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배경(1)H2나 터치같은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보면... 항상 갑자원은 모든 야구소년의 동경의 대상입니다. 처음에 만화를 읽었을 때에는 갑자원이 한국의 전국대회쯤 되는가보다. 뭐 그렇게 생각하면서 읽었었는데요. 제가 고교야구를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한국의 고교야구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전국대회를 나가는 지는 잘 모릅니다. 때문에 열정에 불타오르는(?) 야구소년들이 어떤 생각으로 전국대회에 나오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때문에 제가 아는 건 만화로 읽어서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일본의 야구소년들이 코시엔(甲子園)에 대해 가지는 감상 정도죠.
#0-2. 배경(2)레X코믹스라는 사이트를 보면, 꼴데툰이나 축구만화(를 빙자한 먼나라 이웃나라-터키편에 가까운 만화)로 널리 알려진, 샤다라빠 작가의 코시엔 직관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우연찮게 그 만화를 읽어보고서는, 저 역시도 갑자원 경기를 한 번 보고 올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죠. 가기도 그렇게 어렵진 않아 보였고, 무엇보다도 경기장에서 파는 간식거리들이 눈에 땡겼거든요. 흐흐흐.
#1. 발단7월 초에, 제 여름 휴가기간은 8월 첫째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올해엔 꼭 해외로 나가보리라 다짐했던지라... 그 때부터 부랴부랴 휴가일정을 잡아봤는데, 유럽은 도저히 각이 나오질 않더군요. 어지간한 유럽 여행지는 항공편 자체가 너무 비쌌습니다. 그 돈 주고 가느니 차라리 서울호텔에서 호텔 패키지를 질러서 왕처럼 놀고 말리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게 함정입니다만....) 결국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만만한(?) 일본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도쿄와 그 근교는 이미 두 번(그나마 한 번은 10박 11일) 가 봤던지라, 이전에 한 번 밖에 가 보지 않았던 일본 관서 일대를 가기로 결정하고 계획을 짰습니다. 숙소는 교토에 이틀, 귀국 전날에 오사카에서 하루 보내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정을 짰습니다. 아무래도 이전 간사이 여행에서 교토 일대를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오사카에는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도 있었구요. 사실 교토에서만 3박 4일을 보내고, 오사카는 교토와 간사이 공항만을 왕복하면서 잠시 지나올 생각이었습니다만... 교토의 숙소가 씨가 말랐더라구요... 때문에 마지막 밤은 오사카에서 보내는 걸로 짰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지난번에는 히메지 성도 못 봤는데, 이번에는 히메지 성도 한번 보고 오자... 이런 계획을 짰죠. 그러면서 아무 생각 없이 교토에서 히메지 성을 어떻게 덜 고생하고 갈까 생각하면서 간사이 일대의 철도 맵을 보고 있었는데요....
어라라랏?
뭔가 운명처럼 '코시엔' 이라는 역 이름이 제 눈 앞에 보이더군요.
#2. 전개혹시나 하는 마음에... 갑자원 대회를 주최하는 아사히신문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습니다. 2015년 여름 갑자원 대회가 8월 6일 개막이더군요.
뭐... 볼 거 있나요. 확인하자마자 '나도 샤빠처럼 코시엔 경기를 보고 오자'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정된 일정 때문에 경기를 다 보지야 못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하루 네 시합 중에서 한 경기쯤은 보고 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차피 6일은 개막일이라서 사람 많을테고.. 그 다음날인 7일 경기쯤이 여행 계획도 꼬이지 않고,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토 도착일인 5일과 그 다음날인 6일은 교토에 있고, 7일에 교토에서 히메지 성으로 가서 히메지 성 구경을 하고 오사카로 돌아오는 길에, 코시엔에서 야구경기를 보고 오사카로 돌아오면 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요.
그런데... 교토에서 히메지 성을 갈 때 간사이 스루패스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기에, 마음 편하게 JR 웨스트패스를 끊기로 했습니다. 교토에서 히메지 성까지의 편도 금액이 2200엔인데, 간사이 웨스트 패스 1일치가 2200엔이었던가... 왕복할 것까지 생각하면 볼 것도 없겠더군요. 그렇게 계획을 짜고... 8월 5일,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우리의 색동날개(?)에 몸을 실었습니다.
#3. 위기히로가 그랬는지, 타츠야가 그랬는지 기억은 잘 안납니다만, 여름의 갑자원은 뜨겁다더군요.
웬걸, 갑자원만 뜨거운 게 아니라, 일본 전역이 뜨거웠습니다. 제가 있었던 8/5~8/8간 일본은 전국적인 무더위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에서 37도. 제가 히메지 성을 구경하고 한신 코시엔구장으로 갔던 8/7일은 국지적으로 낮 최고온도 40도를 찍기도 했었습니다. 호텔에서 뉴스를 보니, 일본 또한 2주째인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답니다. 폭염으로 사망자가 나올 정도였다나요.
아침에 교토역을 출발해서, JR히메지 역에 내릴 때까지만 해도 기분은 상쾌했습니다. 오사카역에 잠시 들러서 코인락커에 짐 대부분을 쑤셔넣고, 오사카에서 히메지로 향하는 JR신쾌속을 탔더니 열시쯤 히메지역에 도착했으니까요. 그런데... JR히메지 역에서 저 멀리 보이는 히메지 성까지 걸어가는데 그늘로만 걸어도 땀이 줄줄.... 모자를 꺼내 쓰고, 끊임없이 물을 들이키면서 히메지 성 천수각과 기타 등등을 봤습니다. 히메지 성은 정말 멋있긴 했습니다. 히메지 성 앞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JR을 타는데... JR 신쾌속 열차는 JR코시엔구치 역에 멈추질 않는답니다. 역무원은 히메지에서 오사카행 신쾌속을 타고 "아시야"역에서 내린 다음, 보통열차를 타고 JR코시엔구치 역으로 가는 게 좋다고 설명해주더군요. 히메지역에서 두 시쯤 출발하는 신쾌속을 타고, 역무원의 안내대로 갈아탄 다음, JR 코시엔구치 역에 도착했습니다.
저... 역 안에서 안내판에는 역 북쪽 출구로 나가면 한신 코시엔 구장으로 갈 수 있다던데... 어떻게 가나요? -_-a
나무위키건 블로그건... 한신 본선 코시엔역에서 코시엔 구장 가는 길은 꽤 안내가 있던데(걸어가면 됩니다. 가깝기도 하구요) JR코시엔구치 역에서 한신코시엔 구장을 가는 길에 대한 안내는 고작 '코시엔구치 역 앞에서 버스타면 됩니다' 밖에 없더라구요.
역 앞에 보니 버스 정류장이 있기는 했는데... 버스는 20분에 한 대 꼴로 있었습니다. 매시 22분에 한 대, 45분에 한 대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냥 기다려도 되긴 했습니다. 코시엔구치 역 앞에 도착한 게 14:35 쯤이라... 45분 버스를 타도 15:30에 시작하는 4경기 관람에 큰 지장은 없었거든요. 저도 평소라면 기다렸을텐데... 그늘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그 놈의 더위가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오전에 히메지 성 천수각을 보고, 고코엔 정원까지 보고 왔더니 체력도 방전... 결국 다 포기하고 그냥 택시를 탔습니다.(기사님들도 저 처럼 코시엔구장가는 손님들을 노리는 건지, 역 앞에 택시만 열대 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코시엔구치 역 앞에서 택시를 탔더니 코시엔 구장까지 천엔 가까이 나온 게 아깝긴 했습니다만... -_-
어쨌든 한신코시엔 구장에 도착했습지요.
#4. 절정
X진코믹스에서 샤빠작가는 코시엔 관련 상품을 팔고 있는 센스(?)를 보면서 감탄을 표하기도 했었는데요.
평소에는 한신 타이거즈 관련상품을 판매하는 매장들이 전부 이번 코시엔 관련 상품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원래는 한신 타이거즈 모자를 쓰고 경기를 보려 했는데 실패했다죠...)
그런데 사실 고교야구 팬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고교야구 경기조차 관람한 적 없으며, 프로 경기조차 직관한지 어언 10년이 다 되어가는 저로서는... 그냥 뭐 이런 것도 파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쭉 둘러보게 되더군요. 샤빠작가처럼 '어머 저건 꼭 질러줘야 해'하는 충동이 오는 상품은 없었습니다. 그냥저냥 한 번 둘러보기만 했네요. 사람들이 너무 많지만 않았어도 기념타월 한 장쯤은 살 생각도 있긴 했었습니다만, 상품 계산대 앞에서 뭔가를 사려고 줄 서 있었던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귀찮기도 했고요.
샤빠작가는 중앙특별지정석(입장료 2천엔) 관람을 추천했습니다만, 전석 매진이었습니다. 부족한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서 15:30분 경기가 시작될 때 다시 중앙특별지정석 티켓을 판매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이미 들어간 사람들이 충분히 빠져나오지 않는 한, 중앙지정석 티켓을 팔지는 않는다는군요. 아침에 표를 한번 사면, 그 날 마지막 경기까지 쭉 볼 수 있는 시스템인지라.... 외야에는 천장이 없어서 볕에 쪄 죽을 듯 하니 외야석(무료관람입니다.)은 패스. 알프스 석(출전학교 학생들이 응원하는 자리) 표 값은 600엔이라서 싸긴 한데, 거기에서 응원도 안 하고 가만 앉아있으면 민폐일 듯 하니 패스. 그래서 저는 1500엔 짜리 1루특별지정석(1루 쪽 내야석) 표를 끊어서 들어갔습니다.
이게 의외로 훌륭한 선택이었던 것이... 어차피 더운 건 매한가지입니다만, 오후의 코시엔 구장 1루 내야석은 그늘이 져서 그나마 괜찮습니다. 반면 3루 내야석은 햇볕이 다이렉트로 내려쬡니다. 3루 내야석보다는 1루 내야석이 관람하기에는 훨씬 좋더군요. 조금이나마 시원하기도 하고, 관람하는데 햇볕때문에 눈 찡그릴 필요도 없고... 중앙지정석 표가 없으시다면 1루 내야석이 - 특히 오후에 가신다면 - 좋은 선택인 듯 합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에는 2일차 3경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후쿠오카 현 대표 九州國際大付 고등학교가, 토쿠시마 현 대표 鳴門 고교를 8:2로 누르더군요. 경기가 끝나면 양 팀 선수들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정렬,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그 뒤에 이긴 팀 학교의 교가가 전 구장에 울려퍼지는데... 이긴 팀 선수들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자기 학교 교가를 열창하고, 진 팀 선수들은 자기 덕아웃 앞에서 일렬로 정렬해서는 전부 그걸 보고 있더라구요. 참 보고 있기에 짠하다고 해야 하나...
그 뒤에 제가 관람할 경기에 출전할 학교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연습을 하네요. 짤막한 연습시간 뒤에 직원들이 운동장을 정리하고, 내야에 물을 뿌린 다음 마지막 경기인 제4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야마나시 현(일본에 이런 현이 있다는 건 이 때 처음 알았습니다..;;) 대표 東海大甲府 고등학교 대, 시즈오카 현 대표 靜岡 고등학교의 대결이었지요.
시합은 처음부터 엎치락뒤치락 하는 난전이었습니다. 東海大甲府 고등학교가 1회에 상대의 실책으로 한 점을 내고... 3회엔 폭투를 곁들여 4점을 내는 식입니다. 프로야구라면 OMG 소리가 나올... 대첩(?)의 기운이 물씬한 경기였는데요.
재미있게도 시즈오카 고등학교는 실책과 폭투로 내 준 점수를 또 꾸역꾸역 따라가더라구요. 이 날 앞 경기 중에서 1, 2 시합은 모두 4:2로 끝난 시합이었고, 3시합은 8:2로 일방적인 스코어가 나온 데 비해서... 4시합은 시즈오카 고교가 초반 실점에도 불구하고 계속 점수를 내면서 따라잡는 식의 시합이 이어졌습니다. 토카이 고교가 도망가면, 시즈오카 고교가 다시 따라잡구요. 경기 내용이야 모르겠지만, 보는 재미는 꽤 있었습니다.
9회초까지, 선공인 토카이 고교가 8:7로 앞선 채 토카이 고교의 공격이 끝났습니다. 9회말이 되니.. 시즈오카 고교 쪽 브라스 밴드의 연주에는 훨씬 힘이 실리더군요. 그런데 시즈오카 고교 쪽에서는 3학년 대타를 내더군요(물론 원래 출전한 선수가 타격을 못하긴 했습니다.). 마지막 갑자원이니만큼 출전기회라도 한 번 주자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수비는 구멍이지만 타격만큼은 괜찮은 선수였던건지... 그러나 결과는 삼진이었고, 엎치락뒤치락 끝에 토카이 고교가 2라운드에 올라가는 걸로 경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보통 코시엔에서의 시합은 2시간 내외라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경기 스케쥴도 8:00에 1경기, 10:30에 2경기, 13:00에 3경기, 15:30에 4경기로 계획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관람했던 2일차 4시합은 15:30 정각에 시작했으면서도 18:20 다 되어 끝났습니다. 아무래도 점수가 많이 나면서 경기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었겠지요. H2를 보면서 고교야구는 낮 시합만 하는 줄 알았는데, 외야 스탠드에 라이트가 들어오는 게 참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토카이 선수들은 홈 플레이트 앞에 일렬로 서서 교가를 열창했구요. 한 점차로 아깝게 패배한 시즈오카 고교 선수들은 덕아웃 앞에 일렬로 서서, 상대팀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또 짠한 마음이 들더군요.
#5. 결말
'열투 갑자원'이라고... 그 날 갑자원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여주고, 선수단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TV아사히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올 여름의 열투갑자원은, 우리나라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후루타 전 야쿠르트 감독 - H2 노다의 모델이자, 안경 쓴 포수는 조심해야 한다는 포수의 모델 - 이 진행합니다.
경기가 끝나고.. 입장할 때 아사히 신문에서 나누어주는 열투갑자원 부채를 펄럭이면서 걸어가는데, 웬 할아버지 한 분께서 저를 보며 웃으시더니... '한신~~ 쏼라~~~' 하는 노래를 부르십니다. 여름 코시엔 경기를 보고 돌아가는 외국인은 없을테니... 제가 당연히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셨던 걸까요... "죄송하지만 한국인이라서 일본어를 잘 못해요. 오지상 노래 못 알아듣겠어요." 라고 했더니 O.O 하는 표정... 눈이 휘둥그래해지십니다. (계획한대로 한신 타이거즈 모자까지 사서 쓰고 있었으면 완벽했을텐데...... orz) 하긴, 전 날에 우지에서 녹차를 마실 때에도 내일 히메지 성 갔다가 갑자원 경기 보러 갈 거라 했더니 점원 분들도 다들 놀라긴 하시더군요. 한국인이 갑자원을 보러 간다니 대체 왜??? 하는 표정을 지으십니다. 아다치 미츠루 센세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계시는 듯.
패배한 시즈오카 고교의 응원단들은 귀가를 서두르는데, 승리한 토카이 고교 응원단, 특히 선수들의 학부모님들로 보이는 분들은 삼삼오오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우시면서 오늘 경기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더군요. 어떻게 응원단을 알아보느냐구요? 그 분들... 아까 샵에서 구입하신 응원단 수건을 목에 다들 한 장씩 걸치고 계셔서 알아보기가 참 쉬웠습니다.
220엔을 내고 코시엔구치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더군요. 올 때도 이걸 탔으면 좋았을텐데...
JR코시엔구치 역에서 오사카 방향 보통전철은.... 오사카 역으로 가는 JR코베선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오히려 보통열차는 신후쿠시마역 방향으로 가는 JR토자이선만 있는 모양입니다. 이걸 모르고 전철을 탔더니, 짐이 있는 오사카 역과는 계속 멀어지게 되더군요. 다시 아마가사키 역으로 돌아와서, 오사카 역으로 가는 JR코베선으로 갈아타야 했습니다. 경기 보고 JR을 이용해서 오사카로 돌아가실 분이 있으시다면 참고하셔야 할 듯.
#6. 여담 - 코시엔 구장의 음식과 맥주, 그리고 응원단
샤빠작가의 코시엔 만화에도 나온 것처럼, 좌석에 가만 앉아있어도 판매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맥주를 팝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일본어가 '비루 이까가데스까?(맥주 어떠신가요?)'하는, 낭낭한 목소리의 판매원들이 외치는 소리입니다. 손을 들면, 제 자리까지 와서 무릎을 꿇고, 통에 담겨있는 맥주를 총으로 쏴 주더군요. 사진의 분홍색 옷을 입은 처자가 맥주판매원입니다. 등에 짊어지고 있는 맥주 통이 보이시나요.
물론, 뜨거운 한 낮에 통이 덥혀지다 보니.. 맥주가 좀 미지근하긴 합니다. 시원한 생맥주는 경기장 입구와 관람석 사이에서 팝니다. 물론 야끼도리 같은 꼬치요리, 카레, 야끼소바, 타코야끼 같은 일본식 음식도 있고, 롯데리아(!!)나 피자가게도 있습니다. 이닝 사이에 얼른 가서 사 오면 되더군요. 저는 경기 시작할 때 닭꼬치 둘과 맥주를 사서 들어갔었고, 5회말까지 마친 다음에는 돈까스카레덮밥(가츠카레)를 사서 먹어봤습니다. 닭꼬치는 정말 맛있었지만, 가츠카레는 역시 레토르트를 사서 데워주는 카레라 그런지 훌륭하진 않았습니다. 그럭저럭 먹을만 한 정도더군요. 매운 맛을 주문했는데도 하나도 안 맵습니다.
판매원 아가씨들이 너무 많다보니 (맥주 뿐만이 아니라 츄하이, 음료수, 아이스크림, 응원도구 판매원까지) 경기구경하기에는 좀 짜증나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나름 경기장의 활력을 더하는 요소 중 하나지 싶습니다.
그리고... 비록 치어리더는 구경하지 못했지만(T_T)... 응원단의 브라스밴드는 정말 흥겨웠습니다. 터치의 주제가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퀸의 we will rock you부터 시작해서 많은 응원곡들을 공격 내내 연주하는데, 야구장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는 최고 같습니다. 테이프로 틀어주는 음악보다는 훨씬 낫더군요. 저도 모르게 공격 때면 브라스밴드의 연주에 발을 맞추고 있더라구요. 치어리더가 있었다면 사진을 찍었겠지만... 없었으므로 응원단 사진은 패스하겠습니다. (그런데 밤에 열투갑자원을 보니... 1시합이나 2시합에서는 치어리더가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orz)
#7. 맺으며
야구직관을 못한지 꽤 됐습니다. 이번이 근 10여년 만의 야구직관이었는데요. 프로야구도 아니고, 물 건너 고딩들의 야구를 직관한 게 제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긴 합니다. 아다치 미츠루와 샤다라빠 작가 덕분에, 어떻게 생각하면 요상하게도 순도100% 한국인 아저씨가 코시엔 구장에서 여름 갑자원 대회를 보게 된 것이겠지요.
이 때문에 산젠인이나 다른 관광을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긴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올해 대회가 97회 여름 갑자원이던데... 3년 후를 기약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