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전부터 언더독 팀을 좋아했습니다
스타 시절엔 똑부러지고 모범생에, 어쩔땐 인간미 없어보일정도로 잘하던 전통의 명가 SKT T1보단
우당탕탕하면서 항상 1인자를 위협하지만 가끔은 미끄러질때도 있는, 뭔가 낭만이란게 좀 더 남아있는 삼성전자 KHAN을 좋아했구요

롤로 넘어간시절에도 똑같은 이유로 T1보단 젠지를 좋아했습니다.

16,17시즌의 그 돌부처같은 큐베를 좋아했거든요.

앰비션이 탑을 버려도, 억까를 당해도 흥분 하나 안하고 '허허...'하면서 받아치는 모습들이....

롤은 거의 초창기때부터 보긴 했지만 특정 팀을 응원하는건 이 때 부터지 않나 싶습니다.

'오.... 이거 심상치 않은데?'하면서 기대를 하기 시작하면 귀신같이 기대컨을 하며 뒤통수를 때려주고

또 기대를 안하면 슬금슬금 올라와서 상위권을 다투는 젠지...

솔직히 월즈 17결승도 우승했을 때, 페이커의 눈물에 포커스가 쏠린것도 그 당시엔 사실 좀 못마땅했어요...
뭔가... [별...별로 안좋아요]이런 느낌이었으려나?크크


사설이 길었네요 아무튼....
사실 이 내용의 글을 쓰려고 젠지 우승 다음날부터 생각했지만 귀차니즘때문에 못 적고 있었는데
오늘 일어난 후술할 사건으로...

아무튼 그런 제가 롤파크 첫 직관간게 19서머였습니다
젠지 VS 담원이었죠


서머 마지막 경기였는데 제가알기론 순위가 간당간당해서 이 경기를 이겨도 선발전 가네마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진 않습니다. 애초에 경우의 수가 지워져있던 것 같기도 하고....)

뭐 경기내용은 그렇게 일방적이지도 않고 역전도 나오고 재밌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결국엔.... 네... 졌습니다. 롤드컵 경우의 수도 지워졌구요. 시즌이 끝났죠.


그래서 패배요정이 되어서 터덜터덜 경기장을 나오고 있었는데

원래 패배팀도 경기 후 팬미팅을 진행하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서머 마지막경기, 시즌 마지막 경기여서 그런지
졌음에도 롤파크 복도 그 벽화 그려진 곳에서 마지막 팬미팅을 하고 있더군요.
좀 늦게 나가서 앞쪽은 이미 팬들이 점령했고
전 사이드쪽 선수 퇴장하는 통로쪽에서 지켜봤는데
분위기가 막 그래 초상집은 아니었는데
유독 룰러 선수 어깨가 쳐져있더군요. 다른 선수들보다 텐션이 많이 낮은게 보였습니다.

어찌저찌 간단한 팬미팅이 끝나고 선수들이 제 앞쪽 통로를 따라 퇴장하는데 그때까지도 룰러선수가 유독 눈에 밟히더군요
그래서 들어가는 룰러선수 뒤통수에 대고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화이팅' 대충 이런 얘기를 크게 했던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룰러선수가 제 외침을 듣고는 잠깐 뒤돌아 서더군요.
그리고는 옅은 미소를 띄우면서 손을 흔들어 줬는데
전 그 장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었습니다.

뭐 원래부터도 룰러선수 응원 안했던건 아니지만 그 뒤로도 제 원딜 최애는 룰러선수였구요.

19 시즌 이후로도 커뮤에서도 원딜 관련 이야기 나오면 당시 폼이 안좋아도 룰러 끼워팔아서 한마디씩 했구요 크크
남들 다 비원딜 꺼낼 때 비원딜 못다룬다며 까일 때,
폼 떨어졌다고 '이젠 더이상 예전 폼 못 만든다' , 더 나아가 은퇴얘기까지 나올땐 참 슬펐어요
반지원정대를 꾸리고도 LCK타이틀 못따고, 월즈에서 부상투혼으로 경기뛸때도 보고...

그래서 성불한 이번 서머 우승을 굉장히 흐뭇하게 바라보고 선수단 인터뷰를 봤는데








룰러도 저 날을 기억하고 있더군요
심지어 프로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확실히 그 날 힘들어 했던게 맞았네요

이 인터뷰를 보고 뭔가 제가 이번 룰러의 서머 시즌 우승에 0.5%정도는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면서도...크크
원래 여기까지 내용을 적을려고 했는데 우승 후 타이밍도 놓치고 귀차니즘에 괜히 별거 아닌데 주접떠네 싶어서 글 안적고 있었는데....








[오늘부로 'Ruler' 박재혁에 대한 지지를 철회합니다]
[현시각부로 한체원으로 'Prince' 이채환 선수를 지지함을 밝힙니다]
[샌드박스 화이팅! 롤드컵 가자~]

[재혁아 난 네가 행복하길 바랬지만.... 이정도까진 아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