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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30 13:17:35
Name 누구겠소
Subject [일반] 그믐달 뜨는 날
옛날 어떤 섬에 특별한 종족이 있었다. 그 종족은 일년에 한번 그믐달이 뜨는 날에는 같은 마을 사람을 죽였다. 누구를 죽여야한다거나 어떻게 죽여야 하는지는 정해진 바가 없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누가 처음 그렇게 하기로 정했는지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날이 다가오면 마을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약자는 물론이고 힘이 쎄거나 부자라도 죽임을 당할 수 있었다. 집단이 하나를 죽이는 수도 있었고 전혀 뜻밖에 인물이 다른 뜻밖에 인물에 의해 죽음을 맞는 경우도 있었다. 방법도 다양해서 독이나 함정에 당하는 수도 있었다.

그 날 밤은 늘 혼란스러운 어둠이었고 피냄새가 났다. 규칙은 있었다. 그 날 누가 누구를 죽이든 아무도 죄를 묻지 않았지만, 단 한 구의 시체가 나오는 순간 더이상의 살인은 금해졌다.

자신의 부모가 살해당하거나 친한 친구, 혹은 사랑하는 연인이 죽임을 당해도 그뿐, 복수는 불가능했다. 그날 벌어지는 살인은 그들이 믿는 신의 뜻에 따라 일어나는 공동의 초월적인 경험이었다. 믿음은 강력했고, 사람들의 감정은 그 믿음보다 우세할 수는 없었다. 간혹 복수를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곧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응징당했다. 한번이라도 주변인이 살해당하는 비극으로 인한 분노와 눈물을 삼켜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 규칙의 강력한 수호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믿음과는 별개로 사람들 모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죽고 싶어 하지 않는 강렬한 소망이 있는 것이라, 사람들은 그 심판의 날이 다가올수록 남에게 밉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그들 모두가 아무리 서로에게 선하게 대하려 애써도 자그마한 섬에서 사이가 좋지 못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라, 늘 희생자는 나왔다.

그날 밤에 살인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정말 불가능해보였다. 하지만 긴 세월이 지나고, 마침내 아무도 죽지 않는 그믐이 왔다. 사람들은 모두 순했고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 일 년 내내 그들은 아무런 사소한 말다툼조차 벌이지 않았던 것이다.

막상 동이 터오르는데도 아무도 죽지 않자 그들은 당황했고 혼란에 빠졌다. 누군가가 이제 신이 자신들을 버렸다고 했다. 누군가는 이제 더 이상 신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들이 선해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모두 조금은 당황했지만, 그 해는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듯 보였다.

그런데 그 후로, 그렇게 선했던 사람들이 이제 더이상 착하게 굴지 않았다. 곧, 척박한 섬 생활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기 시작했고 크고 작은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다음 해에 그 죽고 죽이는 밤이 왔을때, 더 이상 규칙은 없었다. 사람들은 뭔가에 홀린듯이 서로를 공격했고, 싸움은 해가 뜨고 난 후로도 오후까지 이어졌으며, 섬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들은 무참한 심정으로 그 섬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기록한 후에, 섬을 떠났다.

지금 그 섬은 무인도다. 마치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있다. 하지만 누구든 삽을 들고 한나절만 고생한다면, 사람의 것이 틀림없는 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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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로즈
17/09/30 13:33
수정 아이콘
그래서 권력은 총을 차고있는거에요 그믐날 안죽으려고.
누구겠소
17/09/30 18:29
수정 아이콘
일리가 있네요.
17/09/30 16:53
수정 아이콘
몰입이 장난아닌 글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누구겠소
17/09/30 18:29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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