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라고 하지만 과연 저들이 정말로 기대한만큼의 재미를 뽑아내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주 라디오스타 입방정 특집 편의 게스트들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탁재훈처럼 정말 재치가 있어서 빵빵 터트리는 유형이면 모를까, 제 눈에는 그저 공중파 치고 자유로운 라디오 스타의 컨셉 덕에 소 뒷발굽으로 쥐 잡은 케이스로 보였거든요. 여기까지는 저 개인의 취향, 조리있고 논리적으로 말을 풀어내며 방송의 흐름을 알고 그 안에서 자신의 분량을 뽑아낸 '베테랑' 스타일을 좋아하는 호불호로 인한 기우일수도 있었습니다.


지난 방송을 돌이켜보면, 이 게스트들을 가지고 방송을 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커 보였습니다. 이들의 조합이 그렇게 이상적으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이 게스트들이 엄청난 활약을 했을 시, 동반 출연자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방송에 있어서 덜 적극적인 부류였죠. 그리고 토크 방식 또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또한 게스트간의 접점이 분명히 존재해서, 공유하거나 반대되는 이야기가 서로간에 원활하게 돌고 돌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여러모로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습니다. 돋보이는 효과도 적지 않았구요.


다른 측면을 보자면, 이 캐릭터들이 방송의 흐름에 끼치는 영향입니다. 과거 그들이 레전설이 될 수 있던 이유는, 그들의 돌발 행동이 방송의 흐름에서 통제 가능할 수준의 빈도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1명이 엉뚱한 소리를 하더라도, 나머지 한 두 명의 출연자와 이야기를 하면 방송은 다시 어긋난 흐름을 되돌리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면 게스트의 엉뚱한 행동은 자연스레 '엉뚱한 캐릭터'로 해석이 되는 것이고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흐름에 엇박을 주는, 일종의 조미료 같은 기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이 정도만 아니면 됐죠 뭐....

위에 열거했던 조건을 바탕으로 어제의 출연진들을 보면 문제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클라라를 제외하고, 이들은 다 너무 센 캐릭터들입니다. 대비구도를 이뤄야 하는 '다소 멀쩡한, 유순한' 출연자가 없으니 유별난 캐릭터가 서로에게 묻히는 결과만을 가져옵니다. 다들 '내가 뭐가 이상해?' 라는 태도로 이야기를 하니 엠씨들만이 포용과 면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사유리를 제외하면 게스트들이 따로 노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더군요. 내가 제일 이상한 사람이다 - 하는 기인열전이라고 할까요? 막말 외국인 여자, 정신 못 차리는 아저씨, 생각없는 아이돌, 노출증 배우 (클라라씨 죄송합니다) 서로 활동하는 영역도 다르고, 이상함도 다르니, 접점이 별로 없어서 이준과 클라라 빼고는 서로간에 이야기가 원활하게 돌지도 않구요. 사유리의 발언에 이준과 클라라는 그다지 효과적인 대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시끄럽고 웃겼지만 이상하게 생기는 없던 방송

또한 출연진들의 돌발 행동이 재미를 넘어서 너무 산만했습니다. 방송 중에 갑자기 튀어나온 김흥국씨의 지압 이야기는 너무 밑도 끝도 없게 들렸고, 방송 중에 가슴 보정물(...)을 뺼려는 듯한 사유리의 제스쳐는 방송용으로 적합한지도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김국진씨한테 업어주라고 떼를 쓰는 모습 또한 4차원의 매력보다는, 무리수로 비춰지더군요. 이야기가 앞뒤없이 튀어나오는 게 잦으니, 이제 이 이야기를 하려나 싶어 집중하고 있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좀 피로했습니다. 너무 자극적이다 싶은 에피소드 또한 웃고 있기만에는 좀 꺼림칙하기도 했구요.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말이지

사유리는 너무 세게 나가서 문제였지, 가장 적극적으로 방송에 임했고 활약상도 눈에 띄었습니다. 김흥국씨는 에피소드들이 좀 울궈먹는 게 많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멀쩡한(?) 상태여서 크게 활약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나머지 게스트 이준, 클라라 이 두 분은 보면서 좀 갑갑했습니다. 그것이 원래 캐릭터건 방송용 컨셉이건, 시청자 입장에서, 이분들이 자신의 문제점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필요성을 좀 느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분들의 입방정은 정말 재미고 뭐고를 떠나 그냥 '입방정'으로밖에 안느껴졌으니까요

아무것도 아니었죠.

  어제 방송에서 이준씨는, 한결같이 '와전된 거에요' '그걸 말 한 게 아니에요' 하고 정색하며 원래 의도를 밝히느라 급급하더군요. 거기서 얼핏 보이는 고집스러운 모습은 보는 입장에서 조금 짜증스럽기도 했습니다. 솔직한 거? 좋아요. 생각 없는 거? 그럴 수도 있죠. 그러나 오해를 풀고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고자 하는 태도라기에는 너무 앞뒤가 안맞고, 너무 진지합니다. 차라리 내가 뜬 건 라디오스타 덕이 아니라 내 덕이다 - 라는 발언을 추궁당했을 때처럼, 다른 부분에서도 잽싸게 사과하거나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더 좋았을 겁니다. 재미의 측면에서나, 이준이라는 인간을 이해하는 측면에서나요.

그러니까 말을 좀 잘 하란 말이야. 그렇게 억울해 할 것도 없어!!

개인적으로는, 이런 철없는 캐릭터를 빨리 벗어던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방송인으로서도 아마츄어리즘을 어느 정도는 극복했으면 좋겠어요. 무언가를 못하고, 어설픈 모습에서 귀여움을 느끼는 건 소수의 팬들에게나 먹히는, 일시적인 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거든요. 노유민씨가 뜨거운 형제들에서 어떤 모습으로 하차를 해야 했는지, 김종민씨가 세바퀴에서 임신과 결혼에 관련해 어떤 구설수를 만들었는지를 본다면, 이준씨는 지금보다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멋 모르고 방송하는 느낌이 너무 강해요. 물론, 클라라씨 관련해서 보여주는 당황스러운 모습은, 이준만의 재미를 충분히 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건 좋았습니다. 이준군. 어쩜 저리도 어리버리하던지.

클라라씨의 경우, 방송 자체는 무난했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뭔가 기대가 되는 분도 아니었고, 섹시미녀의 포지션에서 이준씨와 꽁트 비슷한 상황을 잘 연출한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논란에 대한 자세입니다. 굳이 해명할 것도 없고 부정할 필요도 없는 일을 자꾸 아니다, 오해다 라는 식으로 대중들의 수용에 그 책임을 전가하니 몇분 나오지도 않는 이 분의 이야기 자체가 짜증이 나더군요.

그게 노출이 아니면 대체 뭡니까?(저거 이준씨가 말한 거 아닙니다)

뜨고 싶어서 섹시 컨셉을 잡은 게 뭐 어떻습니까? 미성년자 아이돌들도 섹스 어필을 해가며 야시시한 의상과 안무 동작으로 관심을 끌려고 난리인 마당에 말이죠. 이건 부끄러울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당당해야 할 부분입니다. 본인 말대로 밥줄을 만들려고 하는 일이잖아요. 몸매의 굴곡이 다 드러나보이는 레깅스나 가슴을 강조하는 상의를 입은 건 언제고, 자기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노출을 해놓고서, 노출이 아니라니요. 몸매가 아줌마처럼 보일까봐 선택한 스타일이 자꾸 노출로 읽힌다는 변명은 솔직히 우습네요. 아예 가슴에 땀띠가 잘 나서 가슴이 패인 옷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 게 더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검색하면 온통 이런 사진밖에 안뜹니다. 섹시 컨셉으로 사진을 찍질 말던가

그게 이슈몰이가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그것은 엄연히 클라라씨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고,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으니 (부정적인 측면 또한 있다 할지라도) 노출 논란은 클라라씨가 마땅히 감수해야 할 문제입니다. "가끔씩 섹시한 스타일을 즐겨입는다. 그런데 그게 예상 외로 주목을 받게 됐고 원래 모습과는 다르게 섹시컨셉으로 이미지가 박혔다." 정도로 포장했으면 됐겠죠. 그런데 이분은 긍정적인 효과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그저 자신이 피해자인마냥 이야기를 하니 얌체 같이 보여요. 그러면서 또 웃긴 것은, 강예빈씨를 노출로 뜬 연예인으로 치부한다는 사실입니다. 노출로 뜨면 뭐 어때서요? 보여지는 직업의 연예인이 자신의 육체적 매력을 뽐내는 게 왜 비하받아야 하나요? 클라라씨는 강예빈씨와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요?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행보란 시구와 노출도 심한 의상 착용이 다인 사람이 저런 말을 하니 참 황당합니다. 보여지는 건 노출이 거의 다인데, 우리가 어떻게 클라라씨의 진정성을 헤아리겠습니까?

그럼 클라라씨는 눈물샘을 쥐어짜는 연기로 뜨기라도 했나요? 지금 그럴 말 할 상황이 아닐텐데?

이런 식의 태도는 내숭이 아니라 기만에 가깝습니다. 그게 제가 화가 나는 이유죠. 뻔히 예측되는 결과를 모른 척 하는 것, 훤히 드러나는 의도를 아닌 척 하는 것을 귀엽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지금은 노출로 주목받고 있지만 연기자로서 혹은 다른 매력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싶다 -정도의 포부만 밝혔어도, 저는 클라라의 앞날을 응원했을 겁니다. 이 글을 빌어 분명히 말하고 싶네요. 클라라씨. 적어도 라디오스타에선 강예빈씨가 500배는 더 매력있고 근사했어요.

오랜만에 봤는데 강예빈씨 참 이쁘고 귀엽더군요. 이 편 자체가 재미있더라구요

방송은 전체적으로 어수선했고, 앞부분의 유머와 뒷부분의 웃는 부분이 매끄럽지 않을 만큼 편집은 거칠게 되어있더군요. 라디오스타가 급하긴 급한가 봅니다. 별 상관도 없는 연예인들을 그저 주목도와 기대치에만 맞춰 이렇게 섭외를 하는 걸 보면요. 위기는 위기인가요. 김구라씨 막상 복귀했을때만해도 참 좋았는데 말입니다.

* 김구라씨가 유하게 컨셉을 잡은 게 눈에 띄더군요. 예전같았으면 클라라의 말을 '아니 벗을 거 다 벗어놓고 무슨 소리야~' 하며 면박을 줬겠죠. 게스트를 너무 궁지로 몰아넣지 않고 트위터에서 살짝 감싸주는 부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 규현은 구라인이라 그런지, 비논리적인 게스트를 정말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네요. 상실된 어처구니가 얼굴에 그대로 보입니다. 이런 게스트들도 가지고 놀아야 진정한 예능인이 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