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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2/17 20:45:42
Name 이쥴레이
File #1 Screenshot_20250217_202255_Gallery.jpg (1.18 MB), Download : 1803
Subject [일반] 퇴마록(2025) - 난 27년전 이영화를 극장에서 봤어요. 하지만..(노스포)


1998년 8월 15일. 학생때였다.
그날은 특별했었다. 극장을 전혀 가지 않는 친한 친구 넷이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로 한 날이었으니까.
그전에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영화 본것은 더록이었다.(이 영화는 몇번 재탕해서 봤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선택한 영화는 퇴마록. 당시 소설 퇴마록의 인기는 폭발적이었고,
우리 네 명 모두가 열렬한 팬이었다.  개봉일전부터 설렘을 안고 계속 기다렸었다.  

안성기가 박신부래.. 현암을 신현준이 한데...추상미가 승희래.. 등등..
동네에서 딱하나뿐인 단관 영화관을 들어가기전까지는 참 즐거웠다.  
부슬부슬 비도 내렸던거 같다.

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의 우리 얼굴에는 실망감만 가득했다.

“앞으로 절대 한국 영화는 극장에서 보지 않겠다.”

우리는 하나같이 다짐했다. 악평을 쏟아내느라 바빴다.
우리가 생각한 퇴마록은 그곳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27년이 흘렀다.

우연히 들려온 소식. 퇴마록이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나온다고 한다.
솔직히 별 기대는 없었다.

애니로?
아동만화식으로 만들려는건가?
어설픈 3D?

편견으로 인한 한숨만 나왔다.

그러다가 용산에 리뉴얼된스크린엑스 갔다가 예고편을 봤다.
4면 스크린때문인가? 효과가 장난 아니라서 눈요기는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 사운드가...
결국 예매했다. (바이럴 아님..!)

그때처럼 크게 기대는 하지말자.. 옛추억으로 보는거지..
그러다가 PGR글 후기글들을 봤다.
아 어차피 다음주면 보는데 기다리자...하다가
찾아보니 주말에 영등포에서 프리미엄 상영회를 하더라..

그당시 멤버들과는 이제 다들 결혼하고 자기 삶을 사느라 바쁘지만 지방에 사는 친구를 빼고는
2명을 설득했다..... 우리는 다시 오랫만에 퇴마록 원정을 갔다.

다들 과거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며 기대는 하지 말자고 했다.

극장에 들어서자 생각과는 다르게 객석을 채운 것은 2030대 젊은 층이 아니라,
4050대의 관객들이었던거 같다. 우리처럼, 27년 전 퇴마록을 기다렸던 그때의 사람들이었을까?

마치 낡고 올드하고 오랜된 친구를 다시 만나러 온 듯한 분위기.
스크린이 밝아지고, 오랜 시간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퇴마록이
다시 우리 앞에서 움직였다.

나는 극장에서 박수를 치는 사람을 살면서 딱 세번 봤다.

첫 번째는 대학생시절 강릉에서 열린 학보사 연수 때였다.
여름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개봉되어 전체가 연수도중 다같이 보러갔다.
영화가 끝나고 부원 한명이 일어서서 혼자 열심히 박수를 쳤다.

당시에는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안다. 그것이 찬사라는 걸.

두 번째는 용산 아이맥스에서였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극장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세 번째는 타인의 삶 재개봉 당시.
그날, 딱 10명도 되지 않는 관객중 한분이 눈물을 흘리며 일어나 열렬하게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27년 만에 다시 만난 퇴마록.

영화가 끝나자마자 객석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도 모르게 손을 모아 작은 박수를 보냈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깔끔하고, 연출이 탄탄하며, 성우들에 열정넘치는 호연,기대했던 그 감정을 그대로 전해주는 작품.
그때, 실망하고 돌아섰던 우리에게 이제야 제대로 된 퇴마록이 보였다.

친구들과 아쉬움과 추억이, 그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 순간이었다.

아마 27년전 학생시절 친구들과 보고 싶고 기대하였던 퇴마록은 이게 아니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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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17 20:50
수정 아이콘
예매합니다.
귀여운호랑이
25/02/17 20:52
수정 아이콘
와, 그정도인가요? 이번 주말에 보러가야겠네요.
호랑이기운
25/02/17 21:20
수정 아이콘
요새 90년대생들은 퇴마록 모르긴하더라고요
라이징패스트볼
25/02/17 21:21
수정 아이콘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였느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오래된 시리즈가 갑작스럽게 영상화되고, 또 잘 뽑혔다는게 참 신기하면서도 반갑습니다. 다만 해외 거주중이라 못본다는게 심히 안타까울 뿐이죠.
25/02/17 21:52
수정 아이콘
성불하셨군요
하루아빠
25/02/17 22:13
수정 아이콘
퇴마록 어릴때 보다가 말았는데 지금 봐도 재미있을까요? 그때 재밌게 보다가 시험기간인가 그래서 흐름이 끊켜서 접었던터라..
이쥴레이
25/02/18 00:57
수정 아이콘
소설이 30년전에 처음 나온 작품이다보니 지금보면 어떤느낌인지 애매하네요.
그당시 학생일때 정말재미있게 읽어서.. 지금 개정판도 나온걸로 아는데 주말에 한번 도서관 가서 읽어볼까 하네요.
제 기억상 마지막 말세편까지 뒤로갈수록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바이바이배드맨
25/02/18 00:20
수정 아이콘
오 봐야겠네요
及時雨
25/02/18 00:22
수정 아이콘
제 말 맞았죠? 크크크크
25/02/18 00:29
수정 아이콘
혹시 많이 공포스러울까요?
예비 초5학년 딸이랑 볼까 하는데 애가 살짝 겁이 많아서요.
이쥴레이
25/02/18 01:00
수정 아이콘
능력자 대결물(?) 위주다보니 전체적으로 공포호러쪽은 약합니다만 깜짝 놀라는 구간이 2개정도 있습니다. 겁쟁이인 저는 실눈뜨며 그 놀라는 구간 예상되어서 봤지만 흑흑.. 같이간 초초 겁쟁이 친구는 딱 한구간 3분정도가 너무 분위기와 깜놀로 무서웠다고 했습니다.

다른친구는 저게 뭐가 무섭냐 했지만 그 친구도 실눈뜨고 보다가 움찔한거 저는 압니다.. 그만큼 좀 임팩트가 있습니다.

자세히 말하면 스포인지라 어느정도 예상되는 구간이고 예고편에서도 나왔던지라 딸아이 눈은 한번 가려주는게 좋을수 있습니다. 그 부분만 빼면 호러나 공포 느낌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될거 같네요.
25/02/18 01:34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퇴마록 전권 읽었던 사람으로서 바로 예매 해야겠네요~
졸려죽겠어
25/02/18 01:32
수정 아이콘
기억 가물가물하긴 한데 에피소드 한편 제목은 기억나네요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 였나
WeakandPowerless
25/02/18 03:57
수정 아이콘
이토록 보고싶게 만드는 평론이라니
seotaiji
25/02/18 07:04
수정 아이콘
저예요 눈물 흘리면서 엔딩떄 그냥 박수쳤어요
박수 안치고는 견딜수가 없었어요
눈물은 초반 부터 흘리기 시작했구요
25/02/18 11:58
수정 아이콘
너희는 그 옛날 퇴마록이 실사화 되었었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크크크
라디오헤드
25/02/18 16:21
수정 아이콘
아트디렉터가 친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따마유시
25/02/18 16:42
수정 아이콘
추상미:승희는 지금 생각해도 싱크로가 매우 좋았었던듯 합니다. 현암이 너무 코가큰게 패인인건가
25/02/18 23:01
수정 아이콘
퇴마록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안나네요. 스톤헨지가 나왔었던거같은데 그거말고는
Eternity
25/02/19 06:44
수정 아이콘
지난 일요일 프리미어 상영회로 보고나서 이번주말 용스엑으로 또 예매했네요. 개봉하면 N차관람 열풍이 불 거 같습니다.
JAZZMANIA
25/02/19 18:29
수정 아이콘
전 시사로 미리 보고 왔습니다. 이번에는 진짜라구요!!!
퇴마록 적극 추천합니다!! 정말 잘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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