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 http://issue.media.daum.net/61th815/200608/14/SpoSeoul/v13686669.html

[기사 중 일부 발췌]

(전략)...... 뉴라이트재단, 자유주의 연대 등 뉴라이트계열 5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1일 "우리 역사에 있어 1945년 8월 15일의 광복이 지니는 의미보다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건국이 지니는 의미가 훨씬 크다"며 "자유와 번영을 안겨준 대한민국의 탄생을 경축하기 위한 시작으로 8·15의 명칭을 광복절에서 건국절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대강 이렇습니다. 자세한 기사 전문은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일단 저는 이 의견에 대해 반대하는 쪽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첫째로는 그들이 주장하는 개념이 자칫 대한민국의 역사(혹은 역사인식)를 되레 축소하고 퇴보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겉으로 보이는 관심이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는 그다지 없는 편이지만 그 수많은 외세의 침략 속에서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자긍심의 원천이고,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게 하는 애국심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먼 과거의 유구한 역사를 차치하더라도, 지금의 대한민국이 건국되기까지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가까운 과거를 생각해 볼 때에 역사 속의 희생이 없었다면 1948년 8월 15일의 정부 수립은 커녕 1945년의 광복도 없었을 것이 정상인데, 그런 것을 광복의 의미보다 건국의 의미가 더 크다고까지 말하면서까지 대한민국 건국 행사가 열린 1948년 8월 15일의 의미를 기려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말은 제가 듣기엔 매우 황당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헌법 서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되어 있는 것처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나라인 만큼 헌법에 규정된 임시정부와의 연계성과 역사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이루어진 날'이라는 결과물에만 집착하여 8월 15일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그들의 주장은 더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죠.

둘째로는 건국절 주장은 옥상옥이라고 봅니다.

역사의 의미의 중함으로 보나, 그 원류로 보나, 이미 대한민국에는 건국절 개념의 국경일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개천절이죠.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의 시초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조선을 넘어 고려를 넘어 삼국시대를 넘어 그 이전의 반만년 시기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는 언뜻 보기엔 역사의 껍데기만 남은 것으로 생각될지는 모르지만, 대한민국 사람들 개개인의 밑바탕에 '반만년 역사'라는 것이 은연중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개천절 역시 그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건국절이 과연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설령, 조금 뒤로 물러나 고조선부터 따지는 것이 역사에 있어서는 의미가 있다 해도 건국을 기념하기 위한 점에서는 의미가 없으니 새로운 건국절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렇다고 해도 저는 건국절은 그들이 주장하는 1948년 8월 15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그것이 빼앗긴 우리의 주권과 나라를 찾기 위해 싸워 온 조상들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이념을 계승하기 위해 싸워 온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대한민국의 기상을 살리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셋째로는 이것을 발표한 시기가 저는 매우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속에 몰아넣었던, 전범 일본의 진정한 반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통일 문제만 해도 실제로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역사적 명분만 놓고 보면,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있어 외세에 의해 나라가 양분되었다는 것은 굴욕이요, 반드시 장차 회복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기에, 게다가 광복절에, 통일의 의지와 일본의 과거 청산 의지를 보수 세력들이 앞장서서 드러내도 모자랄 판에 되레 역사에 있어 최초로 나라가 강점되는 굴욕을 회복했던 광복이 지니는 의미보다 외세에 의해 남한만 대한민국으로 건국해야 했던 - 게다가 일본과의 과거 청산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 건국일을 광복절보다 더욱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기념해야 한다는 것은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그러한 이유들로 인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대하며, 매우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떠신지 모르겠군요.


몇가지 부연합니다.

이 글에는 원글이 따로 있습니다. 이 글은 원글을 좀 둥글게 다듬은 것이지만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저는 사실 이번 일에 매우 분개하고 있고,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PGR이니 PGR의 법을 따라야 하는 일이므로, 원글을 보시면 저와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분들이 흥분하실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어 게시판에 올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수정을 거치고 결가지들을 잘라낸 글을 올렸습니다.

원글을 보시고 그에 대해 말씀을 해 주시려면, http://thexian.egloos.com/ 으로 가 주셔서 말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 그 곳에는 PGR보다 더 엄격한 삭제규정이 적용되고 있으니, 악플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그리고 자게나 토게에서 정치관련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 리플에 의해 실망스러운 쪽으로 토론이 이어지고 인신공격이나, 레드 컴플렉스 또는 다른 가쉽, 그리고 글 주제와는 상관없는 전 정부/대통령/정권 등의 역량, 무능, 비리 쪽으로 정치 이야기가 새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다른 이야기에서는 거의 그러지 않다가도 유독 정치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PGR도 진흙탕 싸움밖에는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가 매우 유감스러웠습니다.

따라서 제가 발제한 토론 주제입니다만 리플에서 토론 주제와는 관련이 없는 서로간의 정치적인 입장 차이로 불필요한 싸움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운영진의 개입이 있던 없던 자진 삭제하겠습니다. 일차적으로 토론을 제기한 저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책임을 지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대신 앞으로 정치관련 문제 때문에 제가 PGR에 글을 쓸 일은 없어지겠지요. 다시 말해, 그렇게 될 경우 저라는 사람이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정치 분야에 있어 PGR이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다는 뜻도 됩니다.


- The xian -


P.S.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뉴라이트닷컴 자유게시판에 이 글의 원문을 남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설마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제가 장기간 동안 PGR에서 안보여도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