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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1/15 18:41:57
Name 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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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간만에 읽어본 책 [한국인의 기원] (수정됨)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한국인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었나?”라는 질문에 저자 나름의 답을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답게 저자가 내놓은 키워드는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고대 한반도로의 인구 유입이나 인구 유출은 모두 이 “기후변화”가 동인이 되어 이루어진 사건들이라는 것이 저자 주장의 핵심입니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 보면 평지가 적고 산지가 많은 한반도의 지리적 조건은 고대의 수렵채집인들에게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조건이었다고 합니다. 넓은 대륙의 초원에서 수렵과 채집 활동을 하던 고대의 사람들에게 한반도는 굳이 갈 이유가 없는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변화했던 기후는 고대인들의 선호와는 상관없이 생존을 위해 한반도로의 이동을 강제하곤 했으며 여러 차례에 걸친 한반도로의 인구 유입과 유출을 거쳐서 오늘날의 한국인이 형성되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 주장의 요지입니다.

기후가 한냉해지고 건조해질 때마다 한반도의 북쪽에서 소위 “기후 난민”들이 한반도로 유입되었고 이때마다 이들은 토기 문화, 기장 농사, 벼 농사, 청동기 문화, 철기 문화등을 한반도에 전파했습니다. 기후가 다시 온화해지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일부는 한반도에 정착하여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기후 상황이 정말 안 좋을 때는 한반도로 내려왔던 사람들이 아예 일본으로까지 진출하여 일본인의 기원에 크게 이바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인구의 대규모 이동은 적어도 안정적인 고대왕국들이 한반도에 자리를 잡은 4세기 무렵까지는 계속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약 8200년 전 추위를 피해 아무르강 유역에서 내려온 수렵채집민 집단, 중기 청동기 저온기와 약 3200년 전 산둥, 랴오둥, 랴오시 등에서 이주한 농경민 집단, 철기 저온기에 랴오시와 랴오둥에서 남하한 점토대토기 문화 집단, 중세 저온기에 북방에서 내려온 고조선과 부여의 유민이 혼합하여 현대 한국인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 되겠습니다. 저자의 이런 주장이 맞다면 현재 북중국인들이 한국인들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인들 역시 유전적으로 우리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는 이것을 확정적인 사실로서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저자 역시도 아직 연구해야 할 분야가 많고 확정적인 결론을 내릴 만큼 충분한 자료들이 부족한 분야도 있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더 다양한 지역에서 발굴된 더 많은 한반도 고인류들의 유골에서 DNA를 추출하여 전체적인 DNA지도를 그릴 필요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기후의 변화가 고대인들의 인구 이동에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만큼은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의 짧은 생각으로도 수렵채집인들이 평소의 생활반경을 훨씬 뛰어넘어서 이동을 해야만 했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주변 환경의 변화 이상으로 크게 작용할 다른 원인이 있을까 싶긴 합니다. 한 집단이 대규모로 특정지역으로 들어오게 되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집단들과 갈등과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그 경쟁이 힘든 집단은 어쩔 수 없이 또 이동을 해야되는 “대규모 이동의 연쇄반응”이 벌어졌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이런 내용 말고도 한번 읽어볼 만한 다양한 다른 내용들도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프리카를 탈출한 호모 사피엔스들의 전반적인 이동에 관한 내용도 있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이집트 문명, 로마 문명과 같은 서양의 찬란했던 문명들이 어떻게 예상치 못하게 닥친 기후의 변화로 인해 부침을 거듭했는지에 대한 내용도 나옵니다. 현재의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미래의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될지를 전망해 보는 부분에서는 저 역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내용이 아주 알차다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읽었던 책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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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인
24/11/15 18:53
수정 아이콘
북중국인-한국인-일본인의 유전적 유사성이야 이젠 연구결과가 사실상 나온 상태라 본문의 의견을 뒷받침하기에 무리가 없어보이네요
사부작
24/11/15 19:50
수정 아이콘
단군할아버지 고조선은 그냥 조상 집단 중에 하나인 거죠?
24/11/15 19:58
수정 아이콘
아마 만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던 어떤 특정집단을 상징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재규장군의결단
24/11/15 20:07
수정 아이콘
예전에 한국인을 북방계, 남방계로 구별지어서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북방계/남방계 이쪽은 과학적 이론이 아니었나 보네요. 글만 보면 애초에 '남방계'라는 존재 자체가 없다고 봐야겠네요.
24/11/15 20:15
수정 아이콘
제가 책을 정확하게 이해한 게 맞다면 사살 저 북방에 있었다는 수렵채집민들도 더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국의 남부에서 거기까지 올라온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대로 기후변화가 이동의 주된 동인이라고 본다면 기온이 더 따뜻했을 남쪽에서 일부러 북쪽으로 올라올 일은 드물지 않았을까 싶긴 하네요. 그래도 한반도 남부나 제주도에는 오래 전에 일본에 정착했었던 조몬인들이 좀 살았을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제주도 사람들의 DNA에 조몬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아스라이
+ 24/11/15 20:51
수정 아이콘
혹시 책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이야기도 살짝
건드려 주나요? 그쪽 형님들이 우리랑 닮은
외형이지만 유전적 거리는 꽤 멀단 얘길 들어서리
흥미가 동해서 말입니다 .
+ 24/11/15 20:55
수정 아이콘
살짝 나옵니다. 하지만 깊게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제가 지금 책이 수중에 없어서 정확하게 답변해 드리지는 못하지만 우리 한반도의 사람들과 다이렉트로 접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이카리 신지
+ 24/11/15 21:23
수정 아이콘
이 분이 쓴 <기후의 힘>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흥미진진한 내용임에도 다소 어려워서 다 읽는데 오래걸렸던 기억이 나네요. 이 책은 더 흥미진진해 보임.
동년배
+ 24/11/15 21:44
수정 아이콘
사실 이 책에서 한국인의 기원 파트는 적고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퍼져 나왔는가가 주된 이야기입니다만
저도 한국인 기원 파트는 우리와 관계 있는 파트라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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