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3일 발표된 IVE의 EP "IVE EMPATHY"의 트랙 05이자 두 번째 타이틀 곡인 ATTITUDE에는 B♭5까지 올라가는 리즈와 안유진의 고음 파트가 있다. 발매 기자 간담회에서도 리즈가 이 부분의 표현에 자신감이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돋보이는 곡의 특징이다.
이 고음 파트는 1절과 2절의 마지막, 후렴의 마지막에 배치된 세 마디로, 마지막 한 마디는 둘째 마디의 B♭5를 길게 끌기 때문에 실제로는 2마디 동기가 연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ATTITUDE의 1절·2절과 후렴 초입. 19-21마디의 절 마지막에서 B♭5이 출현한다.이 고음 동기는 1마디(악보 19마디)와 2마디(악보 20마디)가 유사한 음형으로 전반적으로는 상행 진행하며, 정박에 나오는 F4-A♭4-B♭4-C5, E♭5-F5-A♭5-B♭5의 상행 진행 사이에 하행하는 E♭4, F4, A♭4와 C5, E♭5, F5가 끼어들어가 계단식으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1마디와 2마디가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은데, 이를 해석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이 부분을 단조에서 2음과 6음이 빠진 오음 음계, 곧 마이너 펜타토닉 스케일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1마디부터 2마디까지 전체가 이 오음 음계를 따라 올라가는 자연스러운 진행이 되며, 2마디의 시작 음이 음계의 7음인 것도 이미 1마디에서 5음까지 상행 진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1마디의 음역(E♭4-C5, 장 6도)보다 2마디의 음역(C5-B♭5, 단 7도)이 반음 더 벌어져, 감정을 고조시키는 이 동기에서도 1마디보다 2마디의 효과를 더 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자세히 보면 1마디의 상행 음계 사이에 끼어 있는 하행 음들이 2마디의 상행 음계를 이루는 것이 보인다. 즉 1마디는 2마디의 시작 음뿐만 아니라 2마디 전체를 예고하고 있다. 이 효과 역시 1마디와 2마디를 유기적으로 이어 줄 뿐만 아니라 2마디에서 감정이 더 고조되도록 돕고 있다.
이 동기에 붙은 가사도 “(네가 날 싫어해도) 내가 널 좋아할 수도 있어 You'll fall in love by the end of the song"(1절), (그냥 귀여울 뿐야) 운명이 장난을 걸어오면 놀아 줘야지 뭐 어쩌겠어”(2절)로, 상대방의 마음을 끌어당기거나 운명 앞에 맞선다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Attitude')를 보여주며 격하게 끌어올린 멜로디를 통해 한껏 올라간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 동기는 바로 끝나지 않고 F♭5에서 음을 지속하되 그냥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스타카토를 넣어 끊어 가면서 자신의 의지가 단호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고음을 유지한 채로 음을 하나하나씩 끊으면서 포인트를 찍는 기교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ATTITUDE 1절 후렴의 고음 파트(36-38마디).1절 후렴과 2절 후렴의 고음 파트도 앞에서 나온 고음 동기와 거의 같다. 가사도 “그 누가 아무리 뭐라 해도 솔직히 난 내가 맘에 들어”라고 해 충만한 자신감과 자기애를 표현하고 있다. 절을 마무리하는 고음 동기는 스타카토로 마치면서 다음 후렴을 예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후렴을 마무리하는 동기는 B♭5를 끌면서 곡을 마무리하고 있다.
ATTITUDE의 마지막 고음 동기(70-72마디)이자 곡의 종지부. 나머지 고음 동기는 모두 리즈가 부르는데 여기만 안유진이 부른다.같은 멜로디 진행이라도 앞의 셋(1절, 1절 후렴, 2절)은 리즈가 부르고 마지막(2절 후렴)은 안유진이 부르는데, 메인 보컬인 리즈가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청중들의 감정을 일으키고 리드 보컬인 안유진이 곡의 전체를 마무리해 청중들에게 주는 인상을 최대한 강화하고 있다.
이 부분을 표현하는 팔세토 고음은 일반적으로 아이돌 보컬리스트의 역량을 평가할 때 주된 요소가 아니라는 점에서, IVE의 보컬을 뽐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곡의 개성을 나타내는 장치로 보인다. 그럼에도 앵콜 라이브 공연에서 이 부분의 완성도는 레코드본에 못지않았는데, 곡의 전체 완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기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 같다. 리즈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1절과 2절에서 이 동기를 이어받는 후렴구는 A♭4로 시작하는 "I'm that I'm that girl I'm that (what) I'm that attitude"로, 바로 앞의 B♭ 5에서 급격히 9도 하강해 곡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정리하고 후렴구를 안정되게 전달하고 있다. 이 도약은 리즈에서 각각 안유진과 장원영이 이어받아 처리하는데, 이렇게 성격이 다른 파트를 자유자재로 나누어 다른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룹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노래방에서 혼자 이 노래를 부른다면 한껏 고음을 지르고 쉴 새도 없이 중음 음역대로 돌아오는 이 부분에 특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그냥 노래를 부른다고 해도 9도 도약은 엇나가기 좋은 편이고. 괄호 처리된 (what)의 음은 앞뒤의 F4에서 한 옥타브 도약한 F5로, 고음 동기의 여운을 후렴에서 다시 느껴지게 해 이 동기와 후렴 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고음 동기는 후렴의 종지부이기도 한데, 바 단조 곡인 ATTITUDE에서 B♭5로 끝맺기 때문에 정격 종지가 아니다. 실제로는 정격 종지를 하는 "I'm that I'm that girl I'm that (woo) I'm that attitude"가 종지 분위기를 내고, "그 누가 아무리 뭐라 해도 솔직히 난 내가 맘에 들어"는 곡을 끝맺기보다는 클라이맥스를 반복해 강렬한 인상을 주고 가사의 메시지를 강화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감히 “솔직히 난 내가 맘에 들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때에 따라서는 오만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가사에 붙은 까다로운 기교의 고음 동기는 난 내가 맘에 든다고 말하는 것도 그냥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사람은 남을 사랑하는 것도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자기를 올바르게 사랑하는 것 역시 그 못지않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필요하다고 하지만, 근거 있는 자신감이 아예 없다면 허상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걸 감안하고 함께 외쳐볼까요?
“그 누가 아무리 뭐라 해도, 솔직히 난 내가 맘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