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4/02/25 01:20:42
Name 훼이스
Subject 글을 쓰는 것...
글을 쓰는 것...


예전에 처음 인터넷에 첫글을 올릴때...그때의 떨리던 마음을 기억합니다.

소심하기도 하고...겁도 많았던 전 제 글을 올리기 전에 몇번씩 읽어 보고...고쳐보고...또 나중엔 지워 버리기도 했습니다.

혹시...자신이 '처음'이다..라고 생각하는 글을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만일 기억이 안나신다면....자신의 아디로 검색해 보시면 생각외로 재미있으실 겁니다.
무언가 순수하기도 하고...어색하기도 한...묘한 흥분이 느껴지실 듯 한데요.

제가 스타라는 게임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쓴 글을 기억합니다.

한 게이머에 대한 첫 연서...


사실은...여러번을 지워 버렸던 글이였지요.

무엇 때문인지 그날은 애써 쓴 글을 지우지 않고 등록버튼을 눌렀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였지요.

몇번의 망설임은 이제 한두번의 망설임으로 줄었습니다.

그 만큼 글도 빨리 쓰고...빨리 올리게 되더군요.


.....그리 좋은 것은 아니였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글을 써 가면서 한 가지 버릇이 생겼습니다.

자신의 아디로 검색하는 거...


저는 글을 쓰고 난 뒤...가끔 그 글을 검색해 봅니다.

제 글에 남은 댓글들을 읽어 보고...혹여 누군가가 제 글에 오해하시지 않았는지...아니면 상처입지 않으셨는지...살펴보게 됩니다.

'글'이라는 것....참 무섭지 않으십니까?



가끔...예전의 논쟁으로 인해 불편해진 분들을 봅니다.

한때의 글이였고...그 글이 쓰여진 곳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그 글은 원문 그대로 어딘가에 올라가 또 다른 말을 만들고 있는 거....가끔 보게 됩니다.


그 글을 쓰신 분은...참 난감해 하시더군요.

불펌이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자신 조차 잊어버리려 했던 글들이 고스라니 올라오면...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 올릴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글'은 '말'과 달라서 수정이 가능합니다.


'글'은 '말'과 달라서 삭제도 가능합니다.


그러나...'글'은 오랫동안...그 조사 하나 틀리지 않고...남겨져 있지요...


수정을 해도...삭제를 해도...말보다 더 확실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더구나 넷상에 올려진 글은...자신의 글이라 해도 타인과의 공유의 순간...그것은 혼자'만'의 글은 아니지요.

타인의 댓글이 달리는 순간...그 글은 타인에 대한 책임이 발생합니다.

타인의 감정과 함께 하는 순간...그 글은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공감할 수 없는 글은 가끔 반대 글도 올라오고 다른 글도 올라오는 것이겠지요.



넷상에서 글쓰기...

꽤나 많은 글을 쓰고 댓글을 달았는데도 저는 여전히 그것이 어렵습니다.

또한 신기합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글에는 감정이 녹아납니다.


충분히 이성적으로 쓴 것 같은 글에도 감정이 느껴집니다.

종이에 쓰는 글과 다른데도 그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글 쓰시기 어떠하신가요?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저는 또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올리기를 반복합니다.



이곳에서 연일 일어나는 많은 논쟁을 보며 그 논쟁에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을 알기에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그냥 사랑할 수 없을까요?

다른 것과 비교하며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들입니다.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을까요?

타인의 선택이 아닌 그들 자신의 선택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그들을 보아 주세요.

그냥 예쁘지 않습니까?

굳이 다른 색을 덧칠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데요.


그런 만큼 다른 분들은 그저 다른 선수들을 좋아하는 것 뿐입니다.


순수하게 그 선수를 응원하는 글에 아픈 댓글을 다시지 마시고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글 올려주세요.

혹여 자신의 글이 문제가 되었다면...타인의 이해의 폭을 생각하기 전에 스스로의 글에 무언가 오해의 소지가 없는지 살펴봐 주세요.


주제 넘게 제가 이런 글을 써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가입인사 후 첫 글-댓글빼고-인데...역시 두서가 없어 보입니다.


그냥...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라고 웃어주시길...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만화의 글을 옮겨 적습니다.


[적을 만들어 내는 건 간단합니다. 어떤 상황에도 다.른.것과 반.대.되는 것은 존재하죠. 그걸 어떻게 부르느냐의 차이예요.

그리고...또 다른 의미로는 적으로 만드는 것도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적'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때...

그때까지 그저 '다른것' '반대되던 것'이였던 존재가 진짜 적이 되는 겁니다.

여러분은 지금 스스로 적을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덧말...왠지 이 글을 올리고는 후회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올리고 싶네요.
혹여 맞춤법이 틀리다면 그냥 살며시 웃고 넘어가 주시길..너무 심한 것이 아니라면요.^^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2-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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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교주
04/02/25 01:33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좋은글이네여..저두..아직..두려워서..글을..못올리고있네요..꼬릿말은..달아두..^^
용잡이
04/02/25 01:40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었네요^^
저도 그러다가 몇번글을 썻지만 역시^^
저자신도 항상 글쓰기글햇다가 지우기를 반복합니다만..
필력도 모자르고 맞춤법도?^^
그래도 제가하고싶은건 제가응원하는 선수에 대한 사랑과
스타를 좋아하게끔만든 모든
프로게이머에대한 사랑밖에는
없더군요^^
04/02/25 01:56
수정 아이콘
"망설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것으로 좋은 것입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는 망설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광장에서 연단에 오르려는 사람은 연단에 오르기 며칠 전부터 자신의 글을 가지고 전전긍긍 망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노자에서 "성인은 언제나 말함에 앞서 우물쭈물함이 있다"고 했고, 공자 역시 "대체 말재주 같은 걸 어디다 써먹겠느냐"고 대갈한 적이 있죠.

이미 그 망설임은 남에 대한 배려까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훼이스님의 글과도 같은 이치입니다. 이 글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필력이니 말재주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글이라는 것은 글쓴이가 그것을 자신의 품에 안고 몇 번이고 전전긍긍 망설이는 사이에 이미 그것으로 흠잡을 것이 없는 작품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역사에 남는 작품이란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고 할지라도 그 인생 전체를 관통하지 않으면 탄생하기 어렵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저는 오히려 훼이스 님을 글을 읽고 느낀 바가 있어 PgR에 글을 쓰시는 모든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망설임을 가지십시오!" 라고.
Godvoice
04/02/25 02:04
수정 아이콘
전뇌세상에 뛰어든 지 어언 9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글 쓰기 두렵습니다;;; 과거에는 제가 무지했기에 두려웠다면, 지금은 많이 알아서 두렵습니다;;;
이미 인터넷은 생활의 일부이니만큼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이 생기리라 보는 입장에서, 논쟁도 해보고 토론도 해보고 싸움-_-도 해봐야 할 것 같은데도 여전히 망설이는군요. 전 너무 소심해서 글 올려놓고 댓글의 반응이 무서워서 다시 글을 안 찍어본 일도 자주 있습니다;;;
안전제일
04/02/25 02:07
수정 아이콘
글을 올리고 난후에 정말 치열하게 후회하는 사람입니다.
그 후회가 나는 불편하게 할지 몰라도 남은 편하게 할수 있는 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으음..바로 아래에 쓰여져 있는 제글이..절 난감하게 하는군요.<----삭제하려 했으나 삭제할 타이밍을 놓친.)
아이엠포유
04/02/25 02:23
수정 아이콘
이런맛에 pgr을 옵니다. 첫글인데도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앞으로 즐 pgr하시구요. 망설임을 가진다는것에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을것 같네요. 진정으로 타인을 적으로 만드는 것은 자기자신이다는 말이 확 와닿네요.
안개사용자
04/02/25 02:31
수정 아이콘
전 좋은 글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들곤합니다.

"이사람, 정말 많은 생각을 거치고, 또 거쳐서 이런 글을 썼구나..."

하는 감탄이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오죠.
그리고 그 글을 쓴 분의 이름으로 검색해서 다른 글들을 찾아봅니다.
그러면 거의 대부분 예외없이 멋진 글들이 쏟아집니다. 글의 스타일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글의 제목보다 글을 쓴 사람의 아이디를 먼저 살피는 습관이 생기더군요.
그만큼 인터넷에서 글이란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글 쓴 분의 마음을 표현하는 거울과도 같은 거죠.
그러기에 남에게 보여주기전에 항상 조심하고, 몇번을 다시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익명성을 방패삼아 남을 배려하지 않은 채, 무심코 내뱉는 글은 절대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정작 자기자신이 자기 글에 대해 애정을 가지지 않고 함부로 다루는데, 어떻게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화려한 미사어구나 글쓰는 기술같은 것들은 정작 글쓰기에 있어서 어쩌면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닐지 모릅니다.
오히려 그 글에 글 쓴 자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가의 여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힘들게 글을 쓰시는 분들의 글을 좋아합니다.
그 힘든 만큼 자신의 글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거니까요.
그 힘든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들어가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항상 이렇게 나름대로의 성의가 들어간 글들이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법입니다.

훼이스님, 좋은 글 써주셔서 고마워요.^^
04/02/25 03:24
수정 아이콘
글을 다 쓰고 나서 맞춤법! 생각하고 한번 쓰윽 봅니다. 그리곤 혹시 남에게 비위 상하게 하는 말은 없었나 생각해서 다시 보죠. 그리곤 글을 올립니다. 하지만 좋은 글은 되지 못하더군요.
흐음.. 첫글을 썻던때가.. 아마도 스플레쉬 이미지 였던것 같더군요. 그 때는 어떻게 해야 주목을 받을까 생각하기도 했었던-_-;
오늘도 맑음
04/02/25 03:31
수정 아이콘
나의 pgr에서의 첫글은 어떤 글이 될까...얼마전 생긴 글쓰기 버튼에 기쁘기도하면서 마냥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이리기웃 저리기웃 담넘어 순이한테 말을 건넬까 말까..하는 돌이처럼 설렘반 걱정반으로 눈치만 보고있네요^^ 처음 이 마음 잘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글쓰기버튼을 누르기전까지 다시한번 생각할수 있는 pgr회원이 될거에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finethanx
04/02/25 13:12
수정 아이콘
글도 댓글들도 멋집니다!
필력보다도 정성이 들어간 글이면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그러나 본인은 글쓰기가 너무 어려워 WRITE 버튼을 못본척한지 오래됐답니다. 글쓰기에 들어가는 정성은 보통일이 아니드라구요 흑흑ㅡㅜ)
04/02/25 18:31
수정 아이콘
훼이스님의 글과 위에 댓글이 너무 멋져서 할말이 없네요 ^^..
전 글로써 다른분에게 상처를 입히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쉽게 상처를 받습니다 ^^.글을 쓸때 제발 한번만이라도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한 배려를 해주십사합니다.
04/02/25 18:47
수정 아이콘
추게 축하드립니다.. 흠 전 언제 쯤 좋은 글 써서 추게 한번 올려 볼지...
04/02/25 19:14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입니다 ^^
훼이스님의 말, pgr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
프토 of 낭만
04/02/25 21:51
수정 아이콘
할 말이 없는........ 동감가는 글입니다...
mycreepradio
04/02/26 01:25
수정 아이콘
전..글을 한번 밖에 올려보진 못했지만..지금봐도..어색한게..느껴지고..재밌기도 하네요..^^ 좋은글..잘 읽었습니다^^
04/02/26 01:5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꽃단장메딕
04/02/26 22:04
수정 아이콘
글을 쓰지 않고 읽기만 하던...독자의 입장이였던 때에는
이런 저런 트집만 잡았었는데 요즘은 글 잘쓰시는 분들을 존경하게 되었답니다..
꼭 제가 좋아하는 선수에 관한 글이 아니더라도...
공감가는 좋은글들을 써주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해보이기까지 합니다
펜과 종이를 꺼내가며 밤잠 안자고 끄적여가며 쓴 글을 읽고 또 읽은 후에
마음에 드는 글만 인터넷 상에 올린 후에도 아침에 읽으면 부끄럽더군요
좋은글들을 읽을때마다...참...제가 쓴 글들과 어찌나 비교가 되던지....
훼이스님의 감동적인 글들도...제게 좌절감을 주는 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한가지라는 것이라는 거...아시죠? ^^
smoke black
04/02/27 08:29
수정 아이콘
제가 처음 인터넷에서 썼던 글을 검색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참...민망하기 그지없군요..-_-;;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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