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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31 03:08:14
Name Abrasax
Subject [일반] 전역 2주년을 맞이하며
2년 전 오늘, 10월의 마지막 날, 저는 전역했습니다. 저에게 전역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는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대학 입학 당시까지도 중립(병역거부를 지칭하는 말)을 지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를 통해 모태신앙 증인 2세로 태어났으니까요. 허나 대학 입학과 함께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군대에 가야겠다'라는 고민이었을까요?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언제 중립을 지킬지, 말하자면 언제 교도소에 갈지에 대한 고민이었지요. 군대라는 것은 딱히 선택지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지금껏 봐왔던 수많은 주변 '형제'들처럼 병역법 위반으로 교도소에 수감되고, 이른바 빨간줄이 생기는 것은 증인 사회에서 당연한 통과의례와도 같았기에 별다른 주저는 없었습니다. 다만, 저는 교대에 입학했고 제 진로는 교사로 사실상 정해져있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1) 최대한 빨리 중립을 지키고 다녀오면 대학을 마치는 기간동안 빨간줄이 말소되는 5년도 지나갈테고, 그때 교사가 되면 되겠지? 2) 중립이야 언제든 가고 교대 졸업장으로 그냥 과외나 학원강사를 시간제 일을 하며 모범적인 증인들처럼 전시간 전도봉사자로 인생을 살아갈까?

1학년 2학기 초, 병무청 신체검사 종교란에 여호와의 증인을 입력하며 이런 고민은 깊어갔습니다. 분명 일반적인 고민은 아니겠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런 삶은 증인 2세로 태어날 때부터 사실상 정해져있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증인 사회 내에서 대학 진학에 대한 분위기 등이 꽤 달라졌다지만) 따져보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도, 교대인지 뭔지를 떠나 집에서 떨어져있는 대학교에 입학할 때도 저는 또래와는 다른 고민을 더 해야했습니다. 대학교육, '세상의 철학'을 경계하라는 증인 사회의 가르침과 배치되는 일이었기에 누구도 하지 않을 고민들을 했던 것이지요.

저는 갓 대학에 입학해서 해야하는 적응, 남들과는 다른 군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지독한 가난과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제 고민은 믿었던 형제들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과 점점 삶의 모습이 달라졌고, 그래서 공감을 하지 못했으며 결정적으로 제 고민은 영적으로 약함을 드러내는 징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이른바 '세상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이런저런 설명이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말할만한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기에 제가 어떻게 여호와의 증인 생활을 중단하게 되었고, 군대에 갈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는 생략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20년 남게 몸담은 증인 사회의 모든 인간관계는 순식간에 단절되었고, 하여튼 졸업은 했고, 교사도 됐고, 학자금 대출도 갚고, 집에 생활비도 상당히 보태고, 모아둔 마지막 500만원을 계좌에 넣은채 육군으로 입대하게 됩니다. 저는 입대 직전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먼저, 궁금하신 적 없었나요? 여호와의 증인이 군대에 간다면, 그러니까 양심적 병역거부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여호와의 증인들은 왜 그렇게 충실하게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것일까요? 양심적 병역거부자 중 여호와의 증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99% 이상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게 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제 입대일자를 말씀드리자 '군대에 가도 면회를 가거나 하지는 못할 것 같아.'라고 어머니가 말하더군요. 그 근래 미리 알아두었지요. 여호와의 증인은 군입대 사실을 알게되는 즉시 해당 증인을 이탈 처리한다는 사실을요. 이탈은 '제명'과 거의 같은 취급을 받게 되는데 모든 증인들은 가족도 포함하여(이른바 가족 단절) 이탈자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인사도 대화도 안하고 아는 척도 하지 않습니다. 이탈이 대체 뭐길래? 이탈의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서면, 또는 구두로 탈퇴 의사를 밝히는 것과 군대에 입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군입대는 여호와의 증인에서 탈퇴하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취급은 교리상 범죄를 지어 제명되는 사람과 같습니다. 또한 이 경우 집회에서 ' XXX는 더 이상 여호와의 증인이 아닙니다.'라고 공개 광고를 하게 됩니다. 그들의 가족이 앉아있는 그 집회에서 말이지요. 제 경우는 어머니 혼자 여호와의 증인을 해오셨기에 이런 잔인한 상황은 피하고자 애썼습니다. 저는 대학이 있던 지역의 회중 소속이었다가 활동을 서서히 중단했고, 군입대에 대해 따로 알릴 이유도 없었기에 공개처형과도 같은 일은 피했고 저는 아직 무활동 상황입니다. 어머니도 최소한의 교양은 있는 사람이라, 말은 그렇게 했으나 가족 단절은 딱히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머니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은 평생 저를 따라다니겠지요.

그래도 자신의 주관대로 행동하면 되지 않을까? 왜 그렇게 전과자가 되는 병역거부 같은 중대한 일에도 눈치를 보는걸까요. 자세한 설명은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필요하기에 모두 하기는 힘들지만, 제일 중요한 인간관계의 제한, 생활의 중심을 종교로 맞추는 일, 지식과 공부의 제한과 같은 폐쇄적인 종교 특유의 교리들은 발을 들이는 순간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듭니다. 이게 '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부모님의 평판과 실망을 고려해서 나올 수 없는 경우도 무수히 많습니다. 어릴때부터 몰래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면서 PGR21을 하고(전쟁연습을 하는 중대한 범죄), 세상 친구들과 친분을 유지하고(나쁜 교제), 온갖 책을 읽고(위험한 세상 철학에 대한 공부), 여자친구를 사귀는(이건 거짓말이고 사실은 못 사귐) 등 이중생활에 도가 텄던 저도 여기서 나오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살았던 날이 훨씬 많았으니까요.

현재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러 논란 끝에 대체복무제도 도입 직전에 있습니다 저는 '양심' 같은 표현이나, 대체복무제도 자체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습니다. 다만 최소한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에 대해 이런 사실은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2년 전 오늘 군생활을 잘 마쳤습니다. 제 보직과는 별개로 중대 내 상담병사 일도 오래 겸하면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제 인생에서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대가로 힘들기도 했지만요. 여러모로 쓸모있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지만, 전역증을 들고 위병소를 나와 버스를 타면서는 그저 쓰다가 버려지는 게 군생활이라는 씁쓸한 감정도 생생하게 느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보다 군생활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고 500만원을 모아간 것은 정말 현명한 생각이었습니다. 스무살 이후로 늘 그랬듯, 저는 제 돈으로 온전히 군대를 마쳤습니다. 전역 다음 날, 저는 하루의 공백도 없이 복직했습니다. 휴직 기간의 500만원이 넘는 소급기여금, 그리고 건강보험료를 겨우 돈을 빌려 납부했습니다. 제가 군생활 내내 받은 월급보다 큰 돈이었습니다. 그밖에 이런저런 이유의 박탈감이나 피해의식으로 한동안 많이 괴로웠습니다. 군생활이 그랬듯 이런 감정들도 어떻게든 지나가더군요.

사실 저와 아주 친한 몇 친구들을 제외하면 여호와의 증인이었거나 하는 이런 사실들은 전혀 모르지만, 2년간 마음에 담아놓고 미루고 미뤄왔던 글을 피지알에는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길고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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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30세(무직)
19/10/31 03:23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멋지게 인생을 충실하게 사신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리듬파워근성
19/10/31 03:45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셨습니다
CoMbI COLa
19/10/31 04:25
수정 아이콘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어느정도 마무리가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지금까지는 종교의 영역이라 상식이 안 통하는 집단이라고 치부했는데 덕분에 관념이 깨진 것 같습니다.
19/10/31 05:18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셨습니다. 입대전 그리고 군생활 내내 이런저런 많은 고민을 하셨겠네요. 그만큼 앞으로 더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19/10/31 06:47
수정 아이콘
저희 고모댁이 증인 이라서 남일같지가 않네요. 사촌동생은 교도소 갔다외서 옷가게 하고 있습니다.
19/10/31 07:21
수정 아이콘
새로운 걸 알아가네요 잘 읽고 갑니다
JJ.Persona
19/10/31 07:50
수정 아이콘
담백하게 쓰신 글이지만 오랜시간의 고민과 생각이 담긴 글이라는 느낌을 받네요

잘 읽었습니다. 전역 2주년 축하 & 인생 건승 기원..!
야스쿠니차일드
19/10/31 08:34
수정 아이콘
고민도 많으셨을거고 괴로우셨을텐데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당당하게 사세요!
19/10/31 08:39
수정 아이콘
힘들어도 조금이라도 괜찮은 선택을 해나가며 사실 것 같아요. 또한 즐겁게 살길 기원합니다.
전립선
19/10/31 08:39
수정 아이콘
어려운 내용을 담담하게 적어주신 좋은 글이네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

(이건 거짓말이고 사실은 못 사귐) ㅠㅠ
오쇼 라즈니쉬
19/10/31 08:47
수정 아이콘
용기 있는 글 써주신 데에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19/10/31 08:56
수정 아이콘
오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19/10/31 09:2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고, 제가 하는 선택에 대해서도 당당함과 자신감을 가져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갑니다.
19/10/31 09:52
수정 아이콘
교사가 될 수 있었군요 그 부분이 신기.. 전과가 있으면 공무원은 못하는 걸로 알고
저도 완전 친한 친구는 아니지만 고등학교에서 그래도 무리지어 놀던 친구 중 하나가 여호와 증인이었는데
그 친구는 아예 사기업 취업도 안 되는 줄 알고 사업만 생각하고 그랬었는데 (실제로 군대 빠지고 감옥가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음)
지금은 어찌 살려나
유료도로당
19/10/31 11:14
수정 아이콘
글쓴분이 쓰셨듯이 전과가 있으면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긴 하지만 그 효력이 평생가는것은 아니고, 5년입니다.
더 큰 중죄를 저지르고 더 긴 징역을 다녀오더라도 5년이 지나면 공무원에 임용될 수 있습니다.

사기업은 애초에 범죄경력을 조회할수도 없고, 딱히 범죄경력증명서까지 제출하라고 하지도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것이고요.
19/10/31 11:17
수정 아이콘
네네 사기업은 저도 상관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공무원이 제한이 없나 했었는데 5년 유예만 있는 거였군요
19/10/31 13:25
수정 아이콘
저도 당시에 중립을 지킨 다음 공무원이 된 사례가 있는지 여러모로 알아봤는데, 실제로 가능했습니다. 지금 30대 후반 정도 됐을텐데 병역거부를 한 다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19/10/31 13:26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뭐 다른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군대를 안 가는) 여자도 공무원하는데 병역 거부한 남자는 영영 안 된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인 듯
19/10/31 10:10
수정 아이콘
일단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고 몇가지 궁금증이 있어서 여쭤봅니다. 불편하시다면 답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1. 대학교육과 세상철학을 경계하라는 게 어떤 배경에서 나온 말인지는 대충 이해하겠는데,
그리고 지금은 그 사회 내에서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이전에는 대학진학비율이 훨씬 낮았던 게 맞나요? 그렇다면 대학진학에 대한 것은 병역거부와 같이 그 사회 내의(또는 교리상의) 강제적인 성격인가요, 아니면 전반적인 불문율 같은 건가요?

2. 자신의 주관에 대한 내용 부분을 살펴보면 상당히 폐쇄적인 사회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경우 개신교에서 '새신자'라고 부르는, 성인이 된 이후에 교회에 찾아보는 사람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부모님의 평판 같은게 좌우를 많이 한다고도 언급하신 거로 봐서는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이른바 전도를 통해 새로 들어온 사람보다는 모태신앙을 통해 가족에게 전수되는 형태로 입교한 사람들일 것 같은데
제 추측이 맞나요?
19/10/31 13:45
수정 아이콘
1. 객관적인 데이터는 없지만 제 경험과 다각도로 조사한 사례들에 근거해서 답변드립니다. 2000년대까지도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아버지는 장로를 그만두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지역마다, 평소에 영적으로 강한지, 대학 진학의 목적이 무엇인지(외국어를 전공해 협회에서 일하겠다거나, 건축을 전공해 왕국회관 설립 분야에 기여하겠다거나)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도 과거에 비하면 세속화된 측면이 있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학 진학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영적으로 강한' 사람들은 전문대학에도 많이 가더군요. 요컨대 이건 명문화된 교리는 아닙니다. 다만, 어느 정도 이런 문제에서 과도기에 있던 저만 봐도 주변 대부분의 증인들은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들어간 대학을 자퇴하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저는 대학 입학이 결정되자 몇 명의 장로들과 세상의 유혹과 대학교육의 위험성, 집을 떠나 생활하는 일에 대해 심각하게 상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종교는 대외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은 교리로 만들지 않고 교묘하게 '양심'에 근거해서 판단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각종 연설과 교육을 통해 전시간 봉사가 최고의 가치라는 것을 끊임없이 주입하기 때문에 낙인찍기와 양심의 가책을 통해 사람을 틀잡습니다.

2. 신자의 숫자로 기록되는 '전도인'은 침례받은 사람을 의미하는데, 제가 아는 선에서는 증인 2세의 비율이 더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어머니의 경우처럼 개신교나 다른 종교, 또는 무교인 사람의 유입도 적지는 않습니다. 표면적으로 이들은 아주 친절하고, 실제로 착한 사람도 많으며, 전도봉사에 열심입니다. 폐쇄적이라는 속성은 어쩌면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결여된 사람들에게는 어떤 공동체보다 안정감을 줄 수도 있겠지요. 또한 따져보면 엉터리지만 성경에 대해 공부와 연구하는 일이 주가 되므로 성경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빠져들기 쉽습니다.
19/10/31 10:12
수정 아이콘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metaljet
19/10/31 10:27
수정 아이콘
저는 그동안 개인적으로 여호와의 증인 좋게 보았었는데 쓰신 내용이 사실이라면 앞으로는 달리 생각하게 될것 같습니다.
특히 교단 내부적으로 그렇게 잔인한 짓을 교인들에게 가차없이 하면서 정작 국가와 사회에는 무조건적 관용을 요구했다는게 너무나 아이러니해요.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아이우에오
19/10/31 11:03
수정 아이콘
종교를 그만둔다고해서 가족과 인연끈으라는게 과연 정상적인 종교인지 의문입니다.
JrD_July
19/10/31 11:13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너무 한심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어쨌든 쉽지않았을 환경에 고민하고 노력한 글쓴이님 고생많으셨습니다.
유료도로당
19/10/31 11:25
수정 아이콘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는 여호와의 증인 교리가 비합리적이라고 느낄지언정 병역거부를 행하는 신념 자체는 인정해줄만한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군대를 안가고 사회에서 꿀빨고 싶다는게 아니라, 군대보다 훨씬 더 고된 교도소행을 기꺼이 택한다는점에서요)

사실은 아무도 가지않는 길을 홀로 택할때 두려운 것이지, 어릴때부터 병역 거부하고 교도소 갔다와서 멀쩡히 사는 사람들을 숱하게 보고 크다보면 그거 자체가 마치 별일아닌것처럼 무뎌지기도 하고, 오히려 일반인과 반대로 병역 거부를 하지 않았을때 지금까지 쌓아온 많은 것을 잃을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에 그런 선택을 (제가 생각했던것 보다는) 쉽게 택할수 있는 것이구나 싶네요.

한가지 궁금한 것은, 수혈도 엄격히 금지하는것으로 알고있는데 아파서 수술하면서 수혈을받은경우 (혹은 자식이 병에걸려서 수혈을 허락한경우) 에도 병역처럼 '이탈'처분을 받게되는걸까요?
19/10/31 13:58
수정 아이콘
사실 예전에 수혈에 관한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생각하기가 싫어서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수혈거부는 병역거부와 함께 여호와의 증인의 유명한 교리인데요. 결론적으로 이탈 처분이 맞습니다. 다만 수혈을 결정하는 증인들은 어쩔 수 없는(사람 사는 문제라서 쓰면서도 어이가 없지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회개를 하는 절차를 거쳐 다시 복귀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영적 약함'의 꼬리표는 감수해야겠지만.

덧붙이자면, 군입대나 수혈을 하면 내려지는 '이탈' 처분은 자진 탈퇴의 경우 내려지는 것입니다. 제명과 같은 취급인데 왜 이탈일까요? 교리의 위반이라면 제명을 시키는 것이 상식적인데, 자진해서 탈퇴한다는 방식을 취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수혈의 결과는 제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가리아에서 제명된 증인이 협회에 소송을 걸어 승소했습니다. 그 이후에 이탈로 바뀌게 됩니다. 제명(이든 이탈이든) 가족 단절 문제에 대해서도 캐나다에서 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아는데, 가족 단절의 가르침을 교묘하게 변경하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경우는 제명이 아니라 이탈 처리를 합니다. 실제로 수혈, 병역거부는 굳이 표현하자면 증인 개인의 양심 문제라고 남겨져있습니다. 교리적으로 금지할 경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사법적으로 비윤리적인 경우 교묘하게 이탈 처리를 해서 법망을 피해가는 것입니다. 허나 제가 글에 썼듯 이탈과 제명을 받은 사람에 대한 취급은 같습니다.
19/10/31 12:26
수정 아이콘
모태신앙이면 스스로 선택한 종교도 아닌데 가족관계를 단절시킨다고요?? 적어도 성인이 되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하는거 아닌가요...
19/10/31 13:09
수정 아이콘
어려서 많이 따랐던 사촌누나가 여호와의 증인이었습니다.
저랑 나이차가 열살도 넘게 났었는데, 누나도 똑부러졌고, 매형도 직장 반듯하고 너무 선한 분이셔서 제법 여유있게 살았습니다.
어렸을때, 저희집에 가끔 놀러오면 가난한 우리집 냉장고 가득 장을 봐 놓고 가곤 했었지요.
너무 좋은 누나였는데, 어느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시간이 조금 지난 이후 이유를 들었는데,
누나는 종교활동에 적극적이었으나, 매형과 조카들은 적극적이지 않았나 봅니다.
이게 빌미가 되어 그 사이비유사종교사회에서 배척을 받았고, 그걸 못견뎌 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종교가 없기에 이단이네 삼단이네 하는 그네들의 정통성 싸움은 전혀 관심이 없지만,
적어도 누나를 잡아먹은 이 광신도집단은 종교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19/10/31 14:17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본문에 부모님의 '실망'이라고 했으나, 사람마다 다를 뿐 절망이라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어떤 상황이었을지 눈에 선해서 더 안타깝네요.

이들에게는 삶의 우선순위에 종교 밖에 없습니다. 증인 생활을 그만두는 자녀가 있으면 자식교육을 제대로 못한 죄인이나 다름 없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는 당연히 따라오고, 이들의 인간관계는 철저하게 종교 안에서만 형성되었기에 버티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교회에 안 나가겠다고 선포하고 이에 대해 실망하는 모습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pskqwoksaqkpsq
19/10/31 14:12
수정 아이콘
와 여호와의 증인 정도면 온건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완전 사이비 집단이였네요
브라이언
19/10/31 14:19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그와 별개로 여호와증인 같은 이단집단들은 참 이해가 안가네요...
딸기콩
19/10/31 14:41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담담하게 쓰셨는데도 뭔가 감정같은게 느껴집니다.
19/10/31 17:22
수정 아이콘
담담하게 쓰셨지만, 그 힘들었던 시간을 행간에서 느낍니다.

고2 때 한 반 친구가 교련선생에게 얻어터지면서도, 국기에 대한 경례도 안 하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아.. 다들 이해불가이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참 착하고 다정했던 친구라.. 맞을 때마다 보는 우리가 더 속이 터지곤 했었습니다.
대체 그런 말도 안 되는 교리를 강요하는 사이비종교를, 바보도 아니고 뭐땜시 믿느냐고 족치듯 따져묻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 때 했던 이 친구의 답은, <무서워서..>였습니다.

이제 그 무서움의 실체는 파악했습니다만, 전세계 840만명 우리나라 8만명 신도는 대체,,, 뭘까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옭아맨, 절대적 믿음의 실체와 그 이유는, 조금도 이해할 수가 없군요.
19/10/31 22:08
수정 아이콘
사이비 종교도 문제지만 거부하는걸 시키겠답시고 구타하는 교련선생도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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