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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1 13:04
좀 다른 얘긴데...
한자어를 한국어라고 하는 것도 좀 기묘한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orange나 apple이 영어이듯 귤(橘), 사과(沙果)는 중국어일텐데 전자는 외국어 혹은 외래어라고 하고 후자는 한국어의 한 부분이라고 말을 한단 말이죠. 미국이 계속 강대국인 채로 시간이 흐르면 '이번 올림픽 스타디움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시니어센터의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러프하게 커스터마이징해서...'라는 말도 한국어 문장이라고 할 날이 올 수도 있을지..
23/05/21 13:10
굳이 개념으로 구분한다면 한국어>외래어>한자어의 포함 관계이고, 외국어는 한국어가 아니죠. 올림픽, 아파트, 디자인은 이미 귤, 사과처럼 한국어입니다.
23/05/21 13:11
전자면 외국어고 후자면 외래어일걸요? 외래어 중에서도 귀화가 완료된 친구들...
올림픽이나 아파트는 영 바꾸기 애매해서 끌어다쓰는 차용어일거고...
23/05/21 14:43
한자어랑 중국어는 다르게 봐야 하는게. 중국어는 평과(苹果 : 핑궈)이고 일본어는 임금(林檎 : 링고)이라서 사과 평과 임금 세개 다 한자어지만 세개 다 중국어라고는 안하죠.
덤으로 애인愛人은 한국에서는 사귀는 사이, 중국에서는 결혼한 사이, 일본에서는 불륜관계를 일컫습니다. 같은 한자어라도 나라마다 다르게 쓰이는 걸 보면 한자가 중국 기원이라고 해도 한자어=중국어는 아니에요
23/05/21 15:12
네 말씀하신대로 한자어 모두가 중국어는 아닙니다.
한자어 중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한자어,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자어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중국에서 만들어져서 한국에 들어온 한자어는 원래는 중국어이긴 한 거고..
23/05/21 21:34
한자어도 외래어도 한국어의 일부이고 그걸 굳이 배제하려는 건 일부 순한글주의자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언어라는게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서 성립하는 것이고 그래서 외부에서 유입된 걸 배제하고 나면 남는게 거의 없어요
23/05/21 13:14
중학교때까지 한자 수업이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귀찮아서 그렇지 외우기만 하면 되니까 개꿀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은 한 200자나 알까 싶어요
23/05/21 13:29
한자는 이야기나 역사, 고사와 함께 공부하는게 좋죠.
예를 들어 배수진을 외울 때 초한지의 내용을 알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당위성(왜 배워야 하는가), 흥미가 없는 상태에서 배우는 사람의 호응이 없는 건 당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처벌이나 질책을 받으면 해당 과목에 적대감을 느낍니다. (한자를 김치로 바꿔도 비슷합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특정 과제, 과목, 내용을 알지 못하면 낙오되는 것 마냥 호들갑 떠는거 학습에 방해가 됩니다. 일적으로도 그렇고요. 그리고 제 경험상 호들갑을 떨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사람치고 본질을 알고, 깊게 고민한 사람 없었습니다.
23/05/21 13:40
저의 경우 교과과정에서 익힌 한자보다는 삼국지, 수호지, 게임등을 하면서 익힌 한자가 더 많은 편... 한자 교육은 정말 재미가 없지요.
23/05/21 13:46
재미는 없지만 해야되니 딸아이한테는 한자시킵니다. 저같은 경우 어렸을때 서예학원다니면서 한자를 아주 약간 배웠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한자가 나오더라도 거리낌이나 부담이 덜합니다. 친근하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대학때 2급 준비하면서도 그닥 스트레스가 덜했던 그낌이었어요.
23/05/21 15:31
저는 언어쪽이 엄청 약해서, 항상 한자, 제2외국어가 깎아먹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더라고요.
심지어 대학와서 일본어 교양강좌 듣는데 바로 F... ㅠㅠ 그냥 언어쪽에 재능이 없으면 답이 없더라고요. 제가 어렸을땐 국한혼용이 일반적이라 한자를 보면 대충 읽을 수는 있지만.
23/05/21 15:40
저는 한자를 마법천자문으로 배웠어서..학습만화의 순기능(?) 크크 ㅜ
그 덕에 그럭저럭 친숙한 상태로 대학까지 왔네요 물론 능숙하지는 못하고 떠듬떠듬 읽는 수준이긴 합니다만은…
23/05/21 15:51
배울 당시에는 정말 한자가 싫었고 왜 배우나 싶었지만
일본 살고 있는 지금은 그 때에 외우고 익혀놓은 한자들이 정말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23/05/21 16:07
한자 교육이 잘못되었어요.
저도 글쓴분처럼 한자 처음 배울때 한자 선생님이 그냥 외워라. 외울때까지 한페이지 계속 적어라고 해서 한자 싫어했었습니다. 근데 한자 좋아하게 된 계기가 부수로 외우면서였어요. 예를 들어 好 [좋을 호]를 외울때 그냥 써서 외우는게 아니라 [女 여성]이 [子 아기를 안고] 행복해하는, 좋아하는 모습 [좋을 호] 이렇게 외우니까 훨씬 재밌고 잘 외워지더군요. 한자는 부수로, 스토리로 외워야지 무작정 글자 형태를 외워라는 식의 한자교육이 한자혐오를 불러왔어요.
23/05/21 18:41
말씀처럼 상형 형성 회의 지사 전주 가차는 '육서법'이라고 한자의 형성 원리를 말하는거고, 부수는 다른 개념이죠. 그리고 육서법으로 외우더라도 좋을 호 처럼 뜻과 뜻이 결합한 회의자는 외우기 쉬운데, 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성자는 별 의미 없이 기계적인 소리와 뜻의 결합에 불과한지라 별로 재미가 없죠.
23/05/22 10:36
그런가요? 한자에 대해서 전문가 레벨은 아니지만 1000여자 정도는 읽고 적는데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저런방식으로 외울수 있는 한자가 많아서 꽤 재밌게 공부했습니다. 요즘에는 저런방식으로 외울수있게끔 나와있는 책들도 많습니다. 寺 (절 사) 는 대부분이 알고있는 한자이고 待 (기다릴 대) 行(갈 행 부수) + 절에 = 가서 기다릴 대 特 (특별할 특) 牛(소 우) + 절에 = 특별한 날 소를 가지고 절에 가는 특별할 특 持 (가질 지) 手 (손 수 부수) + 절에 = 손에 뭔가를 들고 가는 가질 지 3천자 4천자 정도 외우게 되면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생활에 밀접한 한자 1000여자 정도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외워도 크게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3/05/22 11:01
일단 부수 라는 개념이랑 육서법은 완전히 다른 거구요.
뜻과 뜻이 결합되어 한자가 된다 라는건 육서 중에서도 회의 문자의 사례입니다. 애초에 말씀하신 특별할 특 하고 가질 지는 각각 '부수'는 소 우 하고 손 수인데, 공통된 모양자는 절 사 죠. 이걸 부수로 외운다고 하려면 손 수 부를 쓰는 한자들을 나열하고, 소 우가 들어가는 한자들을 나열해야지, 부수로 외운다고 하시면서 절 사를 모양자로 하는 한자 사례를 하시는건 어불성설이죠. 예를 들면 들을 문 이라는 글자는 문 문 밑에 귀 이를 합친 형태인데, 이건 귀 이에서 듣다라는 의미를, 문 문에서 문이라는 소리를 가져온 전형적인 형성자 입니다. 형성자의 제자 원리에 따라 의미를 뜻하는 귀 이가 부수가 되구요. 반대로 물을 문은 문 문 밑에 입 구를 합친 형태인데, 이건 입 구에서 묻다 라는 의미를, 문 문에서 문이라는 소리를 가져온 형성자입니다. 역시 형성자의 제자 원리에 따라 의미를 뜻하는 입 구가 부수가 되구요. 두 글자는 문 문이 공통으로 쓰였지만, 문 문은 그저 소리를 나타낼 뿐이고 한자의 의미는 귀 이와 입 구에서 왔고, 그 글자가 부수가 됩니다. 현대 한자의 80% 이상(자료에 따라서는 90% 이상)은 뜻과 소리를 결합한 형성자라고 알려져 있고, 부수라는 개념도 육서 중 형성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좋을 호 처럼 뜻과 뜻이 결합한 회의 문자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프라이데이 님이 말씀하신 방식으로 한자를 외우셨고, 그게 즐거우셨다면 그걸로 훌륭한 개인의 경험입니다만, 그 방식이 부수로 외우는 방식도 아니고, 뜻과 뜻이 결합한 글자라서 외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23/05/22 11:50
부수로 다 외운다는게 아니라 부수를 활용해서 한자를 공부하게 되면 아예 제로 베이스에서
그냥 따라쓰는거보다 괜찮다는게 제가 말하고 싶은 핵심입니다.. 그리고 손 수 + 절 사 = 가질 지/ 손 수 라는 부수를 활용해서 외운거 맞잖아요. 손 수 라는 부수가 다 들어간 한자를 나열해놓고 이 손 수라는 부수를 활용해서 외우는 식으로 하면 좋아 이게 아니라요. 한자 아예 그냥 제로상태에서 持 를 100번 써서 그냥 외우는거보다 손 手 가 부수로 있네. 그럼 이 부수의 의미를 활용해서 외워야지. 이렇게 하면 좋아 이거에요 제말은 너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착하시는거 같네요. 그냥 [외우고자 하는 한자에 부수가 있네? 그 부수를 활용해서 외우면 100번 따라쓰는거 보다 편해요] 이거요. 그냥 따라쓰는거 보다 더 재밌게 공부할수있고, 더 편하다 이 말을 하고 싶은데 왜 계속 한자의 형성원리니, 형성자에 대해서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또 한자의 기원에 대해서 설명하실거같아서 이 댓으로 마무리 지을게요 [그냥 100번 따라쓰는거보다 스토리로 외우시든, 부수로 외우시든, 다른 방법으로 외우시는게 낫습니다] 이게 제가 하고픈 말입니다. 끝.
23/05/22 13:37
근데 죄송하지만 이미 진작부터 당연하게도 중고등학교에도 그렇게 가르칩니다......그냥 본인이 중고등학교 때 그렇게 공부를 안 하신거에요. 한자에서 부수를 외우는건 기본중에 기본인건데요. 한자를 외울 때 제일 기본이 뜻, 음, 부수, 육서, 획수 외우는겁니다.
23/05/21 18:38
요즘 애들은 마법천자문 덕분에 한자 엄청 많이 알긴 합니다.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교복 명찰에 이름을 한자로 썼었는데, 이게 지금 지나고 생각해보면 한자 교육에 엄청 큰 도움이 됩니다. 3년 다니다보면 뜻은 몰라도 음은 어지간한 한자는 다 읽을 수 있거든요.
23/05/21 18:55
본글에 쓰인 한자 기원 한글 숫자를 세어보시길.
그걸 빼고 우리 언어생활이 가능한지도 생각해보시고. 기초적인 한자를 익힌 것과 전혀 모르는 것은 독서나 글쓰기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23/05/21 19:31
글쓴분의 경험 상
초등학생이 한자의 영향력을 스스로 깨닫기는 어렵겠죠. 거기에 추궁하는 환경이 더해지니 한자과목에 마음을 닫은 것 같아요.
23/05/21 21:14
저는 한자 전혀 모르고도 독서도 잘 하고 글도 잘 쓰고 살고 있습니다. 한자라는 문자 없이도 한자어들은 한국어의 음으로 치환되어 유입되었고 이해하기에 충분합니다.
병사라는 단어가 한자어일지라도 '병사' 라는 한국어 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경제, 내일 같은 단어를 쓸 때 한자 단어를 알고 쓰나요? 몰라도 다 씁니다. 내일 같은 단어의 한자 어원을 안다고 무슨 심오한 이해가 생겨서 어휘력이 유창해질까요. 사람들은 그저 오늘 같은 순우리말 단어를 대하듯 내일이란 말을 대하고, 그 어원이 아니라 소리로 뜻을 이해합니다. 여기서 한자를 익히면 동음이의어 이해 등등 같은 얘기가 나올 타이밍인데요. 모든 언어에는 동음이의어가 있습니다. 영단어 lie만 봐도 눕다와 거짓말하다라는 생뚱맞은 의미가 섞여 있습니다. 맥락으로 이해하면 그만인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병사 같은 단어도 한자 병기가 없으면 원 한자어를 알건 모르건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죠. 아파 죽는 병사인지 싸우는 병사인지요. 한자를 안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질병을 뜻하는 병과 군인을 뜻하는 병을 다룬 여러 문장을 많이 학습해두는 것, 즉 우리말 실력이죠. 한자를 몰라서 우리 언어생활을 못하는 게 아니고, 독서량과 어휘 습득이 부족하면 못하게 됩니다. 한자는 배워두면 옆그레이드, 부수적 도움 정도는 됩니다. 그러나 한자 배울 시간에 우리말로 된 책을 많이 읽으면 훨씬 효율적으로 어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이 한글 만든 건 한자 없이도 사람들이 편리하게 말하고 쓰고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니까요.
23/05/21 22:32
"저는 한자라는 글자를 단 하나 모르고도 글읽기도 글쓰기도 잘하고 살고 있습니다. 한자라는 글틀 없이도 한자를 뿌리로 하는 우리말은 소리로 바뀌어 흘러들어와 있어 서로 알아듣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플레스트린님의 첫 문장을 최대한 우리말로 옮겨 써 보았습니다. 한자를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글자만 한글일 뿐 엄청난 한자를 기반으로하는 어휘들을 사용하고 또 그것으로 소통하고 계약서를 법률적 문서를 주고받습니다. 동음이의어가 아니라 말뜻의 깊은 이해가 기초적인 한자의 이해에서 시작하는 한자문화권(일제 강점기의 영향을 포함하여)의 어쩔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현대에 우리가 동몽선습에서 시작해서 논어 맹자 주역을 읽을 필요는 없으나 고전에서 시작해서 우리말화 된 어휘들의 이해는, 학술서적은 제외하고 한글로 쓰여진 작품만 한정해서 보아도 30년전 문학작품들을 읽는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23/05/21 23:22
1.
옮기신 문장을 한자어로 쓰건 우리말로 쓰건 의미도 글의 깊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위 문장에서 의미를 뜻으로 바꿔도 그렇고요. 빨간 색과 붉은 색, 적색 간의 뉘앙스 차이 정도인 것이죠. 우리는 법률적 문서나 계약서에서 한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자에서 기반한 한국어 어휘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저도 위 댓글을 쓸때 한자에서 기반한 한국어 소리글을 썼지 한자에 대한 그 어떤 의식도 하지 않았고요.(기반이 됐건 어쨌던 간에) 기반이 되는 한자를 이해한다면 분명 도움되는 게 있겠죠. 그러나 몰라도 우리의 언어를 쓰고 읽고 말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계약이란 한자를 몰라도 사람들은 '오늘 계약을 따내다' 에서 계약의 의미, '법적으로 구속되는 의무이자 약속'이라는 큰 틀에서의 정의를 알고 씁니다. 소리언어란 그런 것입니다. 계약이란 한자어와 따내다, 오늘이란 우리말이 소리로 뜻을 파악하게끔 똑같은 방식으로 인식되는 겁니다. 따라서 계약과 오늘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에 무슨 어원이 있는지 몰라도 다들 그 말을 잘 이해하고 쓰는 것처럼, 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라틴어 어원으로 유래된 영어나 프랑스어도 한국어의 틀에 들어오면 그냥 우리말이 되는 것처럼요. 주민센터에서 센터가 무슨 라틴어 유래로 만들어졌는 지 알게 뭡니까. 그냥 기관을 뜻하는 외래어 기반 우리말이죠. 국립국어원도 외래어는 한국어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고요. 한자 기반 한자어도 소리문자이며, 한자를 벗어나 한글로 이루어진 우리말인 것입니다. 2. 누구나 어휘를 쓸 때 그 의미를 사전적으로 정확히 알진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씁니다. 그런다고 그 말을 모르는 게 되진 않아요. 누구도 사물과 현상의 100퍼센트를 알고 행하진 못하거든요. 버스 운전기사가 버스 엔진의 구조 전혀 몰라도 운전 잘 하는 것처럼요. 님은 철학이나 경제, 보편적, 준칙이라는 단어의 뜻을 그 자리에서 완벽하게 설명하라고 하면 할 수 있나요? 철학과 경제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일까요? 또 순우리말이라고 해서 설명이 쉽나요? 오늘이란 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어제도 내일도 아닌 날? 지금? 저는 일단 이런 걸 못하고 대부분 사람들도 못하죠. 그럼 그 사람은 '요즘 경제 사정이 어렵다'란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까. 혹은 요즘, 경제, 사정, 어렵다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니 그 말을 해선 안 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어를 쓸 때 사전적 정의를 모두 알고 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한자어를 쓸 때 한자 어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쓸 필요가 없는 것이죠. 제가 위에 쓴 댓글의 모든 어휘를 큰 틀에서 이해하고 쓴 것처럼요. 교과서부터 시작해서 신문, 사설, 논문, 인문학 고전, 사전 등 풍부한 텍스트를 접하게 되면 어원에 대한 이해 없이도 수준높은 어휘를 방대하게 구사할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한자를 익힐 게 아니라 그 단어의 뜻과 맥락을 공부하면 그만이며, 초중고 시절 권장 도서만 충실히 읽고 국어시간에만 충실해도 단어를 몰라서 공부할 일이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자보다 독서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한자를 배울 수는 있겠지만,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기 위해 두 요소간에 어느 쪽을 우선할 것인가. 그 답은 너무나 명백한 것이죠. 또 독서를 많이 하면 구태여 한자를 배우지 않아도 되고요. 문장을 통해 자연스레 의미를 파악하게 되고, 유사어에 대한 규칙도 찾게 되니까요. 저는 병기라는 단어와 병존이라는 단어의 한자어를 한 글자도 알지 못하지만, 그 두 단어에서 병이 같은 의미라는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병기할 때의 병과 비교해, 질병 병과, 병사의 병이 같은 병이 아니라고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또 앞과 뒤에 나오는 맥락이 있으므로 병이 겹치는 단어가 10번씩 나오더라도 그 의미를 모두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말의 맥락을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또한 언어는 단어가 아니라 문장과 맥락으로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저는 병존, 병기 그 어느 쪽이건 그 단어만 본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들어간 문장과 글로 손쉽게 배웠거든요. 비슷한 예시로 이동진 평론가가 '명징' 이란 말을 썼을 때 대다수가 그 말을 몰라서 화제가 된 일이 있었죠. 이건 명징이란 한자를 몰라서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명징이 들어간 글과 맥락 경험이 드물어서 생긴 문제죠. 이후 사람들은 명징이란 단어의 한자를 찾아보지 않고도 그 의미를 명확히 이해했습니다. '요즘', '오늘' 같은 우리말 소리글의 의미를 파악한 방식과 똑같은 식으로요.
23/05/22 11:14
말씀하신 바에 대부분 동의합니다만, 한자를 많이 알면 말씀하신 과정을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명징 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으셨는데, 한자를 알았다면, 그래서 명징이라는 단어가 밝을 명과 맑을 징이 라는 것을 안다면, 더 빠르고 쉽게 그 단어의 의미를 알 수 있죠. 한자를 몰라도 언어 생활을 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는 없지만, 한자를 알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죠.
23/05/23 04:13
말씀하신 대로 명징이란 단어를 파악하려면 한자 병기를 해야 합니다. 한자 병기가 되지 않고서는 한자를 알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금 한글 전용이죠.
따라서 사람들이 한자를 알아도 명징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되었으리라 봅니다. 그렇다면 명징을 이해하기 위해 옥편을 찾는 것은 어떤가. 저는 그것도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명징이 들어간 문장 예시, 국어사전 정의 한번 보는 게 훨씬 빠르게 의미를 파악하고 자기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고요. 굳이 한자 한글자씩 세세히 익힐 것 없이 명징의 번역문인 국어사전 정의를 읽으면 되지 않을까요? 어째서 단어 하나하나, 혹은 한자 하나하나를 파고드는 것보다 문장으로 배우는 게 효율적인가. 그건 단순 암기와 비교할 때 내러티브, 이야기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훨씬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지요. 한자는 일부 문자의 형태나 생성원리에 내러티브가 있기는 하나,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성자는 별 의미 없이 기계적인 소리와 뜻의 결합에 불과한지라 별로 재미가 없는' 문제점이 있지 않습니까. 또 저는 한자적 이해가 없는 사람이 명징이라는 두 단어에 대해서만 한자 학습을 한다고 긍정적 효과가 있을 거라 보지 않습니다. 일시적인 휘발적 기억에 불과할 것 같아서요. 그 두 자만 알아봐야 국어사전 명징 뜻 찾는 거에 비해 딱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지 않네요. 한자를 통해 어휘력에 버프를 받으려면 상용한자 2000자 정도에 대해 암기를 하고 전반적 이해를 해야 단어를 읽고 쓸 때 한자적 접근이 가능하겠죠. 근데 전 그게 너무 비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와 똑같은 지점에서 그렇게 생각해요. 따라서 어휘를 배울 때, 이야기책과 인문학 서적, 풍부한 독서로 배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지름길이라고 보고요. 어휘를 잘 사용하기 위해 한자를 배운다는 건 옛날 야구부가 모래밭에서 타이어 끄는 식의 시대착오적 방법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초중고 학생들 어휘책 보면 한글로 방대한 어휘 잘 실어놨는데 그게 훨씬 나아요. 반대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한자를 배우는 건 당연히 옳다고 봅니다.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학습이나 맹자 같은 한학 서적을 원문으로 읽는다던가 하는 거요. 하지만 한국어를 잘 하기 위해 한자를 배우는 건 안 맞는 얘기라고 봐요.
23/05/23 11:53
저는 한자 교육 지지자인데 님 글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아직도 한자 교육은 필요하지 않나 싶지만 쓰신 글에 딱히 반박 하기가 힘드네요...
23/05/21 19:50
저도 학창시절에 한자 공부 정말 싫어했는데(특히 획수 순서 외우는 문제 극혐) 전공 땜에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한문을 해석하는게 재밌어지더라구요.
한문으로 된 엄청난 텍스트들이 있고, 이 텍스트들이 담고 있는 세계와 정보가 무궁무진하다는걸 알게 된 뒤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한자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근데 또 한자를 아는거와 한문을 읽을 줄 아는건 다르더라구요 크크 그러고 보면 요즘 학교에서는 한자가 아닌 한문에 방점을 두고 가르치는 느낌이긴 합니다. 과목 이름도 [한문]이죠.
23/05/22 08:54
어릴때 부모님이 한자교육을 좀 빡세게 시키셨는데
살면서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한자에 자신이 있으니 관심이 있던 일본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었고요 한자를 몰라도 일상생활에 큰불편함이 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한자를 알면 이해력이 풍부해지는건 부인할수없는 사실입니다
23/05/22 09:21
영국이 섬인지가 상식인지를 논하는 상황에서 한자는 이미 시간대비 효용이 없고 끝났습니다.
영국 얘기를 아는게 훨씬 더 많은 효용을 줄수 있어요. 한자권하는건 나이드신분들이 신기한 건강식품 드시고 괜찮다고 주변에 권하는거 보는거랑 비슷해보여요. 아마 그분들은 진짜 도움이 됬을 거고 또는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선의로 주변에 권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딱히 먹어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어려서 많이 먹어 봤는데 제몸에는 안받았거든요.
23/05/22 17:00
동아시아 3국(+베트남)의 언어를 구사하는 화자에게 한자 공부를 권장하는 것은
유럽계통 언어를 쓰는 화자에게 라틴어 공부를 권장하는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많은 어휘가 한자를 통해 나왔고(유럽의 로망스어군,게르만어 계통도 마찬가지로 많은 어휘가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한자를 많이 알면 해당 계통 언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명백한 효과가 있는데 본인이 효과 없었으니 건강식품 취급하시는건 좀. 국한문혼용체를 쓰자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아니고요.
23/05/22 11:14
한자는 교양이고, 교양은 아비투스의 영역이죠. 필요성이나 효용으로 상호 설득가능한 영역이 아닙니다. 한자를 배워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아비투스가 다르기 때문이죠.
23/05/22 11:56
저는 암기를 진짜 못하는 편인데, 그래서 한자를 진짜 못 외웠습니다.
나름 공부를 곧잘 하는 학생이었지만 한문은 수우미양가의 양이었고, 그래서 한문 선생님이 저를 진짜 싫어했어요. 한문이 수능에 안 나온다고 공부 안하는거냐고. 근데 막상 나이 먹고 사회 생활 하다보니, 한자를 쓰거나 읽는 것과는 별개로,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장 한자어를 쓰면 의미를 매우 효율적으로 축약해서 음절이 짧아지는데, 이게 한글로 풀어 설명하려면 말이 엄청 길어지더라구요. 베트남 직원들 대상으로 발표를 하다 보면, 제가 한 문장 이야기했는데 통역사가 너무 오래 이야기할 때가 있곤해서 제대로 통역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보면, 베트남에서는 한자어가 없다보니 이걸 다 베트남어로 풀어서 통역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어느 정도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자리에서 한자어를 활용하여 명사 위주로 소통하는건 품위 유지를 위해서도 효과적이기도 하죠.
23/05/22 13:16
한자는 알면 좋고 알기 싫으면 마는 거죠. 개인적으로 일본, 중국에 여행다니길 좋아하시는 분은 한자공부 해두시는게 많이 도움이 될겁니다.(특히 일본)
23/05/22 16:42
현대 사회에서 한자를 직접 읽거나 쓰는 게 도움되는 건 일본어/중국어 공부 정도일 것이고 한국어 어휘 익히는 데에는 그저 "한국어 어휘 중에 한자를 통해 만들어진 게 많다" + "~~한 한자가 있다" 정도면 충분할 거 같긴 합니다. 한자 공부를 하면 저 체계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서 유익하지만, 그대신 들어가는 리소스가 꽤 많으니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걸 써도 되겠죠. 그게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어 교육에 그정도로 관심이 많지는 않아서..
23/05/22 19:32
한자를 모르고 살아도 현대 한국어를 익히고 구사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한중일 한자 문화권에서 한자와 한문을 안다면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는 넓이와 깊이가 달라지지요.
23/05/24 09:09
한자 쓰는거를 외우는건 필요가 없다고 보지만, 한자의 조어원리나 한자어의 한글 의미 를 알고 있는건 도움이 되긴 하니까요..
부자 부 뜨다 부 아니다 부 보조 부 아비 부 이런 한자들이 있다는걸 아는 정도면 차고 넘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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