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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8/09 16:49:47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초상화에 나타난 다른 형제들에 대한 열패감...
문학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형제자매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케이스가 바로 브론테 자매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그리고 앤 브론테는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아그네스 그레이]같은 작품들로 이름을 알린 영국의 대표적인 자매 시인이자 소설가들입니다.


Jane_Eyre.jpg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하지만 이렇게 유명한 자매들 사이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한 남자 형제가 있었으니 바로 브란웰 브론테입니다. 그는 형제들 가운데 유일한 남자였습니다. 그 역시 누나들과 여동생처럼 예술 쪽에 재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림도 잘 그렸고 글도 썼다고 하는데 어찌 된 일인 지 어느 쪽으로도 직업적으로 이름을 알릴 만큼의 성취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그의 삶은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술과 아편 팅크에 중독이 되었고 유부녀를 사랑했으며 제대로 된 직업 활동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폐렴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꼿꼿하게 선 자세로 죽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그렇게 죽고 싶어서였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고 하네요.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그가 어렸을 때 자신과 누나들을 그린 초상화가 한 점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와 심하게 다툰 후 그는 그 그림을 꺼내 들고는 자신의 모습 위로 물감을 덧칠해서 자신을 지워버립니다. 그래서 실제 초상화에서는 샬럿, 에밀리, 앤 자매들 사이에 마치 유령이 서 있는 것처럼 사람의 형상만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누나들이나 여동생 보다도 유일한 아들이 가장 재능이 뛰어나다며 기대를 제일 많이 했었다고 합니다...--;;)


78.jpg


그림 속 자신의 모습에 덧칠을 하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작가로서 인정을 받은 누나들과는 달리 자신은 초상화에 등장할 자격이 없다는 열패감을 느꼈을까요? 나는 왜 이렇게 되었나?하고 자신에게 원망의 마음을 돌렸을까요? 우리 주변에도 많은 브란웰 브론테들이 있을 겁니다. 형 보다 못한 대학에 입학한 동생, 동생보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언니, 그리고 그런 형제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부모들...

브론테 자매들의 초상화를 보다 보면 세 명의 자매들 보다는 저 가운데 유령처럼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린 브란웰 브론테에 더 눈길이 가곤 합니다. 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샬럿 브론테보다는 브란웰 브론테에 더 가깝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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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09 16:54
수정 아이콘
엄친아도 사람 미치게 하지만 진짜 사람 미치게 하는건 결국 친족비교죠.
오빠,누나,동생 넘어서 사촌까지 비교하기 시작하면 사람 하나 미치는거 쉽죠.
브란웰 브론테란 사람을 이제야 저도 아네요. 그 당시에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저 초상화 보니 이해갑니다.
예술에 재능이 있었던 것을 봐서 감수성 등이 더 예민했을테니 너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Samothrace
17/08/09 16:54
수정 아이콘
걸작이네요
닉 로즈
17/08/09 17:01
수정 아이콘
하나! 둘! 셋!
진중'걸' 파이팅...
FRONTIER SETTER
17/08/09 17:02
수정 아이콘
예술이라는 게 맥락 속에서도 뿌리 내리는 건가 봐요. 실제로 어떤지야 모르지만 그 사람의 사정을 듣고 그림을 보니 정말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림이 더 인상 깊게 느껴지네요.
Agnus Dei
17/08/09 17:02
수정 아이콘
정작 에밀리 브론테도 죽고 난 후에야 유명해졌지 생전에는 그리 인정받지 못한 작가였다고 들었는데...앤은 예나 지금이나 언니들보다 훨씬 못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고...저중에 열패감 안 느낄 사람은 샬롯 뿐이네요.
무무무무무무
17/08/09 22:20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그나마 제인에어도 브란웰이 죽기 얼마 전에나 나온 작품이라....
최종병기캐리어
17/08/09 17:12
수정 아이콘
제 성적표의 전교석차 숫자가 전국석차 숫자와 동등수준이었던 형'들'을 가져서 저 느낌 잘 알죠...

그 때는 참 이해가 안되고 그랬는데, 나이들고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놀아서 그런거였어...
파르티타
17/08/09 17:21
수정 아이콘
역시 믿고 보는 네덜란드님 글!
잘 읽었습니다
17/08/09 17:27
수정 아이콘
크크 네덜란드!
레일리
17/08/09 19:42
수정 아이콘
저 이 댓글보고 글쓴님 닉이 네덜란드가 아니었단걸 깨달았습니다....
17/08/09 20:54
수정 아이콘
https://goo.gl/D4o17v
궁금해서 찾아본 복원화..
17/08/09 23:38
수정 아이콘
사촌까지는 모르겠고. 사실 형제가 잘되는건 전 좋더라고요. 비교당하든 말든 뭐 신경 안쓰면 되는일이고...못난 형동생이 있으면 인생이 고달픕니다. 못된짓이라도 저지르면 진짜 피곤해지죠. 제 동생이 저보다 잘났는데. 내비둬도 알아서 효도 잘하고 돈잘벌고 하니까 형제자매에 대한 걱정이 없어서 편해요. 그에반해. 와이프 오빠가 이번에 백수가 되었는데. 그것때문에 괜히 맘고생하는 와이프가 절 부러워하더군요..자존심 버리고 살면 편합니다. 형제한테 질투하지 마세요 크크
17/08/10 03:02
수정 아이콘
저도 제 형이 저보다 훨씬 잘났는데 전혀 질투 안 하고 잘 지냅니다. 근데 이게 꼭 제가 성격이 좋아서는 아닌 것 같고, 잘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 부모님은 날 어떻게 대하시는가 등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 싶습니다.
낭만없는 마법사
17/08/10 07:53
수정 아이콘
브론테 남매가 전반적으로 다 불우한 건 아는데... 참... 저 집안은 마가 낀 거 같아요.
17/08/10 09:27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까 집안 전체가 다 단명했네요.
비운의 천재 집안...
무무무무무무
17/08/10 09:30
수정 아이콘
막상 아버지는 장수해서 가장 늦게 돌아가셨더군요.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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