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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9/02 07:08:25
Name The xian
Subject [Book Review]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를 읽고 - 3
어떻게 책을 읽고 난 다음의 감상을 이야기할까 하다가. '대담'형식을 차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되어 그 형식을 차용했습니다.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S모님의 칼럼과 유사한 형식이 되어 버렸는데요,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다만 그 분의 칼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제가 쓴 이번 독후감은 "자아와 자아와의 대담"이라는 형식이라는 점입니다.
저기에 나오는 X군도 P군도 모두 저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마치 "천문 대화"에서 갈릴레이가 대담 형식을 빌어
지동설의 옳음을 주장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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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군 : 거봐. 기니까 내가 조회수 안 나온다고 했잖아.

X군 :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이야기하려고 한 거니까 별 상관 없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P군 : 흠... (오늘은 더 길어지겠군......)

X군 : -_-+++


게임 세대가 추구하고 있는 것 (1)
- '전문가를 지향한다'라는 이 책의 주장 vs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다'라는 반론


P군 :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책, 너무 게임 세대를 띄워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X군 : 왜?

P군 : 나는 그저 '즐기려고'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쓴 아저씨는 게임 세대가 '전문가를 지향한다'라고 하고 있잖아.

X군 : 그건 맞아. 너나 나나 게임을 하는 목적은 밥벌이를 빼면 '즐기는'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 하지만 게임이라는 것은 사실 현실적인 부분을 '단순화시켜 놓았다는'특징이 있어. 그것도 아주 매력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자신이 흥미있어하는 게임을 더 잘 하기 위해 게임 세계 안에서 무엇이든지 잘 알려고 하고, 이것이 실생활에 대입되면 이것만큼 게임 세대가 전문가를 지향한다는 충분한 증거도 없는 거지.

P군 :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게임을 했다는 것을 가지고 전문성을 인정해 주진 않잖아. 그런 말 하는 즉시 곧바로 왕따가 되어 버리고 말 거라고. 가까운 과거의 예를 들어 봐도 프로게이머들이 공군 전산특기병으로 가는 것을 가지고도 얼마나 비아냥대는 사람이 많았어? 병역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 그들이 젊은 날에 한 고생은 '그깟 게임'이라는 식으로 안중에도 두지 않는 비난들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X군 : 그건 그래. '나 스타크래프트에서 레이스하고 발키리 잘 쓴다'라고 해서 당장 파일럿이 되는 건 아니지. 그러나 - 기성세대의 걱정과는 반대로 - 게임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뻔히 아는 게임 세대들 중에, 그런 허무맹랑한 주장을 제정신으로 섞어 가며 자신이 전문가인 양 말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P군 : 웃음거리가 되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없을걸?

X군 : 바로 그거야!! '게임과 현실을 구분 못한다'라는 식의 편견이나 우려는 잠시 접어 둬야 해.

이 책에서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게임이 현실과 다른 '가상 세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거지. 그리고 우리와 같은 게임 세대는 그 가상 세계에서 이미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학습을 해 왔고,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어.

다른 게 전문가적인 자세가 아냐. 현실에서도 게임에서처럼 부딪쳐 보고 하고픈 일에 대해 뭐든지 알아보려고 하는 것. 그게 전문가적인 자세지. 그래서 요즘처럼 전문가 한 명이 나라의 흥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시점에서 게임처럼 손쉽게, '전문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자세를 알려주는 컨텐츠는 어디에도 없다고 이 저자는 말하는 거지.

P군 :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네.


게임 세대가 추구하고 있는 것 (2)
- '경쟁을 즐긴다'라는 이 책의 주장 vs '무슨 수를 쓰든 내가 이기면 장땡이다'라는 반론


X군 : 자. 그러면, 지난번에 못다한 '현피'이야기를 할 차례군. 아마 그게 이번 이야기에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일 거야.

P군 : 맞아.

X군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현피'나 '사기'등등의 문제는 게임의 폭력성과는 그다지 큰 상관이 없다고 난 생각해.

P군 : 그건 왜?

X군 : 그건 한마디로 '경쟁'이 과열되어 일어나는 문제야. 미국처럼 비디오게임이나, 파티 중심의 온라인게임이 상대적으로 더 활성화된 나라의 경우 개인 대 개인, 단체 대 단체의 경쟁의 강도는 우리나라에 비해 그렇게 크지 않아. 게임의 성격도 우리나라의 PvP(Player vs Player) 가 주류를 이루는 게임과는 달리 PvE(Player vs Environment) 세계관이라고 해서 플레이어가 서로 협력해서 게임 속의 가상 환경에 적응하고, 그것을 개척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러나 대한민국은 다르지. 대한민국에서 흥행하는 게임들 보면 플레이어끼리뿐만 아니라 집단을 이뤄 서로 피 터지게 싸워. 사람이 곧바로 개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이 아주 금방 과열되고, 그 경쟁의 강도 역시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할 바가 못 될 정도로 강하지. 그러니 사람들이 지기 싫어하는 마음은 오죽하겠어?

그러다 보니 어떤 팀이 지면 지도자가 무능하다 뭐다 하는 이야기 금방 나오고, 상대편 진영에 배신할 사람 심어 두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하고(리니지의 배신 공성 같은 거) 결국 경쟁은 과열되고 온라인에서 풀 길이 없는 경쟁 심리가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거야. 좋은 아이템이 사냥의 결과로 나온 경우? 말할 필요도 없어. 경쟁 심리가 지나치다 보니 거대한 몬스터를 쓰러뜨리기 위해 생명도 아끼지 않던 동료도 한순간에 배신해 버리고 말지. WOW에서 '닌자'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야.

P군 : 그런데 꼭 그럴 때에 이득을 취한 쪽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그냥 게임일 뿐인데...'라고 하지. 그럼 더 분통 터져.

X군 : 그래. 그리고 여기에서 들지 않을 수 없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현금 거래'문제야. 게임의 세계에서 합법적인 경로로 현물이 거래되는 경로는 게임비 결제(정액제, 종량제)와 부분유료화 게임의 아이템 샵 등의 게임 서비스사와 고객과의 관계이지. 그러나 현금 거래는 이 틀을 완전히 부숴버리고, 나아가 게임이라는 가상 현실의 세계까지 부숴버리는 짓이야.

그리고 현금거래의 근본 원인은 이러한 '경쟁의 과열 현상'이 풀 길을 찾지 못하다가 음성적으로 빠져버린 거라고 나는 생각해. 이길 길은 없고, 남에게 이기고는 싶으니 외부 세계의 자원(현금)을 들여서라도 남에게 앞서겠다는 거지. 결국, 게임 세계는 돈으로 인한 평지풍파를 맞게 됐어. 생각해봐. 어떤 규칙에 의해 영위되는 세계가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외부 세계에서 엄청난 화폐가 유입되거나, 그 세계의 영주가 갑자기 바뀐다거나 한다고...... 게임 세계에서, 그런 쿠데타나 밀수 같은 것이 바로 현금거래야. 물론 자신에게 그게 궁극적으로는 손해가 될 줄 알면서도 고객이 떠날 게 두려워 그것을 묵인한 게임회사의 잘못 역시 만만찮지만...... 한심할 노릇이지 뭐.

P군 : 그런데 - 이 주제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 현금 거래 그거 합법화한다고 지금 법 만들고 있지 않았어?

X군 : ......아마도 조만간 거기에 세금같은 거 부과해야 하니 어떻게든 법이 만들어지겠지.

사실 내 입장에서는 무지하게 슬프고 억울한 이야기다. 이건 솔직히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거래를 하다가 다친 거지. 그런데 다치는 사람들 있다고, 그 사람들 피해 안 가게 구제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이야기 아니냐? 현실로 이야기하자면 밀수를 하다가, 쿠데타를 일으키다가 다치고 돈 사기당한 거나 마찬가진데 어째서 그 사람들이 구제받아야 하냐고.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거면 하지 말아야 정상 아냐?

P군 : ......갑갑하겠다.

X군 : 그렇게 게임에 '돈'이라는 것이 결부되니. 사람들이 게임을 게임으로 하겠냐?

잘 나가는 게임이라고 하는 것들엔 작업장이 없는 데가 없고, 지금 게임 하는 사람들 중에는 게임을 돈 벌려고 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고, 굳이 그런 생각까진 없어도 게임 접을 때에 계정 팔아 약간의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생각 가지지 않으면 그걸 되레 바보라고 하거나 거짓말 한다고 비난하기 바쁘지. 그러나 돈이 많이 오갈 수록 현피다 사기다 이런 문제는 썩은 고기에 몰려드는 파리떼처럼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뻔하고, 결국 사이버 인신매매소나 밀수업자와 다를 바 없는 중개사이트들은 지금처럼 게임회사 하나 매출의 몇십배까지도 돈을 벌게 되는 일이 생겨난다고.

P군 : ......

X군 : 그것만이면 좋게? 게임머니 팔아 돈 버는 사람들이 '나도 프로게이머'라는 헛소리를 하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P군 : ......너무 분하게 생각하지 마라. 그들은 프로가 뭔지도 모르는 뜨내기들일 뿐이야.

X군 : 어쨌든, 게임을 즐길 때에 우리가 경쟁을 즐기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야. 다만 대한민국에서처럼 게임 외적인 이유로 지나치게 과열되는 게 문제지.


게임 세대가 추구하고 있는 것 (3)
- '개척정신과 멀티태스킹 능력이 강하다'라는 이 책의 주장 vs '대세를 따라 묻어가기 바쁘다'라는 반론


X군 : 그런데 나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

P군 : 왜? 어떤 때?

X군 : 내가 올리는 글 보고 사람들이 그 게임에서 내가 글 올린 내용을 그대로 따라할 때.

P군 : 야. 네 글 보고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

X군 : 무시하냐 -_-;; 나 이래뵈도 원고 장기 연재중이다.
그런데 게임 잡지, 웹진 같은 것에 나오는 공략 같은 것 그대로 따라하면 모든 게 다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 많거든.

P군 : 됐거든-_-;; 그런데 멀티태스킹 이야기는 솔직히 '스타크래프트'를 빼놓을 수 없지 않아?

X군 : 아냐. '스타크래프트'까지 갈 것도 없어. 여기 이 책에 회자된 고전 게임인 '스페이스 인베이더'만 해도 마찬가지지. 그 게임은 탄알을 발사하는 타이밍은 물론 자신을 보호하는 벽이 얼마만큼 깨지고 있는지, 침략자는 얼마만큼 다가오는지... 그런 것을 머릿속에 넣고 게임을 해야 돼. 다른 게 멀티태스킹이냐? 한 번에 여러 가지 현상을 보고, 그것을 조합하여 상황을 판단하는 것, 바로 이게 멀티태스킹이지.

P군 : 어. 진짜 그렇네? '갤러그' 같은 경우에도 그물 피하랴. 포탄 피하랴. 자폭하는 벌레들 피하랴. 골아프잖아.

X군 : 그래. 그런데 결정적으로 - 기성세대가 쩔쩔맸던 '스페이스 인베이더'나 '갤러그'는 게임 세대에겐 너무나 '단순하다'는 것!!

P군 : 맞아!! '스타크래프트'에 비해 '인베이더'는 너무 단순해.

그런데 왜 사람들은 어떤 빌드가 좋으면 그 빌드만이 대세라고 하고, 패키지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 레이드에 있어서도 공략만 보고 다 아는 것처럼 하다가 코 꿰는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가 안 돼. 심지어 온라인 게임에서는 고레벨 캐릭터의 도움을 받아 쉽게 캐릭터를 키우려고 하는 것은 이미 '안 하는 사람은 바보'수준이 되어 버렸잖아. 그런데 정작 그런 사람들하고 겨뤄 보면 실력은 엄청 형편없는 경우가 다반사지.

X군 : 간단해. 그건 개척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정신은 있으되 '쉽게 이기고 쉽게 이루려고'하는 욕구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야.

대한민국처럼 경쟁이 과열된 곳에선 어떻게든 쉽게 남보다 앞설 수 있는 것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정도라는 건 아까 앞에서 말했듯이 자명하지. 현피가 그렇고 현금거래가 그렇고 사기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기사나, 공략 등에 합법적인 수단이라고 치부되는 어떤 "모범 답안" 같은 게 나오면, 그리고 레벨 같은 거 쉽게 올릴 방법 있으면 그걸 가지고 남보다 1초라도 뒤쳐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역시 그 자체로는 분명하고 간단한 현상이지.

P군 : 하지만 그게 생각대로 되면 좋은데, 반드시 그렇지 않잖아.

X군 : 그래. 예를 들어 '카트라이더'같은 게임의 경우에도 돈을 들여 아주 인기 좋은 유료 아이템을 샀다고 해도 그것을 통해 누구나 다 1등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지. 결국 게임에서는 개인 능력에 따라 최종적인 결과의 향방이 좌우된다는 거야.

물론 일부 게이머들은 '유료 아이템을 산 '값'이 나오지 않았다'라느니 그런 걸 가지고 하등 상관없는 '게임의 밸런스'운운 하면서 화풀이를 하거나 게임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건 아이템 책임이 아니라 사람 개개인의 책임이거든. 하지만 그런 위험과 본인 책임이 있는 게 뻔한 길인데도 시간은 없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는 싶으니 그런 '대세'에 편승하고 싶다면, 그거야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

P군 : 그런데 너 아까 말할 때보다 좀 호의적...... 까진 아니더라도 방관자적이다??

X군 : 달갑지는 않은데 이건 뭐 현금거래 같은 게임 세상 뒤집어지는 문제도 아니고, 뭐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 자체가 죄가 되지는 않는 거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그것을 하나의 정보로 참고해서, 게이머들이 실제로 움직이고 스스로 얻을 줄만 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자기가 할 거 다 하고 삽질까지 왕창 하고 난 다음에 돈 돌려내라 아이템 돌려내라 하는 소리는 대책 없지만.

P군 : 직장 생활에 찌들다보니 게이머들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구만. 쯧쯧.


게임 세대가 추구하고 있는 것 (4)
- '능력에 따른 보상을 바라고, 영웅이길 원한다'라는 이 책의 주장 vs '오로지 지존이길 원한다'라는 반론


X군 : 자. 그럼 이제 오늘의 마지막 대립 주제. 과연 대한민국 사람들은 영웅을 원할까, 지존을 원할까?

P군 : 지존!!

X군 : 뭐 굳이 따지자면 영웅이나 지존이나 비슷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서구 판타지 세계에서 영웅이란 존재가 꼭 그 세계를 독패(獨覇)하는 존재만은 아니라고 보았을 때 대한민국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영웅보다는 지존의 길이 맞겠지. 앞에서 여러 경로로 말한 대한민국에서 흥행하는 게임의 특성, 게임 시스템의 내적인 요인은 물론이고 게임 내외에서 묻어나는 과격할 정도의 경쟁 심리 등등을 놓고 봐도 나는 이건 별 이견을 가지고 싶지는 않아. 나처럼 천성적으로 지존이 되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빼면...

P군 : 거짓말. 너는 지존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지존이 되어서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을 아니까 안 하는 거잖아.

X군 : 들켰냐?? -_-;;;;;

어찌 되었든, 나는 이 마지막 대립 개념은 굳이 대립으로까지 몰고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것이 영웅이 되었든 지존이 되었든, 하다못해 사냥이나 퀘스트의 대가로 얻는 보상 아이템이든, 패키지나 비디오 게임을 통해 얻는 엔딩을 보는 기쁨이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상'이라는 큰 범주에 들어가니까. 그런 것을 게이머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욕구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따라서 게이머들이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원하는 것 역시 당연하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게임들 뿐만 아니라 외국의 게임도, '정도의 차이'만 있다 뿐이지 사람들에게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살기보다 영웅이 되는 길을 혹은 '강요'하고 혹은 '유도'하는 것 역시 사실이니까.

P군 :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주로 하는 게임들과 외국의 MMORPG들은 좀 다르잖아? 하다못해 우리나라에서 리니지 이후 최고 흥행하는 WOW만 놓고 봐도 그것은 국내에서 흥행하는 게임들의 특질을 갖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대한민국의 게임과는 다르다고 생각해.

X군 : 인정. 다만 '지존'이라는 개념이 좋은 의미만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말에 은연중 묻어 있는(정확하게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독재자처럼 남 위에 군림하려는 사고 때문이지. 일례로 자신이 어떤 게임 만레벨이거나 한 성의 성주이면 실생활에서도 뭇사람들이 자신을 굽어봐야 하는 줄 알고 행동하거나, 게임상에서 자신의 힘으로 남을 괴롭히고 착취해도 그게 정당하기만 한 것인 줄 알고 있지.

P군 : 그건...... 바보짓이지. 정신 나간 거고. 이 책에서 말하는 게임 세대의 긍정적인 부분은 어디까지나 "게임과 현실 세계는 별개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게이머들의 몫이잖아.

X군 : 잘 아네!! 좀더 명확하게 하자면, '설령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해도, 그런 지엽적인 현상 때문에 게임 세대가 가진 이러한 긍정적 재능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보다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


대한민국 게임 세대의 난제

X군 : 그러나... 사실 안타까운 건 이러한 긍정적인 에너지들이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도 빨리 잊혀져 간다는 것이지.

P군 :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

X군 : 일단 게임을 '문화 현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릴 적 한때 지나가고 마는 성장 과정'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나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해. 갖은 반대 속에서 게임을 지금 즐기는 사람들은 게임을 하느냐, 마느냐에 생각이 집중되어 있어 당장은 '게임을 금지하는' 부모나 기성세대의 손길에 불만을 가지게 되고 거기에는 큰 반발을 하게 되지만 이상하리만치 '게임은 어릴 적 공기놀이나 고무줄 같은 것처럼 그냥 지나가고 마는 것'이라는 말에는 크게 반발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이지.

게다가 이런 것은 사회학적인 '문화 현상'을 보는 시각에서도 전혀 맞는 이야기가 아니지. 이미 한 세대에서 게임이라는 것이 많이 유행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사고방식을 적든 많든 가지게 되었는데 그런 것을 '문화 현상'이나, '시대의 흐름'으로 말하지 않는다면 과연 무엇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유독 게임만 그렇게 '지나가는 바람'식의 대접을 받아야 할 이유도, 당위성도 없어.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게임 하느냐'라는 말을 듣고 아무 잘못도 없는데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고, 차차 어른이 되면서 게임을 잊게 되면 주위에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지. 다시 말해 무턱대고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매를 드는' 것은 게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의 징계나 훈계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게임을 그냥 인생의 한 순간만 - 그것도 어릴 때에만 - 영위하고 마는 것이라고만 맹목적으로 생각하고, 아무 비판 없이 게임으로 가진 여러 유산들을 버리게 되는 것은 게임을 하면서 배운 긍정적 에너지를 섭취하지 못하게 하는 만성 독약과도 같은 사고방식이야.

P군 : 독약이란 말은 좀 극단적이지 않냐?

X군 : 독약이란 말도 내가 보기엔 약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솔직히 말해 대한민국에는 대한민국 게이머들의 두뇌 회전을 여유 있게 받아줄만한 게임도 없고 - 적어도 지금 흥행하고 있는 국산 게임들 중에는 말야 - 그럴 만한 게임 시장도 없어.

P군 : 엉? 야, 너 그 바닥에서 그만 일하고 싶어서 그러냐?

X군 : 풋. 내가 한 말이 좀 쓰기는 해도 사실일 거야. 대한민국에서 스타크래프트, C&C, 울티마, WOW 같이 전 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는 게임이(WOW는 최근작이니 제외하고) 나오지 못하는 건 말이지, 기술력 등의 차이도 있지만 가장 근원적인 것은 다른 차이가 아니라 '노하우의 집약과 숙성'의 차이야. 대한민국처럼 절대 다수의 게임회사들이 '당장 내다 팔아서 사람들의 반응을 빨리 선점하는 데에 주력하는' 게임을 만들기에 급급한 환경에서는 노하우가 잘 집약되고 숙성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하지만 미국의 경우 크게 흥행하는 게임들 중, 워크래프트나 에버퀘스트 등등의 굵직한 몇 개 시리즈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아.' 미국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 그 시리즈들 중 대부분은 컴퓨터 게임만이 아닌 TRPG 등의 영역으로도 출판되었고 그 영역에도 응용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탄탄하고, 숙성된 세계관을 자랑하지.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게임이 호응을 하려면 사람들 눈에 띄는 그래픽이나 시스템을 만들기 이전에,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그들은 잊지 않고 있어.그리고 물론 그들의 의도대로 다 되지는 않겠지만, 게이머들의 생각을 능가해야만 한다는 점도 잊지 않지.

그러나 반면, 흥행을 위해 짧은 시간에 게임을 찍어내기 위해 사람 대 사람과의 대립 관계를 '어떻게든'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지. 그것은 오랜 숙성이 필요한 하나의 큰 세계를 만드는 데에 비해, 머리를 써야 할 곳을 '사람'간의 관계와 상성으로 중점을 두고 있으니까. 더군다나 그것은 세계관의 합리성이나, 세계 자체의 밸런스에는 게임 제작 과정 안에서 큰 중심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쉽다고. 일례로 4년 전에 제작 발표된 리니지 II이 리니지 I에 비해 150년 전의 세계를 배경으로 세계관이 이루어졌다고 발표된 사실을 "게임 시리즈물은 연속된 개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떠올린다면 아마 기절초풍할 걸. 아무리 봐도 리니지 I보다는 리니지 II가 여러 시스템에 있어 더 현대적인데 '판타지'라고 해도 어떻게 그러한 일이 가능한지에 대한 개연성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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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 대 사람이 싸우고 대립하는 것이 주가 되는 컨텐츠는 그 생명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장점이 있어.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식상해지고 그게 누적되면 식상함을 감출 수도 없는 사태까지 이르게 되지. '다른 게임'이라는 무대만 달라졌다 뿐이지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는 것이고, 시스템의 헛점이나 단순한 부분이 개발자들보다 똑똑한 게이머들에 의해 뚫려버리는 일도 다반사야. 결국 지금은 그게 한계점까지 온 상태지.

P군 : 하지만 게임 선진국이라는 곳에서 나오는 게임들 중에도 형편없는 것들 많지 않아? 일주일 판매하다 내리는 게임들도 부지기수고, 하다못해 트럭이 산을 뚫고 달리는 동영상 봤잖아. 너도. 그런 게임들은 CD를 냄비받이로 쓰는 것도 아까울 정도라고.

X군 : 물론 미국이나 다른 게임 선진국 시장에서도 게임을 잘 파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고, 대한민국의 뜨내기 게임들은 저리가라 할 정도의 쿠소 게임도 나와. 하지만 그런 건 필요가 없어. 시장이 걸러내 주니까.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렇지가 않지. 잘 나가는 오픈 베타테스트 게임이 유료화를 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 품질과는 상관 없이 - 역적 취급을 받아버리고 소비자들을 저버렸다는 소리를 듣잖아?

P군 : 뭐 그렇네.;;

X군 : 마지막으로는 역시나 앞서 말했던 '과격한, 그리고 과도한 경쟁'이 문제지. 대한민국을 'Dynamic Korea'라고 말하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만, 'Too Dynamic'이 문제야. 경쟁은 남들에게 무슨 수를 써서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거든. 그러나 익명성이 보장되는 게임 공간에서는 그 'Dynamic'한 성격이 더더욱 두드러지고, 뒤틀려진 방향으로 드러나도 제어할 수단이 크게 없지.

그런데 사람들이 사이버 세상에서 앞서 말한 - 사기, 현금거래, 해킹, 현피 등등의 - 막돼먹은 짓거리를 하고서는, '그저 게임일뿐인데 어떠냐. 그런 걸 문제삼다니, 게임과 현실도 구분하지 못하냐?'라고 하지. 그건 정말 웃기는 소리야. 그건 자기 책임을 덮기 위한, 시쳇말로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지. 이것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승리보다 게임이라는 컨텐츠 자체를 그만큼 경시한다는 뜻도 되고, 바꿔 말하자면 이런 식의 막돼먹은 짓거리를 하는 자들이 정말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존재들'이라는 거야.

그러나 서글픈 건 지금 대한민국 게이머들 중 절대 다수가 이런 사람들이거나,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지. 정말 답이 없다.

P군 : 이건 정말 네 말처럼 '답이 없다.' 캐리어라도 가야 해?

X군 : 나보고 저주받으라고? 됐다. 여하튼 오늘의 결론. 위의 해결 요원한 문제보다 현실적인 이야기 한 마디로 요약하지.

"게이머들이여. 자신이 게임을 하고 게임의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P군 : 쩝. 그 말은 쬐끔 멋졌다만. 이번 이야기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다가 지칠 정도로 긴 이야기가 됐네.

X군 : 걱정 마. 다음 이야기는 이번처럼 길지는 않을 거야.

P군 : 불행 중 다행이구만. 아마도 조회수가 이번 회가 가장 낮을 테니.


To Be Continue......


- The xian -


P.S. 이 글은 4-5편 정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2편 끝머리에 말씀드렸듯, 단순히 이 책의 서평이나 내용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 책의 내용에 빗대 제가 겪었던 대한민국 게임계, 또는 게이머들의 현실을 나타내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글이며 그렇게 쓰여지고 있습니다.

앞선 두 편이 에이스 게시판에 올라간 것이 저를 아주 즐겁게 하고 또한 어깨를 무겁게 합니다. 남은 글도 그에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9-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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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뿌니사과
06/09/0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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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궁금한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게임이 현실과 다른 '가상 세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만, 왜 사이버 세계에서는 함부로 행동하고, 그걸 또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이버 아이디들이 많은지 항상 궁금합니다. 그런 태도가 오프라인의 관계로도 나오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구요.
창조신
06/09/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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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하고 재밌는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근데 조회수가 낮다는말 농담인줄 알았는데 진짜였네요[..]
루크레티아
06/09/0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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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대한 전문가는 쉽게 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게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다른 영역까지 확장시켜서 '게임을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했으니 다른일도 전문가적으로 할 것이다.' 라는 주장은 좀 확대가 심하다고 봅니다. 모든 직업과 분야를 게임과 동일시 해서 생활하긴 힘들지 않습니까.

그리고 리니지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물론 150년 전의 상황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큰 세계관일 뿐입니다. 리니지가 전국에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할 당시에도 리니지 원작 만화를 아는 이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현재의 리니지 시리즈는 거의 만화의 스토리를 새로 쓰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리니지2는 거의 인물을 새로 만들고, 전체적인 연대기의 틀을 다시 짜고 있는 상황이죠. 즉 리니지 1과 2의 스토리 라인은 거의 전체적인 세계관, 즉 대륙이나 신화 정도에만 기반을 두고 있을 뿐이지 내부 스토리는 거의 연관성이 없다고 해도 무방한 거의 다른 성질의 게임입니다. 물론 거의 현대 최고의 판타지 소설급으로 분류되는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에 비하면 아직까지 하찮은 수준이긴 합니다. 하지만 리니지2의 새로운 세계관과, 이를 정립시키기 위한 도전은 높이 사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리니지2부터 진정한 의미의 워크래프트 따라잡기가 시작되었다고 할까요.

마지막의 푸른 글씨는 너무 인상적이신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자칫하면 위에서 말씀하신 그 폐인들이 자신들을 합리화시키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

다음편을 기대하겠습니다~
The xian
06/09/0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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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아 님// 일단 리니지 1. 2 사이의 배경이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단지 큰 대륙 등의 세계관 이외에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저도 알고 있으며, 리니지 2의 경우 신일숙님의 만화 원작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불충분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에 대해 추가되어야 하는 설명으로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가 아니라 '어느 특정한 사람들에게' 황당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설명이 들어갔어야 하는데 이것은 제 실수였군요. 따라서 ""게임 시리즈물은 연속된 개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부분을 추가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문가적인 주장 부분에 대해서는 글을 마칠 시점에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06/09/03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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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흥미롭네요.
사실 제목 보고 깜짝 놀랐어요.
홍콩에서 돌아오기 전에 살짝만 봤는데, 이게 벌써 3편이군요.
(홍콩에서 봤을 땐 이게 1편인 줄 알았는데 돌아와 확인해 보니 아니군요.^^;;)
왠지 고맙기도 하고 기분 좋습니다.
(물론, 호미 님께도요. 기사 게시판에 글 올라온 거 보고 놀랐어요.^^a)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06/09/03 13:21
수정 아이콘
으음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글인데 조회수가 낮다니 안타깝군요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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