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10/30 12:31:02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1692906253
Subject [일반] 저도 보고 쓰는 날씨의 아이 후기(스포?)

<너의 이름은.>의 경우 말 그대로 뜬금없이 날린 홈런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포스트 하야오에서 흥행 성적이란 측면은 호소다 마모루가 조금 더 앞선 측면이 있었거든요. 그걸 한방에 뒤엎어 버린 작품이 <너의 이름은.>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성공 이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가 개봉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정식 개봉을 할까, 개봉을 한다고 해도 와이드 개봉을 할까, 란 걱정 내지 의문이 들었는데 일단은 전국적으로 개봉한 모양새더라고요. 아침에 보고 왔습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최고 장점은 역시 작화입니다. 미묘한 색의 변화, 약간은 수채화 같은 느낌의 풍경과 배경. 특히나 이번에는 비가 내리는 도시가 중심이라 이 희미하게 번져나가는 빛의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전작에서도 느꼈는데 인간을 지우거나 아예 먼 화면에 밀어 넣고 배경 중심의 묘사를 보는 게 훨씬 눈이 즐거운 거 같아요.

두 번째 장점은 음악입니다. 이번에도 Radwimps가 참여한 사운드트랙이 좋습니다. 굳이 따지면 전작이었던 <너의 이름은.>의 사운드 트랙을 더 즐겨 들을 것 같긴 하지만 이번 영화에도 꽤 자주 플레이할만한 음악들이 들어 있어요.


문제는 전작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점이겠죠. 그러니까 전작과 되게 유사한 흐름을 지니고 있어요. 소년이 소녀를 만나고, 재난을 겪고, 이를 초현실적 설정을 통해서 돌파한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흐름을 따지자면 소년이 소녀를 만나는 지점과 이 모든 고난을 돌파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쌓아올린 다음, 터뜨려버리는 구조인 셈이겠죠.

그런데 일단 기초 공사가 너무 비슷해요. 전반부에 깔아놓는 복선이나 장면들이 전작에서 그대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조금 듭니다. 구도 자체가 유사하다 싶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문을 들어서는 장면, 이세계로 넘어가는 장면, 낙하 장면 등등등이요.

두 번째는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던 점이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전작 얘기를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네요.

<너의 이름은.>은 판타지였습니다. 그러니까 현실은 그러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판타지요. 2011년 지진이라는 재난 앞에서 그랬다면 어땠을까를 그리는 판타지였고, 결국 영화의 주된 감정은 애절함과 그리움이 묻어 나왔습니다. 이 에너지가 동력 삼아서 후반부의 돌파가 그렇게 강렬했던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의 재난은 중반부까지 임팩트가 작고, 영화의 주된 감정도 조금은 산만합니다. 기본적으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가 힘을 100% 받는 느낌도 아니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끼어들면서 쌓아올려야 할 감정이 조금은 부족해요. 덕분에 후반부 돌파의 에너지도 조금은 미묘하게 부족합니다. 결정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지 못해서 뚫어내지 못하는 엔딩의 느낌도 듭니다.


자 여기서 조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도록 하겠습니다.

거대한 재난이 지나갔습니다. 전작은 그 재난이 아예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에 가까운 판타지였습니다. 이번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엔딩에서 이야기의 책임은 서로 상충되는 두 대사로 정리됩니다. [너네 탓 아니야], 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세계를 택했다]라고. 아저씨가 되어버린 어른 세대는 그 탓이 너희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주인공의 청소년 세대는 그래도 이 상황을 택했다고 말하는 거죠. 어쩌면 감독은 조금은 다른 뉘앙스의 응원을 하고 싶어 했던 건 아닐까 싶어요. 약간은 순응하고, 약간은 자포자기에 가깝지만, 그래도, 너희들의 잘못은 아니니 여기서 부대끼며 살아가 달라고. 그런 응원을요.


저에게 이 영화가 별로였냐 물으면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대답할 거 같아요. 그런데 만약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작을 보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10/30 13:00
수정 아이콘
저는 시사회로 봤었는데 소년에게서 광기가 느껴졌습니다
조커인줄 알았어요
aDayInTheLife
19/10/30 14:09
수정 아이콘
흐흐흐흐
terralunar
19/10/30 17:00
수정 아이콘
다 내려놓고 눈은 즐거웠다 그럼 된거야 하려는데 자꾸 발목을 붙잡는 불꽃놀이...아앗
aDayInTheLife
19/10/30 18:28
수정 아이콘
3D+셀 애니 느낌이 약간 튀긴 하더라고요. 야예 정적인 배경일때보다 좀 장면이 튀는 느낌이.
19/10/30 19:30
수정 아이콘
일본에서 개봉첫날 봤는데
그냥 비추입니다
영화관에서 본 영화중에 손꼽힐정도로 별로더라구요

참고로 너의이름은은 너무 재밌게 봤고 블루레이도
샀습니다......
aDayInTheLife
19/10/30 19:49
수정 아이콘
너의 이름은.이 떠오르는 지점이 많더라고요. 저는 비추까진 아닌데 아쉽다 싶긴 했습니다.
바람돌2
19/10/30 21:53
수정 아이콘
날씨의 아이를 봤는데 먼가
너의 이름은을 본 느낌이 듭니다

전 재밋었지만 그만큼 전체적인 뼈대가 너무
비슷했어요
aDayInTheLife
19/10/30 22:38
수정 아이콘
저도 그랬던거 같아요. 나쁘진 않았는데 기시감이 많이 들었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3287 [일반] [히어로메이커] 벌써 2년 [32] 겨울삼각형8728 19/10/31 8728 7
83286 [일반] (NBA)아무래도 저는 흑마법사인가봅니다 [28] 능숙한문제해결사9113 19/10/31 9113 1
83285 [일반] PMS (월경전증후군) 완화(평화)를 위한 시도.. 시작 [20] 초식성육식동물 8377 19/10/31 8377 2
83284 [일반] 게임중독에 대한 의사의 관점 (ft. 박태민, 서지훈) [18] 곰주11989 19/10/31 11989 0
83283 [일반] 두번째 삼국시대 4편. 우문태와 고환의 결전. [20] Love&Hate12361 19/10/31 12361 29
83282 [일반] 터미네이터 감상 (강스포O) [11] Hermes7356 19/10/31 7356 0
83280 [일반] 전역 2주년을 맞이하며 [34] Abrasax8709 19/10/31 8709 94
83279 [정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인재영입' 1호는 박찬주 대장 [192] 유료도로당23010 19/10/30 23010 0
83278 [일반] [단상] 북한이라는 "나라(國)"에 대하여 [38] aurelius11258 19/10/30 11258 18
83277 [일반] 18?) 동화로 만들기 어려운 성경 이야기 [76] 삭제됨11924 19/10/30 11924 42
83276 [일반]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35] Rorschach10695 19/10/30 10695 1
83275 [일반] 펜벤다졸 후기는 후기이다. [56] 그랜즈레미디16489 19/10/30 16489 3
83274 [일반] 저도 보고 쓰는 날씨의 아이 후기(스포?) [8] aDayInTheLife6632 19/10/30 6632 0
83273 [정치] PD수첩 검사범죄 2부가 유튜브에 공개 되었습니다 [30] 김잉여13391 19/10/30 13391 0
83272 [일반] (스포) <날씨의아이> 후기 [42] 여섯넷백11095 19/10/30 11095 1
83271 [정치] 트럼프 - 한국에 미군주둔비용 분당금 6조는 너무 적소. [122] 오리공작18654 19/10/29 18654 0
83269 [일반] 어떤 부촌 출신 노인과의 대화 [29] 시원한녹차15391 19/10/29 15391 16
83268 [일반] [단상] 중국이란 나라란 무엇인가에 대해 [62] aurelius15282 19/10/29 15282 38
83267 [일반] 탈동화화된 모세 이야기 [71] 삭제됨10379 19/10/29 10379 34
83266 [일반] (삼국지) 위연과 양의, 극단적인 대립 끝의 공멸 (2) [60] 글곰10325 19/10/29 10325 56
83265 [정치] 아류 제국주의 국가 한국!? [18] 삭제됨10956 19/10/28 10956 0
83263 [일반] [역사사료] 1888년, 박영효의 건백서 [12] aurelius11018 19/10/28 11018 9
83262 [일반] [국제]ISIL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사망했습니다. [63] 후추통17075 19/10/28 17075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