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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18 03:40:00
Name 팟저
Subject [일반] 인문돌이들이 삼공파일님 글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
는 바로 헤겔입니다.





...상략...바로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한 철학의 위치가 흔히 오해를 야기시키는 관건이 되어왔거니와 이 점과 관련하여 나는 이제 앞에서도 지적되었던 문제, 즉 철학이란 바로 이성적인 것에 대한 근본적 탐구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오직 이것은 현재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의 파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일 뿐......그야말로 공허한 이상을 지칭하는 표어와도 같이 여겨지곤 하는 플라톤의 국가론조차도 본질적으로는 오직 그리스적 인류의 본성을 파악한 것으로 보야만 하겠는 바......철학이 나타내주는 그 모든 편견 없는 의식은 바로 이와 같은 확신 속에 자리잡고 있으며 또한 이 확신으로부터 출발하여 철학은 자연적 우주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정신적 우주에 대한 고찰도 행하게 되는 것이다.

...중략...

자칫 여기서 철학은 자기와 관계 없는  갖가지 사물에 말려 들어갈 수 있는 까닭에 차라리 철학으로서는 그러한 일거리에 대해서 아예 참견을 안 하는 편이 좋을 듯도 하다. 이것은 마치 플라톤이 기술했듯이 유모가 어린 아기를 안고 있을 때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그 아기를 팔 위에서 흔들어대야만 한다는 따위의 말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또 마찬가지로 피히테의 경우처럼......소위 제도의 완비에 대해서까지 언급할 필요없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렇듯 세세한 문제까지 다루다 보면 여기서는 어느덧 철학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될 위험이 따르는 까닭에 결국 철학으로서는 오히려 수없이 많은 그 대상들에 관하여 극히 자유로운 입장을 취한다는 점에서 그토록 지나치게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중략...

이 글이 국가학을 내용으로 삼는다고 할 때(필자 부연 : 여기서 과학철학을 국가학에, 과학을 국가에 대응시켜 보시면 됩니다.) 국가를 그 자체로서 이성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또 서술하려는 시도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철학서로서의 이 글은 추호도 국가가 어떻게 존재해야만 하는가라는 당위적인 쪽으로 문제를 봐나가려는 것은 아니므로 결국 이 책이 담고 있는 (철학이 줄 수 있는)교훈이란 결코 국가가(과학이) 어떻게 있어야만 하는가를 국가로(과학으로) 하여금 깨우치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국가라고(과학이라고) 하는 인륜적인 우주가 어떻게 인식되어야만 하는가를 가르치는 데 있다.

...중략...

그러므로 결국 자각적 정신으로서의 이성과 현존하는 상태 속의 현실성을.......현재라는 십자가에 드리워진 장미로 인식하는 가운데 이 현재 속에서 기꺼워한다는 것, 바로 이러한 이성적 통찰이야말로 현실과의 유화, 화해를 뜻하거니와 결국 철학은 개념적으로 파악하면서도 또한 실체적인 것 속에서 주관적 자유를 유지하는 가운데 결코 특수적이거나 우연적인 것이 아닌 즉자대자적인 것 속에서 그의 주관적 자유를 간직하고자 하는 내적인 요구를 어떻게든 싹터오르게 하려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렇듯 현실성과 유화, 화해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앞에서는 다만 추상적으로 형식과 내용의 통일로 불렸던 것이 한층 더 구체적인 의미를 띠고 나타난 것이라고 하겠는 바 왜냐하면 형식이란 그 가장 구체적인 의미에서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인식작용으로서의 이성이며 또한 내용이란 인륜적 내지 자연적 현실의 실체적 본질로서의 이성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양자간의 의식적 동일성이 다름 아닌 철학적 이념인 것이다-그야말로 사상을 통하여 정당화되지 않는 것은 그 어떤 것일지라도 결코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하나의 위대한 아집이며 더욱이 인간을 영예롭게 하는 아집으로서-...

...중략...

이제 이 세계는 어떻게 있어야만 하는가라는 데 대한 가르침과 관련하여 한마디 한다면, 그러한 교훈을 받아들이기 위한 철학의 발걸음은 언제나 너무 느리다고 하는 것이다(삼공파일님은, 과학에 있어선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계시구요). 세계의 사상으로서의 철학은 현실이 그의 형성과정을 완성하여 스스로를 마무리하고 난 다음에라야 비로소 시간 속에서 현상화된다. 바로 이와 같이 개념이 가르쳐 주는 이것을 역사도 필연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으니, 즉 그것은 현실이 무르익었을 때에 비로소 관념적인 것은 실재적인 것에 맞서서 나타날 뿐만 아니라 또한 전자는 후자의 실재적인 세계를 그의 실체 속에서 파악하는 가운데 이를 하나의 지적인 왕국의 형태로서 구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철학이 잿빛에 잿빛을 겹쳐 그릴 때, 이미 생의 모습은 너무나 늙어버린 다음이니, 그 위에 잿빛에 잿빛을 겹쳐버릴지언정 (생의 모습은) 젊어지는 것이 아니며 다만 인식되는 것일 뿐이다...하략...

- 임석진 역, 지식산업사 1989년 출판본입니다. 소괄호는 전부 제가 자의적으로 삽입한 것입니다. 또한 마지막 구절은 미려함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아 제 멋대로 이것저것 취합해서 상상의 나래를 편 것이니 넓은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너무도 유명한 헤겔의 법철학 서문이죠. 소재와 태도가 다를 뿐 삼공파일님의 접점을 찾기 쉽습니다. 무엇보다 '철학'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는 완벽히 동일하구요. 다만 헤겔은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소재에 대해 (본인 자신이 그 맥락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철학적 접근을 하려는 것이며, 삼공파일님은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소재에 있어서 철학적 접근이 (위 맥락에서)그 형식에 있어서든* 내용에 있어서든**, 실제 양상에 있어서든*** 불가능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말하기 위해 삼공파일님은 이러한 시도를 했던 포퍼를 사례로 든 것이구요(아아,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또한 그러한 포퍼의 시도가 양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맥락에서 포퍼와 다른 방향에서 '인식'을 하고자 한 쿤의 접근조차도 실상과 현격한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불가능함을 다시 한번 강조할 뿐입니다.

이때 "포퍼와 쿤으로 대변되는 과학철학의 담론도 현재 과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별거 없다며? 그럼 과학은 뭔데?" 라고 반문해봐야 별무소용입니다. 왜냐하면 삼공파일님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과학에 대한 철학적/총체적 접근/인식이 무가치할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다는 것이니까요. 즉, 구획도 되지 않을 뿐더러, 그거 없이도 멀쩡히 잘 굴러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럼 어쩌라고?" 글쎄, 삼공파일님께 물을 경우 어떤 대답이 있을진 모르겠네요. 그러나 삼공파일님이 과학의 대변자가 아니라, 과학의 양상에 대한 대변자로서 글을 올리셨다는 점을 양지하신다면 어느 정도 이해 될 여지는 있을 겁니다(되려 현실태로서 과학철학을 부정하신 삼공파일님께서 과학의 대변자를 자처하셨다면 아이러니겠죠. 그리고 이게 제가 헤겔을 인용한 가장 큰 이유기도 하구요.).

둘 사이에 심원한 비약이 있을 것이며**** 많은 인문학도(로 추정되는 분들)께서 그 부분을 공박하셨습니다만, 저는 도리어 인문학도라면 이를 앞서서 공감하고 그 앞에서 침묵해야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글을 써 봤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 초 세계를 총체적이고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철학/세계관으로 말미암던 시기와 지금은 분명 다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러한 인식 하에서 살아가니까요. 양자 간의 괴리는 다른 누구보다 그 인식을 너무도 당연히 전제해야만 성립하는 인문학과 인문학도가 극심하게 겪는 중일 것입니다.


* " 더욱 더 중요한 점은 이 논의들이 현재까지 생명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포퍼와 쿤의 이론은 물리학이 가장 절정으로 꽃피던 시기에 나타난 것들입니다. 포퍼는 반증가능성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를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의 검증 실험에서 얻었다고 말했고, 쿤은 그 자신이 유능한 물리학자였죠.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은 물리학의 시대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생물학의 시대, 의학의 시대, 나노과학의 시대, 컴퓨터과학의 시대죠. 펜 한 자루로 우주를 누비거나 세계를 돌며 표본을 채취하다가 천재적인 영감으로 불멸의 법칙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고 그들 역시 과학자이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제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조류학이 새가 나는데 유용한 만큼만 과학철학은 과학자에게 유용하다.” 천재 물리학자로 유명한 리처드 파인만이 한 말입니다. 뒷동산에 올라갔는데 정체 모를 무언가가 푸드덕거리더니 하늘로 날아갔다면 우리는 대충 새가 날아갔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 "일상에서 우리가 어떤 이야기들이 과학인지 아닌지 판단하는데 철학적 사유나 이론이 필요할까요? 저는 이러한 논의들이 매우 소모적이며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밝혔듯이 저널에 올라와 있느냐 정도를 기준으로만 봐도 충분합니다. 얼마나 “좋은” 과학인지는 인용횟수로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 이 심원한 비약은, 헤겔 식으로 말하자면, 19세기-20세기 초의 시기에 대한 철학은 (포퍼가 되었든 쿤이 되었든) 나름의 지적 왕국을 드러냈지만, 그 이후의 철학은 '아직' 그러지 못했다는 이야깁니다. 삼공파일님은 그게 '아직'이 아니라 말하고 계시고, 바로 이러한 점을 이유로 전대의 포퍼나 쿤이 성립케 한 왕국 역시 부정하고 계시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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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문재인
13/07/18 03:44
수정 아이콘
.......gg
삼공파일
13/07/18 04:35
수정 아이콘
먼저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학부 때 과학을 전공했는데 과학철학 수업 몇 개 듣고 관심을 가진 정도입니다. 헤겔에 대해서는 내용으로는 정반합의 변증법, 철학의 의무를 말했다는 것 정도 알고 철학사적으로 기반에는 칸트가 있고 이후에 마르크스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딱 이 한 줄 요약으로 압니다.) 헤겔 자체를 독해하거나 그럴 능력은 없습니다. ㅠㅠ

제목을 읽고 인문학 전공하신 분들이 잘 모르실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써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ㅠㅠ 그런데 헤겔 원전을 떡하니 인용하시고 비관적인 문체를 그대로 따라가셔서 "인문학도들이여, 그 앞에 침묵하세요"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니 망치로 뒷통수를 크게 맞은 기분입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겸손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공파일
13/07/18 04:42
수정 아이콘
저 나름대로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과학을 직접 하면서 (내지는 하려고 하면서) 꽤 많이 고민을 했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저도 정리를 잘 못했는데 인용까지 해주시면서 잘 정리해주신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헤겔과 철학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같이 이해했을리가 ㅠㅠ)

과학이 뭔가 잘 모르겠어서 포퍼나 쿤을 읽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때려쳤거든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옛날 이론이라서 그런지 현대 과학, 특히 제가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과학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오랜만에 책 꺼내서 정리해본 것이었습니다. 유사과학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됐는데 Orbef님이 과학과 유사과학에 대한 글을 쓰신 걸 보니까 제가 가진 책 1장 제목이 과학과 유사과학이어서 생각이 난 거고요.

ㅠㅠ 부끄러워서 정말 책 좀 읽어야겠네요. (감사한 마음에 제가 추천 눌렀습니다.)
13/07/1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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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 글은 그다지 깊이있는 글은 아니었는데 (재미있게 쓰는 데는 성공한 것 같지만요) 제 글이 계기가 되어서 삼공님 글과 이 글까지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다니 기쁩니다. 이런 게 나비효과네요.
삼공파일
13/07/18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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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고해성사를 했네요 ^^;; 아름다운 나비효과인 것 같습니다
삼공파일
13/07/18 05:18
수정 아이콘
"그럼 어쩌라고?"에 대한 대답을 좀 생각해봤는데 답이 없네요. 굳이 대답하자면 "그냥 그렇다고..." 정도?

과학철학의 전성기에는 과학에 철학이 끼어들 틈이 있었기 때문에 끼었다고 생각하는데, 현대 과학은 분명 끼어들 틈이 매우 적어졌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앞으로 과학이 나아갈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왠지 문제 같기도 하면서 문제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진 않습니다. 과학의 분야는 매우 넓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기에 그러한 변화의 존재가 확실한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가장 첨단에 있는 것들은 무서운 속도로 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느낌을 받은 가장 실질적인 예가 바로 http://chemistry.harvard.edu/ 이 사이트입니다. 여기 실린 논문들의 내용을 제가 꼼꼼히 읽고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 아니라 과 이름이 chemistry에서 chemistry&chemical biology로 바뀌었더군요. 화학의 특성 때문에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대학이든 자연과학, 공학 상관 없이 다른 과들도 어느 순간 연구실 하나쯤은 생물학하고 있을겁니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은, 이게 대세라서 그런 걸겁니다. 바꿔 말하면 밥먹고 살려고... 죠. 그리고 이 생물학이라는 것이 자연을 사랑합시다, 이게 아니라 의학의 베이스로서 의미입니다. 또다른 축으로는 나노과학이 있죠. 이런 변화가 현재 과학의 모습이다라고 느꼈는데 이 모습 뒤에는 과학과 공학을 움직이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그것이 저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연히 합리성을 가지고 잘 운영되고 있는데 수렴되는 것은 점을 찍고 점이 찍히면 끝나는 게 아닌가라는 느낌에 이러한 합리성도 언젠가 한계에 다다르지 않을까 그런 의심을 합니다. 이런 실질적인 이유와 경험적인 이유에서 과학철학의 무용성을 강조해본 것이고, 아마 비약은 이런 개인적 경험을 생략한데 있을 것입니다.

헤겔을 인용하셔서 아름답게 포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물론 말씀해주신 그대로 생각한 것이고 비하인드 스토리 개념으로 적어본 것입니다. 이 체계에 철학이 낄 틈은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계속 생각을 반추하다가 보니까 너무 단정적으로 얘기한 것 같고, 뭐 ㅠㅠ
구밀복검
13/07/18 05:30
수정 아이콘
뭐 일전에 삼공파일님 글에 댓글을 달며 토론을 하긴 했지만 저도 근본적으로 삼공파일님의 견해와 크게 달리 생각하진 않습니다. 과학이란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봐요. 형이상학적인 보편 타당성이나 절대지를 지향할 것도 아니고, 메타적인 뭐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그냥 과학자 집단의 직관과 경험과 직업적 역량, 태도 등만으로도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죠.

다만 뭐..가령 세계 정부가 세워졌는데 그게 야만과 반지성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고 미망에 빠져 있으며 유사과학 빠심이 강해서 과학자란 족속들을 줬나게 환멸해가지고 과학자란 과학자는 다 잡아죽이고 과학적 저작물을 모조리 말살해버리려 한다더라...와 같은 경우의 과학의 지위 같은 걸 그냥 생각해봤던 거였죠. 물론 가능할 성 싶지가 전혀 않아보이고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과학에 기반을 두지 않은 정부조직이 번창할 리가 없으니) 어디까지나 개연성과 확률의 영역이지 필연의 영역은 아니니까. 현재도 소말리아라든가 시에라리온 같은 <사회 내>에서는 과학의 과 자도 씨알도 안 먹힐 거기도 하고요. 그런 사회야 과학이란 체계와 상관이 없다손 치면 그만이긴 하지만, 그런 사회가 보편이 된다면야..
13/07/18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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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네, 그리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때문에

- "그럼 어쩌라고?" 글쎄, 삼공파일님께 물을 경우 어떤 대답이 있을진 모르겠네요. 그러나 삼공파일님이 [과학의 대변자가 아니라, 과학의 양상에 대한 대변자로서 글을 올리셨다는 점을 양지하신다면] 어느 정도 이해 될 여지는 있을 겁니다.

라고 쓴 것이었구요. 아, 참고로 오해의 여지가 있어 부연한다면, 여기에서 이해 될 여지가 있다는 표현은 "본래 이해되기 어려운 주장인데 삼공파일님의 특정한 입장에 적극적으로 이입해볼 때 이해가 가능하다"는 뉘앙스가 아닙니다. 필자가 소재로 삼고 있는 대상을 독자 역시 명심하고 있어야 어떤 맥락인지 이해가 가능하다는, 뻔한 이야기죠.

그리고 헤겔 인용은, 도리어 "이런 실질적인 이유와 경험적인 이유에서 과학철학의 무용성을 강조해본 것이고, 아마 비약은 이런 개인적 경험을 생략한데 있을 것입니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텐데요. 애초 본문에서 헤겔이 대상으로 삼는 게 제학(법)을 포괄하는 철학이니까요. 소재가 다르고, 방향이 다를 뿐이죠. 굳이 헤겔인 이유는 제가 헤겔덕후라서.....도 물론 있긴 합니다만 인식이 현상에서 출발, 양상에 뒤이어 제학으로 정립되고, 이 제학에 대한 철학이 나타나, 이후 제학의 철학에 대한 철학적 접근까지 나아가는 과정을, 헤겔이 법철학 서문에서 다루기 때문입니다.

물론 헤겔학을 전공하는 경우가 아닌 한에야 헤겔에게서 이러한 인식을 뽑아내는 경우는 드물어 생경하실 겁니다. 음, 하긴 주 독자로 상정한 인문학도들에게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이거 아무래도 소재를 잘못 택했나.
삼공파일
13/07/18 10:03
수정 아이콘
흐흐... 이심전심입니다.
jjohny=Kuma
13/07/1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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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이공돌이들은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 추가로 재료가 필요할 기세!
13/07/18 06:13
수정 아이콘
초월과 내재를 은혜로 연결했던 토마스아퀴나스나 상부구조와 토대를 토대의 결정으로 연결했던 마르크스나 기대승에게 반박되면서도 끝내 주리론을 포기 안했던 이황처럼 세계를 일원론으로 파악하려했던 사람들은 다 과학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과학과 그 외의 것으로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사람들은 그 외의 것에 관해서는 결국 무당이니까요
더펄이
13/07/18 08:05
수정 아이콘
과학은 쟁이들한테서 나왔죠
옆집백수총각
13/07/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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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2)
저는 이게 인문학적이라고 생각하지는.. 흠.. 아..아닙니다..
브라운7
13/07/1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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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줄 읽고 gg.... 역시 나도 이공돌이였구나....
개미먹이
13/07/1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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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공파일님: 경험적인 것만이 과학적으로 유의미하다.
팟저님: 철학은 관념만을 다루어야 한다.

밑에 삼공파일님 글에도 적었지만 이러한 논의들은 이미 현대철학 특히 콰인 이후에 이미 충분히 논의된 내용입니다.
과학이란 단지 경험 (실험) 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당연히 이론 + 실험인 것이죠.
현대철학은 경험과 이론이 분리될 수 없으며 이론이 밑받침 되어야만 경험도 제대로 인식될 수 있음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대철학은 수학이나 논리학 등 기초학문으로서 제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현대수학 역시 삼공파일님이 언급하신 나노생물학, 암치료의학에 기여하는 바가 현대철학만큼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과학에서 수학이 배제되는 것일까요.

팟저님이 언급하신 대로 철학이 총체적 지식 체계의 왕이었던 시기는 이미 예전에 지났습니다. 그러나 이는 칸트가 순수이성과 물자체를 구분하고, 카르납이 철학에 논리학을 대입하면서 당연히 진행된 양상입니다.

현대철학이 그 이후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특히 포퍼 사후 50년대 이후 현대철학의 양상이 어땠는지 들여다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과학에서 철학이 배제되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오만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13/07/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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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답은 본문의 [무엇보다 '철학'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는 완벽히 동일하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러한 인식 하에서 살아가니까요. 양자 간의 괴리는 다른 누구보다 그 인식을 너무도 당연히 전제해야만 성립하는 인문학과 인문학도가 극심하게 겪는 중일 것입니다.] 로 대신하겠습니다. 본문에서 제가 지칭하는 철학은, 인용한 헤겔의 법철학 서문을 포함하여, 철저하게 19세기-20세기 초의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보편관에 대한 추동을 일컫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까지나 형이상학적 떨림을 간직하고 있는 대륙철학이란 말이죠. 포퍼 사후 미국에서 발달한 분석철학의 계보가 그와 다름은 물론 알고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 제 관심사는 그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저러한 장광설들을 풀어놓느냐? 인문학 전반, 특히 한국 인문학에 있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한 형이상학적, 혹은 대륙철학적 전제 때문이지요(별개의 사례가 될 테지만 심지어 포퍼조차 그 자장 속으로 끌려갈 정도로 말입니다.). 제가 제목에서 굳이 철학도가 아니라 인문돌이란 표현한 게 바로 그 이유이며, 인용문에 대한 언급이나 삼공파일님이 지칭하는 바에 대한 개념이 아닌 경우 인문학, 인문학도라고 말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개미먹이
13/07/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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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인문학도 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이미 주류 철학에서 배제된 형이상학으로 현대 과학과 철학의 관계를 논하는 것은 고등학교 수학으로 현대 물리학을 다루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 철학의 대세가 아직 대륙계 형이상학 연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는 별개라고 보고요. 형이상학과 과학의 관계를 논의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방향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헤겔의 새로운 발견이 있어서 현대 과학에 대한 획기적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모를까요.
13/07/18 09:32
수정 아이콘
?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실례지만 제가 본문에 헤겔을 인용한 맥락을 어찌 생각하셨던 건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개미먹이
13/07/18 09:38
수정 아이콘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가시나요?
13/07/18 09:43
수정 아이콘
[형이상학과 과학의 관계를 논의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방향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헤겔의 새로운 발견이 있어서 현대 과학에 대한 획기적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모를까요. ]

이 부분 말이죠. 저는 심공파일님의 비판 대상으로서 헤겔을 제시한 게 아닙니다.
개미먹이
13/07/18 09:54
수정 아이콘
님께서 심공파일님과 같은 철학 개념을 쓰다는 의미에서 헤겔을 제시한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님에 따르면 철학이 헤겔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한 현대 과학에 기여할 부분은 없다는 것이 아닌가요?
13/07/18 10:02
수정 아이콘
저는 심공파일님의 철학에 대한 정의와 헤겔의 그것이 유사하기 때문에 헤겔을 인용하긴 했습니다만 단지 그 이유 때문에 헤겔을 인용한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근대철학/대륙철학의 전형으로서 헤겔을 제시한 게 아닙니다. 헤겔은 분명 대륙철학의 전통을 집대성한 철학자입니다만, 본문에서 헤겔이 소재로 삼는 건 대륙철학만이 아니라 철학 일반입니다. 개별 분과에 대한 철학이 보이는 일반적인 양상에 대한 [이념형]을 헤겔이 자기 자신이 법에 대한 철학을 작성함에 앞서 적어내려간 것이 법철학 서문이기 때문이며, 여기에 포퍼와 쿤 역시 포괄되기 때문(다름 아닌 그들 역시 이념형을 제시하려 했기 때문)에 인용한 것입니다.
개미먹이
13/07/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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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일반에 대한 경향성 (혹은 말씀하신 대로 이념형)이 헤겔적 사고(혹은 형이상학적 사고)라는 님의 입장은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현대철학은 이러한 경향성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현대철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경향은 형이상학과는 다르다라고 봅니다..
만약 현대 철학이 형이상학적 테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다면 심공파일님의 철학에 대한 이해와 맥락이 비슷하겠으나, 저는 이러한 이해가 오랜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13/07/18 09:43
수정 아이콘
그리고 심공파일님과 제 의견이 저렇게 도식화되긴 어렵다고 보는데요. 애시당초 님께서 말씀하시는 관념과 경험이 무엇을 지칭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할 거 같은데 이는 넘어가더라도... 심공파일님은 경험적인 것만이 과학으로 유의미하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만약 그것만이 과학이라면 애시당초 과학이 학으로서 성립할 수 없겠죠. 저 역시 본문에서 관념만이 철학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헤겔 역시 그러하구요. 헤겔은 양상에 후행하는 '총체적 인식'으로서 철학이라 말했고, 저는 이러한 맥락에서 심공파일님께서 갖고 계신 철학에 대한 인식과 헤겔의 그것이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라 봤습니다. 아니, 심공파일님과 헤겔만이 아니라 헤겔을 극렬히 비판했던 칼 포퍼조차 그러했고 이 칼 포퍼를 비판했던 쿤조차 마찬가지니 굳이 한정할 이유가 없으려나요? 심공파일님이 올리신 글은 이러한 총체적 인식조차 이 둘 이후의 양상을 포괄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으며 (과학도로서 자신이 판단하건대) 앞으로 그것이 가능할 거 같지도 않고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라는 말을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파인만이 했던 이야기를 언급한 거실테구요.
13/07/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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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굳이 근대철학과 현대철학, 대륙철학과 분석철학을 구분치 않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한 실례는 본문에서, 그리고 댓글에서 몇 번이고 포퍼와 쿤의 사례를 통해 말씀드렸으니 생략하겠구요.
개미먹이
13/07/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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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철학/과학철학에 대한 개념 논의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철학/혹은 이에 하위 개념인 과학철학에 대한 비판이 나온 점에 대해, 저 역시 철학 그 자체에 대한 개념 논의 없이 논의가 이어진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심공파일님께서 갖고 계씬 철학에 대한 인식, 그리고 헤겔의 철학에 대한 인식이 유사하다는 팟저님의 의견은 동의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은 이러한 철학은 이미 예전 철학이라는 점이구요. 따라서 분명히 현대철학이 진행중인 와중에, 그것도 과학과의 콜라보레이션적인 측면에서 진행중인 현 시점에서도 '철학은 과학에 기여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13/07/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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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현대 과학, 특히나 뇌 인지과학의 성과에 발 맞추어 장차(라고 하기엔 너무나 먼 미래가 될 거 같긴 하지만) 인문학 전반이 재정립되고, 그 사이의 교량 역할로서 현대 철학이 기능해야한다고, 만약 불가능하다면 가능하게 그 양태를 바꾸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분명 현대의 분석 철학은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이건 제가 현대 분석 철학에 대한 이해가 짧아 얼마나 성공적이긴 단언하긴 어렵습니다만) 당위로서도, 사실로서도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봐야할 건 분명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심공파일님이 언급한 맥락에서, 과학을 구획하고 규정하는 문제에 있어선 그 순간 이미 형이상학적 성격을 띄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스스로 배제한 대륙철학적 자장 속으로 들어가는 꼴이나 다름 없을 겁니다. 그것이 어떠한 오류를 품고 있는지는 앞서 심공파일님이 열심히 서술하신 바가 있으며, 그 서술 속에서 포퍼가 그리 말하고 있으니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본문에 헤겔을 인용했던 것이구요.
개미먹이
13/07/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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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부분은 동의합니다.

뒷 부분은, 설령 철학 일반이 형이상학적 성격을 띈다고 하더라도 (이제 형이상학적 성격이 무엇인지 먼저 개념 정립이 필요하겠습니다만), 그것이 오류를 품고 있지 않다는 것, 오히려 과학과 철학이 분명히 구분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현대철학의 입장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이에 대해 쉽게 써놓은 글이 있으니 다른 분들을 위해 참고로 링크 걸어 드립니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88&contents_id=4614
불멸의이순규
13/07/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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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말로 번역 부탁 드립니다..
개미먹이
13/07/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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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논의와는 별개로 최근 헤겔의 법철학 서문만 읽고 책장을 덮은 인문학도로서 추천 하나 누르고 갑니다.
13/07/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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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보았은 이해할 수 없지만, 분명 좋은 글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13/07/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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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수학도로써 (언젠가는 제대로된 수학자라는 타이틀을 내밀수있게되고싶어하는...) 한마디쯤 걸치고 싶은 이야기가 맴돌지만
철학적 담론을 깊이 이해하는것도 치열한 실험의 경험이 있는것도아니고(어쩌면 증명을 시도하고, 계산을 해보는게 실험일수도 있겠군요. )
전반적으로 피상적인 느낌뿐인것 같아 제대로 꺼내기조차 못할것 같습니다.

대부분 수학자들은 한번쯤 과연 수학이 무엇인지 일종의 철학적 고민을 거쳐갑니다만, 실제 연구에 있어서는 철학적 문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사실 약간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동종업계사람들과 나눠보면 정말 생각들이 천차만별입니다만, 다만 상대방 어떤 방법으로 연구하는지, 혹은 철학적 바탕이 무엇인지는 별로 신경쓰지도 않으면 문제가 되지도 않습니다. 수학적인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가여부가 중요하지 그가 어떤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얻어낸 것인가는 전혀 상관이 없죠.
심지어는 신비로운 수식들을 증명없이 제시만 했던 인도의 천재 수학자인 라마누잔(http://rigvedawiki.net/r1/wiki.php/%EB%9D%BC%EB%A7%88%EB%88%84%EC%9E%94) 은 자신은 꿈에서 힌두교의 시바신이 알려준다고 종종 말해왔습니다. 그렇다고해서 그 사실이 그가 시대를 앞서간 수학자라는 데에는 전혀 이견이 없습니다. 백년이 다되어가는 그가 남긴 노트를 뒤적이며 뭔가 그가 가졌던 직관과 아이디어를 캐치하려고 노력하는 수학자들도 지금도 제법된다고 알고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수학이라는 체계는 완벽히 모순없는 체계를 구성해 나가는 과정이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그래서 수학은 거의 모든 과학,기술영역에 적용될수 있는 것이겠죠.
하지만 실제 수학의 어떤식으로 발전해왔는가를 생각해보면 증명과정은 철저하게 사후적입니다. 어떤 현상의 핵심이 되는 근본적인 개념과 명제, Theorem을 구성하는것이 정말 어려운 영역이며 이것은 사실 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것이 전혀아닙니다. 그야말로 철저하게 직관과 상상력을 통해 얻어지고, 증명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저 확인단계의 기계적인 작업이되는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어떤 분야이든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하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단계를 넘어가게 되면, 진짜 학문적 성취를 위한 정말 큰 난관은 이놈의 "직관과 상상력"입니다. 게다가 이것은 기존에 완성된 이론을 마스터하거나 주어진 문제의 퍼즐조각맞추기를 아무리 많이해도 이게 잘 얻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철학이나 인문학이 도움 된다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최소한 예술이 과학에 기여하는 만큼은 철학또한 기여하는바가 없지 않겠지만 직접적인 역할은 사실 없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것은 수학적, 혹은 과학적인 방법론들또한 과학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물어본다면, 정말 중요한 단계의 진전하는 방법에대해서는 그들 또한 전혀 알려주지 않는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것들은 결과적으로 "이미 구성된 명제에 대해 평가하는방 법"을 알려주는것이지, 애초에 어떻게 개념을 정의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주는것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중요한 진보는 현상을 궤뚫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는데에서 옵니다. 나중에 그것을 실험이든 증명을 통해서 검증하는작업을 거쳐서 확증하게 되지만, 사실 후자의 작업은 제시된 개념에 의해 크게 영향받습니다. 심지어 정말 시대를 앞서간 이론의 경우에는 검증하는 방법조차 다시 연구되고 만들어지게 되죠..

결과적으로 과학발전에 무엇이 기여하는가에 있어서 큰진보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게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철학도 기여하는바가 없지만, 그렇다고 현재까지 정립된 과학적 방법론또한 과학이 진보시키는 원천이라고 말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그것은 발전의 원동력에 속한 엔진이 아니라 아직까진 뭔지모를 동력에 의해 나온 에너지를 엄한데 낭비하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뉴톤역학,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의 등장에 버금가는 혁명적 상황이, 제가 죽기전에 아마도 한번쯤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13/07/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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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피지알러들이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무엇일까요.
옆집백수총각
13/07/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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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이글이나 저글이나 정말 하이엔드;;
13/07/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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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클릭하고 첫 문장을 확인하면서 드디어 헤겔이 나오는구나 싶었습니다만, 이후 전개된 논의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네요^^ 생각해보니 맥락에 관해서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팟저님이 가져가신 논의가 훨씬 잘 부합합니다만 즐겁게 구경하고 있던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논의가 정리되는 것보다는 더 오래, 더 풍부한 대화들이 오고 갔으면 했던 바램은 있었습니다^^;

다만 적누님이나 Quantum님이 지적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복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팟저님이 댓글의 흐름을 어떻게 파악하셨는지 모르겠으나 Orbef님이 시작하고 삼공님이 첫글에서 끝낸 과학과 유사과학에 대한 큰 흐름과는 별개로 세상에는 꾸준히 과학철학에 대해 발언하고자 하는 '자연'과학자들이 있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과학철학은 이미 메타 이론이며, 고로 자신들이 하고 있는 '과학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혀 다른 인문학적 전통에 속한다는 사실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삼공파일님의 첫 글의 논지에 동의하면서도 행위로서의 과학과 과학철학의 대상으로서의 '과학'에 대해 온전히 구분하고 계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남았었습니다. 아마 어떤 인문돌이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보탰을테고 사실 그들에 대해서 굳이 침묵하라고 주문하실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할 권리가 과학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논의 자체가 뭐 대단한 의미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과학을 모르는 인문학도들도 얼마든지 말을 보태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철학적 방법론을 학습한 인문학도들이 더 잘 이야기할 수도 있는 일이죠. 물론 그 담론들이 옳은지 그른지 혹은 유용한지 아닌지는 과학자들이 하는 행위로서의 과학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겠지만 말입니다.

아울러 Quantum님이 잘 써주신 것처럼 과학적 방법론 또한 과학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음미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자 집단을 생산하는 지금의 대학이라는 제도가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되고 학술지가 과학의 발전을 위해 정합하는가 하는 문제 역시 행위로서의 과학과는 온전히 구별되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지식의 생산과 유통 및 계발에 관한 완전히 인문학적인 대상인거죠. 그리고 이 역시 과학자들의 일상과는 뭐 크게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이 모든 논의들의 전제는 '아직까지는'이라는 것이겠죠.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눈을 뜨는 황혼이란 게 오기는 할까요? 생각만 하기에는 참 재밌는 주제긴 합니다만...

개미먹이님의 콰인이나 현대 철학에 관한 글들도 언젠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후에 진행될 논의들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정독하겠습니다. 좋은 글 써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13/07/19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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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눈을 뜨는 황혼이란 게 오기는 할까요? 생각만 하기에는 참 재밌는 주제긴 합니다만... ]

게으르고 나태한 (저 같은)이들에겐 '생각'만 하기에도 '재미'있다는 게 문제

[삼공파일님의 첫 글의 논지에 동의하면서도 행위로서의 과학과 과학철학의 대상으로서의 '과학'에 대해 온전히 구분하고 계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남았었습니다. 아마 어떤 인문돌이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보탰을테고 사실 그들에 대해서 굳이 침묵하라고 주문하실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 역시 삼공파일님께서, 님의 표현을 빌린다면, 행위로서의 과학과 과학철학의 대상으로서의 과학을 엄밀하게 구분하셨는지에 대해선 좀 회의적이긴 합니다. 그리고 이 엄밀치 못한 구분이 삼공파일님의 논리 전개에 있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 또한 분명 읽을 수 있었구요. 다만, 제가 이 글에서 '인문돌이들이 삼공파일님 글에서 느껴야할 것'이라고 말할 때, 그 방점은 삼공파일님 글이라기보단 인문돌이에게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게 좀 골 때릴 수도 있으실텐데, 제가 여기서 말하는 인문돌이란 삼공파일님 글에 달렸던 특정 pgr 유저를 지칭한다기보단 그 흔적에 제 주관이 강하게 결부되어 빚어낸 모상을 지칭합니다.

그런 점에서 말하자면, 이 글은 삼공파일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빙자하고 있습니다만, 실상 그 글과 그 글에 달렸던 이러저러한 논의에 대한 건전한 피드백이라고 보긴 어려운 게 맞습니다. 차라리 삼공파일님의 글을 보았을, 그러나 해당 글을 읽었는지 그렇지 않은지조차 알 수 없는 가공의 인문돌이들을 향한 피드백이라고 말하는 게 온당하겠지요. 님이 첫 문단에서 지적하신 아쉬움은, 님이 의도하셨는진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이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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