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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19 05:00:27
Name minime
Subject [일반] 황금의 제국을 보며
박경수 작가에게 넘 꽂혀서 리뷰를 좀 써 봤습니다.
반말체 양해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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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가 다름을 그린다면, 황금의 제국은 같음에 대한 이야기다.
박경수의 세상을 보는 논리는 아주 분명하고 명쾌하며 일관성 있다.
생존의 영역과 게임의 영역. 그리고 세상은 전쟁이다.
인물들의 욕망이나 행위도 매우 동일하다.
게임을 해야만 하는 이유, 즉 남을 이기고 짓밟아야 하는 동기는 생존이거나 핏줄, 가족에서부터다.

추적자에서 손현주는 하나의 인물이라기 보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캐릭터다.
바로 생존 가족의 생존을 책임지는 가장. 반면 김상중은 인간의 욕망 즉 게임의 욕망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생존과 게임이 충돌하는 지점이 추적자였다.
반면 황금의 제국은 사람들이 생존의 영역에서 게임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시대적인 맥락을 다룬다.
전쟁을 할 때 살기 위해 어쩔 수 업이 해야 하는 전쟁 안 해도 되는데 이기고 싶어서 하는 전쟁.
처음엔 다들 생존을 위해서 먹고 살려고 무엇이든 시작하지만 생존이 해결되면 필연적으로 남을 이기기 위해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일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런 지점을 작가는 명확하게 포착한다. 어떻게 전쟁이 생존이 아닌 게임이 되가는지를.
최동성과 동진 형제는 생존을 위해 시멘트 회사를 차렸지만 결국 회사가 생존이 아닌 권력을 위한 게임이 되면서 약속도 파기되고 의리도 무너진다.
정한용이 연기하는 동진은 재벌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서 어찌 보면 가장 일반적인 대중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는 생존과 가족을 위해 일을 시작했고 여전히 현재에도 자신의 욕심과 권력보다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뒷바라지 하는 아버지다.
일반적인 대한민국의 필부필녀가 대단한 사회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생존을 걱정하지 않고 순수히 자기 과시적 혹은 자기 권력적 파워게임을 벌이지 못하며,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자기 욕심 죽이고 희생하며 그래서 자기 인생 한이 맺히고, 그나마 내 자식은 나처럼 살지 말라, 넌 좀 폼나게 살아보라고 하는 전형적인 한국형 가장의 정서를 의미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그의 언행은 재벌답게 세련되게 그려지지 않고 굉장히 촌티 나고 친근하다.
손현주도 그래서 재벌역에 어울리지 않는데 선택된 거 같다.
재벌이지만 일반인과 다름없는 그런 인간을 그리고 싶은 거다.
그런데 이런게 일반적인 도식을 벗어나니까, 대중들에게는 큰 공감을 못 받는거다.
재벌은 재벌다운 정서, 일반인은 일반인적 정서야 와닿지 왜 재벌인 정한용과 손현주가 일반인 정서를 대변하며 그러니까 미스캐스팅인거 같구 전달이 안되는거고 고수는 악인처럼 보이고.
고수가 전쟁을 하는 이유도 처음에 10억을 얻어낼때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전쟁이었는데, 생존의 영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다시 한번 거대한 도박판에 끼게 되는거다.
그리고 언제나 이기는 도박은 없으며 올인하면 한번에 훅간다.
이번에 씨제이 회장 사건이 바로 손현주의 이야기인거 같다.
야물딱지게 돈 자루 꿍쳐내고, 회사 잘 불려나가는 의지와 독기 능력이 있는데다가, 세상자체가 더럽고 추악하니 죄의식이나 부채의식 없고, 자기는 최고의 미디어 제국이라는 소명이 있으니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성공한 사기는 사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거기다가 장손인데 삼성을 뺴았겼다는 피해의식과 독기가 있을 거고.  
그래서 손현주처럼 서민 코스푸레 하면서 별달리 남들에게 욕먹을 일 튀는 일 하지 않으며 처신도 신중하게 했을 것이고.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 방탕했던 아버지 때문에 그룹에서도 쫒겨나고 밑바닥도 경험해 본 사람. 손현주의 연기를 보면 씨제이 회장이 어떤 사람일지 짐작이 간다.
황금의 제국은 교묘히 현대가와 삼성가를 겹쳐 놓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무능한 큰 아들, 야물딱지며 아버지의 신임을 받고 있는 여동생에 대한 콤플렉스를 방탕으로 푸는 장남은 이병철 큰 아들과 이건희 큰 아들을 합쳐 놓은 거 같구,

이요원이 연기하는 회장 딸은 이건희 딸인 이부진이나, 아버지의 가업을 받아 정치하면서 동생들과 반목했던 박근혜를 벤치 마킹 한 거 같다. 학구적이었고, 본인이 그닥 욕심이 없었지만 아버지의 신뢰로 현대가를 물려 받았다 자살한 정몽헌이 떠오르기도 한다.

박경수는 김수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고 정확하게 치밀하게 퍼즐을 맞춰 나간다.
인물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연출가의 연출이 아닌 백퍼센트작가의 대사로 전달된다.
야외 로케나 화려한 화면 배우의 스타성에 의존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인물들의 사연은 회상씬 등으로 재연되지 않고 다 대사로 전달되는데 연출자의 해석이나 연출이 개입되는 걸 막는다.
박경수는 역사책도 많이 읽고 특히 정치서를 탐독한 거 같다. 정치적 게임에 대한 인물들의 반응이다.
박경수의 드라마에는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 참여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고, 게임적인 관계와 가족적인 관계로 확연히 구분된다. 즉 적과 아군이 확실히 나뉜다는 거다. 최민재의 측근인 김미숙의 스파이가 최민재가 제안한 술자리를 택할지 김미숙이 시킬 일을 할지 고민하다가 김미숙의 말을 따르는 것은 것은 김미숙의 편이라는 것을 확실히 암시한다.
이 게임의 판이 참 흥미로운 건 모두들 호랑이를 자기 앞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최동성 회장은 최민재를 가까이 하는 큰 아들에게 지 앞에 있는게 호랑인지 아닌지도 몰르는 멍청 한 놈 이러는데,
실상 자신이야 말로 가장 큰 호랑이를 앞에두고 믿고 있지 않은가.
똑똑한 최동성과 최민재 마저도 김미숙의 눈 아래에 있다. 김미숙의 승리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말이다.  
그럼 게임의 구도를 살펴 보면 스파이를 두고 있지 않는 인물, 즉 모두를 속이고 있는 인물은 김미숙 뿐이다.
최동성은 힘으로 사람들을 제압하는 아버지, 김미숙은 온화함과 속임수로 사람들을 콘트롤하고 있는 엄마.
박경수가 사람들에게 가진 시건이 매우 꼬이고 부정적인 것처처럼 추적자나 황금의 제국을 통해 드러나는 여성관 또한 매우 이분법적이다. 여성은 모성을갖고 있거나 아니면 욕망을 갖고 있다.
모성과 욕망이 중첩된 인물은 딱 한명 장신영 뿐이다.
김미숙이란 인물은 여성이 가진 모성의 반전을 나타내는데, 사실 현실적으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죽은 남편의 복수를 위해 아들을 이용하는 캐릭터니까.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아들에게 생부의 존재를 알려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거다. 아들의  정서적 안정과 미래를 위해서. 김미숙에게 아들은 그저 복수의 도구일 뿐이다. 그 아들에겐 이뻐해주는 재벌 아비가 있고, 그저 그 아버지가 내 아버지다 하고 살면 편하다.
장신영이 태주를 우리 태주 우리 태주 하면서 부르는 건, 여성이 남성에게 느끼는 사랑이 모성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욕망 덩어리였던 장신영이 태주를 위해 희생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모성을 가진 여성들, 정치적 욕망이 없는 여성들은 추적자의 손현주의 부인이나, 황금의 제국에서 손현주의 부인이나 모두들 희생당하고 처형되며, 남자의 사랑을 받으며 헤피엔딩하지 못한다.
최동성 또한 김미숙이 욕심이 없기 때문에 진짜 믿고 사랑하는 것이다. 반면 손현주의 새 아내는 정치적 감각과 수완이 탁월한 인물로 나온다.
손현주의 사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애정을 받지는 못한다.

작가가 기센 여초 집단인 드라마계에서 온갖 일을 껶은탓인가,

황금의 제국엔 착한 사람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황굼의 제국엔 행복이 없다. 이 드라마의 여성들은 주체적 정치적 언어로 자기를 표현한다. 그러나 모성이 없고, 남성과의 관계가 삐걱대며 애정 결핍에 시달린다. 아들도 남면도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다.
순수하게 남성을 사랑하며 모성이 있는 여자들은, 그럼에도 신데렐라로 혹은 조강지처로 행복하지 못하다. 그들은 사업적 정치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희생되거나 이용되거나 빨랑 죽는다.
참 우울하다. 이 작가의 세계관.
추적자의 손현주가 끝내 김상중을 이기고도 더 많은 형량을 받았듯.
모두들 생존이 아닌 게임을 위한 전쟁에 뛰어들고 게임의 승리는 행복도 승리도 가져다주지 못한다. 이 사회에서.

예전에 학원 재벌의 인터뷰에 이런 말이 생각난다. "나의 인생에 행복은 없다. 그저 지독한 몰입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문해야 한다.
행복을 원하는가 혹은 게임을 하길 원하는가?
행복을 원한다면 욕망을 콘트롤할 현명함이 있어야 하고,
게임을 하겠다면 행복도 승리도, 아니 언젠간 모든 것을 던지고 파멸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멘탈이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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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각쟁이
13/07/19 07:5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원래 드라마를 안 챙겨보는데 추적자에 이어 또 꽂혔네요.
이 작가님의 드라마는 영화냄새가 나서 좋아요.
보통 브라운관에서 나오는 사랑, 가족애, 전형적인 캐릭터의 범주를 약간 벗어난 살아있는 시나리오가 매력적입니다.
강추합니다!
13/07/19 09:12
수정 아이콘
저는 딱 티뷔판 봉준호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상 음습한 실내의 공기, 완벽한 논리적 구성.
허튼 얘기 하나 없고 왜? 그런지 치밀하게 설명하죠.
처음 3회까지는 연기자들 캐스팅이 별로였는데, 역시 4회 넘어가니까 작가 대사 드는 재미에 안 볼 수 없어요.
단세포
13/07/19 09:13
수정 아이콘
김상중과 박근형씨의 포스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전개가 빠르고 뒤통수 치는 재미도 있고 해서 볼만합니다.
태주친구와 희주가 엮어지길 바라며 보고 있습니다.
13/07/19 09:21
수정 아이콘
김상중과 김성령 그리고 장신영이 추적자의 백미였는데... 볼수록 허전하더군요.
처음엔 이요원과 고수때문에 포기할까 했는데. 4회 넘어서니 대사빨만으로도 안 볼 수 없게 되네요.
추후 고수와 이요원이 김상중과 김성령의 그 미묘한 감정선을 살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13/07/19 09:28
수정 아이콘
이번 드라마에도 여주에 캐스팅 된 이요원씨는 도대체 뒷 배경이 얼마나 좋길래....
연기 잘하는 배우는 전~혀 아닌데 은근히 여주로 캐스팅이 잘 되는 거 같습니다....
추적자때부터 드라마 중간 중간 깔리는 BGM이 압권이죠...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고 해야 하나...
요즘 너무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 입니다.
현재까지 본 명장면은 4회때 박근형님의 고구마 연기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13/07/19 09:31
수정 아이콘
이요원이 뒷배경이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이 배우가 존재감이 없는 이유인거 같아요.
주연급으로 나오긴 하는데 주연급 포스가 아니니 다른 주연들에게 밀리고 파워도 없달까.
선덕여왕도 고현정, 마의는 조승우라는 센 배우들이 있었죠.
딱히 세게 갈 수 없는 주연급 캐릭터를 이 배우가 맞는거 같구요.
근데 이 드라마에서는 완전 중심이 돼야 하는데,뭔가 허전하더라구요.
작가의 입지가 센 드라마라, 카리스마 있는 톱배우들은 대본에 이런 저런 요구사항이 많아서 메이드가 안 된 거 같기도해요.
13/07/19 09:33
수정 아이콘
황금의 제국이 재밌는 또 다른 이유는 주, 조연 가릴 것 없이 캐릭터가 다 살아있다는 거죠.
고수, 손현주, 이요원같은 주인공 뿐만 아니라 다른 조연 연기자들 역시 그들의 행동에도 이유가 있고 배경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 장면, 한 장면 놓칠 틈이 없고 몰입하게 됩니다.
다만 배경이 거대 기업과 관련된 이야기라서 일반인들이 들어는 봤으나 이해하기 힘든 경제 용어들이 종종 나오죠.
(금치산자, 유산증자 같은 거.. 저도 검색해서 정확한 뜻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부분을 의학 드라마 처럼 자막으로 잠깐 설명해주면 더 쉽고 편하게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13/07/19 09:42
수정 아이콘
황금의 제국의 주인을 놓고 겨루는 최후의 무대에 선 고수와 이요원이 주인공이겠지만, 이건 타짜나 도둑들처럼 캐릭터 무비스러운 느낌도 듭니다. 한 인물의 일대기가 아니라 도박판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봐야겠죠.
특히 이요원 집사로 나온 조연까지 연기의 디렉션이 살아있는게,
그냥 인물도 그냥 충성스런 집사의 모습으로 구태의연한 연기로 그려지는데, 눈빛이며 표정까지. 조연이 살아있어요.
13/07/19 10:49
수정 아이콘
하물며 조필두 부하도 눈빛이 살아있더군요 흐흐
13/07/19 11:48
수정 아이콘
요즘 유일하게 보는 TV프로그램입니다....
세상 만사가 다 귀찮은데 유일하게 제 시선을 빼앗고 있네요
Amy Sojuhouse
13/07/19 11:54
수정 아이콘
마... 아직까지는 소포모어 징크스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추적자의 느낌보다는 좀 처지는 감이있네요
13/07/20 02:26
수정 아이콘
추적자는 확실히 대중성을 고려해서 쉬운 선악 권선징악적 구도로 데뷔작으로 준비한거 같구,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때를 기다린거같아요. 추적자 때도 손현주로 시작해서, 김상중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들어가는게, 흐름을 다 준비하고 있는 치밀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대중성보단 자기 얘기를 내세우다 실패하는게 소포모어 징크스의패턴이라면 일리가 있는 의견입니다.
개낑낑
13/07/20 14:16
수정 아이콘
원재와 민재 뱃살, 장신영 콧구멍의 압박감이있지만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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