sungsik7162 13/01/05 716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