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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4/11/12 00:32:03
Name Typhoon
File #1 _IGP3196[1].jpg (41.4 KB), Download : 36
Subject 가게앞 파지줍는 아주머니 이야기 - 세번째


https://pgrer.net/?b=8&n=53798 첫번째
https://pgrer.net/?b=8&n=54327 두번째

어쩌다보니 시리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으로 전해드리는 이야기가 될거 같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를 전해드리고도 한달이 채 못된 시간이 흘렀네요.
그때 당시 응원말씀 주신 분들과 쪽지로 좋은 제안 주셨던 분께 이자리를 빌어 감사인사 다시 드립니다.

--

지난 글을 올린 후, 한달여 시간동안 다시 아주머니는 박스줍기를 시작하셨고 예전과 크게 다를바 없는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날은 좀 더 추워졌고, 저는 곧 다시 전단지를 드리기 위해서 전단지 디자인을 시작했고요.

그런데 보름전쯤 저희 가게 옆에 노점형식의 붕어빵 가게가 생겼습니다.
없던 가게가 생긴거라서 관심있게 가서 붕어빵 사장님이랑 말도 붙이고 금새 친해졌어요.

박스 아주머니가 일하시는 곳(슈퍼에서 박스가 나오는 곳) 바로 옆이라서 아주머니도 신기하신듯 옆에 구경하러 종종 다가오시고,
타이밍 맞추어 손님이 오면 마치 알바생인것처럼 '얼마치 드릴까요?' 하고 말도 건네시더군요.

붕어빵 사장님이랑 얘기를 나누어보니 건물주인분 사모님과 아는 사이시고, 성격도 호탕하시더라고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니 저랑 같은동네에 사셨었고, 자제분께서 저랑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까지 같은곳을 나온
신기한 인연도 있더군요!! 이런 우연이!

'붕어빵 기계' 가격에 대한 질문을 드리면서, 사실은 3년뒤~4년뒤 혹 제가 영업장을 이전하게 된다면
박스아주머니에게 하나 사드리고 갈까 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다고 하며, 박스 아주머니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붕어빵 기계가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ㅠㅠ)

아주머니 사정을 간단히나마 말씀을 드렸고, 알바생으로 같이 일하시면 어떤가 하는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놀라운 얘기도 들었습니다. 저보다 10여살 많아보이시던 파지아주머니가 사실은 저랑 3살차이 밖에 안나는 누님이었어요!)

그런데 붕어빵 사장님이 몸이 좀 불편하시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붕어빵을 맘먹은만큼 팔기 힘드시고,
체력때문에 일찍 들어가셔야 할 것 같은데, 같이 일할 수 있다면 붕어빵 사장님은 체력을 아끼셔서 좋고, 박스 아주머니는 돈을 추가로
버실 수 있으니 좋은, 서로 윈윈되는 상황이 될것 같다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내 곧 박스 아주머니에게 붕어빵 굽기를 시켜보기로 하셨습니다.
저도 옆에서 지켜보았고요. 조금 서툴긴 하시지만 원체 성실한 스타일이라 잘하시긴 하는데, 불조절 하는것을 좀 힘들어 하시더군요.
저도 얘기나누다가.. 제 오지랖을 살려 직접 짬짬히 붕어빵을 구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고,
제가 음식만들고 이런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요령도 금방 배울 수 있었어요.

그날부터 몇일간 시험삼아 두분이 같이 일하셨어요.
체력이 약한 붕어빵 사장님은 손님에게 인사하고 붕어빵 내주시고 기타 관리를 옆에서 하시고,
박스 아주머니는 붕어빵을 구우시고요. 그리고 그렇게 같이 일한시간동안 번 돈은 두분이서 재료값을 제외하고 반반 나눠갖기로 하셨어요.

아참, 그리고 붕어빵 가게 자리가 정말 좋습니다.
주변에 아이들이 많은 자리고, 옆에 슈퍼가 있는 자리라 지나다니는 사람이 제일 많은 곳이라서
손만 빠르고 손님 대하는게 능숙하면 정말 매출이 어느정도는 안정적으로 나올만한 장소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박스아주머니가 익숙치 않으셔서 그런지 붕어빵을 좀 많이 태워먹으시고,
손님이 오면 눈을 마주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걸 못하시고,
옆에 사람이 말을걸면 붕어빵 굽는게 헷갈리셔서 매우 정신없어 하시고.. 등등
(박스를 주우시다 보니 동네에 아는 분들이 많고, 특히 나이드신 분들이 와서 '이제 붕어빵 장사도 하느냐'며 간섭을 많이 하세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러니까 태운다. 주변이 더럽다. 등등등)

그렇지만 붕어빵 사장님께서 마음이 좋으셔서 크게 뭐라하진 않으셨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며칠전 붕어빵 사장님이 저에게 상의를 하시더군요.
'나는 옆에 식당을 얻어서 운영할 생각인데, 박스 아주머니가 괜찮다면 넘겨주고 싶다'
와... 너무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박스 아주머니가 제안을 수락하지 않으셨어요.
근데 전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전단지 알바를 제안할때도 그랬으니까요.
아주머니가 일단 '글쎄요' '너무 힘들다' '잘 모르겠다' '생각해 보겠다' 라는 말씀만 하시지
한번도 '네 제가 해볼께요' 라고 적극적 의사를 표시하신적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제가 알바를 몇일 시켜드리고 돈을 받아가신다음 '내일 또 하실거죠?' 라고 여쭤봐도
'글쎄요.. 너무 힘들어서.. 내일 봐서요' 이런식으로만 말씀하시곤
다음날이 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정해진 시간에 올라오셔서 일을 받아가셨거든요.

그래서 그런게 아니다. 원래 말 습관이시다. 겁이나셔서 그러신거다 하고 해명을 해드리곤 했는데,
몇일간 옆에서 같이 일하며 그런 제안을 해도 박스 아주머니가 워낙 하겠다는 말을 절대 안하시고 소극적이니까
붕어빵 사장님도 마음이 좀 바뀌시는것 같더라고요. '왜 내가 이렇게 사정하면서 이걸 하라고 해야하나?' 하고요..

그리고 오늘은 마침내
'그냥 다른사람 하라고 하던지 해야겠다. 이곳에서 장사 하겠다는 사람 꽤 있는데, 나는 xx사장(접니다) 말을 듣고 사정이 딱해
시키려 한거고, 수입은 붕어빵이 잘나가는 2월까지만 수입을 나눠먹고, 그 이후엔 이 자리에서 어떤 장사를 하든 이제 맡아서 하라 하고,
나는 식당운영만 하려고 하는데.. 저렇게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안해주니 이젠 모르겠다..'

저는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3시간이나 제가 옆에 붙어서 불조절하는법, 붕어빵 굽는법, 손님대하는 요령을 가르쳐 드렸었는데,
노력한게 허사로 돌아가는듯한 마음에 더 마음이 급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대략 3시간 가까이 옆에서 설득을 했어요.
저렇게 좋은 제안 해주시는 사장님이 어디있느냐, 수입은 얼마나 좋아지겠느냐, 딸을 생각해라,
내년부터는 이제 혼자 독립해서 장사하면 더 벌 수 있다, 내가 짬짬히 나와서 도와주겠다,
두려울게 뭐가 있느냐. '하겠습니다' 라고 확실한 의사표현을 해야 아주머니에게 넘길 수 있는거다. 등등..


그리고... 장장 3시간만에... 마침내!!!!


박스 아주머니가 '네.. 하..하겠습니다. 할게요 이모님!!' 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이제 이번주말까지만 두분이 같이 하시고, 다음주 부터는 붕어빵 아주머니의 홀로서기, 홀로장사가 시작됩니다.
제가 중간에서 너무 오지랖을 부린 덕분에.. 저도 한동안은 붕어빵 굽는 냄새 실컷 맡으며 중간에서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 물론 필요하시다면 전단지 알바도 계속 드릴꺼고요.

그리고 요 얘기는 여담이지만
아주머니 얘기를 전해들으신 제 어머니께서 아주머니께 전해드리라며 지갑을 하나 선물하셨습니다. 비싼건 아니고요.
선물을 전해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면서 받으셨고, 전에 쓰시던 지갑은 약 10 여년 넘게 쓰신거라고 하시더군요.
'지갑 선물해드렸으니 돈 많이 버세요' 라고 말씀드렸어요.
붕어빵 사장님께서는 '왜 나는 안주냐' 며 시기하셨고요. 크크.

여담 한가지 더,
그동안 여러번 보면서도 단 한번도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던, 박스 아주머니의 딸아이 목소리를 드디어 들어볼 수 있었네요.
박스아주머니가 붕어빵일을 하니까 아이도 좋은지 옆에 앉아서 박스 아주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더군요.
옆에서 보다가 '엄마가 붕어빵일 하는게 좋아?' 하고 물어보니까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 하더군요.
아이 표정이 매우 밝아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꽤 괜찮은 해피엔딩으로. 박스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끝... 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네요. 크크..
하지만 제가 전해드리는 이야기는 이게 마지막일것 같습니다.

부디 아주머니가 장사 많이 하셔서 행복하게 사시도록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아주머니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12-29 12:36)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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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2 00:38
수정 아이콘
님 천국 가실 거에요. 아 기분 좋네요.

소극적인 성격은.... 원래 그러실 수도 있지만, 한 발 삐끗하면 문자그대로 정말로 죽어야하는 절벽인생이라서 더 그러신 것 아닐까 싶습니다.
14/11/12 00:51
수정 아이콘
넹 크크.
붕어빵 사장님이 제 어머니뻘 되시는 여자분이세요.
성격이 호탕하시고 인정이 많으신 분입니다.
천국...은 갈수 있으려나요?
14/11/12 00:52
수정 아이콘
예 저도 다시 읽어보니 그런 것 같아서 댓글을 막 수정한 참이었습니다 :)

저 정도로 포인트 쌓으셨으면, 무난하게 천국 가실 것 같은데요?
14/11/12 00:56
수정 아이콘
크크 천국갈거라고 얘기해 주시니 기분은 매우 좋습니다.
새강이
14/11/12 00:39
수정 아이콘
와..리틀빅히어로이십니다..
포포탄
14/11/12 00:45
수정 아이콘
정말 적절한 표현이네요. 김대기급 적절함입니다.
14/11/12 00:52
수정 아이콘
과찬이십니다. 그래도 결과가 좋아서 보람있네요!
스테비아
14/11/12 00:41
수정 아이콘
힐링받고 추천 드리니 이드기여~
아이고 의미없다
14/11/12 00:44
수정 아이콘
새드 엔딩인가 하고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는데 다행이네요. 정말 좋은 일 하고 계시는 겁니다.

단지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권하는 것이 너무 과하면 상대방이 부담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앞에서는 알겠다고 말해도 마음속으로는 그늘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두 번이나 그런 일를 겪었지만 Typhoon 님은 잘 컨트롤 하셔서 파지 아주머니..
아니 파지 누님이 꼭 홀로서기에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4/11/12 00:54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렇게 적극적인 대답을 강요할 생각은 없었어요.
근데 상황이 급박하게 '없었던 일'로 돌아가고 있어서 마음이 급했습니다.
박스누님.. 이 상황을 잘 이해못하신거 같았고, 여기서는 정말 그 어느때 보다도 '하겠다' 라는 의사표현이 중요했거든요.
그래도 우격다짐은 절대 하지 않고 좋은말씀으로 찬찬히 설명드렸어요. 그래서 시간이 오래걸렸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그렇게 대답을 강요할 필요도 그럴일도 없을겁니다.
우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피아니시모
14/11/12 00:46
수정 아이콘
마음이 정화되는 글이네요:)
Rorschach
14/11/12 01:02
수정 아이콘
뭐지 이 훈훈함은 크크

사실 저도 중간부터 결말이 안타까운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참 좋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붕어빵 땡기네요;;;;;
14/11/12 01:08
수정 아이콘
냄새를 너무 맡아서 질리다가도, 또 하나 먹으면 맛있습니다. 흐흐
겨울의 붕어빵은 진리죠 -_-)b
노던라이츠
14/11/12 01:03
수정 아이콘
님 진짜 천사세요. 힐링되는 느낌입니다. 글보니 붕어빵 먹고싶네요. 진짜 겨울이 오는가보네요. 붕어삥먹고싶어요.
꿈꾸는사나이
14/11/12 01:31
수정 아이콘
해피엔딩이라 다행입니다.
읽고나서 행복해지는 기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서린언니
14/11/12 04:22
수정 아이콘
따듯한 겨울을 보내는 그분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요
Fanatic[Jin]
14/11/12 05:14
수정 아이콘
아니...피지알에서 똥얘기 없이도 훈훈해질수 있다니!!!츄츄천츄츄천드리고 갑니다 크크
외국어의 달인
14/11/12 08:05
수정 아이콘
복받으실 겁니다...Typhoon님 진짜 복 받으실 겁니다.
언뜻 유재석
14/11/12 09:04
수정 아이콘
위치 어딘가요 크크크 붕어빵 먹고 싶다..

힐링받고 추천 드리니 이드기여~(2)
王天君
14/11/12 09:11
수정 아이콘
사람이시네요
사악군
14/11/12 09:38
수정 아이콘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진짜 복받으실겁니다!
켈로그김
14/11/12 10:08
수정 아이콘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 저는 글쓴분이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함이 있어도 실천에 필요한 용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마무리까지 잘 하셨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존경스럽네요.
BessaR3a
14/11/12 10:09
수정 아이콘
굿굿굿 ~~~~ 복받으세요^^
14/11/12 13:58
수정 아이콘
와~ 세상에.. 정말 복받으실 거에요!
박스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해피엔딩... 이제 붕어빵 아주머니 이야기가 시작되나요?
터치터치
14/11/12 14:14
수정 아이콘
추천은 했는데 댓글을 안남겼었군요. 날씨가 추워져서 인지 피지알발 훈풍이 세차네요. 정말 멋진 좋은 일 하셨네요.
한달살이
14/11/12 14:51
수정 아이콘
훈훈한 마무리라 좋네요.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 웃는 모습이 상상되서 더 좋네요.
파란코사슴
14/11/12 16:21
수정 아이콘
아이고 코끝이 찡 하네요. 붕어빵 사먹으러 가고싶습니다.
기다림
14/11/12 16:28
수정 아이콘
마음이 따뜻해 지내요. 감사합니다.
가게가 어디인지 알려 주실 수 는 없는가요? 가까운 곳이라면 가서 탄 붕어빵 맛 보고 싶습니다.
오상현
14/12/07 02:19
수정 아이콘
이 글 읽어보고 처음으로 pgr에서 추천이란 버튼을 눌러보네요.
저 같은 파워 눈팅족을 로그인하게 만드시다니!!
따뜻해집니다 요즘 날씨에~
아주머니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하셨으면 좋겠어요 장사 하시면서.
14/12/08 11:55
수정 아이콘
훈훈하네요. 정말 좋은일 하셨습니다. 복 많이 받으실거에요.
쭌쭌아빠
14/12/29 15:10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분이시네요. 따뜻한 이야기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빠나추워
15/01/05 09:31
수정 아이콘
세번쨰 이야기도 있었군요. 정말 멋지게 사시는분 같습니다. 저는 글쓴분의 이런 따뜻함을 넘어선 인심이 멋지면서도 부럽네요.
이뿌니사과
15/02/14 14:29
수정 아이콘
어딘지 알려주시면 ㅠ 가서 한번 사먹겠습니다. 정말 좋은일 하셨네요. 삶이 여유가 없긴 한데.. 저도 주변을 좀 돌아보고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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