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8/02 16:36:26
Name Jace Beleren
Subject [일반] 논리와 이성의 바깥
0.

학창 시절 가정 형편이 별로 좋지 못했다. 잠깐 반짝 황금기를 보내기도 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윤택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꼭 하고 싶은 것, 꼭 먹고 싶은 것, 꼭 사고 싶지 않은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경제적 환경속에서, 우리 가족들은 서로 많은 부분을 감내하고 양보하며 살았다.

한창 예쁘고 싶고 사춘기이던 동생도 불만이 많았으리라. 또래들이 하나둘씩 쌍수를 하고 필러 시술을 받아 이뻐지는 와중에, 비싼 옷 비싼 가방을 사서 한껏 본인의 아름다움을 자랑할때,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겨우 손에 닿는 옷을 입고, 쌍수는 커녕 염색조차 부담스러운 환경이라니! 말은 못해도 박탈감이 얼마나 심했을까.

그러나 동생은 내가 그랬듯이 조용히 본인의 몫의 감내를 받아들였다. 우리는 유복하지는 않았지만 지출로 인한 심한 갈등도 생기지 않았다. 그 일이 생기기 전까진.


1.

어릴적부터 외부적 요인에 필요 이상으로 몰입하는 행위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가수가 있었지만 그의 노래를 즐겨듣고 음반을 한장 사는 것 정도가 내 사랑의 증명의 끝이었다.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가 있어도 그가 경기를 할때 정말 멋있다고 느낄뿐 그의 유니폼이나 신발이 사고 싶지는 않았다. 응원팀도 선수의 이적과 상황에 따라 그게 별거냐는듯 아무렇지도 않게 바뀌었다. 드랍동에 글을 보러 가입한것을 빼면 30년 가까이 사는동안 아직도 특정 가수, 선수의 팬카페에 가입해본적도 한번도 없다.

부모님도 나와 큰 차이가 없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고, 그 때문에 우리 가족은 어느날 뜬금없이 동생이 진지하게 꺼낸 한마디에, 다들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나 XX가 이번에 방출되고 인터넷에서 욕먹어서 너무 속상해, 불쌍한데 가수로 다시 재기하게 도와주고 싶은데 우리 몇십만원만 후원하자, 응?'


2.

이야기를 듣고 내가 처음으로 한 일은 부모님을 이번 토픽에서 배제하는거였다. 나 조차 한대 얻어맞은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두분이 도저히 이해할 수 있을것 같지 않았다. 이성의 끈을 잘 잡고 있을지도 불분명했다. 그래서 내가 알아서 얘기한다고 잘 이야기 해 부모님을 안방으로 보내고 동생과 방에 둘이 남았다.

동생은 앨범이나 팬픽을 구매하는 등, 나와는 다르게 꽤 헤비하게 팬질을 하는 스타일이었다는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비디오 카드와 게임을 사서 게임을 즐기거나, 야구공과 배트를 사서 야구를 하는것과 전혀 다를거 없는 여가행위였고, 그에 대해 가족은 한번도 동생을 터치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은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직접적으로 그냥 돈을 후원하자고? 창작물을 소비해서 간접적으로 돕는게 아니라, 이제는 가수도 아닌 사람에게 그냥 돈을 후원하자니, 당시의 나는 그 발상의 뿌리가 대체 어디인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동생을 이성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설득하려했다.

. 아니 대체 너랑 걔하고 무슨 상관인데 돈을 후원하냐.
.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돈을 후원받으면 기분이 좋겠냐,
. 상식적으로 그 친구가 여태까지 가수활동 하면서 번 돈이 있고 미국에 기반도 있을텐데, 막말로 돈을 주고 받으면 걔가 우리한테 줘야 되는거 아니냐.
. 부모님이 상식적으로 이걸 허락해서 돈을 주시겠냐.

그러나 동생의 의지는 굳건했다. 엄마 아빠 오빠가 그럴줄은 알았는데 혹시나 해서 얘기해본거고, 자기가 자기 용돈 까서 모아서 주겠단다. 그쯤 되니까 인격이 성숙하지 못한 나는 화까지 났다. 아니 왜? 대체 왜 그런짓을 하냐? 걔가 너한테 해준게 뭐 있냐? 니가 걔한테 그렇게 해줘야 할 이유가 뭐가 있냐?, 나이는 많지만 마냥 어리기만 했던 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우문에, 동생은 일견 감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핵심을 담고 있는 대답을 해주었다.

'몰라, 사랑해 사랑하니까 뭔가 해주고 싶어, 왜 사랑하는지는 나도 몰라, 좋으니까 좋은거지, 그냥 좋단 말이야'


3.

너무나도 착한 내 동생은 결국 또 한번 나에게 져주었다. 우리는 현금 기십만원 대신 약 10만원 상당의 약소한 선물을 사서 보내는것으로 타협했다. 대신 절반은 내 용돈에서 보태기로 했는데, 그 일로 내가 받은 가르침에 대한 수업료라고 생각하면, 5만원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브로마이드를 사거나, 유니폼을 사거나, 팬카페에 가입하지 않는다. 종교도 믿을 수 없다. 여전히 나와 관계를 맺지 않은 다른 어떤것을 나 이상으로 몰입하고 사랑할 수 없는 불쌍한 존재다. 달라지지는 않았다. 단지 배웠을뿐이다.

소위 말하는 팬심은 이성과 논리의 영역 바깥에 존재했다. 애초에 팬심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사랑의 이유를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애초에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그런 섬세한 감성을 지니지 못하고 태어났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깎아내리고 비이성적이라고 매도할 자격은 없다.

또한 회를 썰기 위한 사시미 칼로 남을 해치는 행위가 해치는 행위의 잘못이지 사시미 칼의 잘못이 아니듯, 그들의 사랑과 믿음이 누군가를 해친다면 그것도 본질적으로 사랑과 믿음의 잘못이 아니었다. 동생이 가족 몰래 결국 100만원을 빼돌려 그 친구에게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100만원을 보낸 행위가 문제고 그 행위를 바탕으로 혼내고 타일러야지, 근본적인 감정을 이성적으로 설득하고 훈육할 수는 없는 노릇이란 얘기다.

그 이후 누군가의 주장에서 특정 대상에 대한 '사랑' 혹은 '믿음' 비슷한 무언가가 느껴질때는 더 이상 논쟁을 이어가지 않는다. 그것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니까. 내 이성과 논리는 어차피 그들에게 닿지 않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타협선을 만들어 그저 존중하는것뿐이라는것을 배웠다.

객관적 사실은 그냥 그 자리에서 옳음으로서 존재한다. 그것이 본인 마음에 안든다고 뽑아버리려 하는것이 저열한 반달리즘일뿐이듯, 모르는척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귀에 억지로 망치로 박아넣는 행위도 폭력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8/02 16:4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인데요. 한가지 여쭤보고싶은 건 뭐랄까 좋은 대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던 알고지내던 선배가 어느날 소식을 들어보니 신천지에 빠져서 직장도 그만두고 돈을 가져다 바치고 있다고 하더군요. 주변 선배 친구들도 만류했으나 오히려 전도를 당하고 집은 선배 때문에 우울이 끊이질 않고..이런 상황에서도 믿음이라는게 굳건하니 그냥 내버려둬야 할까요?

아니면 어느정도의 경제적 기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라고 얘기한다면 그 경계는 누가 정하며 이 자체로 이미 이성이 들어간 것이 아닌지 궁금해지네요.
Jace Beleren
16/08/02 16:51
수정 아이콘
정확히 말하면 이 글의 요지는 그 선배에게 [논리와 이성으로 넌 그러면 안돼라고 말하는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거에요. 내버려두냐 마냐를 떠나서 이성적으로 '신천지는 사이비 종교고, 신은 없고, 너는 꽁돈을 가져다 버리고 있는것이다' 라고 백날 천날 타당한 근거를 들어서 얘기해봐야 어차피 논리 바깥의 세계로 떠난 지인에게는 그 이야기가 닿을 턱이 만무할거에요.

다만 말씀하신대로 믿음과 사랑이 개인의 머리속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화해서 행위가 되고 남에게 영향을 준다면 당연히 그때는 이성과 논리에 의해 속박을 받을수밖에 없습니다. 본문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동생도 결국 이성적으로 타협해서 10만원 상당의 조공만 보냈구요 크크.

지금 예로 들어주신것과 같은 상황은 냉정하게 얘기해서 가정내에서 해결하긴 어렵고 법과 사회 안전망이 작동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이는데 우리 사회가 아직 그런 부분에서는 미흡한점이 많죠.
blackroc
16/08/02 16:47
수정 아이콘
추천 했습니다.
인간들의 삶은 참 난해한거 같습니다
그게 인간인 거겠지만요

하지만 정말 아니라고 생각할 때 그자세가 안 돼죠
MoveCrowd
16/08/02 16:50
수정 아이콘
제가 팬문화를 궁극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무리 요새는 직캠이고 v앱이고 있어도 그 내면을 제대로 알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안웃고 안친절한 아이돌이 누가 있겠어요.
Jace Beleren
16/08/02 17:03
수정 아이콘
근본적으로 인간관계는 다 추측과 합리화를 기반으로 하는거죠. 남자친구가 나랑 6시에 만나기로 했으면 5시까지 딴 여자랑 놀다오는걸수도 있지만 보통 그렇게 까지 의심 안하듯이 아이돌이 친절하게 웃으며 속으론 이 더러운 쓰레기들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일부러 그걸 생각할 필요까지야...
MoveCrowd
16/08/02 17:49
수정 아이콘
그래도 남자친구랑은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쌍방향 소통이 되잖아요.
그런데 연예인들과는 그냥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공적인 행동만 보여지니까..
16/08/02 20:02
수정 아이콘
대신 남자친구보다 친절하고 잘생겼으니까요
팬클럽활동에 쌍방향이 아예 없는건 아니죠
MoveCrowd
16/08/02 20:19
수정 아이콘
친절할만한 쌍방향 활동이 팬싸인회말고 특별히 따로 있나요?
16/08/02 20:29
수정 아이콘
도시락 보내주고 고맙다는 이야기 듣는것도 쌍방향이죠 뭐 싸인회말고도 여러가지 있잖아요 티비에서 팬클럽분들 앨범사줘서 고마워요 소리를 집에서 들어도 쌍방향이라고 봅니다
MoveCrowd
16/08/02 23:43
수정 아이콘
그런게 소중한게 결국 자신이 응원하는 대상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기본적인 좋아함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수십 수백만원의 돈을 - 애초에 돈이 많지 않은 사람 기준으로 - 막 쓸 수 있는게 놀라워서요.

뭔가 '예쁜 사람,유명한 사람에게서 받는 관심'이 많은 의미를 가지는 요즘 같습니다.
16/08/03 07:14
수정 아이콘
남자도 좋아하는 여자때문에 외제차에 거의 전재산 쓰는분도 계시고..
어차피 일하면 수십만원이야 반달이면 벌기때문에 놀랍지가 않네요
16/08/02 16:5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남 일에 신경 끄는게 답이죠.

남이 아니거나 개인적인 일이 아니게 되면 좀 골치가 아프지만요.
16/08/02 17:01
수정 아이콘
신경 끄라는 말씀이시죠? 자음 하나에 의미가 180도 달라지네요.
16/08/02 17:48
수정 아이콘
으아니 맙소사 진짜로 반대로 썼네요. 충-격

고쳤습니다.
세인트
16/08/02 16:54
수정 아이콘
[객관적 사실의 그냥 그 자리에서 옳음으로서 존재한다. 그것이 본인 마음에 안든다고 뽑아버리려 하는것이 저열한 반달리즘일뿐이듯, 모르는척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귀에 억지로 망치로 박아넣는 행위도 폭력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똥을 싸질렀다 수습도 안되서 허둥지둥하는 입장이라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군-
16/08/02 17:04
수정 아이콘
논리과 이성을 가진 인간이 모든것을 통제할 수 있고, 인간의 이성으로 모든 일들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 만들어낸 산물들이...
우생학에 기초를 두고, 과학적으로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을 구분지어야 한다는 것을 기반으로 나치즘이 정당화됐고,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 칭하고, 집단지성이 언제나 옳고, 그 지성으로 인해 역사가 옳은 방향으로 발전해간다는 신념으로 공산주의가 일어났죠.
그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테고요.

그러나... 지금의 과학으로 증명해봐도, 나치즘과 공산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과학적 논리 자체는 틀린게 아닙니다.
그걸 어떻게 이용했느냐, 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느냐가 문제였죠. 과학에는 오류가 없을지 몰라도, 인간은 오류투성이 입니다.
16/08/02 17:06
수정 아이콘
긴 이야기 끝에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가 궁금합니다.
Camomile
16/08/02 17:06
수정 아이콘
팬심의 근원을 알기 위해 정치학, 종교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공부해보니 저명한 학자들도 팬심의 근원을 찾지못했다는 것만 알았습니다. 허허.
Jace Beleren
16/08/02 17:18
수정 아이콘
아예 접근법을 달리해서 뇌과학을 공부해보시는건 어떨까요 크크
Camomile
16/08/02 17:21
수정 아이콘
그렇지않아도 뇌과학과 신학, 종교학 간의 교류가 어느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 저는 뇌 스캔한 거 못보겠더라구요 크크
반복문
16/08/02 17:09
수정 아이콘
취향존중 참 힘들죠
16/08/02 17:18
수정 아이콘
난 그들의 취향을 존중해주고 싶은데 일요일에 초인종도 안 누르고 대뜸 집안에 들어온다. 이것이 그들의 취향인가. 알다가도 모르겠네.
Jace Beleren
16/08/02 17:22
수정 아이콘
그건 주거침입죄로 범죄입니다.
16/08/02 17:33
수정 아이콘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고 다니는 사람들은 교회 다닌다고 붙여놔도 그렇습니다 -_-...
그러면서 '파수대', '깨어라' 같은거나 주죠. -_-..
Igor.G.Ne
16/08/02 17:21
수정 아이콘
언제부터였을까 머리속으로 내 주변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그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옳다 그르다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인생을 가장 편하게 사는 법이라는걸 알게되었죠.
16/08/02 17:38
수정 아이콘
내심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와 다르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려면 정말 오래 걸릴 거 같아요.

표현의 자유도 이름만 빌려서 전횡을 일삼는 이들이 아직도 그득하다는 게 정말 슬퍼요.
눈물고기
16/08/02 18:15
수정 아이콘
저도 26년간 글쓴이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살았으나,

트와이스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Jace Beleren
16/08/02 18:17
수정 아이콘
저도 갓와이스 갓자친구 다 좋아하는데 두 그룹 합쳐서 음방 영상 한 다섯개 직캠 한개 본 정도가 제 팬심의 한계... 음악은 좋아서 많이 듣고 있습니다 ㅠㅠ
16/08/02 18:59
수정 아이콘
이거레알..
yangjyess
16/08/02 19:47
수정 아이콘
추천 눌렀습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이성과 논리만으로는 살아가지 못하죠...
16/08/02 20:05
수정 아이콘
본문의 가수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수로 인해서 행복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고 싶어지는것도 이성적 판단이 될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불법 다운로드가 가능해도 굳이 패키지를 사는 심정하고 같다고 보여지네요
Jace Beleren
16/08/02 20:21
수정 아이콘
그건 방법적으로 그냥 구매행위일뿐이니 다르죠. 그 전에 팬싸나 사진같은 수집요소가 전혀 없는데도 같은 앨범 10장씩 사는것도 한번도 말려본적 없습니다.

저게 충격으로 다가온건 사적으로 금전적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구요. 크크. 게임으로 치면 도네이션같은건데 그거랑도 좀 다른게 게임 제작자는 도네이션을 공개적으로 받지만 저 가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16/08/02 20:32
수정 아이콘
결국 안받으면 몰라도 받으면 도네이션 공개적으로 받는 사람인거 아닌가요?
트와이스는 아예 안받던데
Jace Beleren
16/08/02 20:48
수정 아이콘
음 저 말을 하는 시점엔 아예 가수도 아니였어요. 팀에서 나와서 그냥 아예 일반인이었습니다. 크크. 한국인도 아니라서 선물 보내는것도 보통일이 아니였고...

아마 돈을 보내려고 했어도 마땅한 방법이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는 거라고는 미국 집 주소뿐이니
암흑마검
16/08/02 20:50
수정 아이콘
어랏... 이 정도 힌트를 주시니 누군지 대충 알 것도 같네요...
16/08/02 21:11
수정 아이콘
앗 나도 누군지 알겠다
어쨌든 본인한테 즐거움을 줬으면 보답하고 싶어지는 행위인데 이성으로 이해 못할일은 아니라고 봐요
cienbuss
16/08/02 20:55
수정 아이콘
논리와 이성으로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 경우에도 그사람이 타협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하죠. 그리고 종종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논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사람이 꼭 설득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반감을 품고 본인의 생각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되는사람도 있어서.
정치경제학
16/08/02 21:37
수정 아이콘
배려는 바라지도 않고, 싸잡아 욕이나 좀 안 했으면.. 물론 타당한 비판이라면 수용하는게 당연합니다..

근데 종교=비과학=미개 공식에는 뭐라 할 말이 없네요.
16/08/02 22:18
수정 아이콘
본문에 가수분은 대세 힙합 레이블 CEO가 되신 그분인건가요? 글 재밌게 읽고 갑니다.
김성수
16/08/03 05:21
수정 아이콘
당연히도? 이성의 영역은 감성의 완성을 추구하는 형태로 진화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감성을 소유해왔기에 힘겨루기는 분명히 있어왔겠고요. 그럼에도 언급되는 두 가지 영역에 한해서는 사회의 방향성과 기존의 논리 체계를 고려한다면 주류 감정이 전복될 것이라 보기는 합니다. 1. 개인이 자유롭게 소비하는 것과 2. 안 좋은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시스템적으로나 개인의 오지랖적으로 더욱 적극 개입하는 것

예컨대 아이돌에게 전 재산을 바쳐도 부양 할 사람이 없다면 적극 옹호될 것이라 보고, 내 친구가 어디에 빠져서 인간으로 사리 분별이 어려운 것에 대하여 시스템적으로 해결이 손 쉬워지는 것은 당연할 뿐더러 한 개인이 개입하여 도움 주려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불편히 생각하는 것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 봅니다. (당연히 전자 정도의 상황을 사리 분별이 어려운 것이라 볼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요.)

일화를 들으니 예전에 고등학교 친구가 인터넷에서 만난 일면식이 없는 친구에게 사정을 듣고 당시 학생 사정으로 큰 돈을 입금했던 것을 지켜본 기억이 나네요. 당연히 잘 사는 친구는 아니였습니다. 그 친구라면 많이 못살더라도 끼니 좀 굶어서 그리하였을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요. (상황에 사람을 걍 묶어버리시는 경우를 간혹 보는지라 노파심에 적습니다.) 그때 사실 좀 벙찌면서도 기분이 내심 좋아 대리만족했던 기억이 있네요. 뭐 확실히 신원파악하고 사정을 분명히 알아뒀으면 어땠을까 합니다만.. (저도 무턱대고 쌈짓돈 꺼내들 때가 많아서 뭐라할 깜냥은 안 됩니다만..) 어쨌거나 그러한 사례에서 보이는 빈틈은 시스템으로 극복될 여지도 크고 그와 비슷한 행동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리라 봅니다. 일차적으로는 못살고 어려운 사람에게 나의 많은 재산을 주는 것과 그 다음은 상대와 상관없이 말이죠.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사실을 속여서 금품을 받아내는 것은 사기에 해당되겠고 태도를 속이는 것은 애매한 상황이긴 합니다만 당사자가 사리 분별을 정확히 하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라고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게임 패키지를 구매하더라도 게임사에서 우리를 호구로 보고 있을지 아니면 소중한 고객으로 바라볼지는 알기 어려운데 중요한 내용이긴 하겠죠. 다만 우리가 그를 모르더라도 게임 패키지를 구매하는데 태클이 없는 것 처럼 해당 아이돌이 금품을 받는 것을 고맙게 여기든 아니든 전 재산을 바치는 입장에는 태클이 줄어들 것이라 보고요. 받는 입장에서는 사회적 요구가 더욱 강해지고 교육적 문화적으로 받는 것에 대한 감사한 태도를 중시하는 쪽으로 시스템이 변화하긴 할 거라 봅니다. (물론 시스템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해당 시스템 이탈자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그러한 편견을 함부로 갖지 않는 풍토가 앞서 등장하여 그런 상황이 예방될 수도 있겠지요. 사건 사고에서 예외를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많은 신중함을 요구하는 덕목이라 보기에 편견에 대한 근본적인 반감을 갖는 풍토는 금품을 받는 자에 대한 사회의 요구의 강화보다는 느릴 것이라 봅니다. 편견에 대한 반감이 개별 사건에 있어서는 늘 진화하긴 했습니다만 1. 내가 거부감 드는 2.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면 편견은 다시 쉽게 볼 수 있었기에 '근본적인 반감'과 구분지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편견에 대해 주의할 것이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또 다시 오랜 세월이 걸릴 겁니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 그것은 편견이 아니라 직관력일 수도 있다고 보긴 합니다. 저 또한 예를 들어 지역적, 성별적, 인종적, 학벌적 편견들이 실제 유의미한 수치의 차이로 연결될 수 있다고는 보기도 하고요. 다만 그게 말로 확신할 만큼 예외를 통제하며 판단이 가능한 분들은 없으리라 봐요. 저 지역은 이렇다 저 성별은 이렇다는 대게 감 떨어지는 판단이라 봅니다. 물론 저 또한 감 떨어질 때가 많고 애초에 그건 중요치 않다고 보는데. 것 말고 순간의 확신으로 상대를 어떠한 굴레에 씌워버리거나 그를 바탕으로 하여 모욕하는 언사는 꽤나 지독한 것이고 지양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흑인은 역시 저래 정도는 사회의 거부감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지만 새롭고 불편한 것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취약하긴 하다고 보고요. ('게임'에 대한 편견을 우리가 싫어하지만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다른 '문화'에 대한 굴레 씌우기와 모욕은 숱하게 봐왔던지라 역지사지도 많이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넷상에서는 남-녀 문제에 대해 감정이 격해져서 우리가 쌓아온 남-녀에 대한 편견에 대한 거부감이나 지위까지 많이 무너져 버리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볼 때마다 상심이 큽니다. 누가 이랬냐는 ㅠ 덕분에 이제는 남초도 여초도 활동하기 귀찮아지는 수준에 이르게 되더군요.) 왜 여기까지 글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받는 사람의 사회적 견제와 감사함을 유도하는 쪽으로 흐르겠고 거기에 엇나갈 경우 편견이라는 것이 작동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적다보니 왜 '사회의 방향과 논리체계'를 고려하면 해당 사안에 대한 주류의 감정이 전복될 것인가에 대한 짧게라도 적고 싶어졌는데 이미 댓글이 길어질대로 길어지고 산을 넘어버렸네요..
밀물썰물
16/08/03 11:15
수정 아이콘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믿음이 있다면 그것이 아니다라는 내 생각을 전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누가 맞는지도 사실 모릅니다. 상대방이 틀렸는지 나머지 사람들이 틀렸는지.

살면서 점점더 이런 것을 느낌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조금 돌리면 내가 무었을 하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크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기도 합나다.
16/08/03 11:33
수정 아이콘
뜬금없이 찌찌파티가 생각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전부터 느끼는건데 글 참 조리있게 잘 쓰세요. 댓글도 그렇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6743 [일반] <약스포> 내가 DC영화를 다시 보면 성을 간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38] 상여선인28516 16/08/03 28516 1
66741 [일반] (약스포)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 고담지역 싱글 모임 [19] 피로링5804 16/08/03 5804 0
66740 [일반] (스포X) 수어사이드 스쿼드 보고 왔습니다. [31] 은하관제7039 16/08/03 7039 1
66739 [일반] 분뇨조절장애. [13] 세인트5812 16/08/03 5812 4
66738 [일반] [마마무][오마이걸][에이프릴] 8월 걸그룹 콘서트 정보글.. [17] wlsak4754 16/08/03 4754 0
66737 [일반] <제이슨 본>의 각본상의 의문점들(스포일러) [42] 구밀복검8527 16/08/03 8527 2
66736 [일반] 힛 더 스테이지 1회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 [6] 삭제됨4459 16/08/03 4459 2
66735 [일반] 갤럭시노트7이 발표되었습니다 [71] 아리아12718 16/08/03 12718 0
66734 [일반] 소나무 넘나 좋은 것 안무 단상(GIF&용량주의) [26] 좋아요6230 16/08/03 6230 8
66733 [일반] [MLB]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끝났습니다. [27] ESBL5102 16/08/02 5102 0
66732 [일반] 최근 부산에 일어난 일련의 자동차 사건을 보면서.. [49] 레인이11903 16/08/02 11903 4
66731 [일반] [야구] '도박심판' 10년간 계좌로 검은 돈 받았다. [71] 이홍기12606 16/08/02 12606 2
66730 [일반] [야구] NC 이민호, 외도 폭행논란 [58] 이홍기14100 16/08/02 14100 0
66729 [일반] 논리와 이성의 바깥 [42] Jace Beleren6584 16/08/02 6584 20
66728 [일반] 인천상륙작전이 흥행을 꽤 할 모양인가본데요 [130] 연환전신각12275 16/08/02 12275 8
66727 [일반] 똥, 설사 이야기 [29] 모모스20139810 16/08/02 9810 28
66726 [일반] 이 곳이 바로 종교 광신주의자들의 소굴입니까? (수정) [277] 세인트13940 16/08/02 13940 24
66725 [일반] 과학론적 방법론과 믿음의 증명 [121] 삭제됨6766 16/08/02 6766 13
66724 [일반] [안드로이드] 루팅 없이 홈 버튼 기능을 바꿔주는 어플들 [2] Zelazny9692 16/08/02 9692 2
66723 [일반] 제이슨 본 보고 왔습니다~ (스포?) [27] 빙봉4987 16/08/02 4987 1
66722 [일반] 김영란법을 맞이하여 주절거려보는 개인적인 비리 경험담 [14] 박용택5712 16/08/02 5712 3
66721 [일반] 류현진,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64] wish buRn9515 16/08/02 9515 1
66720 [일반] 우리나라 길 이야기 10(영덕-경동로,창원대로) [13] 박루미4200 16/08/02 420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