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일 인상깊게 읽은 글이라 꼭 피지알에 올리고 싶은데, 반면에 내일 새벽에 가족 여행 시작인지라 이후에는 시간이 없을 듯해서 급하게 번역해봅니다. 오역 있어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글의 원출처인 Project Syndicate 는 고퀄의 칼럼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주요 언론사들이 공동출자해서 만든 미디어 신디케이트입니다. 빌 게이츠도 상당 부분 출자한 것으로 알려져있지요. 국제 정세에 관한 글을 읽을만한 소스로 Foreign Affairs 와 더불어 제가 즐찾해놓은 곳입니다.

이번에 여기에 올라온 아래의 글은, Mark Leonard 라는 유럽 외교통이 쓴 글인데요, 미중 분쟁이 격화되는 이 시대에 '우리 유럽'은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칼럼입니다. 물론 한국은 유럽과 운명공동체가 아닙니다만, 유럽의 외교통이 미중 분쟁을 어떤 시각에서 보는지 한번 읽어보는 것이 나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공유해봅니다. 미국이나 중국 중 어느 하나를 편드는 느낌이 아니라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누가 이기든 우리는 망한다' 의 느낌이라서 신선했습니다.

원글:
https://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end-of-chimerica-and-future-of-europe-by-mark-leonard-2019-06?fbclid=IwAR3-1xl1dYeSeFkjn2Wbar-m-nRBMc5aTSdA0uCefN0D9IT0gzqzB7R3B1w

제목: 중미 밀월의 종말

중국과 미국의 분쟁 격화는 다가오는 2극 시대를 가속화한다. 지난 수십년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선도국가간의 협력이 지배했던 시대라고 볼 수 있는데 반해, 앞으로 다가올 수십년은 일종의 제로섬 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미 세계화와 국가간 유대는 '해체', 돌려말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되어 가고 있다. 각 국가와 각 지역은 '통제권 회복' 이라는 명분하에 점점 작은 단위로 쪼개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최근 화웨이 사태에서 잘 보여진다. 다국적 기업인 화웨이는 미국과 유럽 브라질 등으로부터 부품을 사들이고, 170 국에 제품을 판매한다. 이들은 또한 여러 지역에서 5G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서구권의 회사들은 화웨이의 가성비 높은 제품을 환영했으며 이들과 경쟁하는 구미 회사들은 바짝 긴장했어야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미국 회사들에게 화웨이에 대한 부품 판매를 금지하였고, 미국의 동맹국에게도 비슷한 절차를 취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세계화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화웨이나 다른 중국 기업들이 살아남고자한다면, 그들은 미국 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할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가 경고한 중국의 미국에 대한 기술 스파이 행위에 대한 반응으로, 다수의 미국 대학들은 중국 기업이나 중국 대학과의 파트너쉽을 종료하고 있다. 미국의 벤처기업들은 중국의 투자를 거부하며, 설령 원하더라도 이런저런 법적 제한이 걸려서 중국의 투자를 받을 수 없다. 화웨이의 해외 스마트폰 판매는 40% 가 감소했으며 이후 2년간 300억달러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이런 중미 분쟁의 뒤에는 두 명의 강경파 지도자들 - 트럼프와 시진핑 - 이 있다. 둘 다 자국의 부흥을 기치고 걸고 있으며 자국이 국제 무대에서 가지고 있는 역할과 위상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는 현 미국이 하강 국면에 있으며 그 이유는 현대 국제 질서가 미국에 불리하게 짜여져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그는, '창조적 파괴' 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은 WTO 나 NATO 등의 국제 기관을 약화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TPP 등의 무역 협상을 무력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행위를 통해서 그는 각국이 미국과 양자 협상을 하도록, 아직 미국이 그럴 힘이 있는 지금, 유도하려고 한다.

반면, 시진핑은 중국의 정치 시스템을 극단적으로 바꿔놓았으며 경제나 외교 정책에 대해서도 그의 영향력을 키웠다. 그는 제조굴기2025 정책을 통해서 중국이 기존의 저가 제품 생산국으로부터 첨단 기술 -- 예를 들어서 인공 지능 -- 선도국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중국은 서구권의 기술과 노우하우를 습득하는 동시에 서구권 회사들을 중국으로부터 쫓아내야한다.

시진핑이 원하는 기술 혁신은 중국이 빅데이터를 통한 독재 국가로 거듭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은 21세기 감시 기술을 통해서 권력을 보존할 것이고, 이미 그 기술은 신장 자치구에서 -- 최소 1백만 위구르 무슬림들이 격리 수용되고 있는 그곳 -- 시험 운영되고 있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시진핑은 1조달러를 투자해서 일대일로 정책을 -- 중국의 영향력을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태평양으로 확대하려는 계획 -- 성공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트럼프와 시진핑이 자국 국내 정치나 경제 상황을 상당히 뒤흔들어놓은 것과는 별도로, 이들의 국제 정책은 사실 이미 진행중이던 현상을 가속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볼 때, 이미 국제적인 균형은 워싱턴에서 베이징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기에 어차피 경쟁은 피할 수 없었다. 특별히 바뀐 점이라면, 미중 관계가 더 이상 서로를 보완하는 선진국-개도국 파트너가 아닌 '동일한 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제로섬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었다는 점이다. 즉 미중 밀월이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유럽인들에게는 충격이 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이런 중미 간의 치킨게임 사이에서 새우등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유럽인 다수가 (독일인의 74%, 스웨덴인의 70%, 프랑스인의 64%) 중미갈등시 중립을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추세는 중국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하다. 2003 년을 돌이켜보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중국은 유럽에 구애했었다. 중국 학자 얀쑤에통이 말했듯이 "우리와 미국이 만약 전쟁을 하게 된다면 유럽이 적어도 중립을 지켰으면 좋겠다" 라고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시진핑이나 리커창이 다보스 회의나 뮌헨 안전 회의에서 다극화 시대를 설파하는 것도 당연하다. 중국으로서는 유럽과 미국 사이에 균열이 생기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유럽이 정말로 중립을 유지할 수는 없다. 미국과 중국이 갈라서게 된다면, 양자 모두 유럽에게 어느편인지 확실하게 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게다가 유럽은 중국이 국가적으로 밀어주는 회사들로부터 점점 많은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중국의 시장이 폐쇄적이라는 것에도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최근 유럽의 commision paper [Orbef: 이게 뭔지는 지식이 짧아서....] 들은 중국은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관계' 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중국으로부터의 투자에 대해서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문제는, 유럽이 중국과 소원해지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유립이 미국과 가지는 관계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인들은 하나의 수퍼파워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다극화된 세상에서 살고 싶어하며, 그 세상이 예측 가능한 룰에 의해 돌아가고 전통적인 동맹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트럼프와 시진핑은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다. [Orbef: 말을 멋있게 돌려해서 그렇지, 그냥 유럽이 자주권을 유지하면서 목에 힘 좀 주면서 사는 세상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유럽 사람들이 '룰' 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되다니, 세상 참 화무십일홍입니다.]

다행히도, 유럽 투표권자들이 그간 수동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EU 와 유럽 각국 정부는 유럽의 자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 그리고 그런 고민의 결과 '유럽이 AI 및 핵심 주요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유럽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제일 중요한 문제는 유럽의 자주권을 미국의 경제 제재 요청이나 중국의 투자, 혹은 다른 형태의 압력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에 대한 답은 사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유럽이 성공하는 미래가 있다면, 그것은 유럽이 트럼프와 시진핑이 벌이는 장기말의 졸이 아닌 삼극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미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