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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4/05/31 01:29:44
Name 리듬파워근성
Subject 75kg 감량기 -3-

늦어서 죄송해요. 많이 바빴습니다. 그리고 병구형 너무 상심하지마. 잘했어.

지난편 AS
체중계 146에 대하여 예리한 지적을 해주신 분이 계시네요.
저도 의료기 상사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체중계 중에는 측정한계가 150kg까지면 실제로는 그보다 조금 못미친다.
150을 넘었을 때 에러메시지가 안나오고 측정한계 수치만 나오는 제품도 있다.
근데 뭐 확실하진 않구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해요.


지난 줄거리
나를 둘러싼 전 우주의 기운이 한점을 향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더라.
즉, 리듬이 왔다!
나는 뺀다 살을!
최대한 빠르게!
누구도 모르게!

리듬이 왔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파워!


시작할게요. 에너지업 파워업 핫~식스!



살을 빼기로 결심한 날, 저는 출근 전에 헬스장에 갔습니다.
호기심이나 친구들 웃겨줘야지... 그냥 한번... 이런 게 아니라
목적이 있고 결의를 가진 채 헬스장에 갔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나와 이제 헤어질 시간이야.

그러나 차마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못했어요.

아줌마가 한 분 계셨습니다. 왜 이런 경우를 염두하지 못했지?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나만 쓰는 헬스장이 아니구나! 이따위 헬스장에도 사람이 오는구나 그것도 돈을 내고!!
그러나 생각해보니 한달 만원이면 거의 거저 수준이고 아파트 내에 헬스장이 있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밖에 나와 생각했습니다.
나같은 놈이 운동하는 꼬락서니를 남에게 보여줄 수 없다! 이 얼마나 창피하고 흉물스러운가....
행여나 저 아줌마가 관리실에 가서 '왠 도살자같이 생긴 놈이 러닝머신을 죄다 고장내고 있다'고 민원을 넣으면 어쩌지?
아줌마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우리 아파트에 왠 멧돼지가 있는데 헬스장 왔더라 깔깔깔깔 내가 몰래 사진찍은거 있는데 보여줄까?' ......
창피하다.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이 그냥 창피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고도비만자가 헬스장에 갈 때는요.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냥 '와 뚱뚱하다' 싶겠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살을 가린 패션을 선보인 겁니다. 가장 헐렁하고 가장 덜 추하고 되도록 헬스장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아무렇지도 않게 섞였으면... 하는 옷들로만 골라서 입고 가요. 무채색의 헐렁한 옷들 후드로 가릴 수 있으면 금상첨화...
그 옷들이 없으면 헬스장 가기를 포기하게 됩니다.

저 보그너(비싼 브랜드) 입고 갔어요. 비싼 티셔츠에 더 비싼 후드 조끼 입고 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아침 일찍부터 입어보고 고른 바지입니다.
웃기죠? 누가 본다고... 저도 신경 안쓰는 사람입니다. 나 일도 잘하고 여자친구도 있어! 그러나 그건 제 나와바리에서의 모습이죠.
이곳은 헬스장입니다. 모두가 날씬해지려고 건강해지려고 몸짱되려고 오는 곳이에요. 제가 있을 곳이 아닙니다.
너무 창피했고 스스로를 창피해하는 자신에게 또 깜짝 놀라고 별 생각없던 제 자신을 알몸으로 세상에 내놓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치스럽고 무서웠습니다. 누가 날 비난할까봐. 조롱할까봐.

'꼴값하네'
'꼴에 또 옷은 차려입었네'
'저 사람. 아니 저 돼지 헬스장 처음인가봐'

아줌마 한 분이 4달이 걸린 제 결심을 뒤흔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넘게 밖에 있었습니다. 한 시간이 넘었다는 걸 깨닫자 이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나더군요.
몸이 이미 결정했다. 댐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분노게이지가 절정에 차올랐을 무렵 저는 위대한 한마디를 내뱉고 헬스장 문을 엽니다.
"볼테면 봐. X발"


?? 아줌마가 없네요???
이 편한 세상 우리는 왜 고뇌하며 살아가는 걸까요?

분노가 환희로 바뀌고 저는 걷기 시작했습니다. 적정속도 5.0! 손기정의 마음으로!!!
30분의 벽을 깨리라 이제 난 달라졌도다 를 중얼거리며 걸었습니다.
결의로 무장한 덕분인지 30분을 쉽게 넘기고 40분씩이나 걸었습니다.

'첫 날부터 무리하면 안돼' 하는 생각에 러닝머신을 끄고 내려오는데 머리가 핑 도네요?
좀 많이 어지러워서 급히 앉을 곳을 찾았습니다. 앉고 났더니 종아리와 발바닥이 전기가 통하듯 저리는 겁니다.
깜짝 놀라서 신발을 벗고 주무르려는데 손이 잘 안 닿아서 다리끼리 서로 비비자 헛구역질까지 올라옵니다.

제 몸은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덜컥 겁이 났지요. 괜찮을까? 이거 운동한다고 깝쳤다가 몸만 더 망가지는 것 아닐까?
두려움은 잠시, 저는 제 몸이 불쌍해졌습니다.
근육과 뼈는 이정도... 내장은 어느 정도일까..
내 머리는 괜찮다며 날 속여만 왔는데, 다리는 여지껏 묵묵히 버텨주고 있었구나..

'다리'님의 숭고한 희생에 숙연해진 저는 여지껏 저를 기만해온 머리에게 매우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분노는 아주 좋은 에너지원이라는 것을요.
또 한가지, 내가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속여 살이 쪄 왔다면 반대로 계속 안괜찮다고 하면 빠지겠네??
그렇게 체중 감량의 가장 중요한 무기가 선택되었습니다.

난 중2병 환자셈. 이젠 그 무엇도 날 막을 순 없으셈. (리듬파워근성, 30세. 무직)

회사에 지각하고 너무 힘들어서 낮잠도 쳐자고 일어나니 오전에 있었던 일이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더라구요.
명료해진 머리로 저는 네이버를 띄워놓고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척 하면서 딴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살이 빠질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죄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당시 제 입장에서)이 난무하더군요.
용어들도 낯설었습니다. 러닝머신이 러닝머신이 아니네요?? 트레드밀??
아령은 덤벨, 역기는 바벨. 윗몸일으키기는 싯업? 크런치? 초콜렛?? 그리고 무슨 뭐를 몇 회 몇 세트??? 회 먹고 싶다. 세트메뉴 먹고싶다.
PT??? 누가 나에게 뭘 시킨다고??? 게다가 내 몸을 만지기까지 해???? 그것도 남자가????
스쿼트??? 치마?? 버피테스트... 이거는 기합받는 건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사람들이 모여서 정모를 하는데 막 운동을 하고 서로의 몸을 훑어보고 만져보기까지???????????????
헬갤(헬스갤러리 맞나요?)정모사진은 저에게 지울 수 없는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다 껐습니다. 볼수록 머리만 복잡하고 제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었어요.
간단히 생각했습니다.

안 먹고 많이 걸으면 빠진다!

체중 감량의 가장 중요한 무기 중2병과 더불어 그에 어울리는 방패를 착용했습니다.

간헐적 '식사'!!!!

한 손에 중2병 도검, 다른 한 손에 단식방패를 착용한 도살자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아무도 모르게 살을 빼기 위해서요.


저는 여전히 몸매를 최대한 가리기 위한 엄청나게 큰 후드조끼를 입었지만 더는 헬스장 문 앞에서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리하면 안돼'나 '이정도면 오늘은 됐다'는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왕 몸에게 미안한 거 좀 더 미안해지기로 했어요.
무분별한 단식이 몸에 얼마나 큰 무리를 주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체중감량에 실패할 확률을 매우 높여준다는 것두요.

제 생각은 이랬습니다.
'이것은 속도전, 머리가 알아차리기 전에 최대한 빨리 뺀다'
'어차피 나는 극한에 선 자, 정상적인 방법이 통할 리가 없다'
'서서히 단계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초장에 가장 높은 난이도를 넘어버리자'

한약을 먹는다는 핑계로 술을 끊었습니다. 취한 상태에서 무심코 밤새도록 줏어먹는 일을 없앴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핑계로 회식을 줄이다가 디아블로 출시 이후에는 '난 디아 하러 가야 됨' 하면서 카드를 그냥 줘버렸습니다.
참기 힘들어서 정 한 끼 먹어야 했을 땐, 동료들 및 친구들을 최대한 불러 모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먹었습니다.
체중 감량을 숨기기 위해서 저는 일부러 많이 주문하고 예전과 다름없이 행동했습니다.
물론 식사는 '요즘 디아블로때문에 매일 밤새느라 영 입맛이 없다'면서 최대한 조금 먹었습니다.
남은 건?? 그냥 남겼어요. 피눈물을 흘리면서...

물 섭취가 늘었습니다. 배고파서요. 평소 전 집에서 4리터(생수 한병이 2리터니까 두병) 밖에서까지 치면 6리터 정도 먹었는데
집에서 생수 한 병을 더 먹게 되더라구요. 수돗가에서 배를 채우는 기분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도 많이 줄였습니다. 밖에서 사먹는 건 캬라멜 마끼아토에서 카페모카까지 줄였어요. 벤티에서 그란데로 내려왔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믹스커피는 전에는 큰 텀블러에 5개를 타서 하루에 4~5잔씩 먹었는데
횟수는 줄이지 못했고 대신 믹스커피 3개까지만 타기로 했습니다.

몸이 가벼워집니다. 머리가 멍해지구요. 가끔 어지러워집니다.
대신 몸이 움직임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40분이던 걷기시간은 1시간을 넘어 90분까지 도달했구요. 속도는 5.0에서 6.5까지 올랐습니다.
5월 한 달 동안 먹은 식사는 25끼 정도구요. 2인분 정도씩 먹었습니다.
살은 20kg 좀 넘게 빠졌어요. 정확하진 않습니다. 제가 체중을 기록했던 건 7월 10일부터 입니다.


폭풍같은 날들이 계속됐습니다. 사업상 점심약속/저녁회식이 잦았지만 점심약속은 선약 핑계로, 저녁회식은 디아블로 핑계로
최대한 피했습니다. 술은 마시지 않았고 건배제의때만 살짝 마신 후 '나 한약먹는데 나 술먹였으니 다들 각오해!' 따위의 멘트를 했습니다.
다행히 사업에는 큰 차질이 없었고 직장 동료들도 '한약 먹더니 살이 좀 빠졌네요' 정도까지만 눈치를 챘습니다.
아, 실제로 보양용 한약을 지어서 먹지는 않고 남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먹지는 않았어요. 맛도 없는 거 먹으면 입맛만 돌까 봐

이 부분이 이해 안가시는 분들 많을 거에요. 왜 남에게 알리기 부끄러울까? 왜 남들이 알아채는지 저렇게 전전긍긍하지?
반면 초고도비만자이신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매일 아침 다리와 발바닥이 저려오는 현상이 뜸해지기 시작합니다. 몸이 적응하고 있었어요.
걷기를 1시간 지속할 수 있을 때쯤 저는 헬스장의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굴욕의 윗몸일으키기 기구가 눈에 들어왔어요.
하나가 성공했고 둘이 성공했습니다. 5월이 끝났을 때 즈음엔 5개씩 3세트가 가능해졌어요.
뿐만 아니라 헬스장의 다른 기구들도 하나 둘씩 건드려보기 시작했습니다.


한달이 지나고 6월의 문턱에 서서 저는 사소한 결정(헬스장을 끊은 것)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발견했습니다.
꽉 끼는 옷이 편하게 맞았습니다. 날은 더워졌지만 땀은 줄었어요. 조금 움직이면 입에서 단내가 났는데 그것도 줄어들구요.
직장에서 집까지 4km 정도인데 선선한 저녁엔 걸어서 퇴근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식곤증이 줄어들었고 발바닥에 굳은 살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 글에서는 많이 표현하지 않았지만 단식의 고통이 있었어요. 급격한 체중변화에 따른 어지럼증이나 무기력함.
식욕이 채워지지 않기에 오는 히스테리 등등도 있었죠. 흙이라도 먹고 싶었구요.
그러나 이런 건 매우 사소하게 느껴졌습니다.
엄청난 감동 앞에서는요.


'되네?'

이겁니다. 되네? 되잖아??? 뭐야??? 살이 빠지잖아???
다이어트 별 거 아니네? 이게 왜 힘들다고 하는 거지??
단식을 해놓고 한다는 소리가... -_-;;


아, 여러분 혹시 같은 책을 세 권 사신 적 있나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없을 거에요.
저도 없습니다. 다만 세 번 같은 책을 선물받은 적은 있지요.
'숀리의 8주? 다이어트' 어쩌구 하는 책입니다. 방송에 나온 숀리라는 트레이너 분께서 낸 책인데요.
그 책을 세 번 선물받았고 책장에 3권이 있었습니다.
펴보기는 했습니다. 근데 숀리씨께서 개구리처럼 엎드린 사진이 있길래 '이게 무슨 짓인가'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 줬어요.


암튼 다시 돌아와서
전 다이어트가 처음이었고 관련 지식도 전무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할 것인지, 몇 kg까지 뺄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그래서 한 달이 지났을 때, 약간의 당혹감도 있었습니다. '이제 어쩌지?' 하는 당혹감이요.

중2병이 다시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귓가에 속삭였지요.
'질 수 없다'
누구에게 질 수 없다는 걸까요?


물론 숀리였습니다 -_-;;;;;;;;;;;; 여러분, 중2병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숀리씨가 본인의 책에서 8주간 몇 kg를 빼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더 뺄거다. 라는 승부욕이 생겼어요.
숀리씨가 개구리처럼 엎드린 채 저를 깔보는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죠. 여러분 중2병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얼마나 오래, 몇 kg까지.. 이런 목표는 나중으로 미뤄둔 채 저는 6월이 시작하기 직전에 원노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5월은 몸풀기에 불과했다. 6월부터 진짜로 한다.'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회식도 그냥 하기로 했습니다.
밥을 1인분씩? 2인분씩? 아뇨! 저는 한식부페를 끊었습니다. 자제력을 잃으면 무제한으로 먹을지도 모르는 그 무서운 한식부페!!!

운동량을 늘렸습니다. 출근 전 90분 걷기 + 헬스기구 놀이 한바퀴! 총 2시간!!!!
그리고 퇴근은 걸어서!!
저녁에 집 앞 하천 산책로 왕복 6km코스 걷기!!

먹고 싶어? 그럼 먹어봐!!!!!!!!!!




6월이 되었고 더워졌습니다.

에어조단이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저는 더이상 엄청나게 큰 후드조끼를 입지 않게 되었습니다.
믹스커피를 3개에서 2개로 줄였고 카페모카에서 휘핑크림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약속/저녁회식 모두 다 참석했고 디아블로/한약/입맛 탓을 하며 국정원급 기만작전을 펼쳤습니다.

라면이 먹고 싶어서 데굴데굴 굴렀구요. 치킨이 먹고 싶어서 제 팔을 물어뜯기도 했습니다.
TV는 아예 켜질 않았어요. 하루종일 모든채널에서 맛집이 나옵니다!
삼겹살! 한우! 대게!! 아오!!!!!!!!!!!!!!!!!!!!!!!!!!!!!!!!!!!!!!!! 감자탕! 순대국! 김밥! 떡볶이! 튀김!!
돼지갈비 소갈비 닭갈비 짜파게티 팔도비빔면 김치볶음밥 자장면 탕수육 볶음밥 평양냉면 칡냉면 닭칼국수 콩국수
군만두 고기만두 김치만두 김치찌게 된장찌게 순두부찌게 부대찌게 아웃백 빕스 파파존스 비비큐 네네치킨 또래오래 굽네치킨
야 이 베라쳐머글 세상아!!!!!!!!!!!!!!!

먹으려면 먹을 수 있었어요. 당연하죠 전화 한통이면 되는데

하지만 숀리가 보고 있었습니다. 제 등 뒤는 절벽이에요. 용암이 펄펄 끓는 절벽.
한걸음이라도 밀리는 순간 끝장이었습니다.


120kg의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나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숀리가 보고 있다!!!


110kg의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깜빡이는 횡단보도 신호 앞에서 저는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버스도 탑니다. 기다리느라 서있어도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지하철도 타구요. 계단 올라오는 건 여전히 조금 힘들긴 했습니다.
한강에 산책도 자주 나갔습니다. 여자친구가 좋아했어요.

벤치에 앉아서 신발끈을 묶는게 가능해졌습니다. 머리에 피가 쏠려 힘들긴 했지만.
한쪽 다리를 올려서 다른 쪽 다리에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역급 가죽 의자 말고, 듀오백 같은 의자에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유니클로에서 바지를 사보았습니다. 36이 힘들지만 맞습니다! 들어가요! 채워지구요!!!

그리고 단 한 번, 저보다 뚱뚱한 사람을 길에서 만난 경험도 생겼습니다. 외국인이었지만...


주위 사람을 속이는 기만술도 점점 첨예해져 갔습니다.
저는 여자동료를 찾아가 인생상담을 했습니다.
불면증이 와서 잠을 잘 못자고 과식하면 토하기도 한다.
내 나이가 벌써 서른인데 아무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다.
성생활도 원만하지 않다.
하루종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여자동료는 나팔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고 주변에서는 '먹여서 응원하자'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물론 전 여전히 밥맛이 없어하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죠.

이렇게 6월도 끝나갑니다.

100kg의 벽을 부술 수 있다! 나는 아직 시작도 안했으니까! 대체 다이어트는 언제쯤 시작해볼까?
하는 교만한 마음 뒤로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너무 막나가는 건 아닐까? 요요가 반드시 온다는데 나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어두운 전망도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저는 웹툰 다이어터를 읽게 되었습니다.




헉헉...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5월 6월에는 체중을 기록하지 않아서 기억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7월부터는 나름 정확합니다.

이 글을 한 편으로 끝내려 했었다니 제가 정말 어리석었네요.
2편 썼을 땐 3편에 끝내겠다 싶었는데 이번에도 다 못끝내다니.....

글재주가 젬병이라 항상 부끄럽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더 잘쓰도록 해보겠습니다.









이 시기의 사진들을 첨부합니다. 살빠지는 거 보이시나요?
무게만큼 빠졌다고 보기는 힘들죠? 아마 용자분께서 설명해주시겠지만 체지방과 근육량 어쩌구 하는 것들 때문일 겁니다.





다음 편 예고

"나는 군단이다. 뱃살은 초토화되고 지방은 불타 오를 것이다."
리듬, 파워... 그리고 다음은??



쪽지주신 분들 곧, 늦으면 어떤 분들은 내일 답변드릴게요.
보기는 진작 봤는데 제가 시간이 없어서 답변드리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헉헉 잘자요. 내일 또 봐요.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7-08 18:05)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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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31 01:41
수정 아이콘
잘보았습니다
확실한건 글재주가 있으십니다.!
14/05/31 01:50
수정 아이콘
와... 의지가 느껴지는 글이네요! 자제력은 정말 최고신것 같습니다...
14/05/31 01:53
수정 아이콘
정말 직관적이고 알기쉬운 단어들로 너무나도 읽기쉬운 흥미로운 글입니다.
75키로를 빼신 리듬파워근성님에 비하면 그 앞자리 수를 날린 5키로도 제대로 빼지 못해 일년 이상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 저같은 사람도 있네요 크흑(현재 75키로)
재밌는 다이어트 글 잘 읽었고 그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커피보다홍차
14/05/31 02:05
수정 아이콘
사진으로도 느껴져요. 대단하십니다.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sprezzatura
14/05/31 02:12
수정 아이콘
이 시리즈 애독자입니다

극리얼 연재물
회전목마
14/05/31 02:41
수정 아이콘
역시 웹툰 다이어터가 진리인가요 크크
얼마전 PT첫날 트레이너분이 대뜸 다이어터보라고 해서 보고 실천중입니다^^
낭만토스
14/05/31 03:21
수정 아이콘
와 진짜 레알 재미있습니다

이거 완결되면 추게 가야합니다.

새삼 느끼지만 최고의 글은 화려한 글이 아니라 이런 글인 것 같아요
한달살이
14/05/31 04:01
수정 아이콘
글 기다리고 있었고,
이 새벽에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음편 빨리!!!
^^
기아트윈스
14/05/31 04:55
수정 아이콘
아, 설마설마 했는데 다이어터가 나오는군요!

설마설마했는데 송병구가 플릿 비컨 올리는 걸 본 기분입니다.

그나저나 평이한 단어와 직관적인 문장으로 이야기를 잘 풀어쓰셨네요.

잘 읽고 있습니다.
맥핑키
14/05/31 05:31
수정 아이콘
숀리씨가 개구리처럼 엎드린 채 저를 깔보는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죠.

이건 전설적인 시리즈가 될 겁니다. 전 느낄 수 있었죠.
14/05/31 06:38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글쓴이가 존경스러울 정도로 감동적인 글이네요.. 힘드셨을거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흐흐 수고하셨습니다.
14/05/31 07:14
수정 아이콘
캐리어에요! 캐리어 가야죠 리버 캐리어 리버 캐리어 하는 느낌이네요! 애독자로써 아이디만큼 강려크한 글인듯 합니다! 후기도 굉장히 궁금하네요
GO탑버풀
14/05/31 07:54
수정 아이콘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메모박스
14/05/31 08:25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말하듯이 술술 읽힙니다 사진으로 봐도 살이 확 빠진게 느껴지네요 글로는 재밌게 쓰셨지만 정말 대단한 의지로 행동하신게 그려집니다 다음글도 기대합니다 늦더라도 꼭 완결내주세요~~
휴잭맨
14/05/31 08:40
수정 아이콘
이분 마음가짐이 정말 멋진 분
같이 운동끝내고 맥주한잔 요청드리고 싶네요.
세상의빛
14/05/31 08:53
수정 아이콘
경의를 표합니다 정말 멋진 분이시군요
사직동소뿡이
14/05/31 09:10
수정 아이콘
사진 보니까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우왕...
그리고 처음 러닝머신위에서 걸으면 다들 어지럽고 막 그래요
저도 온천천 왕복 7키로를 매일 걸었던 경험이 있어서 처음 헬스클럽 갔을 때 런닝머신은 자신있었는데
관장님이 실제로 걷는거랑 여기서 걷는 건 다르다고 첫날은 20분만 걷고 차차 늘려나가라고 하시더라구요
꼴랑 20분?? 하면서 걷고 내려왔는데 핑...
그런데 40분이나 하셨다니 당연히 헛구역질까지 나오죠 흐흐
뚱뚱한아빠곰
14/05/31 09:18
수정 아이콘
주변 분들이 엄청 놀랐을 거 같아요...
저 3장의 사진만으로도 다이어트 엄청 성공하셨네요 소리를 들을텐데 그 전의 사진과 비교하면 완전 다른사람이네요...
14/05/31 10:01
수정 아이콘
30키로까진뺀적있는데...졌습니다 정말 재밋게 읽고있습니다
14/05/31 10:31
수정 아이콘
글도 재밌고 의지도 대단하세요!
아르키메데스
14/05/31 10:49
수정 아이콘
저는 전에 한달에 10kg 정도 감량한적이 있는데

그때 머리도 같이 빠지더라구요 ㅠ.ㅠ

그래서 이제는 무리는 안한다능
14/05/31 11:30
수정 아이콘
저도 다이어트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밥을 잘 안 먹던 시기가 있었는데 머리가 빠져서 식겁했어요. 다이어트 많이하는 연예인들도 탈모에는 신경써가며 식단 관리 하겠구나 싶더라구요.
14/05/31 11:28
수정 아이콘
이젠 그 무엇도 날 막을 수 없으셈
무슨 뭐를 몇 회 몇 세트??? 회 먹고 싶다. 세트메뉴 먹고싶다.
정말 재밌게 글 잘 쓰십니다. 이번 글도 자유게시판 들락날락하며 기다렸어요. 다음편도 많이 기다릴게요.
글에서 살이 점점 빠지는 걸 보니까 저도 기분이 좋네요
파란만장
14/05/3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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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함께 재미나게 보고 있습니다 ;)
이런 붕이 우리나라 대형 커뮤니티 운동 소모임의 당주가 되셨다니 후덜덜!!
리듬파워근성
14/05/3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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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그게 뭔가요??
저 운동 소모임에 가입한 적이 없는데 다른 분과 헷갈리신 건 아닐까요?
파란만장
14/06/0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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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그런가 봅니당 죄송하네요 덜덜;
아무튼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계속 열심히 써주세욤!! =]
막강테란
14/05/3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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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 사촌이 다이어터 작가인데.. 흠..
14/05/3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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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 그러시다면네온비작가이신가요?
막강테란
14/05/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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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친구를 통해 소식 많이 듣는데 다시 요요현상이 왔다고 하더군요..;;;
14/05/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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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 요요라니
막강테란
14/05/3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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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실물로 볼때는 남편이 아주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하핫
14/05/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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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멜 작가님 사진은 저도 어디선가 봤었는데 아주 잘생기셨죠!
막강테란
14/05/3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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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실물은 못봤는데 그 정도라니~~!
그렇게 되고 싶네요
14/05/3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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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좁네요 와...
막강테란
14/05/3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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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이게 그렇게 유명한 웹툰인줄 몰랐는데
리듬파워근성
14/05/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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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홍수현.
14/05/3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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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흐 멋있네요. 저도 최근에 고도비만(?).. 20~30키로가 순식간에 불어났고, 그 상황에서 한 8~10개월 살았던 거 같아요.
그러다 최근에 여자친구 & 냉장고 덕에 다이어트 결심하고 운동한지 2주차인데 서서히 빠지는 중입니다.
아직 무리하게 달리면 무릎에 안좋고 실제로 무릎이 아픈 느낌도 있어서 빨리 걷기 위주로 하루에 10키로 가량 다니고 있어요.
동시에 다이어터 라는 어플이 있더라구요. 먹는거 기록하는.. 거기 먹는것도 써보고 하면서..
지금도 배고파서 토마토 먹으면서 댓글 달고 있네요. 꼭 저도 성공하길 바랍니다(?)
리듬파워근성
14/05/3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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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성공하실 거에요.
그런데 냉장고가 다이어트 결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홍수현.
14/05/3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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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크크 원래 집에 침대도 냉장고도 없었습니다. 하숙생이라 밥은 다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살찌고 나서 바닥 생활이 점점 힘들어지자 싸게 침대를 구매했습니다. 그랬더니 냉장고도 욕심이 나더군요. 직접 사는 건 부담이 좀 되었었는데 앞방 사시는 분이 소리때메 잠못잔다고 내놓으셔서 잽싸게 낼름.. 좀 허름한 오래된 소형냉장고지만 저한텐 최고의 냉장고였습니다. 여름에 가장 힘든게 시원한 물 못마시는거 & 과일 사도 둘데가 없는거 이거였거든요. 요새 운동삼아서 근처 시장에 2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가고 있습니다. 토마토사러요 크크. 냉장고도 있는데 토마토 먹어가면서 한번 해볼까? 라고 생각하다 시작한게 저의 뜬금없는 다이어트 출발점이네요.
리듬파워근성
14/05/3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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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비효과!!
능그리
14/05/3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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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습니다. ^^
Backdraft
14/05/31 12:38
수정 아이콘
에너지업 파워업 핫~ 식스는
리듬과 멜로디가 있는겅가요? 크크
매번 잼나게 보구 있습니다!
리듬파워근성
14/05/3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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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BBv3
14/05/31 12:47
수정 아이콘
이 글 보고 자극받으며 운동하러 갑니다 +_+~
다음편은 다이어터의 위엄이 나오는 건가요~
열심히살자아자
14/05/3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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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살빠진게 딱 보이네요~ 크크크 축하드려용
기차를 타고
14/05/3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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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정말 글 잘쓰시네요 술술 읽힙니다 1편부터 애독중입니다 크크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글로나마 조금 느낄 수 있네요 ..
adagietto
14/05/3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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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휴가철 대비해서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을 갖겠다고 남친에게 선언하고 집에 있는 런닝머신을 의욕에 불타올라 기울기까지 올려서 40분하고 내려오니 다리가 내맘대로 안움직이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더군요..
그 날로 포기하고 문자로 포기 선언을 했더니 비웃으면서 의지박약이라고 의박의박이라며 한동안 놀림을 당했었지요..ㅠㅠ
글을 읽다보니 그 의지가 정말 놀랍고 진심 존경스럽습니다.
상상도 못할만큼 힘드셨을텐데 정말 대단하신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저도 다시 시작해보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그렇지만 난 의박이라 안되겠죠 아마...ㅠㅠ
blueheart
14/05/3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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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 드뎌 본격적인 3편인가요?!
저도 초고도에서 뺐다가 (완전히는 아니고 과체중정도로...)
다시 초고도로 돌아와서 요즘 운동중입니다 ㅠㅠ 요요없이 잘 유지하고 계신거겠죠?! 대단하십니다!!
더불어 4편도 얼릉...(혀...현기증이...)
*alchemist*
14/06/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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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하면서 스트레스 극심히 받으면 먹는걸로 풀어싸서 -_-;
사우디 와서 일하면서 운동하는데..
4~6kg 정도가 풍선처럼 왔다갔다 합니다.
덜 먹고 운동하면 빠지고
스트레스 겁나 받아서 잘 먹으면 찌고 -_-;

예전에 살 빼기 성공했을 때도 스스로 목적을 확실하게 부여한 게 성공 요인이었는데..
중2병이라.. 왠지 땡기네요.. 흐하..
이번에는 중2병을 한 번 밀어봐야겠네요 :)
눈바람
14/07/09 13:48
수정 아이콘
리듬, 파워.. 그리고 다음은?
마지막은 근.성.으로 가버려엇!!!

읽다보니 어느새 중2병적 아우라에 휩싸이는군요, 다음 편으로 달려갑니다.
크림소스파스타
14/10/14 12:54
수정 아이콘
와 왜이렇게 눈물이 나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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