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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2/09/18 12:14:50 |
Name |
피렌체 |
Subject |
3월부터 9월까지 (부제 : 이런여자 처음이야...) |
쓰기도 편하고 읽기도 편하게 반말체 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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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금요일 어김없이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번호의 버스를 올라탄다
퇴근길이 1시간 반이니까 집에 빨리가야지, 약속? 잡을 수 있는데 퇴근길이 머니까...
‘지잉’ 나는 매너남 만원 버스안에서 까똑이 울리도록 하지 않는 매너남, 이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 까똑에 속아 불꺼진 내 액정을 확인하고 실망 했던 적이 한,두번 이었더냐....
‘계산동 술 콜?’
평소 같았으면 쿨 하게 거절했을텐데, 취업한지 3달 동안 이놈들의 술자리를 피했더니
이젠 거절해도 미련을 갖지 않는게 너무 서운했나보다
‘이응이응’
‘왠일? 거기다’
뭐 늘 먹던거 늘 가던 곳 늘 보던 놈들이 있겠지 하고 버스에서 숙면을 취한다
매번 도착 시간이 바뀜에도 불구하고 내리는 곳 100m전이면 눈 떠지도록 단련된 사회인 취침스킬
아 오늘은 옆에 여성분이 앉아있다. 내려야 되는데 어떻게 하지.
슬며시 가방을 매자 센스 있는 여성분께서 스마트폰에 날개를 달고 또잉! 팡! 팡팡! 하고 계신다.
덜컹 거리는 버스에서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나는 매너남이니까 최대한 닿지 않도록 조심하는 이 때,
이 여자분께서 슬쩍 처다 보더니 자세를 고처 앉는데,
이거 15년동안 취미라고는 축구 하나만 했던 내 허벅지가 지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큰일이다.
난 수학여행갈 때 일진들만 앉는다는 맨 뒷자리 바로 앞에 위치한 창가 쪽
나만의 지정석에 있기 때문에 지금 타이밍에 이 성큰밭..
아니 여성분을 지나치지 못하면 한정거장 더 가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스치던 찰나,
아! 좋다, 평소엔 난폭운전에 치를 떨던 나였지만 오늘만큼은 리듬에 몸을 맡기리...
‘아야’
‘아.. 죄송합니다. 버스가 너무 흔들려서 제 발이 말을 듣지 않네요...’
‘아 뭐야? 재수없어’
이건 뭐야? 드라마 속 악녀가 브라운관을 뚫고 나온 듯한 대사처리는...
‘아 정말 죄송합니다. 저 이번에 내려요...’
때마침 정류장에 멈춘 버스 덕분에 스팀팩을 사용한 마린처럼 후다닥 용감하게 달려나간다.
내리면서도 머니클립 방향을 맞추는 건 이젠 버릇.
아 예전에 내릴 때 신용카드 말고 티머니를 찍어서 얼마나 속상했더냐,
덩그러니 날 남겨두고 떠나는 버스 창가 사이로 그녀가 보인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안녕....
주점에 도착하니 녀석들이 나와 있다.
옆에 있는 도로에 흰색 스포티지와 언쟁을 벌이는 것 같은데, 쟤네 또 전투모드인가 했지만
스포티지 안에는 SUV와는 전혀 안어울리는 여성분 두명이 웃고 계셨다.
나 도착했는데 안중에도 없네?
스포티지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이제야 아는 척 하는 녀석들
아마 여자분이 아니라 스포티지랑 이야기 한 거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지... 차를 참 좋아하는 녀석들 이니까,
맥주집에 갔다.
3개월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중얼중얼 하더니 한 놈과 두 놈이 싸운다.
부르자 말자 부르자 말자, 도대체 뭘 부르자는 건지,
부르는 건 노래방에서 화음 넣어 주는 코러스언니들 부르는 것 조차 두근두근 하는 놈들이 뭘 부르자 말자 하는지 모르겠다
서로 맥주 한병씩을 다 비웠을까?
한 놈은 3개월동안 유학 잘 다녀왔냐고 묻고, 한 놈은 요즘 스님도 술 먹냐며 꼽을 준다...
뭐 익숙하기 때문에 안주삼아 맥주를 흡입해주고 있는 찰나,
이 녀석들 눈빛이 바뀌더니 입구쪽을 바라본다.
키가 큰 여성분과 키가 아담한 여성분이 웃으며 들어온다.
‘사실 강씨가 요즘 잘 되가는 애랑 걔 친구랑 아까 밥을 먹었는데~
술자리도 불렀다! 괜찮지?’
대답 대신 시크하게 맥주 한병을 더 집으러 갔다 오니 내 자리가 없다.
어디보자, 강씨와 아담한 여성분 반대 쪽엔 두놈과 키 큰 여성분...
어디에 앉아야 될까 고민 하던 중 맥주를 들지 않은 손을 잡아 끄는 아담이
아! 그래 내가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리에 앉았구나 맥주 맛이 제일 좋은 자리다.
우리는 그렇게 취해갔다.
술도 오랜만이고 이런 자리도 오랜만이라 그런가?
3개월 동안 꾹꾹 담고만 있었던 모든 토크를 하얗게 태웠다.
시간은 새벽1시 이번엔 횟집이다.
내 옆엔 키큰이가 앉아 있고 내 앞엔 강씨와 아담이가 앉아 있다.
세상이 돌기 시작한다. 더 웃긴 건 아담이는 술을 먹지 않는다 차를 가져 왔으니까,
대리 하면 만원 나오는데 먹지 않는다. 뭐 그럼 내가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더 이상 올라갈 분위기도 없었기에 우리는 헤어져야 한다.
공교롭게도 강씨와 키큰이가 같은 쪽에 살고 있기에 택시를 태워 보낸다.
아담이 손에 이끌려 차를 타러 간다, 어디 사냐고 물어 보니 우리 집에서 깽깽이로 가도
10분 거리구나... 다른 곳에서 만났으면 인연이었겠지만 이 사람은 내 인연이 아닌걸 알기에 오랜만에 먹은 술들이 더욱 속을 태운다.
여자가 운전하는 차는 처음 타보는 것 같은데? 운전을 참 잘한다.
얼핏보니 송혜교 닮은 것 같은데... 아 내가 술을 많이 먹었구나...
왠지 모르겠지만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조용히 있었는데,
뭐가 그리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어본다
‘계속 인천 살았어? 어디 학교 나왔어? 술 되게 잘 먹네? 우와 안취한 것 같은데? 무슨 일 해? 옷 되게 이쁘다~ 등등..’
밝고 명랑한 아이구나, 성격 참 좋다. 술 한잔 안먹고 술 마신 사람과 오랫동안 노는 것도
고역일텐데 무수히 많은 생각이 스처 지나 간다.
‘일루와바 너 술 먹는척 하고 버린거 아냐? 우와 셋이서 13병을 먹었는데 왜 되게 멀쩡해?’
말 할때마다 우와~ 되게~ 를 꼭 붙여 주시는 이 귀여운 아담이는 차를 멈춰 세운다
‘커피나 한잔 하자 니가 사라 대신 레쓰비 먹어줄게’
술이 확 깬다. 웅~웅~ 울려 대는 자기 핸드폰을 못본척 하고 차안에 넣어 둔 채
멍하니 있는 내 쪽으로 와 문까지 열어 준다. 에이 나도 모르겠다.
‘야 비싼거 먹어도 돼, 조지아 먹어 그거 맛있다’
그렇게 우리는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다과회를 즐겼다.
그 곳에서도 아담이의 궁금증은 참 많았다.
‘우와 너 그럼 여동생있어? 나돈데, 되게 신기하다’
뭐가 신기하냐... 연신 우와 되게 짱이다 신기하다 를 연발하며 호감도를 표시하는 아담이에게 나는 몇 번 본 사이마냥 편안해짐을 느꼈다.
‘우와 그래서 너 번호 뭔데?’
‘야 그건 안돼 들어보니까 너 강씨랑 소개받은 사이라며?’
‘아닌데? 그냥 우리 친군데? 걔 나 좋아하는데 난 그냥 친구야’
‘그래도 안돼 나도 강씨 친구야 그리고 걔 싸움 좀 잘해’
‘우와 너 싸움 되게 못하나보다, 근데 번호 뭐라고? 010..’
‘어 9XXX.. 아 이런 여우같은 꾀주머니... 안된다니까 남자사이는 그래!!!’
‘알겠어 그럼 우리 내일 또 넷이 놀래?’
‘그건 상관없을 것 같은데’
‘그래 그럼 그때 강씨 앞에서 너 번호 물어볼게 그럼 줄꺼지?’
느낌이 묘하다. 나한테 왜 이렇게 친절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뭐라고...
1년전 첫사랑과 이별 한 뒤로 연애하고는 멀어 졌다고 생각 했는데,
이제야 그 아픔을 치료 받는 느낌이 들었다. 아담이로 하여금....
‘야 이제 일어나자’ 라는 나의 말에 아담이는 표정에 싫어 라고 매직으로 쓴 것 같은 표정으로 도리질을 쳐댔다.
‘아 싫어 집에 동생도 없어... 아! 그럼 너 우리집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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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식사시간이네요,
다음이야기는 분위기좀 보고 써보겠습니다 ㅠ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매번 읽기만 했는데...
개인적으로 정치 얘기에 무지한 지라..
저같은 분들을 위해 가벼운(?) 글을 투척해봅니다.
오늘은 업무도 없고 기분도 묘~한 소식을 들어서 심심풀이로 끄적여 봤습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10-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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