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9/15 00:30:29
Name 한니발
Subject [기타] [스타1] 황제를 위하여.
  

  0.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이미 당신을 은퇴하였다 받아들이고 있고 당신 또한 굳이 그를 부정하지 않았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의 프로게이머로서의 시작처럼, 프로게이머로서의 당신의 끝 또한 그렇게 변변한 은퇴식 한 번 없이 어느 사이엔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많은 것들은 바뀌었다. 당신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곳에서 홀로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었을 지라도 지금 여기에는 당신의 이야기가 향하는 끝을 바라보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당신과 함께 꿈꾸었던 사람들, 그래서 당신의 마지막에 함께 설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나는 이미 몇 번 당신에 대한 글을 썼었다. 그 글들은 내용도 대동소이했지만, 마지막도 항상 같았다. 그것은 당신이 아직 프로게이머란 이름을 놓지 않았으며 우리는 아직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 프로게이머로서 당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가 왔고, 당신의 손은 이미 마지막 장에 닿아 있다. 우리는 함께 꿈을 꾸었다. 그러므로 함께 깨어날 것이다. 다만 당신이 약간의 시간을 허락해준다면, 나는 마지막으로 잠시 우리가 꾸었던 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보아온 당신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이 당신에 대해 쓰는 나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1.

  내가 처음 당신을 알게 되었을 무렵에, 당신은 다른 그 누구보다 빛나는 별이었다. 2001년, 한빛소프트배 결승. 그 무렵 나는 스타크래프트가 무엇인지 몰랐다. 우리 집의 낡은 컴퓨터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그저 초등학생일 뿐이었다. 하릴없이 텔레비전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당신을 보았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단 한 순간 만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무렵의 당신은 그처럼 빛났다.
  그 때, 모두가 당신을 황제라고 불렀고, 나는 실로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이겼다. 이기고 또 이겼다. 때때로 난관에 몰리더라도, 약속되어 있던 것처럼 멋지게 승부를 뒤집었다. 당신이 지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 어린 내가 아는 당신은 오직 이기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하던 간에 이기는, 젊고 빛나는, 그것이 내가 아는 '황제' 임요환이었다.
  그러던 당신이 처음으로 졌다. 2001년의 가을. 당신을 무너뜨린 사람의 이름을, 관중들은 신이 나서 연호했다. 나는 화가 났고 당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황제'도 진다는 사실. 임요환도 질 수 있다는 사실. 나는 더 이상 스타크래프트를 보지 않기로 했다. 부모님을 졸라 새로 산 컴퓨터에는 스타크래프트가 깔려 있었고, 나는 언제나 테란을 골랐었지만, 금세 흥미를 잃고 말았다.
  

  이듬해,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다시 당신의 소식을 들었다. 예년의 임요환이 돌아왔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 리그에서 당신은 패배를 몰랐다. 4강에서는 얼라이 마인이 가공할만한 파문을 일으켰지만, 나는 그저 어떻게든 빨리 게임이 진행되기를 바랐다. 황제가, 패배를 모르는 나의 영웅이 돌아왔으므로. 당신은 전승으로 결승에 섰다. 2002년의 가을이었다.
  당신은 또다시 졌다. 마지막 4경기에서 작렬하던 박정석의 사이오닉 스톰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하다. 나는 그를 차마 끝까지 보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껐다. 당신은 또 져버렸다. 뒤늦게, 사람들이 박정석에게 '영웅'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당신의 패배에는 ‘가을의 전설’이라는 휘황찬란한 이름이 주어졌다. 그 이야기에는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당신은 패배조차도 그렇게나 꾸며지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다시 스타리그를 보기 시작했다. 당신을 쓰러뜨린 박정석, 당신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홍진호를 다시 보고 싶었다. 그리고 당신을 보고 싶었다. 패배조차 ‘전설’로 꾸며져야 하는 당신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양반인지, 그 잘난 ‘황제’란 이름이 어디까지 갈지 좀 더 보고 싶었다.


  당신은 어느새 올드라 불렸다. 이윤열이 나타났기 때문이고 강민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최강자'의 이름을 이윤열에게 내주었다. '전략가'는 강민에게 내주었다. 당신은 당신 혼자 틀어쥐고 있던 그 수많은 이름들을 끊임없이 나타나는 신성들에게 내주었다. 스타크래프트의 세계는 수많은 신성들과, 그들에게 마음을 빼앗긴 더 많은 이들이 합류하면서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반면 당신의 자리는 날이 갈수록 좁아져만 갔다.
  그래도 가장 유명한 건 당신이었다. 당신은 여전히 이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인기 스타였다. 당신은 때때로 게임이 아닌 다른 이유로 텔레비전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스포츠를 알기 위하여 으레 당신을 찾았다. 당신이 제일 유명하니까. 당신이 나와야 더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 앞에 앉을 테니까. 당신도 어느새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게 되었을 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 당신은 수많은 사람 앞에 죄인이 되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들은 자기 자식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을 당신의 탓으로 돌렸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그를 지켜보았다. 당신은 스타크래프트의 세계에서 단 한 번도 그처럼 움츠러든 적이 없었다. 승리도, 패배도, 당신은 독기를 품고 모든 적에 맞섰다. 하지만 당신은 저 바깥세상에서 죄인이었고, 잉여인간이었다. 우리는 웃었다. 당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가 아니라, 힘이 빠져서 웃었다. 어린 나를 사로잡았던, 그토록 빛났던, 당신, '황제'조차도 저들에게는 일개 폐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자 웃음만이 나왔다. 이 작은 세계에서 한껏 쌓아올린 것들은 저기서는 의미가 없었다. 그 시절 이미 몇 년째 최고령 프로게이머였던 당신의 노력은 저기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래도 당신은 싸웠다. 이윤열은 멈추지 않았고, 강민의 뒤에 박성준이 나타났고, 당신이 키워낸 제자 최연성의 이름이 당신을 가렸다. 당신은 저 당신이 빛나던 시절부터의 얼마 남지 않은 맹우에게도 냉혹한 승리를 거두며 사람들의 욕지거리를 들었다. 게다가 이 오밀조밀한 판 바깥에서는 당신의 싸움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래도 당신은 싸웠다.


  나는 중학생을 거쳐,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 무렵은 놀라운 시절이었다. 당신은 동양 오리온즈의 개인 스폰서 제안을 거절하고, 새로운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좀 더 이 판의 크기를 키우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가당찮은 소리로 들렸다. 팬 카페에 반찬을 보내달라고 글을 올리거나, 고장 난 차를 스케줄에 늦지 않기 위해 낑낑대며 미는 모습이 안쓰럽고도 한심했다. 하지만 결국 SK Telecom T1이 탄생했고, 당신이 키워낸 팀은 이 판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이 되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조금씩 조금씩 이 판은 커져갔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억대 연봉과 스폰서 이야기가 들렸고,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이 판에 뛰어들었다. 프로게이머란 이름은 어느새 어엿한 직업이 되어갔다.
  어느 날엔가, 당신은 이 나라 대통령의 초대를 받았다. 당신은 수많은 사람 앞에 나아가게 되었다.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죄인처럼 움츠러들어 있던 것이 얼마 전이었는데. 그 날 당신은 정장을 갖춰 입은 수많은 어른들 속에 홀로 새하얀 팀복을 입고 나갔다. 우리는 잔뜩 긴장하여 그 꼴을 바라보면서 왜 정장 아닌 팀복을 입었느냐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나는 알 것도 같았다. 당신은 당신이, 당신의 친우들이, 당신의 은인들이 지금껏 살아내온 이 판을 그들에게 보여주러 갔던 것이다. 당신들과, 우리들이 함께 키워낸 이 판을….


  어느새 나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다. 당신을 처음 본 그 날로부터 7년이 지났다. 당신의 시대는 이미 5년 전에 끝났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당신은 군대에서도 싸웠다. 마재윤, 이영호, 김택용, 박성균…. 대개는 당신보다 십 년도 더 젊은 선수들, 그야말로 어린 사자들을 상대로 다른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할 그런 게임을 했다. 오직 당신만이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신과 동시대를 달렸던 선수들, 그리고 당신과 싸웠던 수많은 후진들 대부분이 이미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심지어 당신의 제자조차도, 스승보다 먼저 물러나고 말았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당신은 지독하게 싸웠다. 한 번 이길 때마다 한 번 졌다. 한 번 지고 나면 다시 한 번을 이겼다. 만신창이의 싸움이었다.
  그래도 당신은 싸웠다.
  거진 십년 동안, 그것이 당신이 살아온 방식이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기적을 바라며 매달려 온 십년, 기적처럼 발전해 온 십년. 때로는 서러웠고,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기뻤고, 때로는 감동할 수 있었던 십년. 당신들이 만들어 온,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 온 이 판. 당신은 그 시작부터 이 판에 있었다. 그 십년 중 7년 동안 올드였고, 최고령의 노장이었다. 그런데도 당신은 지금까지 이 판에 있다.
  나는 어느새 당신의 싸움을 7년 동안 지켜보았다.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이 E-SPORTS 세계의 시간은….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당신은 서른 살이 되었다. E-SPORTS의 이름은 보다 널리 알려졌고, E-SPORTS가 아니었던 시절, 단지 스타리그였던 시절을 수놓았던 그 수많은 이름 이름들은 더욱 많이 잊혀졌다. 다만 당신은 몇 남지 않은 친우들과 아직도 이곳에 있었다. 그들 중에는 당신에게서 '최강'의 이름을 앗아갔던, 어렸던 이윤열도 있었다. 그 이윤열조차도 지금은 천전의 노장이 되었다.
  'E-SPORTS의 아이콘 임요환'이란 이름. 그 이름은 저 99년도부터 이 2009년, 이 판에 발을 한 번이라도 머물렀던, 머무르고 있는 그 수많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단 하나의 이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 E-SPORTS판에서 당신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당신의 모습은 조금씩 달랐다.
  내 경우에 문득 되돌아보면, 아무리 좋게 말한다 해도 당신은 신사는 아니었다. 당신의 가장 오랜 악우일 홍진호와 박정석은 나무랄 데 없는 자신들의 승부의 미학을 가지고 그것을 프로게이머로서 자신들의 삶에 관철시켰지만, 당신은 누가 뭐라 해도 승리 지상주의자였다. 채팅을 통한 심리전이나 인터뷰를 통한 속임수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은 악랄하다고 할 만 했다. 논란을 일으킬만한 일도 몇 번 있었고, 그 와중에 터무니없는 루머가 도는 일도 몇 번 있었다. 나는 그런 악랄한 일면도 당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신 정도 되는 선수, 그만한 영광을 이미 가진 선수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승리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어쩌면 나는, 당신이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했기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십여년 동안 너무 많은 선수들이, 사람들이, 잊혀져가는 것을 본 당신이기에, 그것을 두려워했기에 한 번 한 번 승리에 목을 매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마지막 1.5 세대, 단 한 명의 30대 프로게이머,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올드였다. 나는 이제 당신이 무엇을 선택할지 궁금했다.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진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당신은 당신의 10년을 바친 판의 대부분을 부정당했다.

  



  2.

  그 뒤 나는 군대에 갈 준비를 했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자주 스타리그를 보지 않게 되었다. 승부조작 스캔들에 관한 논란, 블리자드와의 저작권 논란, 프로게이머의 복리 후생에 관한 논란, 스타크래프트2를 놓고 벌어진 분란 등등 이 판에는 하루가 지나고 나면 또 하나의 새로운 분란거리가 자라났다. 그 모든 게 지겨웠다. 아마도 그 때도 당신이 여전히 스타리그 본선에 머물렀다면, 나는 조금은 더 관심 있게 스타리그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0대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당신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따금씩 사람들이 당신의 이름을 입에 올리긴 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이러한 논쟁에 나서서 한 마디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이 바닥의 간판인 당신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하던 사람들 중 몇몇은 당신을 퇴물, 얼굴마담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이었고, 나는 더욱 그 모습을 보기 싫어졌다.
  그래, 그러던 중 당신이 스타크래프트2로 다시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솔직히, 당신의 첫 번째 리그는 한 게임도 빼놓지 않고 모두 보았다. 하지만 짧은 꿈이었다. 속속들이 젊고 뛰어난 신성들이 스타크래프트2로 진입했으며, 당신은 다시 빠르게 밀려났다. 이제 당신에게 예전처럼 기적을 기대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도저히 더 이상 스타리그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군대에 갔고, 스타리그와, 당신은, 나와 더 멀어졌다.


  내가 제대했을 때에는 이미 마지막 스타리그가 끝맺은 뒤였다. 이 판 마지막에 이르러 정명훈의 약진은 그나마 내가 스타리그를 본 몇 안 되는 이유였다. 정명훈은 이따금씩 옛날에 당신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는 선수였다. 집념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선수였다. 그래서 진에어와 티빙은 내게도 썩 즐거운 리그였고, 스타리그를 끝맺기에는 썩 괜찮은 무대였다.
  그 뒤 나는 한동안 당신과 스타리그를 잊고 지냈다. 케이블 방송에서 정말 오랜만에 홍진호를 보고 반갑기도 했지만, 그것이 스타리그를 볼 이유는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말로 오래간만에, 한 책에서, 당신의 이름을 읽었다.
  그 책은 소위 ‘열정 노동’이라 불리는, 20대들이 도전하는 다양한 직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착취와 경제적 난황에 대한 책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프로게이머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신의 이름은 이 판의 ‘영광의 시절’이었던 지난 몇 년을 설명하는 데 몇 차례나 언급되었다. 그 뒤로는 몇 년 전 언뜻 언뜻 스쳐가며 보았던 단어들이 떠올랐다. ‘닭장’, ‘물, 김치, 컴퓨터 제공’, ‘푼돈 대전료’ 등등. 저자는 프로게임계의 어두운 면을 자세하게 서술하고서, 그 장을 이렇게 끝맺었다.

  "별들은 어디선가 나타난다. 그리고 자본을 위해 반짝거리다 창공에서 곧 사라진다. 우리는 이런 반짝임을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이들의 ’열정‘을 ’자발성‘이란 이름으로 예찬하고, 그 착취를 방조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별들의 살해자이다."

  나는 책을 덮고서 몇 년 만에 다시 당신을 떠올렸다. 그리고 띄엄띄엄 들었던 당신의 최근 소식들도 떠올렸다. 별들의 살해자.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당신은 당신의 팀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그것이 이 판을 키우는 길이라고 믿었다. 억대 연봉을 거절한 뒤 끼니를 걱정하면서 고장 난 차를 밀어가며, 당신은 결국 불가능할 것 같았던 그 일을 해냈다. 당신은, 우리는, 뛸 듯이 기뻐했다. 과연 그 말대로 판은 날이 갈수록 커져, 더 많은 기업이 이 판에 뛰어들었다. 더 많은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이 이 판으로 달려들었다. 대통령마저 당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은 그들 모두를 불러 모은 신화이자 등불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우리의 자리도 있었다. 당신은 언제나 우리의 이름을 말했다. 당신이 그토록 강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이 그 많은 기적들을 이룰 수 있던 것은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당신은 말했다.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다. 당신에게는 60만의 우리가 있었고, 그것은 기업들로 하여금 이 판을 주목시키기에 충분한 숫자였으니까. 당신의 힘은 바로 우리였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더욱 당신의 곁에 서게 했다.
  하지만 당신이 올린 빛에는 그림자도 따라 드리웠다. 수많은 별들의 죽음을 숨긴 그림자가. 당신처럼 되고 싶어서, 당신을 꿈꾸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부나방처럼 빛을 향해 날아 들어왔다. 그들은 죽은 별들이 되었다.

  
  아마도 당신 또한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당신은 마재윤과 자리를 같이 한 인터뷰에서 마재윤에게 선수협을 만들 것을 부탁했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당신을 비난했다. 그는 마땅히 당신이 해야 하는 몫인데, 어째서 그를 후배에게 미루느냐는 것이었다.
  나중에 이창훈이 은퇴했을 때 이창훈은 마지막 인터뷰에서 당신이 이미 선수협을 만들기 위해 시도한 적이 있었고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음을 말했다. 그들이 그 때 당신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굳이 추측해보자면, 그래. 나누려고 해도 나눌 몫이 없다고 했을 지도 모르겠다. 파이를 더 키워야 한다고. 그래야 너희들에게 몫이 돌아간다고.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당신은 이 판을 더욱 더 키우기 위해 분투했다. 그리고 그 다음을 마재윤에게 부탁했다. 마재윤은 ‘포스트 임요환’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깨뜨린 장본인이었다. 그래서 당신 역시도 그가 자신 이후의 이 판을 이끌어나갈 아이콘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당신은 그에게 배신당했다. 나는 아직, 승부조작이 발표되던 그 때 ‘스타 뒷담화’가 끝난 뒤 인터뷰 화면 속 당신의 모습을 기억한다. 눈시울을 벌겋게 붉힌 채 입 속에서 맴돌기만 하는 말들을 꺼내기 위해 필사적이던 당신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래도, 당신은 다시 싸웠다.


  당신과 이 판을 함께 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간 뒤에,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러 스타크래프트2의 물결이 밀려왔을 때, 당신은 당신이 직접 만든 당신의 제국을 등졌다. 한때 목 놓아 당신에게 매달렸던 이들이 손바닥 뒤집듯 당신의 등 뒤에 비난의 화살을 쏘아냈지만 당신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이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당신이 ‘은퇴했다’고 말했지만 당신은 상관지 않았다.
  그렇게 당신은 아무 것도 없는 신천지로 떠나 또다시 새로운 팀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대기업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당신이 직접 팀의 선수들을 먹이고 재웠다. 누군가는 당신이 당한 좌절과 실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가기를 바랐다. 당신은 더 이상의 죽어가는 별들도, 별들의 살해자도 바라지 않았다.
  그렇게 키운 그들은 떠나며 당신에게 물었다. ‘당신은 도대체 뭘 했느냐’고.


  당신은 싸우고 또 싸웠었다. 하지만 당신은 그들에게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그저 말없이 그들을 보냈다.





  3.

  로마 제정의 기틀을 닦은 자이며 악랄하면서도 매혹적이었던 카이사르는, 백주대낮에 암살자들의 칼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유해는 화장되었다. 그런데 불꽃이 그의 시체를 거의 다 재로 만들었을 무렵 느닷없이 하늘에서 내린 비가 그의 유해를 씻어 내려갔고, 그리하여 결국 카이사르의 무덤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당신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이제 더 이상 E-SPORTS는 당신이 그토록 알리고 키우려 했던 그 판이 아니다. 당신과 함께 했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이 판을 떠났다. 마재윤은 당신을 배신했고, Slayers는 실패했다. 실수와 배신과 실패의 끝에 이제 당신은 변변한 은퇴식 하나 없이 프로게이머 SlayerS_‘BoxeR’의 이야기를 끝내려고 하고 있다.
  결국 이겨내지 못했던 가을의 전설처럼, 당신의, 황제의 이야기는 좌절 끝에 여기서 끝나려 한다.


  처음에는 단지 ‘간판’이 필요했던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그 자리에 앉았을 뿐이었다.
  당신은 게임을 잘 했고, 그래서 우리는 당신을 그저 게임의 ‘황제’라는 의미로 그렇게 불렀을 뿐이었다.
  그랬었을 텐데. 언제부터인가 당신은 당신 스스로 당신의 다리로 걸었다. 정말로 당신은 이 판의 ‘황제’인 것처럼 행동했다. 판 바깥의 사람들이 이 판의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하려 애를 썼고, ‘판’을 위한다며 굳이 어려운 길을 택했다.
  그 끝에, 당신은 ‘얼굴 마담’이 되었다. 부나방들을 끌어들인 불꽃도 되었다. ‘해준 게 없는 형’도 되었다.
  묻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왜 그랬나.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싸우게 했나. 결국은 실패로 끝날 싸움들을 벌이게 했나. 당신은 게임 속의 황제였을 뿐이었는데, 무엇을 위해 당신은 그렇게 싸웠나. 왜 당신은 게임 속의 황제로 머무르지 않았나. 뭐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나섰나.
  이제 나는 그 대답을 안다.
  그 대답을 보았다.


  “당신은 도대체 뭘 했느냐” 는 “형이 나에게 해준 게 뭐냐”는 말로 살짝 뒤틀린 채 들불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에 대한 반응은 모든 사람들이 거의 다 같았다.
  그것은 격분이었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모욕당한 것처럼 화를 냈다. 당신이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조목조목 들어가며 열을 올렸다. 당신이 이 판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를 하나씩 꼽아가며, 그들은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했다. 그들은 아직도 당신을 황제라고 불렀다. 당신을 자신들과 이 판의 황제라고 불렀다.
  우리의 황제. 아직도, 예나 지금이나.


  박서.
  당신은 언제나 우리의 황제였다.
  우리가 당신을 황제로 만들었었다.
  그래서 당신은, 황제로서 싸웠던 것이다. 황제답게 싸웠던 것이다. 당신은 언제나 우리의 마지막 보루였다. 더 이상 믿을 것이 없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당신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당신이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를 비난했다. 마치 당신이 나서기만 하면 모든 것에 해결될 수 있는 듯이 말을 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당신은 이미 많은 것을 해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팀을 만들어 내겠노라 했을 때도 당신은 해냈다. 그 지긋한 나이에도 So1의 결승에 올랐다. 새하얀 팀복을 입고 대통령의 초대를 받았다. 당신은 그 자체로 어른들에 대한 통쾌한 반격이었다. 어른들이 ‘전자 오락만 해서 나중에 뭐가 될래’하고 물으면, 우리는 이제 ‘임요환처럼 될 거예요’하고 대꾸할 수 있었다. 그 모든 변화와, 그 모든 기적을 대변하는 존재, 그게 당신이었고 우리들의 황제였다. 평소에는 당신에 대해 말하며 벤치 히터, 퇴물 같은 말을 들먹이던 사람들조차도 급할 때는 당신을 찾았고 당신의 책임 방기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당신은 우리들의 황제였으니까.


  이제 2년만 지나면, 나는 당신이 마지막 결승에 올랐던 바로 그 나이가 된다. 지금 내 나이 때 당신은 이미 T1을 만들었다. 아마도 당신이 처음 선수협을 만들려 시도했던 때도 이 즈음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나는 군대를 막 제대했을 뿐이고, 대학을 다니는데도 바쁘다. 학점과 조악한 인간관계와 내일의 술자리를 걱정한다.
  왜 그 때는 알지 못했을까.
  그 때도, 그 때도, 그 때도, 우리가 당신의 이름만을 부르짖던 그 순간들마다, 당신도 20대의 청년일 뿐이었음을, 왜 그 때는, 알지 못했을까.
  당신의 등은, 어째서 그렇게도, 크게 느껴졌던 것일까.


  당신과 꾸었던 꿈을 추억하면서 ‘그래도 당신은 싸웠다’는 말을, 나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썼다.
  프로게이머로서 당신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마도 그 말일 것이다. 그래도. 그럴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고 뒤늦게 깨닫고 배신당해도 당신은 싸웠다. 싸우고 또 싸웠다.


  그들은, 우리는, 나는.
  단 한 번이라도 그렇게 싸우는 당신의 심정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한 적이 있었을까.

  단 한 번이라도 말이다.



  


  4.

  당신의 싸움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후에야. 일찍이 당신이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들을 잃은 후에야, 꿈에서 깨어나기 직전에 이르러 나는 비로소 당신의, 우리들의 황제의 맨얼굴을 본다. 당신의 텅 빈 두 손을 본다.
  존재하지 않는 카이사르의 무덤처럼, 당신의 지난 싸움을 되돌아볼 자리조차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당신이 무엇을 이뤘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그 모든 건 다만 산산이 흩어진 몇 줄의 끼적인 글들에 담길 뿐이다. 당신의 텅 빈 손을 보면서도 우리는 당신에게 건네줄 것을 갖고 있지 못하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채, 아무도 알지 못할 때 당신은 이곳에 왔고, 이제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채, 아무도 알지 못할 때 당신은 이곳에서의 이야기를 끝낸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주 조금만 더 카이사르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도록 하자.
  카이사르의 유해는 빗물에 씻겨 내려갔다. 누군가는 그것이 로마의 지하로 흘려갔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수로를 타고 지중해에 이르렀다고도 한다. 하지만 카이사르의 이름만은, 그 이름만은 영원히 남았다. 그 이름은 영원히 ‘황제’라는 단어 그 자체가 되었다. ‘카이저’도, ‘차르’도, 모두 카이사르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팬들이 모여 게임을 문화로 만들었다고 했던 당신의 말처럼, 우리는 모여 당신을 황제로 세웠다. 그리고 당신은 황제답게 싸웠다. ‘당신이 해준 게 뭐냐’라는 말에 들끓었던 사람들의 분노는 남김없이 실패로 끝난 당신의 싸움이 무엇을 당신에게 남겼는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당신은 사람들이 멋대로 당신에게 지어 준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싸움을 해왔다.
  여기 그 모든 것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간다 해도 당신이 프로게이머로서 보낸 세월이 당신에게 남길 단 한 가지가 있다.
  십여 년 전 초등학생일 때 보았던 당신과 지금 여기에서 보이는 당신은 많고도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한 가지 변함없는 것은 당신이 나의 영웅이라는 사실이다. 당신은 영원히 우리들의 황제일 것이다. 십여 년 간 실수하고 배신당하고 실패하면서도 당신이 긁어모은 당신의 사람들만은, 당신과 같은 꿈을 꾸기를 바라온 사람들만은 영원히 당신의 제국일 것이다.
  여기 어디에도 당신의 무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길 어디라도 가라. 부디 당신이 웃을 수 있는 곳으로 가라. 프로게이머로서의 이야기를 끝내고 당신이 앞으로 그 어떤 길을 선택하던 간에, 무엇을 바라보던 간에. 또다시 싸우건, 아니면 비로소 쉴 것을 택하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당신을 지지할 당신의 사람들은 영원히 당신의 등 뒤에 남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당신이 스스로 가질 자격을 증명한 것이다. 당신이 틀림없이 당신의 힘으로 얻어낸 것이다. 우리의 마지막 선물, 우리의 마지막 진심이다.
  이것이, 당신의 제국이다.


  Ave, True for BoxeR,



  

  


  안녕히, 나의 황제.
  당신을 만날 수 있었기에, 이 판에 발들인 것은 참 다행이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게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10-04 17:02)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PolarBear
13/09/15 00:49
수정 아이콘
한니발님의 글을 실시간으로 올라오는건 처음 봅니다. 그냥 추천 누르고 다시 한번더 읽겠습니다.. 황제여.. 제 중,고등학생때 당신의 플레이에 울고 웃었습니다. 04년 EVER 05년 SO1... 당신이 올드라는 명함을 달고 불꽃을 태울때쯤의 나이가 이제 저의 나이가 되었네요....... 2010년의 당신의 그 울음.. 이제 새로이 다시금 당신의 꿈이 피었으면 좋겠네요.. 힘들고 힘든 스타 판이지만, 황제가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약진을 다시금 보고 싶네요.
Jealousy
13/09/15 00:51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미남불패
13/09/15 01:00
수정 아이콘
언젠가 모교에서 스타리그 8강이 있었을 때, 경기가 끝나고 우리 동아리 행사때 쓸 축하메시지를 따기 위해 임요환선수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최연성선수는 본인 인터뷰가 아닌데도 싸부가 조명받는게 너무 즐겁고 행복한지 연신 웃고 있었고,
이윤열선수는 그날 경기를 졌음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하여 예의 그 어버버 하는 말투로 풋풋하고 귀엽게 메시지를 전해 주었었죠.
정작 임요환 선수는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인터뷰 내내 대략 정신이 멍해졌었거든요.
그렇게 따낸 축하메시지는 다음달 영상제때 스타리그오프닝을 패러디한 오프닝에 붙인 축하메시지로 잘 활용됐었죠.
제 생애 통틀어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그렇게 스타와 떼려야 뗄 수 없었습니다.
스2로 롤로 관심분야가 바뀌고, 롤의 경우 스타1의 아성을 규모나 점유율 면에서 위협하고 있지만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을 머금은 스타1과 그 부흥을 이끌었던 임요환은 언제까지고 기억에 남을 겁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지니어스 작가진에 진골 스덕이 있는 것 같던데 시즌2에 임요환을 어떻게든 섭외좀 해주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ㅠㅠ
13/09/15 01:09
수정 아이콘
아.. 뭐라 댓글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눈물이 나네요.
프링글스양파맛
13/09/15 01:11
수정 아이콘
오 야밤에 피지알 접속했더니 한니발님글이! 흐흐 일단 리플달고 정독하겠습니다
一切唯心造
13/09/15 01:2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박서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네요 하하
13/09/15 01:33
수정 아이콘
벌써 8년전인가요... SO1 스타리그가.... 세월 참 빠르네요.
리듬파워근성
13/09/15 01:3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Cool Gray
13/09/15 02:0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로마는 아무도 모르는 새에 스러져 갔다고들 하죠. 역사학자들은 제정이 선포된 날은 기억하고 있지만, 로마 제국이 언제 멸망했는가는 모르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는 황제가 등극한 날은 등극하고 있지만... 황제가 그 이야기를 언제 덮었는지는, 지금도, 덮은 듯, 덮지 않은 듯, 누구도 모르고 있을 겁니다. 아직 이야기가 끝난 건지조차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이 역사 속에 그 이름을 찬란히 비춰 많은 사람들이 로마를 동경하고 따라가게 만든 것처럼, 황제 역시 우리들의 역사 속에 그 이름을 영원히 비추겠지요.
소문의벽
13/09/15 05:41
수정 아이콘
이판의 아버지..
정말 마재윤 이 xxx가 넥스트 임요환이 될뻔했던게 이판의 가장 악재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재윤 이후의 넥스트 임요환 후보들이 점점 어려졌고, 아직 질적으로 더 성장을 했어야할 이판이 정체되면서 이판의 한계가 온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amo.302Tank
13/09/15 08:09
수정 아이콘
저도 눈물이 나서 가슴이 먹먹하네요..
어느새 잊고 있던 이름인데.. 감사합니다.~
여우비
13/09/15 08:21
수정 아이콘
임요환의 팬은 아니었지만 추천 누르고 갑니다.
정성스러운 글을 보니 아니 누를 수가 없군요.
스타본지7년
13/09/15 08:37
수정 아이콘
so1때 중학생이었지만 가슴 먹먹해지는 글이네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
13/09/15 09:17
수정 아이콘
영원한 황제네요 박서
착한밥팅z
13/09/15 09:52
수정 아이콘
찡하네요....
곡물처리용군락
13/09/15 10:1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포스트 임요환은 이영호선수라 생각하는데 어제 탈락 ㅠㅠ
그래도 임감독이 키운 정승일선수에게 탈락한게 다행이랄까요
RookieKid
13/09/15 10:16
수정 아이콘
BoxeR는 영원한 BoxeR.
황제는 영원한 황제.

사람들이 골수임빠 라고 부르는 저는 사람들이 이스포츠를 얘기할때,
제 2의 임요환, OO계의 임요환, 와..저사람 완전 임요환같다 라는 말을 들을때
아직도 가슴이 짜릿짜릿합니다.

박서.
선수로 돌아오지 않아도, 돌아오셔도,
그럴리 없지만 이대로 홀연히 떠나버리셔도
제 가슴 속에는 영원한 황제랍니다.
키리안
13/09/15 10:49
수정 아이콘
글을 읽다가 울컥했네요. 저 역시 박서의 시대를 살아왔던 청년으로써, 박서에 대한 글만봐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anic4685
13/09/15 11:25
수정 아이콘
최소한 이스포츠라는 판내에서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죠...절대로...
루크레티아
13/09/15 12:01
수정 아이콘
e스포츠를 떠나서, 전 세계인의 경배와 찬양을 받을 유일한 자격이 있는 프로게이머가 바로 황제입니다.
설령 그에게 욕을 하고 아쉬운 소리를 하더라도, 그런 행동 자체가 모두 그에게 빚이 있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죠.
blissfulJD
13/09/15 12:02
수정 아이콘
황제 임요환의 이스포츠역사를 모두 경험한건 아니지만 글을 읽어갈수록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내가 이제동선수의 플레이를 보며 맘껏 응원할 수 있는것도 이 판의 선구자 황제 임요환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요. 잊지 않겠습니다!
13/09/15 14:20
수정 아이콘
천상 네티즌인건가 먹먹자만 들어도 드립이 떠오르네요....
영웅과몽상가
13/09/15 13:08
수정 아이콘
예전 임요환 선수의 시절을 2003년 부터 봐왔었는데 정말 그때는 별 느낌없었는데 이제 그의 이름은 제 가슴에 남았네요. 황제의명경기들과 투혼을 볼 수 있어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13/09/15 15:08
수정 아이콘
BoxeR를 다시 한번 리플에서라도 적을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잘 읽고 추천 누르고 갑니다.
13/09/15 18:07
수정 아이콘
아 씨 피시방에서 눈물났잖아요 당황스럽게..........
잘읽고 추천합니다....
13/09/15 18:09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스타리그 3부작 3부는 언제..
내려올
13/09/16 02:31
수정 아이콘
형이 나에게 해준 게 너무 많아요 ㅠㅠ

요환이형 사랑합니다.
ForzaATH
13/09/16 03:08
수정 아이콘
우리는 정말 황제의 시대를 누리며 살았네요.
덕분에 많이 즐거웠습니다.

할 말은 많은데 궁상 맞을까 봐 쓰기가 그렇네요.

거 참 괜시리 눈시울이..
감자튀김
13/09/16 07:5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김캐리의눈물
13/09/16 10:01
수정 아이콘
이런글들을 볼 때마다 낭만의 시대가 너무나도 그립네요. 가장 순수하게 누군가를 응원했던적이 다시 올까요?
아직도 So1 스타리그 4강에서 위로 쭉 뻗는 스트레이트를 잊지 못합니다.
뿌요뿌요
13/09/27 23:13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니 So1 스타리그 결승전 직관이 생각납니다.
이 경기 때문에 황제만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스포츠 팬으로 살아가게 할만큼
많은 추억들이 생각나는데 황제가 어떤일을 하시던 묵묵히 응원할 것이예요
뿌요뿌요
13/09/27 23:14
수정 아이콘
그리고 스타리그 3부작 3부는 언제 연재하실 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한니발
13/09/28 00:07
수정 아이콘
삼부는 현재 쓰는 중입니다만,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학기 중이라 어려운 부분이 많네요. 그래도 올해 안에 끝낸다는 각오로 하고 있습니다.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3/10/04 19:28
수정 아이콘
에이 황제!!! 내 삼십대와 함께 한 그 시간에 네가 그리고 네가 펼친 명승부가 있어서 행복했다...
아마도 PGR에서 네 이야기에 이렇게 댓글 쓰는 것도 마지막이 될지 몰라서 좀 더 친근한 화법을 써 봤다만 그래도 아쉽네... 많이..
공무원
13/10/04 22:51
수정 아이콘
황제!
그분 덕에 정말 즐거웠습니다.

피지알에서 아버지에 대한 글 이후 처음으로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형이 나에게 해준 게 너무 많아요(2)

언젠가 한번 꼭 뵙고싶네요

임요환 화이팅~!!
王天君
13/10/04 23:31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이제야 봤네요. 전성기가 지나간지도 오래, 황제라 불리는 선수의 팬에서 다른 선수를 더 응원하고 더 열광적으로 쫓아다니던 것이 스타판에 대한 제 마지막 열정의 흔적입니다. 가끔은 이기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싫었고, 시대의 흐름과 노쇠한 육체에 저항해 칼을 휘두르는 대신 땅에 박아 걸음을 지탱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어느새 당신은 당신의 손아귀에서 발자취에서 많은 것이 싹을 피우고 꽃을 피운 그 세계를 떠나 다른 세계에서 자신의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이제는 당신이 잘 됐으면 하는 미약한 바람뿐, 가슴 속의 무언가를 들끓게 하거나 빛을 뿜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세계는 시들고 무너져 당신의 이름은 그저 방랑시인들의 주정 속에서 가끔씩이나 튀어나올 법한 존재로, 역사의 아득히 먼 시작에 자리잡은 아련한 존재로 희미해져갔습니다. 이 또한 오래 된 이야기입니다. 꺼내기 새삼스러울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니 뒤늦게 이런 송별사를 본다고 해서 울지는 않습니다. 그저 초가 무섭게 낱낱이 찢겨 휘날리는 추억의 조각들 속에서 당신을 어느 부분에서나 발견하고,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우뚝 서있는 당신의 거상을 응시하며 어떤 사실을 확인할 뿐입니다. 수많은 조각상 가운데 가장 먼저 세워지고, 가장 크게 우뚝 서있고, 가장 오래 버티고 있을 당신이라는 기둥이 저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세워져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추억을 넘어서 하나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온 국민이 알고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소리지르고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며 이름을 부르짖도록 만든 사내가 있었다고. 그 사내 덕분에 게임 속에서 바깥으로 나간 이들이 있었고 게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이가 있었으니 그는 지배자를 넘어 창조자이자 두 세계를 잇는 자였다고 말입니다. 울지는 않습니다. 엄숙한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고 있을 뿐입니다.

과거를 곱씹는 대신, 저는 벌써 미래를 떠올립니다. 용과 괴물에 맞서 싸운 용사의 이야기가 고루하다 싶을 때, 현대에 나타나 새로운 전설을 만든 누군가의 이야기를 어린 누군가에게 들려줄 제 모습을요. 마우스와 키보드를 가지고 수천의 적을 쓰러트리고 또 다른 수천의 적이 되어버린 한 남자가 있었다고, 그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앉은 채로 사방을 종횡무진하며 열 손가락과 두 눈으로 모든 것을 이뤄낸 한 남자가 있었다고, 이 남자가 자기 자신을 구할 때마다 구원받는 수십만의 사람들이 있었고 단 한번의 항복에도 비탄에 빠지는 수십만의 사람들이 있었다고, 그 자신은 한번도 다스린 적 없는 제국을 모든 이의 가슴 속에 세웠고, 제국이 있던 세상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떠날 때 비로서 그의 성과 나라는 불멸의 것으로 자리잡았다고 말입니다.

정말? 이라는 물음에 저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있게 대답하겠지요. 이건 거짓말이 아냐, 나와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았고 그와 함께 살았단다.
13/10/05 12:16
수정 아이콘
제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 집 학교 집만 왔다갔다한 저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은 토요일만 되면 오후 5시가 될때까지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가
한달에 만원 조금 넘는 용돈 중 거금 1500원을 투자해서 컵라면 두개를 사들고 집으로 달려와 물을 끓이고.. 온게임넷에 접속해서
라면을 먹으면서 박서의 경기를 챙겨보는 것이였습니다..
박서를 통해 스타를 알게 되면서 차츰 타 선수의 경기도 챙겨보게 되고.. 스타크래프트는
제가 살아온 인생을 설명할때 빼놓을 수 없는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임요환선수
지금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든지, 앞으로 무엇을 하든지 항상 응원하고 지켜보겠습니다.

한니발님께도 잠시나마 저의 과거를 추억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응큼중년
13/10/06 22:32
수정 아이콘
내가 나이가 들어서 과거를 회상할때 반드시 기억할 이름
BoxeR !!
당신의 열정을 존경합니다
13/10/06 23:52
수정 아이콘
가슴이 찡하게 만드는 글에 댓글 달려고 로긴합니다...

이 글을 잊기 싫어서 제 미투데이에 링크 걸어 뒀습니다...
오퍼튜니티
13/11/09 20:38
수정 아이콘
지금에서야..봤지만...간만에..박서로 인해 눈시울을 붉히는군요...게임판에서 박서빼고는 응원해본 선수가 없는 악질 임빠였는데...그냥...어느새...저도 모르게...그 팬심을 내려놓았었네요...그래도....아직..아직...박서의 글에..눈시울이 뜨거워질만한 팬심은 남았나 봅니다....게임판은 아니지만...지니어스에 박서가 나온다길래...시즌 1때는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시즌2에는 본방사수를 할까합니다...아직은 아직은 임빠인가 보네요...^^
Kashiyas
14/10/08 15:22
수정 아이콘
형이 나에게 해준게 너무 많아요.(3)고마워요.
오백원
15/04/14 00:32
수정 아이콘
이런 좋은글을 왜 못봤나 싶네요
황제는 영원히 제마음속의 황제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445 시계 이야기: 월급의 반 (2) [54] 오르골28909 13/10/11 28909
2444 시계 이야기: 월급의 반 (1) [87] 오르골36072 13/10/10 36072
2443 시계 이야기: 50만원을 모았습니다. [94] 오르골38705 13/10/07 38705
2442 시계 이야기: 20만원으로 시계를 사자! (2) [59] 오르골45743 13/10/06 45743
2441 시계 이야기: 20만원으로 시계를 사자! (1) [51] 오르골45204 13/10/05 45204
2440 운명을 지배하는 인간, 운명 앞에 쓰러지다 - 워털루 1815 (3) [7] 신불해9119 13/10/03 9119
2439 운명을 지배하는 인간, 운명 앞에 쓰러지다 - 워털루 1815 (2) [12] 신불해8910 13/10/02 8910
2438 운명을 지배하는 인간, 운명 앞에 쓰러지다 - 워털루 1815 (1) [9] 신불해12141 13/10/01 12141
2437 [영화공간] 내가 뽑은 한국영화 속 악역 캐릭터 Best12 [70] Eternity18585 13/10/01 18585
2436 [우주이야기] 컬럼비아호 우주왕복선 대참사 사건 [24] AraTa_sTyle21720 13/09/25 21720
2435 전설의 일본 1군에 버금가는 전공 없는 전설의 장수, 김덕령 [22] 신불해20499 13/09/20 20499
2434 아버지는 경비원 입니다. [54] 서큐버스13807 13/09/16 13807
2433 [기타] [스타1] 황제를 위하여. [42] 한니발73327 13/09/15 73327
2432 [영화공간] 명감독-명배우의 만남 [28] Eternity12437 13/09/15 12437
2431 아부키르 만의 사투가, 전 유럽을 잠에서 깨우다 ─ 나일강 해전 [10] 신불해10745 13/09/12 10745
2430 [잡담] 딜레마 [18] 언뜻 유재석10165 13/09/10 10165
2429 해양 플랜트 산업 이야기 [12] 머스크11984 13/09/08 11984
2428 [기타] 글 쓰던 피지알러 [39] 감모여재8233 13/09/04 8233
2427 [스타2] 현역 게이머로써 조심스러운 용기 [94] 삭제됨33807 13/09/02 33807
2426 간략하게 살펴보는 태조 이성계의 활약상 [54] 신불해19368 13/09/01 19368
2425 [야구] 너무나도 아픈 이름, 아기호랑이 김상진 [19] 민머리요정11948 13/08/30 11948
2424 [나눔] 헌책의 새 주인을 알려드립니다. [33] Astrider7512 13/08/30 7512
2423 한직으로 도망쳐라 씩씩한 애아빠 [52] 글곰13380 13/08/29 1338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