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9/07/17 19:47:31
Name Farce
Subject [9] 인간, '영원한 휴가'를 떠날 준비는 되었습니까? (수정됨)
안녕하세요. Farce입니다.

휴가철에 [휴가]에 대한 글을 써보라는 이벤트가 자유게시판에서 열리고 있으니,
저 역시도 참여를 한 번 해보려고요!

이 글은 하나의 '이행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hyuga

[휴먼, 목구멍으로 지금 휴가가 넘어갑니까?]

휴가. 드디어 열심히 일해준 대가를 얻어낼 시간입니다.
쉬지도 않고 일 년 내내 일해봤자, 찾아오는 것은 삭아 드는 몸뚱아리, 너덜너덜해지는 정신밖에 없지요.
열심히 다시 일하기 위해서라도 휴식은 필수이고, 적당히 일해줄 생각이라도 해도,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항상 거시적인 헛소리를 자유게시판에 팔아치우는 Farce답게,
닉값을 하기 위하여, 또 우주로 향하고자 합니다.

인간이 도태되기 이전의, 하나하나의 휴가를 다루는 것은 저에게 너무나도 '지엽적'입니다.
그것 말고, '영원한 휴가'에 대해서 저는 오늘 논해보고 싶습니다.

permanent-vacation

[여러분 휴가 준비는 잘 돼 가시는지요?]

이 아이콘은 "Endless Space"라는 게임에서 등장하는 기술연구에서 쓰이는 아이콘입니다.
"Permanent Vacation" 그러니까, "영원한 휴가"이지요.

2012년이라고 하니까, 꽤 최근이네요. 그 당시에는 슬슬 스마트폰도 보급되고 있었고,
스멀스멀 '제 4차 산업혁명'이니,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다루는 글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물론 제대로 사람들이 '알파고'를 찾게 되는 것에는 2016년 이세돌 기사와의 대국 이후였지만요.

banner

[그래서 저는 "Endless Space"라는 게임을 지금도 꽤 높게 쳐줍니다.]
'게임' 자체는 그렇게까지 참신한 게임은 아닙니다. 문명을 하시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이유는 미래기술을 워낙 재미있게 다뤘기 때문이었지요.

문명을 해보신 분께서는 다 알겠지만, 문명은 '미래기술'이라는 최종국면에 접어 들면 갑자기 재미가 없어집니다.
새로 보여줄 것조차도 없지요. 문명 자체가 SF 게임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변호할 수도 있지만, 그 덕분에
"문명 : 비욘드 어스"는 소리 소문도 없이 망해버렸습니다. 우주 공간까지 올라가 놓고도, 총을 다시 발명하고, 탱크를 다시 발명하고?
아이고 재미있어라.

다시 "영원한 휴가"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볼까요?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제가 게임 내부의 텍스트를 이용해서 도달한 하나의 소설입니다.
원작자분께서 '선후 관계 그거 아닌데?'라고 말씀하시면 사라질 그런 '재미있는 해석'이요.

the-sophons

[머나먼 미래에... '소폰'(Sophon)이라는 종족이 살았답니다.]

딱 봐도, 아이폰을 좋아하게 생긴 종족이지요?
이 세계관의 '인류'가 자본주의도 좋지만, 역시 자본주의의 꽃은 식민지를 운영하는 제국주의다! 라면서 군국주의자들이 된 것에 비해,
'소폰'들은 계속해서 은하 제일의 자본주의자들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는 혁신을 다 했지요.

redundant-infrastructures

[여분 사회(Redundant Infrastructures)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 새로운 디아블로 안 사주고, 그걸 플레이할 새로운 아이폰 안 사주실 거에요?
'Redundant'라는 영어의 어감을 다르게 옮기면 '잉여'가 됩니다. 하지만 '소폰'들의 사회는 '잉여 사회'가 아니었습니다.
뭔가 물건이 안 팔리고 쌓여있다는 잘못된 느낌을 주잖아요. 아뇨. '여분' 사회입니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사고 또 사도 새로운 것이 인터넷 시장에 올라옵니다.
새 제품을 사야 할 이유도, 군침 도는 혁신도 분초 단위로 계속됩니다.
CPU는 죽기 전에 사는 것이 가장 이득이라고요? 영원히 죽기 싫을 정도로 계속해서 새것이 나오는걸!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니까, 뭐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듯이 '지상낙원'은 결코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아무래도 자본주의 사회니까 '돈'이 있으면 '인권'을 살 수 있는 뭐 그런 사회입니다.
아주 부조리한 디스토피아일 수도 없는 이유가, 한참 지금은 '은하 전쟁' 중이거든요.

사회가 퇴화하기에는 종족의 목숨을 건 대전쟁에서 패하지 않기 위해서,
사회의 자정작용이 한창 돌아가고 있는 그런 세계관이 "Endless Space" 모든 종족의 시작점입니다.

sophon-quest-curfew

[아 그리고 그 젊은 사회가 다시 전쟁으로 인한 기술발전 끝에 맛이 가기 시작하는 것도 맞고요.]

문제가 어디서 시작되었느냐고요?

'여분 사회'가 '전쟁 경제'와 결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집에서 스위치를 삽니다. 게임을 예약 구매합니다. 블루베리가 몸에 좋다니까 사고, 로봇청소기 신형으로 구형을 대체해요.
그런데 이게 전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냐 이겁니다.
음식 정도는 그럴싸하지만, 사실 배부르면 더 못 먹거든요. 맛없거든요. '한계효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폰' 사회가 전쟁 장비를 어떻게 만들었을지 이쯤 되면 예상이 가지 않으시나요?
군부에서는 더 새로운 미사일을 주문했고, 민간 기업체는 계약을 따내서 더 신나게 군납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밀덕 기질이 있는 국민들은 최신형 우주함선을 발주하는 군부에게 '최고다! 최고!'라고 지지를 보내줬고요

물론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우리가 북한을 봐도, 그리고 소련을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사실 평범한 소비재를 만드는 기업의 시장규모는 절대로 비싼 폭탄 만드는 방산 기업이 따라잡을 수 없거든요.
'여분 사회' 자체가 소비재가 군수품을 만든다고 줄어들면 유지가 안 될 체제일 텐데도 아무튼 이야기는 이렇게 흐릅니다.

뭐, 전쟁의 성과를 위주로 투표하는 민주사회가 은하전쟁을 오래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고,
뭐 아무튼 결말은 파국이어야 게임이 재미있으니까요.

corporeal-freedom

['Virtuals' 기술이 생산시장에 풀리게 됩니다. (그러니까, 한국어로 하면 '가상족' 정도 될까요)]

이 '가상족'이란, 생각하는 컴퓨터, 서버에 업로드된 데이터 의식체, 떠다니는 드론-나노로봇-구름 뭉치...
필요한 만큼 세포를 재구축해서 뇌를 만들고 근육도 만들고 바꿔쓰는 아메바 곤죽, 커스터마이징된 기계 지네 팔다리가 수북한 사이보그
기타 등등을 포함하고 있었지요. 왜 이런 놈들이 세상에 풀렸다고요? 은하전쟁은 계속되는데, 정상적인 '소폰' 직장인들이 휴가계를 내서?

corporeal

[아무튼 이 거창한 칙령 (법안? 사회변화?)의 이름은 'Corporeal Freedom' 즉 "신체의 자유" 였지요.]

그 결과 찾아온 것이 바로 "영원한 휴가"였지요.
더 이상 '소폰' 직장인에게는 월급을 받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폭탄을 사서, 전투기를 사서 터트리는 큰 손은 따로 있거든요.
그러니 '민간경제'가 줄어들어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경제란 더 이상 필요 없어졌으니까요.

'소폰'의 사회는 정말 하룻밤 사이는 아니었겠지만, 비유적으로 하룻밤 사이에,
살아있는 외계인(?) 하나 없이, 기술을 위임받은 인공지능이 전쟁하며 모든 경제를 운영하는 사회로 바뀐 것입니다.
적어도 제가 좀 허풍을 붙어서 상상하기에는 이 게임의 '과학승리'는 이런 뜻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흐흐흐...

직장인에게 가장 무서운 말이 무엇이라고요?

big-data

["집에서 푹 쉬세요. 출근할 생각이랑 하지 말고."]

물론 이 뒤에도 기계들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세상에! 'QR 코드 마약'이 사회문제가 되었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어요?

하지만 공룡들이 포유류의 번성에 대해서는 별로 알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
삼국지는 제갈공명이 죽어도 별로 읽고 싶어지지 않구만, '팔왕의 난'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아아... '대체'라는 것은 참으로 허무하고 강력한 단어이지요.
'살아있는 생물적 육신이 있는 것'의 시대가 '없는 것'의 시대로 넘어간다면,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하겠지요.

wall-e-and-Eve

[사람 같은 사람이 사라지고 난 이후의 시대에, 사랑도 몰라도 되고, 배고픔도 몰라도 되는 로봇 둘이 인간흉내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면]
그것도 인류에게 있어서 정말 무서운 공포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영원한 휴가"는 그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What happens when society advances to the point where all basic needs are handled by automated and indestructible systems?
Labor becomes an option, and the greatest challenge is the effective use of free time."
"사회가 자동화되고 절대 마모되지 않는 체제에서 개인적인 필요를 모두 제공해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땀을 흘려 일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될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겠지요."

상당히 희망찬 이야기입니다. 마치 사람에게 '은퇴'라는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요.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얼마나 대접을 받을까요? 노동할 육신이 필요 없는 프롤레타리아에게는 얼마나 황금빛 미래가 펼쳐질까요?
대한민국 사회에서 '은퇴'는 결코 좋은 이야기가 아닌데도 말이지요.

legend

['내가 바로 그 레전드다', 자랑하는 내용이 아닙니다.'과거에 뭔가 했었다', 말하면 '그러면 퇴물이네요' 답하는 세태를 말하는 겁니다.]

"꼰대"라는 단어요. 몇몇 개인이 밉상이기에 그렇게 널리 퍼진 단어가 아닙니다. '과거의 성공비결'은 '현대의 실패방안'이 되어갑니다.
휴먼, 로봇이 우리에게 어떤 '은퇴식'을 준비할지, 휴먼 스스로부터 다른 휴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걸 로봇이 딥러닝하진 않을지,
슬슬 두려워하고, 서로 좀 사이좋게 강제로 지내야 할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너무나도 늦기 전에 말이지요.

be-nice-to-each-other

[여보! 우리가 맨날 이렇게 싸우면, 우리 자식 '알파고'가 보고 뭘 배우겠어?]

그런데요. 사실 '알파고'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는, 사실 우리가 이런 미래를 너무나도 바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lady-blacksmith

[옛날에, +5 아이템은 장인급 대장장이 NPC를 찾아가야지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뭐 지금도, 첨단 공정이 아니면 특정 기업 특정 생산라인이 아니면 못 만드는 '전설급' 물건이 있기는 합니다.
지금도 그걸 가지고 일본과 한국 사이가 떠들썩하기도 하지요. 근데 '그래서 그 과정에서 인간이 잘났냐고요'.
생산직이 잘났습니까, 테크니션이 잘났습니까, 엔지니어가 잘났습니까, 사장이 잘났습니까, 회장이 잘났습니까?
반만 농담을 담아, 반은 진담을 담아서 올리는 말씀입니다만, 참으로 대한민국 사람들도 골수 마르크스주의자예요. 이런 걸 보면.

sociopath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아둔하지' 않습니다. 그냥 남이 죽어라 싫을 뿐이에요.]

대한민국에 잘난 사람이 있습니까?

role-model

[회장님은 진행시키느라 바빠, 경찰관은 갑질 폭로하느라 바빠, 엄마는 신파 소재 제공하느라고 바빠.]

아이고. 대한민국이라는 망겜의 콘텐츠가 최종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인간에게는 가망이 없어요.
도대체 한국형(KOREAN) 호모 사피엔스에게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죠?
인터넷에는 댓글 알바가 떠돌고, 정치 논리에 함몰되어 '사람 같지 않은 것'만 사람인 척 하면서 떠돌고 있고,
오프라인으로 가볼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대학생입니다. 대학원생으로 진화하는 게 목표에요.
제 아버지께서는 공고를 나오고 바로 취업하셨고요. 제 할아버지께서는 한 번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세요.
그 시대가 그랬기에, 그 시대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뭐 말이 안 통한다고 화를 내는 거냐고요?

아뇨. 한국 사람들이 서로 말이 통해봤자 얼마나 통할지 제가 잘 모르겠다는 의미거든요.
평행세계에 가치판단이 무슨 소용입니까? 제가 보릿고개를 이해할 수 있고, 3저 호황을 인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어요? 전혀요!
동정 'Sympathy'를 공감 'Empathy'로 오해하는 순간 참사가 일어납니다. 사람은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최선은
고작 Sympathy에서 끝나요. '아, 내가 잘 이해는 못 하겠지만 이런 일이 있었으니 네가 그랬구나~'.
'나도 그거 알아'라는 건방진 Empathy인 척을 하는 순간 싸움이 나고, 오해가 생깁니다. 근데 요즘 세상은 말입니다.

komsomol

[소련 사회보다 더한 '인텔리겐치아'들의 이념교육으로 가득 찬 세상입니다.]
저는 '지식인'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중립적이려고 애쓰는 표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이 이상한 러시아어 단어를 왜 쓰냐면요. '인텔리겐치아'는 편을 들고 있고, 또 '이념적으로 이래야 한다' 주입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요즘, 이 소련 단어를 제가 왜 쓰고 싶냐면요. 음... 여러분, '유튜브 정치 채널'을 뭐라고 부르시고 싶으세요?
요즘 아주 이게 떠오르는 '영향력'이거든요. 원하지도 않는 것들이 여러분 인생에 자꾸 달라붙습니다.


도대체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면 서로 가만히 살만한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그 사이에 껴가지고는 한다는 짓이,
40대는 이렇고, 정치지형이 이렇고, 계급 배반이 이렇고, 출신지역이 어떻고, 일반론 일반론 구렁성 구렁성,
당연하죠. 원래 사람 하나의 이야기는 그럴싸한 법입니다. 그런데 정치 논리만큼 왜 그렇게 사람들이 달려드나 한심한 게 없어요.
왜냐면, 개인의 절박한 현실이 빠져있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에 갇혔는지, 그걸 공감하는 법을,
아니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면전에서 쌍욕을 던지지 않고 '너는 그렇구나' 참을 수 있는 삶을 우리는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이념의 적을 박멸하는 십자군에 함께하면 천당이 내려올 것이오, 참여하지 않는 자는 모두 적이니!

communisme-ennemi-de-la-france

[사람을 사랑하지 말지어다. 그의 틀려먹은 이념을 누구보다 증오할지어다!]

그러니 부모가 자식에게 와서 엄마 친구 아들은 이래서 성공했다는데, 누구 강연에서 성공비결은 이거랬는데,
남들은 부모가 잘나서 자식에게 이것도 해줬다고 하는데, 공부하라고 김장 담그던 배추 던져본 적 없다는데!

왜 살아있습니까? 마음대로 안 풀리는 것을 경험하고 힘들라고?
내가 가지 않은 모든 길이 유튜브를 찾아서 내 부모를 타고 찾아오는 꼴을 보고 있으라고?
왜 제정신 머리가 있어야 하고, 개인이 있어야 하고, 자아가 있어야 하고, 생물학적 육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까?

그러니 이 모든 소란을 전부 기계로 바꿔버리자? 나쁘지 않거든요. 펌웨어 요즘 안드로이드가 자는 사이에 알아서 업뎃 잘해주거든요.
좋네요. 말이 안 통할 일도 없겠네, 어차피 듣고 싶은 말은 기계가 '중국어 방'이라고 잘해주거든요. 정해져 있거든요.
키오스크도 돈 잘만 받고, 음식 잘만 뱉는데, 왜 살아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필요하나 이거에요.

farce

[사람이 살다 보면 인류를 다 목매달아버리고 이 모든 '헛짓거리(Farce)'를 끝내버리고 싶을 때도 생기는 법이지 - 아서 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

자동차를 말입니다. 트라제가 노후화된 디젤 차량이라고 폐차보조금을 줘서 산타페로 바꾸었는데,
트라제는 운전을 다 했는데, 산타페는 옵션 좀 썼다고 차선 유지기능도 있고 크루즈 기능도 있어요.
둘 다 60KM 이상 가야 하니, 고속도로 전용기능입니다만,
내비게이션 연동해서 크루즈 중에는 자기가 단속속도 밑으로 알아서 내릴 정도로 똑똑합니다.

사람과 부대끼며 살고 있고, 다른 사람의 사정을 봐줘야 한다면, 어쩌면 옵션을 충분히 구입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풀옵션에 사람이 필요하기나 할까요?



[우주를 다루는 SF의 배경음악들은 대부분 '중세 유럽의 화성음악'을 많이 참고합니다.]

왜냐면, 중세 '찬양대'만큼이나 '우주'에 대해서 수백 년간 노래한 집단이 또 없거든요.

신께서 만드셨기에, 거부할 수 없는 우주의 질서, 천공에서 내리쬐는 아름다운 별빛, 행성 빛...
그리고 이 모든 우주 가운데에서 미약한 힘을 모아, 신께 찬양을 올릴 수 있는 휴먼이라는 지적 생물체.



medieval-choir

[키아. 정말 완벽한 줄거리 아닙니까? 이게 중간에 부정당해서 역사 속으로 날아간 것 빼고는 아주 살맛 나는 줄거리에요.]
(두 개의 음악을 한번 비교해보실래요? 비슷한 테마가 무언가 있는게 느껴지시나요?)

왜 유럽에서 '과학혁명'이 일어났을까? 이게 참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은 '핫'한 주제이지요.
왜 근대화, 왜 산업화가 유럽에서 일어났는가? 현대인이 어떻게 현대의 시작을 논하겠습니까. 현대가 일단 끝나봐야겠지요.
다만, 이 발칙한 유럽인들이 말이죠. '신이 우릴 만들었다고 언제까지 '생목 라이브'를 하냐? 더 고급 음악을 들려드리자!'
라고 생각했던 것은 확실합니다.

bell-tower

[산업혁명을 시작한 기계기술의 원조는 대부분 '종탑'에 달린 '종'을 울리는 방법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아니 근데, 이슬람에서는 '아잔'이라고 기도 탑 위에서 목청으로 시작을 알려드리는데,
이거 신이 있다면 너무나도 발칙하게 생각할 그런 발상 아닙니까? '찬양 로봇 Mark V'라니?
내가 너를 만들었다고 너도 네가 알아서 똘마니를 만들어버리면 내가 신을 왜 하냐, 너도 신 해야지!
슈트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감히 아이언맨 슈트를 마크 5까지 만들지 말라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대 현자께서 말씀 안 하시던?

microuniverse

["그러니까 내가 자동차 배터리에 소형우주를 집어넣고 남는 에너지 좀 빌리려고 했더니, 네가 감히 내 배터리 안에서 소형우주를 만들어?"]

신께서는 이런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셨지요. 그것참 다행입니다.
왜냐면, 이제 신이랑 로봇만 세상에 남겨둘 거거든 인류가.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울분 가득한 글을 썼는지 모르겠네요. 부끄럽게시리...

thank-you-human

[인류가 빠진 게 정말 서운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네요.]
'휴가'는 돌아올 것이니까 의미가 있는 것이잖아요.
계속 일 시켜주세요. 세상을 살게 해주세요. 서로 잘 지내게 해주세요.

'나쁘진 않았어'. 라고 최후의 사람이 최후에는 말 할 수 있는 결말이 되길.




모든 게 모든 게 부질없어
헛되고 헛되고 헛되었어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나쁘지 않았어

아무렇게나 걷다가
또 엉망으로 취해
내 어리석은 바램을
모두 들켜버리고
영원을 믿던 진심과
그 진심을 잃어버린 날의
부끄러움과 후회마저도
나쁘지 않았어

헛되고 헛되고 헛되었어
그렇게 그렇게 지나갔어
[그리고 난 그게 좋았어]
난 그게 좋았어

[아무렇게나 걷다가]
[또 엉망으로 취해]
[내 어리석은 바램을]
[모두 들켜버리고]
욕을 중얼거리며
힘없이 웃었던 숙취의 아침에
무겁던 머리 아프던 가슴도

나쁘지 않았어
난 그게 좋았어
나쁘지 않았어

아무렇지도 않다가
한순간 초라해져
내 바보 같은 변명만
자꾸 되풀이하고
영원을 믿던 진심과
그 진심을 잃어버린 날의
[부끄러움과 후회마저도]

[나쁘지 않았어]
나쁘지 않았어
난 그게 좋았어
[난 그게 좋았어]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11-11 17:57)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DayInTheLife
19/07/17 20:57
수정 아이콘
저는 약간 갑자기 궁금해진게, 노동이 사라진 사회가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그 중간 단계의 움직임들이 궁금해지네요.
어떤 부분들은 기계가 대체해주고 어떤 부분들은 그 대체 기술의 속도가 더딜텐데 그 과정에서 각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요. 이미 대체된 사람들이나 대체 될 사람들이나, 아직 대체될때까지의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이러면 또 누군가의 ‘이익’이라는게 불분명해지지 않을까란 상상이 드네요.
19/07/17 23:16
수정 아이콘
디스토피아를 예상하시는 분들은 자본가, 또는 어떤 기득권이 이런 흐름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하시지요.

하지만 일개 인간이 인간의 도태를 그렇게나 밀실에서 조종할 수 있다면 그나마 그건 좀 나은 시간선일 것입니다.
어쩌면, 정말로 인간에게 무차별적인 재앙이 올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정말 제가 원하는대로 로봇과 인간은 따로가고, 사람도 살맛나는 세상이 오던가요.

그러나 사람이 스스로 대체되길 원한다면, 그 정도 자기실현적 예언을 할 능력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사람들이 좋지만 사람들을 못 믿겠어요. 뭐 대강 그런 의식의 흐름을 가진 글입니다. 생각할 여지가 있는 덧글 감사합니다.
aDayInTheLife
19/07/17 23:28
수정 아이콘
결국 이익집단이라는 게, 본인의 직업과 관련된 경우가 제일 많은거 같거든요. 뭐 노동 조합이라던가, 무슨무슨 협회라는 타이틀 같은거요. 근데 여기서 직업군이 기계로 대체된다면, 이런 이익 집단이 해체되거나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흐흐
'로봇과 인간이 따로 간다'는 말씀을 듣고 보니 갑자기 테드 창의 단편 '인류 과학의 진화'가 떠오르네요. 어쩌면 우리는 인공지능의 메세지를 해석하는데 평생을 바칠 지도 모르겠습니다. 흐흐
19/07/17 23:31
수정 아이콘
그 소설은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읽은 뒤에는 오랫동안 생각거리를 남기죠. 저도 이 글 읽으면서 그 책이 생각났었습니다.
aDayInTheLife
19/07/17 23:33
수정 아이콘
이번에 새로 번역된 숨 나왔던데, 사놓고 바빠서 아직 못읽고 있습니다. 흐흐 딱 한권 읽었는데 저한테 임팩트가 세네요.
19/07/18 00:23
수정 아이콘
PGR의 과거에는 좋은 글들이 많이 모여있군요! 구글에 검색했더니 다시 과거의 같은 홈페이지로 보내주네요. 참으로 '메타'합니다.
https://pgrer.net/?b=8&n=74238

덕분에 좋은 리뷰를 2년을 묵히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실 이 글의 결말을 중간에 바꿨는데요.
CGP Grey의 "Humans Need Not Apply"가 원래 못의 헛되었어 영상 대신 들어가 있었습니다.
꽤나 재미있고, 짜임있고, 그리고 CGP Grey답게, 인류에게 하나의 미련도 없는 잔혹한 영상이지요 (한글자막도 잘 되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인류에게 선택권도 없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향을 배려해줄 필요도 없는 미래가 말이지요.
저는 CGP Grey를 정말 좋아하고, 그의 미래주의에 대해서도 '대부분' 동의합니다만,
글쎄요. 저는 왜인지 아직까지도 사람에게 미련이 많이 남아있네요...

더 깊게 파고 들자면, '사람하고도 말이 안 통하는데, 초인공지능하고 잘 지낼리가 없다!' 라는 비관주의이지만요.
aDayInTheLife
19/07/18 13:4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보면서 제가 느낀 점과 같은 지점을 짚어주시네요. 흐흐
댓글에서야 오오 알파고느님 하면서 키득대지만 어쩌면, 아주 어쩌면 신을 기계가 대체하게 될 수도 있겠네요. 말 그대로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지식이, 지위의 차이가 소위 말하는 권력 체계를 만드는 요인이라면, 결국 새로운 지식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없는 집단은 어떻게 될까요. 저는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거라고 믿지만, 그 과정은 생존 투쟁이 처절해지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저는 낙관적인 비관주의자고, 비관적인 낙관주의자니까요. 크크
19/07/17 21:32
수정 아이콘
처음엔 게임게시판에 어울리는 게임소개였는데 어느 순간 철학, 사회 이야기로 변하다니...
어디서 꺽인 거지...모르겠으니 추천이나 해야지.
19/07/17 23:13
수정 아이콘
게임 줄거리를 멋대로 곡해한 것이니 사실 게임소개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크크크....
테크트리를 보고 소설을 쓸 수 있는 저도 참 대단합니다.

물론 하고 싶은 말은 게임에서 머물지 않았지요.
추천 감사합니다!
Foxwhite
19/07/17 22:53
수정 아이콘
글이 재밌네요. 이렇게 긴 글을 끝까지 정독한건 또 참 오랜만입니다 크크
19/07/17 23:13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모처럼 '알맹이'보단 '웃김'을 목표로 한 글이기도 합니다.
저번 기생충 리뷰에서 아직 사람혐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지라.. (저번 글이 스포일러가 가득해서 그대로 말씀 드리기는 힘듭니다만...
저에게 정말 정신적 충격을 줄 정도로 진짜 엄청 났었거든요...) 아무래도 이번 글에도 그런게 묻어나왔고,
덕분에 좀 웃기게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고요. 뭐 방학에 눈치보며 집에 있는 대학생이 쓰는 글이 이렇게 다 이불킥 감이죠 뭐 :(
19/07/17 23:08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근데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네티즌이 얼마나 많으냐하는 것과 스카이넷의 강림 여부는 독립 사건일 것 같습니다???
19/07/17 23:09
수정 아이콘
현실혐오만큼 스카이넷에게 '정당한 왕좌'를 양도하게 만드는 현상은 없지요.
하하.. 사실 그 부분 논리전개가 너무 의식의 흐름인것 같기도 한데요... 제가 하고 싶은말은 그것이었습니다.
중국과 한국만큼 기계로 대체되기 좋은 사회가 있을까 싶어요.
19/07/17 23:35
수정 아이콘
하하하 저도 그런 흐름을 이해하긴 했습니다.
치열하게
19/07/18 05:15
수정 아이콘
어째 긴데 다 읽었네요. 싱기방기.... 영원한 휴가라면 전역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 기분이 복귀하지 않아도 되는 휴가를 떠난 느낌이었어요. 그 느낌이 지워진 건 언제였나 생각해보다가 물이나 한 잔 마시러 갑니다.
19/07/18 20:28
수정 아이콘
설마 진짜 '복귀해야만 하는 휴가'를 다시 시작하신 이후인가요 치열하게님...

으아 물 맛있게 드세요! 흑흑...
투머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9/07/18 16:29
수정 아이콘
곧 인공지능이 내 일을 빼앗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라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피타입 형님 그립읍니다.
19/07/18 20:30
수정 아이콘
사람은 사람이 어떻게 될줄 알면 사람이 아니고 사람이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야 사람!
아닐까요. 피타입 형님을 같이 그리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2님 덕분에 좋은 글 쓸 수 있었습니다. 항상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인트
19/07/19 16:01
수정 아이콘
아 돈을 더 많이 실컷 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돈으로 Farce님 가둬두고 월급주면서 글만 쓰라고 시키고 싶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096 [역사] 패전 직후의 일본, 그리고 미국 [26] aurelius19487 19/08/13 19487
3095 [기타] 철권) 세외의 신진 고수 중원을 평정하다. [67] 암드맨16812 19/08/05 16812
3094 [기타] [리뷰]선형적 서사 구조를 거부한 추리게임 <Her story>, <Return of the Obra Dinn> [18] RagnaRocky11604 19/07/27 11604
3093 [일상] 그냥... 날이 더워서 끄적이는 남편 자랑 [125] 초코머핀22058 19/08/09 22058
3092 신입이 들어오질 않는다 [81] 루루티아29139 19/07/31 29139
3091 [LOL] 협곡을 떠나는 한 시대를 풍미한 정글러, MLXG 이야기 [29] 신불해18542 19/07/19 18542
3090 [연재] 그 외에 추가하고 싶은 이야기들, 에필로그 - 노력하기 위한 노력 (11) [26] 2210311 19/07/19 10311
3089 [9] 인간, '영원한 휴가'를 떠날 준비는 되었습니까? [19] Farce13867 19/07/17 13867
3088 햄을 뜯어먹다가 과거를 씹어버렸네. [26] 헥스밤17274 19/06/28 17274
3087 (일상 이야기) "지금이라도 공장 다녀라." [55] Farce23268 19/06/27 23268
3086 (번역) 중미 밀월의 종말과 유럽의 미래 [56] OrBef21362 19/06/27 21362
3085 [일상글] 가정적인 남편 혹은 착각 [54] Hammuzzi24868 19/05/30 24868
3084 아무것도 안해도... 되나? [20] 블랙초코22069 19/05/23 22069
3083 애를 낳고 싶으니, 죽을 자유를 주세요 [27] 꿀꿀꾸잉22953 19/05/21 22953
3082 [일상글] 결혼 그리고 집안일. (대화의 중요성!) [136] Hammuzzi30451 19/05/14 30451
3081 [8] 평범한 가정 [7] 해맑은 전사10135 19/05/09 10135
3080 [LOL] 매드라이프, 내가 아는 최초의 롤 프로게이머 [59] 신불해22564 19/05/07 22564
3079 [LOL] ESPN의 프레이 은퇴칼럼 - PraY's legacy in League of Legends nearly unmatched [44] 내일은해가뜬다19225 19/04/21 19225
3078 [8] 제 첫사랑은 가정교사 누나였습니다. [36] goldfish19795 19/04/29 19795
3077 [기타] 세키로, 액션 게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다. [60] 불같은 강속구18663 19/04/15 18663
3076 [8]남편'을' 덕질한 기록을 공유합니다. [126] 메모네이드27109 19/04/24 27109
3075 연금술과 현실인식의 역사. [33] Farce18338 19/04/17 18338
3074 한국(KOREA)형 야구 팬 [35] 딸기18643 19/04/12 1864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