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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9/01 18:33:29
Name 하심군
Subject [일반] 치약 뚜껑 닫는 남자
찰리와 초콜릿 공장 리메이크 판에서 찰리의 아버지는 치약 공장 라인에서 뚜껑을 닫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뚜껑을 자동으로 닫는 기계를 공장에 들이면서 찰리의 아버지는 해고되었죠.

처음에 영화를 보게 되면 참 우습고 옛날 일이구나 싶기도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까지 머나먼 이야기도 아닙니다. 흔히들 제조업이라고 부르는 기계가공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죠. 일단 제 경험담이 중심이 될테니까요.
기계가공에서 가장 먼저 자동화 한 일 중 하나는 나사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CNC가공 중에 가장 단순한 일이죠. 봉으로 만들어진 강철을 한번 다듬고 나사를 치고 마지막 후처리까지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초가량. 소재의 단단함이라거나 정교함에 따라 다르지만 길어봐야 20~30초 가량입니다. 그러면 그걸 작업하는 생산 작업자는 기계를 2~3개를 3면에 두고 손가락에 봉을 깍지 끼운채로 쉴새 없이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죠. 숙련자에게 요구하는 생산량은 대략 몇천개 가량. 회사에 따라서 1시간에 10분 내지 2시간에 10분정도의 휴식시간을 줍니다. 물론 10분은 임금에서 빼죠. 그리고 받는 돈은 1시간에 5000원 가량. 숙련이 되어도 딱히 돈을 더주거나 하지는 않죠. 어차피 할 사람은 많으니. 이 작업이 자동화가 된 건 시급이 6000원정도로 올라 갈 때의 일이었습니다. 물론 이 단순한 작업이 로봇팔로 고장없이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발전이 있었지만 결국 사람의 값이 기계 값보다 비싸지는 순간 이 지옥의 작업이 기계에게 넘어간거죠.

이 일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 사람은 많았지만 그 중에 어떤 어머님이 있었습니다. 많이 유능하신 분이죠. 그 공장은 방위산업체인데다 나름 까다로운 후처리를 요구하는 거래처가 많아서 가공 후 버 제거같은 후처리를 그 어머님께 맡겼습니다. 손도 빠르시고 눈도 빨라서 불량도 잘 잡아내시고 물량파악도 잘하셔서 2명 이상의 몫을 해내시는 분이고 그 분이 없으면 이 공장이 운영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죠. 공장 내에서의 대우는 나쁘진 않지만 이 분도 최저임금 이상은 받지 못합니다. 이유는 간단했죠. 일이 너무 바쁘셔서 한 분을 더 받았는데 그 분도 그 정도는 하시더군요. 70년대부터 신발공장에서 활약하셨던 여공들이 아직까지 활약하고 계셨던 겁니다. 그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이고 이 공장이 다른 데로 이전하면 난 그냥 안할란다."

이제 그 분들이 은퇴를 하실 때가 된 거죠. 이 분들이야 인생의 내리막길에 소일하면서 지내니 최저임금 받는 것에 대해서 큰 불만은 없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관리직들이 잠시 그 일을 돕게 된 저같은 사람에게 한마디 툭 뱉는 게 중요한 말이었죠.

"그래 해가지고 어디 최저임금 받아먹겠나?"

숙련자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는 대신 숙련자의 임금에 기준을 맞춤으로서 비숙련자에게 '최저임금도 받을 자격 없는 작업 퀄리티'라는 멍에를 씌운거죠. 설사 그게 이윤보다 손해가 남는 거라고 해도 그게 최저임금도 받을 자격이 없는 일을 한 사람의 탓인지 같은 시간을 두고 최저임금도 못 뽑아먹게 설계한 공장의 탓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마지막에 찰리의 아버지는 치약 공장 자동화 기계를 감독하는 보직에 재채용 됩니다. 그게 우리가 지향해야할 미래라고 단언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제조업에 종사하는 저로서는 그나마 바라볼 미래중 하나는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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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건 앤슬랜드
18/09/01 19:19
수정 아이콘
생산직이란게 그렇죠. 사람 능력에 기계를 맞춰서 설계한게 아니라 기계가 돌아가는 능력에 맞춰 사람이 일할걸 요구하고, 그 수준이 [일이 돌아가게 하는] 최저 수준이 되다보니 임금도 최저임금으로 고정되어버리는.
18/09/01 20:02
수정 아이콘
잠시 중소기업 생산직에 일해본 경험으론...
다시는. 절대. 두번 다시 하고 싶지않다는 거였습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작업을 무제한 반복. 반복. 또 반복하는데 이게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무슨의미가 있는지. 월 200남짓한 돈으로 12개의 시간을 의미없이 버리는 게 맞는지 자괴감이 들더군요.
주간과 야간. 끝 없이 반복되는. 마치 기계의 톱니바퀴가 된 듯한 감정이 폭발했던 건 경력 수십년의 직원이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있던 걸 봤을때 였습니다.

10년간 주야간의 지옥에서 견딘다 한들.
퇴사와 동시에 남는 건 건강을 좀 먹어 번 이삼백 남짓한 급여 말고는 없습니다.

스펙도 전무.
경력도 전무.

남은 건 주야간으로 찌든 몸뚱이 밖에 없겠지요.
그런 곳에서 일할 바엔 노가다 현장의 백배 천배 낫습니다. 적어도 경력이 인정되고. 일을 할때 생각하며 사람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해주니까요.

지금은 다른 직종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지만... 가끔 그때 생각이 납니다. 그곳에서 안주했다면 난 여전히 기계 취급 받으며 어두운 미래를 걱정했겠지요
맥핑키
18/09/02 01:02
수정 아이콘
노가다를 안해보신 것 같은데 똑같습니다.
경력 인정 안되요, 생각하면서 하는 일은 없습니다.
꺼리는 일은 이유가 있어요 노가다에 꿈과 희망과 생각이 있었다면 인력사무소 연령대가 그모양일리 없죠
다람쥐룰루
18/09/02 06: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우리나라에서 노가다라고 불리는 직종이 워낙 광범위해서 발생한 오류인듯 합니다.
바닥미장의 경우 전문성을 인정받는데 약 5년정도 경력이 요구되며 그나마 짧은 타설이나 비계꾼도 최소 6개월 이상 경력이 있어야 단독으로 작업이 가능합니다.
물론 잡부 데려다가 일을 시키는경우가 없진 않습니다만...저는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문제생기면 돈이 더들잖아요
맥핑키
18/09/02 10:06
수정 아이콘
중소기업 생산직이나 주야간 공장업무에 대응되는 노가다는 일용직 노무죠. 말씀하신건 전문직이고요. 그 사람들이 일회성으로 필요한 사람을 구해서 쓸 때 거기에 고용된 사람들이 ‘노가다 했다’ 에 해당되는 거죠.
다람쥐룰루
18/09/02 17:59
수정 아이콘
그 건설 전문직을 노가다라고 많이 부르는건 사실이니까요
제가 하는일도 마찬가지구요
진산월(陳山月)
18/09/02 05:26
수정 아이콘
그 따위 불합리한 시스템을 이용해쳐먹으면서도 최저임금인상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데요 뭘...
18/09/03 13:35
수정 아이콘
왜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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