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来ました。 自分には、人間のキスというものが、見当つかないのです。"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키스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중학교 2학년 방과 후였다.
같은 반의 잘나가는 친구가 여자애와 키스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날 저녁 혼자서 상상을 하며 몇 번이고 뿜어내곤 하였다.
여자의 입술이라는 것은 얼마나 부드러울까?
얼마나 촉촉하고 달까?
안타깝게도 삐쩍 마른 안경잡이 소년은 性이 빈곤했다.
한 번도 케이크를 먹어보지 못한 가난한 아이가 동화책을 읽으며 침을 흘리듯
나 또한 누구라도 상관 없으니 그저 키스가 하고 싶어 주변 여자애들을 다 고백으로 혼내줬고
모두에게 까이고 혼자가 된 후에야 지독한 사춘기 그리고 호르몬과의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스무 살, 조금 더 사람 다워진 나는
대학교 입학 후 처음 사귄 여자친구와 DVD방에서 첫 키스를 했다
축축했다.
어설픈 혀 놀림으로 침 범벅이 되어버린 입술과
바짝 굳었다가 흥건하게 지리고 늘어져버린 물건까지
10초가량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의 뇌부터 발끝까지 푹 젖었다.
많은 남자를 만나보고 다양한 경험이 있었던 그녀에게는
수많은 키스 중 하위권에 위치하는 하나의 스침이었지만
인생 처음으로 여자의 혀를 맛 본 나에게는
인생의 첫 경험이자 둘도 없을 가장 강렬한 순간이었다.
내 미숙한 움직임에 실망한 여자친구의 굳은 표정과 혀의 뜨거움이 아직 생생하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한 시간 동안 넋을 놓고 그 짧은 순간을 머리에서 하염없이 되새기고 있었다.
그녀가 핥고 지나간 표면과 혀를 느낀 내 구강까지.
벌에 쏘인 것처럼 혹은 뱀에게 물린 것처럼 얼얼하였고
일주일 동안 그 감각이 입술에 머물렀다.
그날 깨달았다,
왜 영화와 소설에서 남녀가 열정적인 키스를 하며 사랑을 확인했는지
왜 사랑이 키스와 함께 시작하고 입술을 부딪치는 그 순간을 인류가 찾아 헤매는지...
그리고 앞으로 평생 이것을 원하고 또 원하고 끊임없이 원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어설픈 내 혀 놀림 때문인지 아니면 미숙했던 나의 순애보 때문인지
간과 쓸개를 다 바치면서 충성을 다짐하고 사랑을 노래하던 나를 견디지 못하고
그녀는 키스의 달콤함과 이별의 쌉쌀함만 남겨두고 떠나갔다.
그 이후 마치 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키스를 찾아 밤거리를 헤맸다.
동갑부터 띠동갑까지 가리지 않고 만나며 입술을 빨고 몸을 포갰다.
키스와 섹스가 꼭 같이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키스의 종착역은 섹스였다.
혀에서 목으로 그리고 다리로 내려가면서 내 입은 더 바빠졌다.
키스는 처음에 엄청났고 갈수록 조금씩 무덤덤해졌지만
섹스는 처음에 무덤덤하였고 익숙해질수록 좋아졌다.
섹스 이후 현자 타임이 올 때는 많았지만 키스는 질리지 않았다.
정신 차려보니 섹스는 남 부럽지 않을 만큼 많이 했지만
키스는 어디 가서 말하기 부끄러울 만큼 과하게 해버렸다.
만나면 반갑다고 악수를 했고 헤어질 때 또 만나자고 키스를 했다.
이제 정말 별것 아닌 것처럼 되어버렸고
누구랑 했는지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 것도 태반이지만
스무 살 여름, 어설프고 침 범벅이었던 그 키스를 평생 잊지 못하고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모두 입을 연다.
신이 나서 말을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
모든 말은 입에서 나오고 모든 음식은 입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시간이 오면 서로 입을 포갠다.
모든 감각이 살아서 날뛰는 섹스와 달리
키스의 순간에는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그 영혼의 교접에 집중해야 한다.
섹스는 몸을 섞고 키스는 숨결을, 영혼을 섞는다.
손이 얽힌다, 마음이 얽힌다, 입술이 부딪히고 혀를 섞는다.
- 키스 실격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6-24 16:11)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