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2/12 17:33:59
Name sylent
Subject 입대를 앞둔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그 여자친구 분들에게.
안녕하세요, sylent입니다.

오랜만의 외박이라 밀린 VOD 보고, 글 하나 쓰고 하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느덧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부대로 복귀할 시간이 되었네요. 점심을 먹고 나니 마땅히 놀거리가 없어서 영화나 한 편 보려고 마음먹고 어둠의 경로를 뒤척이던 중 <용서받지 못한 자>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찹찹한 기분으로 보충대 정문을 통과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저도 군 생활을 100일 정도 남긴 ‘대한민국 육군 병장’이 되었습니다. (e-sports 팬들의 평균 연령을 고려해보면 어색하지만은 않지만) 피지알 가족들의 입대 러시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막연한 기대와 불안감을 동시에 품은 듯한 글들을 읽으면서 언젠가 한 번 군대에 관한 썰을 풀어 봐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리얼리즘의 극치 <용서받지 못한 자>로 자극받은 덕분에 몇 자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끝내 떨치지 못하고 이렇게 궁상을 떱니다. (그러고보니, 피지알에 남기는 첫 잡담이군요)

결론적으로, 입영통지서를 손에 쥔 분이라면, 그리고 ‘군대’에 관한 예습을 통해 원활한 군 생활을 일구어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젊은 천재의 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를 꼭 보십시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영화의 네러티브를 이끌어가는 사건들, 인물들의 대사 하나, 동작 하나까지도 현재의 군대를 무서울 만큼 정확히 복제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그리고 부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예를 들어, 제가 복무하고 있는 부대의 경우 “감사합니다” 혹은 “죄송합니다” 같은 말은 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만, 영화 속 부대에서는 허용이 됩니다), 군대에서만 존재하는 사회성을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스크린 위에 묘사했더군요. 자판기 커피와 우유를 섞어 ‘스타벅스 까페라떼’로 믹스하는 장면은 바로 어제 제가 하던 짓(!)이라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흔히들 “군대에 가면 많은 것을 배운다. 고로, 남자라면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집단 최면이라는 관성에 사고의 주도권을 빼앗긴 나약한 인간의 푸념에 불과 합니다. 가족의 관심, 여자 친구의 사랑, 필요한 만큼의 경제력, 그리고 사고의 자유를 입대와 동시에 박탈당하는 순간, 엄청난 깨달음이 머리와 가슴으로 밀려드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환경이 이전보다 나빠지면,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는지에 대해 반추하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가 군대에 가든, 형무소에 가든, 혹은 사막 한가운데 던져지든 상관없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순간이면 마찬가지의 생각을 품을 것이라는 것 쯤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군대는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가는 곳‘이 아닙니다. ’가서 이 악물고 버티다보니 배울만한 것이 있더라‘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습니다.

급하게 적다보니 여느 때처럼 산만한 글이 되었네요.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여전히 돌아간다지만, 너무나도 더디게 돌아갑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예비 신병 여러분, 그리고 예비 고무신 여러분! <용서받지 못한 자>를 꼭 감상하세요. 아참, 전역하신 예비역 여러분들이 보신다면 아련한, 그리고 미련한 자신의 과거를 만날 수 있을것입니다. :^)

p.s 불과 28살에 불과한 윤종빈 감독, 그의 미래가 무척이나 궁금한 지금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02/12 17:40
수정 아이콘
예비역으로서 이 글에 리플을 달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관이 뚜렷하신 분 같아요!
"용서받지 못한 자" 이건 제가 군생활 할 때쯤 나온 영화인데, 아직 보진 않았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꼭 보고 싶다는 맘이 생기는데요!
Judas Pain
06/02/12 18:03
수정 아이콘
군생활이라...

어느날 콜린윈슨은 지쳤있었고 삶에 진력이 났으며 가고 싶지 목적지를 향해 가기 위해 트럭을 얻어탔다 처음엔 기쁘지도 감사하지도 않았다, 얼마가지 않아 차는 엔진고장으로 멈춰섰고 그는 두번째 트럭을 타야했다 두번째의 트럭역시 엔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는 점차 불안해졌다.. 트럭의 속도를 줄이자 이상한 소리는 곧 잦아들었다 몇분이 지나 트럭운전사가 20마일 미만의 속도로 달린다면 목적지에 도달할수 있을것 같다고 하자 그는 곧 안도감과 행복을 느겼고 곧 이 불합리함에 주의했다 최후의 시간동안 그에겐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았고 단지 불편함으로 위협을 당했는데 이제 곧 그 위협이 사라졌다는 사실뿐이었다

"고통이나 불편함에 의해 자극될수 있는 마음에는 한계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행복에는 무관심하다" 아웃사이더 -콜린 윈슨

전 죽을뻔한 경험이 두번 있었습니다, 그떄마다 다음날 아침은 가장 아름다웠고 아침식사는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지요

군생활에서 얻는것은, 자신이 진정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강제적으로 깨닫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그건 삶에 대한 강한 열망 그리고 좀더 나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다름아닙니다

긍정하든 부정하든, 고통은 사람을 변하게 합니다
이상한건 그런 경험때문에 인생에 대해 진지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극적인 순간에서 느낀 감각때문에 평생 다시 그것을 찾아헤매는 사람도 있죠

그러나 보통 군대는 사회화도 가르치기 떄문에 보통은 다들 군대애기 하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극적이었던 순간을 되씹는것으로 만족합니다
하늘호수
06/02/12 18:56
수정 아이콘
여느 영화와는 달리 남성분들이 많이 보러 오셨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 중간중간에 웃는 남성관객들을 보면서 군대 다녀온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는 영화로구나...생각했습니다. 영화 끝나고서야 감독이 누구인지를 알았고 그 능청스러운 연기에 깜짝 놀랐답니다. ^^
Ms. Anscombe
06/02/12 19:07
수정 아이콘
"군대는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가는 곳‘이 아닙니다." 전적으로 동감.

배울 것이 있다면(고통이나 기타 등등), 전쟁이나 고문 경험이 더 좋을 듯 한데 말이죠.. 그런 경험 '덕분에' 일본이 그토록 잘 나갔던 것이려나?
06/02/12 19:31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정말 뜬금없는질문이지만 아시는 분들 있으시면 답변해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군대에 지원을 했습니다 . 일반 지원이 아니라.. 그모냐..
지원자가 입대를 취소하거나 변경해서 남은 자리를 지원했는데
12.20일날인가 아마 신청하는 날이였을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날 신청을 했는데 4.17일이라고 나왔는데 ..
군대연기를 할수 있나요?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연기가 불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답답합니다.. 꼭 연기를 해야되는데 ㅠ ㅠ
(글 내용을 알아보실련지.. 워낙에 필력이 딸려서;;;)
비애래
06/02/12 19:32
수정 아이콘
얼마전 발표한 얀의 5집 앨범 타이틀곡의 제목이 '고무신을 신은 줄리엣' 이죠. 그걸 들으시면 군입대를 하시는 남성분들이나, 그들의 여자친구분들이 공감하실듯 ^^;;
iloveeggo
06/02/12 19:46
수정 아이콘
최자님//
몇몇 상황이외에는 연기불가로 알고 있습니다.
몇몇 상황은, 본인 행방불명, 직계가족 상, 천재지변..이정도로 알고 있구요.
위 상황이 아니시라면 무조건 가야합니다.
저도 같은 지원을 해서 4월 25일날 간다지요. ^^
*블랙홀*
06/02/12 19:48
수정 아이콘
최자님//다시 대학 다니시거나 취소버튼을 누르시면은 될 듯 싶습니다.(지원신청 취소버튼이 있는걸로..)다시 입영신청을 하시면은 중요한건 2달동안은 다시 입영 신청을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휴..4일 남았군요...4주 훈련 받으러 가는거..
공익이여서 4주지만....막상 4일 앞으로 다가오니 착찹 하네요..
현역으로 가시는 분들 드신돌 살포시 내려주세요....
*블랙홀*
06/02/12 19:49
수정 아이콘
착찹->착잡으로 교정합니다..맞춤법에 착잡이라고 나와있네요..ㅎ
06/02/12 20:11
수정 아이콘
iloveeggo, 블랙홀// 감사합니다
근데 어떤분 말씀이 옳은건지..
저도 사실 iloveeggo 님이 말씀하시는걸 어렴풋이 기억해서 여쭤 본건데
차마 병무청에 전화해서 물어보지는 못하겠고 해서 ..

아 .. 블랙홀님 말처럼 된다면 좋겠습니다 ..ㅠ ㅠ
그냥 학교다닌다고 하면 안되나요;;
세이시로
06/02/12 20:43
수정 아이콘
아직 군대에 가지 않았고 또 일반병으로 입대할 예정도 없지만
이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영화는 정말 최고더군요.
그 어느 영화나 소설, 인터넷 이야기를 통해서도 이 영화만큼 '군대'라는 집단에 대해 깊이 알게 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늘호수 님 말처럼 남성관객이 유난히 많았었죠.
군대생활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그래 저랬지"하는 것처럼 다들 웃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그 무서운 침묵이란...정말 인상깊게 본 영화입니다.
06/02/12 22:49
수정 아이콘
이거 보고 너무 겁먹게 되고 부정적 인식만 갖게되는건 아닌가요..덜덜
하수태란
06/02/13 01:02
수정 아이콘
제목을 보고 기대하던 내용이랑 많이 달라서 살짝 아쉽군요.
저는 군대와. 여자친구에 관한 글인줄 알았는데.

어쨌든 예비역이 된 입장에서 생각해볼때.
여자친구는 모두 정리하고 군대를 가는것이 서로에게 좋은일인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지 않아도 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화기 쓸수 있고 매주 외박나올수 있는 카투사가 아니라면.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여자친구를 기다리게 만드는건
'해서는 안될 일' 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군인은 여자친구에게 무작정 기대게 되고.
그에 반해 여자친구에게 군인이 해줄수 있는건 정말 별로 없죠.
전화를 받아줄수 있는것도 아니고. 보고싶을때 볼 수 있는것도 아니고.

물론 모든것을 초월하는 예외적인 커플들이 있긴 하지만요.
06/02/13 19:55
수정 아이콘
영화 본 사람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영화 속에서 윤종빈 감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전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랬죠. 이 영화가 군대 사회를 적나라하게 표현한것도 대단하지만, 윤종빈 감독이 정식 배급사를 통해서 만든 영화가 아닌, 대학교 졸업 작품이라는 사실이 더 놀랍니다. 거기다가 배우 섭외 능력도 탁월.(남자 주인공 중 한명-태정-은 연극 배우로, 현재 KFC 광고에 출연 중, 다른 한 명-승영-은 텔런트 서인석의 자제분이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0903 NaDa & Terran...테란의 버려진 것들을 이용해 더 높은 곳으로...(2) [11] 풀업프로브@_@3951 06/02/13 3951 0
20902 리니지 주민번호 도용 확인해보세요. [45] 공고리5306 06/02/13 5306 0
20900 쇼트트랙! [20] genius3523 06/02/13 3523 0
20899 저그잡는 프로토스, 박지호. [34] 게레로3576 06/02/13 3576 0
20897 종교인과 안티종교인의 연애? [142] Radixsort5717 06/02/13 5717 0
20895 최연성 선수 우승을 기원하며.. [33] 정재완3688 06/02/13 3688 0
20894 [영화평]게이샤의 추억(스포일러 약간) [13] 날개달린질럿3707 06/02/12 3707 0
20893 [연재소설]Daydreamer - 1.new challenger [1] kama4455 06/02/12 4455 0
20891 스타의 '스위치 히터', 랜덤 유저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인가? [25] paramita4644 06/02/12 4644 0
20890 명예의 전당을 보는 중... [8] SaveLee3323 06/02/12 3323 0
20889 날아라! 슛돌이! ^^ [24] iloveus4536 06/02/12 4536 0
20888 대학교 오티 다들 가보신 경험이 있으시겠죠? [53] HolyNight6830 06/02/12 6830 0
20887 NaDa & Terran...테란의 버려진 것들을 이용해 더 높은 곳으로... [25] 풀업프로브@_@3892 06/02/12 3892 0
20886 입대를 앞둔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그 여자친구 분들에게. [14] sylent3883 06/02/12 3883 0
20885 [잡담] 2006년 2월 12일 4번쨰 외박을 마치고 [3] 햇빛이좋아3774 06/02/12 3774 0
20884 [잡담]우리는 장충에 가야 합니다. 갚을 빚이 있습니다 [12] Daviforever4230 06/02/12 4230 0
20882 KTF와 GO...지는쪽은 미래가 없다... [31] 다크고스트5373 06/02/12 5373 0
20880 지구상에서 내 반려자를 만나 결혼할 확률&운명 [9] 꼬기맨5934 06/02/12 5934 0
20879 번역연습 - 인테르의 역사(조금 장문입니다) [8] 라이포겐3787 06/02/12 3787 0
20878 후아^^ 오늘은 휴가복귀날입니다... [5] Xell0ss4170 06/02/12 4170 0
20877 오늘, 결승전에 다녀왔습니다. [8] Blind3711 06/02/11 3711 0
20875 떠나는 그의 블로그를 다녀오다... [8] 몽상가저그3469 06/02/11 3469 0
20874 스타리그 주간 MVP (2006년 2월 둘째주) [33] 일택3545 06/02/11 354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