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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1/23 19:34:37
Name 복숭아
Subject 박성준,이윤열,박태민의 세가지 포스.. (삼신전 시절을 추억하며..)
0. 포스에 관하여

흔히들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거나, 특히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그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상대방이 누구든 넘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모두에게 심어주는 그 것..
홍진호 선수에게 끝내 따라주지 않았다는 그 것..(ㅠ.ㅠ)
플레이 그 이상의 플레이..

우리는 보통 그것이 일정시간이상 지속될 경우, 이를 '포스'라고 부릅니다.

게이머의 포스는 1년이 넘게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단 한 시즌동안에 불태워지는 수도 있지만,
그 기간의 짧고 김에 상관없이 그 포스를 함께 느낀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 선수의 컨트롤, 전략, 운영, 그리고 그 이상의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들이 결코 잊혀지지가 않는 법입니다.^^



1. 아주 특별한 시기

그리고 이러한 포스를 혼자서 내뿜고 다닐 때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의 '시대'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임요환-이윤열-(강민)-최연성-박성준으로 이어지는 스타최강자의 라인이 바로 그것이죠.

하지만 드물게도 두명이 비등한 포스를 가지고 어느쪽도 밀리지 않고 맞부딪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포스의 부딪힘은 보통 하나의 시대에서 그 다음의 시대로 넘어갈 즈음해서,
여전히 강한 기존의 강자와 새롭게 등장한 강자사이에서 많이 생깁니다.
이럴 경우 그 두명의 게이머는 그야말로 멋진 승부를 보여주게 되고 그들의 게임하나하나는 작품이 됩니다.
그리고 팬들은 그 둘을 일컬어 라이벌이라 합니다.
이윤열과 강민, 최연성과 박성준이 대표적이겠죠.

그리고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스타의 짧지 않은 역사동안 아주 드물게 있었던,
삼신전이라고도 하고 트로이카체제라고도 하는,
어쩌면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세명의 게이머의 포스에 관한 것입니다.

정확히 1년전 오늘부터 이 세명의 빛나는 시기는 시작됩니다.



2. 세가지 포스

<박성준>
어쩌면 삼신전 시절은 길게 보면 박성준의 시기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포스는 일찌감치 시작되었고, 아직까지 잔존하고 있습니다.
새파란 신인으로서 질레트배, iTV, 스프리스배, 2차프리미어리그 등 4개 대회에 동시진출하여
그중 3개 대회 우승..이라는 말도 안되는 커리어를 쌓아내는 것이죠.
그리고 질레트배와 iTV랭킹전에서는 당대의 최강자이던 최연성선수를
다전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남기며 잡아내면서 스타팬들에게 포스를 각인시켰습니다.

하지만 삼신전 시절의 박성준은 질레트배 시절의 압도적 강함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20승11패라는 성적은, 그 자체로만 보면 그다지 나쁘진 않지만
박태민, 이윤열의 7할대의 승률, 50전이 넘는 다전과 비교해 볼때,
분명 어느정도 열세로 보입니다.
하지만 최연성을 꺾고 공인된 왕좌에 오른 그가 약간이나마 주춤한 모습을 보였기에
오히려 이러한 세명의 포스가 공존하는 시기가 만들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성적 : 프리미어리그 통합우승
         아이옵스배 준우승
         20승11패(04.11.14~05.3.5.)

<박태민>
한 선수가 가장 짧은 시기에 가장 빛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당골왕배 시절의 박태민이라고 이야기할 겁니다.
올드게이머에 16강저그정도로 기억되던 그가 어떠한 계기로 그렇게 '무서워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태민은 분명 저그라는 종족에 대해, 그리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대해 어느 순간부터 '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이 개안의 시작점인 04년10월24일부터 그해가 끝날때까지 단 1패만을 기록합니다.(그것도 그해의 마지막날인 12월31일 서지훈전)
그리고 15연승의 시작의 상대가 이윤열선수였다는 것 또한 재미있는 사실이죠.

사실 컨트롤이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었던 저그유저로서
그가 이러한 포스를 뿜어낼 수 있었던건 날이 선 판단력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병력을 막아낼만한 최소한의 병력을 유지한채
드론을 계속해서 찍어내서 결국엔 후반의 강력함을 도모하는 스타일.
박성준이 "이것만 막으면 이길텐데, 이것만 막으면... 근데 못막겠네." 라는 스타일이라면
박태민은 "도저히 이길 타이밍이 없구나.-_-" <- 이런 스타일이었죠.

특히나 당골왕 패자결승에서의 대서지훈3:0, 아이옵스3,4위전에서의 대이병민3:0 스코어는
"우리들끼리 붙어야되니깐 너희들은 제발 좀 껴들지마." 라고 말하는 듯한 포스였습니다.-_-

성적 : 프리미어리그 통합 준우승
         당신은골프왕배 우승
         아이옵스배 3위
         MBC Movies배 팀리그 우승
         36승15패(04.10.24.~05.3.2)

<이윤열>
이 시기는 양박의 시대라고도 불렸고, 양박저그에 의해 토스와 테란이 모두 압살당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그런면에서도 아주 드문 시기죠..-_-;)
이 때 테란진영의 유일한 대항자가 이윤열선수였습니다.

사실 이윤열선수는 최연성선수와 함께 양강테란으로 불리우다가
센게임배 패배이후 2인자의 이미지가 강해지던 무렵이었죠.
그런데 1년전 오늘(04.11.23.) 팀리그에서 PLUS팀 올킬(오영종,박지호,박성준)을 시작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정석, 조용호를 잇달아 3:0으로 격파하면서,
(이 역시 "너네들은 좀 나가있어."라는 포스-_-)
세명중 마지막으로 삼신전 시대에 합류하게 됩니다.

이후, 이윤열선수 자신이 양대리그 결승에 진출하고,
팬택을 팀리그/프로리그 결승에 올려놓으면서
4개대회결승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위업을 달성하게 되지요.

성적 : KTF fimm리그 준우승
         당신은골프왕배 준우승
         아이옵스배 우승
         MBC Movies배 팀리그 준우승
         프로리그 통합 준우승
         40승17패(04.11.23.~05.3.6)



3. 추천 - 명작

<박태민 대 이윤열>
박성준과 이윤열의 경기도 재미있고 박태민과 박성준의 저저전도 긴장감 넘치지만,
삼신전 시절의 꽃은 아무래도 '팀달록'이라고 불리는 박태민과 이윤열의 경기들입니다.

두 선수는 한달여동안 16번을 맞붙어서 8승8패를 기록했습니다.
아마 이것도 다시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기록입니다.
임진록이나 광달록, 머머전, 연등회 등등도 시간을 두고 배출된 명경기들의 집합이지
박태민과 이윤열처럼 절정의 포스시기에 집약된 경기들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최고수준의 테저전이 집약적으로 쏟아져나왔기 때문에
팬들이 이후에 다른 테저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경기내용들도 명불허전, 모두 명승부라고 말할 만한 것들이었죠.
대표적인 경기인 아이옵스 준결승 3차전 in 발해의 꿈을 같이 보던 선배는 "토나온다. 징한것들.."이라는 감상평을 하기도..-_-
이들이 무적의 포스에 비해 승률이 7할정도에 불과(?)한 것도
서로 워낙 많이 붙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4.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너무나도 한꺼번에 불태워버렸기 때문일까요.
마법과도 같았던 그 시기가 지난 후..
정말로 마법처럼 그들의 포스는 하락했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아주 오래된 이야기인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경쟁하듯 낮은 곳으로 추락해갔습니다.(물론 박성준 선수가 OSL에 잔류하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팬들은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테란을 그야말로 때려잡던 박성준의 저글링러커와..
애리조나, 인투더다크니스에서 이윤열의 말도 안되는 벌쳐 컨트롤과..
루나와 발해의꿈의 중원을 가득히 메우던 박태민의 히드라를..

이들이 다시 멋진 경기로서 무대위에서 맞붙을 것을 기대합니다.



ps.
전적의 기준점은 임의로 잡았습니다.
어차피 겹치는 시기가 있을 뿐, 각 선수마다 포스의 시작과 끝이 다를 수 밖에 없으므로
선수별 공정한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ps2.
전에 봤던 토성님의 '스프리스배를 추억하며'란 글이 참 좋아서
비슷하게 써보려고 했더니 잘 되진 않는군요.^^;
(회고류의 글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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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23 19:42
수정 아이콘
삼신전이라...... 하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세선수가 정말 절정의 포스를 함께 뿜어내어 보는 입장에서 참 재미있었습니다. 지금 세선수가 그때보다 좋지 못한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그래도 차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에 기대를 해봅니다.

그나저나 지금 프로리그에 전상욱선수와 박성준 선수의 경기가 있었는데 정말 전상욱 선수도 이번 스타리그에서 무슨 일을 낼지 모르겠네요. 위기관리 능력에 전체적으로 판을 유지하는 운영과 이전에 부족했던 세세한 컨트롤 까지, 최소 4강권에는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은 포스를 풍깁니다.
InTheDarkness
05/11/23 19:43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당시를 회고해보자면 글쓴 분 말씀처럼 양박저그vs이윤열의 구도였죠. 그리고 세 선수는 사이좋게 하나의 우승컵을 갖고 갑니다. 더불어 하나의 준우승도 같이 말이죠.
InTheDarkness
05/11/23 19:4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팀달록의 최고의 명승부는 당골왕 결승 1경기라고 봅니다. 올림푸스 배의 결승전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는 포스였습니다. 서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고, 특히 이윤열 선수의 메딕홀드의 압박+emp의 충격이란...그럼에도 그 경기를 잡아내고 msl최초 저그 우승이란 쾌거를 이뤄낸 박태민 선수....정말 최고였습니다.
05/11/23 19:53
수정 아이콘
삼신전 시절 순간 무슨 말인지 헷갈렸었는데..^^ 알고보니 이윤열, 박태민, 박성준선수였군요.. 하기야 그 때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참 재미있었죠..
그 당시 열렸던 3개 메이저 대회..

대회 우승 준우승
IOPS 04~05 : 이윤열 박성준
당골왕 MSL : 박태민 이윤열
프리미어리그 : 박성준 박태민

3선수 모두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가졌었죠..^^
상어이빨
05/11/23 20:08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아케미
05/11/23 20:15
수정 아이콘
투신, 머신, 운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죠. 글 잘 읽었습니다.
유신영
05/11/23 20:28
수정 아이콘
올해 최고의 경기를 뽑으라면 후보작에 이윤열 Vs. 박태민 선수들의 경기가 두 개는 올라갈 거라고 확신합니다.

1. 당신은 골프왕 MSL 결승 1차전 LUNA - 이것이 극에 달한 저그 대 테란 전
2. IOPS 스타리그 4강전 3경기 발해의 꿈 - 이것도 극에 달한 테란과 저그의 전쟁!
05/11/23 21:37
수정 아이콘
오...좋은 글이네요.
복숭아
05/11/23 21:58
수정 아이콘
/InTheDarkness, 유신영
당골왕 결승 1차전을 어찌 잊겠습니까.ㅋ 다만 16전 하나하나가 모두 명경기라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ps. '삼신전'이라는 말이 잘 전달이 안되는것 같아서 제목 수정했습니다.^^
Peppermint
05/11/23 22:22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그 당시 세 선수 중 박태민 선수를 가장 응원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경기 봤었는데 말이죠..
05/11/23 23:02
수정 아이콘
정말 그때가 생각나네요... 2004년 초에 강민이 무너지면서 거의 테란 시대가 왔다가, 2004년 여름, 엠겜에서는 프로토스vs테란 의 구도로, 온겜에서는 박성준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가을 무렵에 드디어 박태민과 이윤열, 박성준 3강 체제가 완성되었죠.. 박성준 선수는 프로토스에게 거의 무적이었고, 테란한테도 역상성일만큼 환상적인 컨트롤과 히럴 대신 후반까지 저글링,러커+디파일러로 경기를 끝냈고, 이윤열 선수는 그때 히트였던 애리조나에서의 벌쳐 컨트롤 이후 메카닉으로 저그를 끝내버리는 포스... 그리고 sk 테란. 박태민 선수는 어떤 맵에서도, 상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다렸다가 나오기만 하면 히드라 러커로 둘러 싸먹는 정말 운영의 황제.. 마치 국사를 배우는것처럼 역사속의 스타리그 장면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푸하핫
05/11/24 00:30
수정 아이콘
박태민선수는 EVER 2004 16강에서 기나긴 재경기끝에 패한 다음부터 무섭게 변해버렸죠. 인터뷰를 봐도 그 때의 자극을 받고 열심히 연습을 했다고 나와있구요.
새벽의사수
05/11/24 01:41
수정 아이콘
이게 벌써 1년쯤 지난 이야기가 되었나요. T_T
아직도 2002년의 꿈을 못 버리는 나다의 팬으로서 요즘 그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네요.
05/11/24 11:34
수정 아이콘
제가 박태민선수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중 하나는 갑자기 뭔가 깨우쳤다는듯이 변신을해서 순식간에 우승을 한 점입니다. 박태민선수가 요새 조금 부진한데 꼭 스타리그 진출하셔서 '운영의 마술사'의 진가를 보여주길!!
finethanx
05/11/24 16:12
수정 아이콘
아.. 그 때 정말 재밌었습니다. 지금은 감탄 나오는 본좌급 선수가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개인적으로 모든 선수들이 두루두루 그저 그렇게 잘 하는 건 재미가 없네요. ^^;
전 불과 얼마 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벌써 1년쯤 되어가나요. 아직도 삼신전의 화려했던 교전들이 머릿속에 가득한데요.

사실 이윤열 선수의 화려한 플레이가 너무 그립습니다. ㅠ_ㅠ
유신영
05/11/26 03:43
수정 아이콘
리뷰 타고 다시 들어와 리플을 남기네요.. 아.. 그립다.. 박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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