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9/17 23:37:53 |
Name |
물빛노을 |
Subject |
[짧은얘기] 악몽...제 1편. |
저그는 늘 악의 종족이란 말인가...라고 탄식해온 저그 유저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글의 수준은 별개로 하고 말이죠-_- Apatheia 님이나 공룡님 수시아님 수준의 글을
바라시는 건 제게 너무 가혹합니다-_-
(참 아디 보고 그러시는지 저한테 "여자분이시죠?"하는 분들 몇 분 계시던데...
저는 남자입니다-_-)
<악몽...>
0.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지구인이라 불리던 그 악마들을...
누가 누굴더러 악하다 하는가? 세상에 과연 절대적인 선과 악이 있는가?
1.
나는 어린 저글링.
하릴 없이 정찰을 나선다.
이 곳은 프로토스의 별.
이제는 저그의 별.
질럿은 저글링에게 녹는다.
러커는 스톰에 죽지 않는다.
뮤타도 스톰에 죽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수비하는 입장.
최고의 공격수 저그 종족은 이제 옛말일 뿐이다.
이젠 가엾은 수비수 저그만이 존재한다.
산발적인 게릴라만을 펼칠 뿐....
그 앞에는 지구인 병사의 무기에서 뿜어져나오는 화염이 메아리친다.
2.
내가 있는 곳은 과거에 프로토스의 사원이 있었던 곳이다. 이 지역을 지구인들은
"잃어버린 사원"이라 칭한다. 지역 한복판은 마치 분지처럼 푹 패여있고 사방은 적당히
높은 언덕으로 둘러싸여있다. 지구인들은 지금 서쪽 고지를 차지한 상태이다. 근방에서
가장 방어하기가 수월한 지형이다.
우리 동족은 동쪽 고지가 고향이다. 나는 단순한 정찰용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구인
들을 상당히 많이 압박했다. 3급 병사인 히드라리스크들이 많이 합류했고, 2급인 러커들
도 꽤 된다. 게다가 진화는 3단계까지, 현 저그 종족이 견딜 수 있는 상태의 극한이다.
멀리 지구인들의 진지가 보인다. 몇몇 지구인 최하급 병사가 나돌아다니며 죄없는 이 별
의 동물들을 사냥하고 있다. 식량으로 쓸 것도 아닐 텐데...
지구인 병사의 무기에서 뿜어져나오는 화염이 내 동공에 잡힌다. 순간 날카로운 기억이
내 머릿속을 꿰뚫고 지나간다.
우리 동족은 동쪽 고지에서 살고 있었다. 번식력이 워낙 좋은 우리 종족은 일정 이상의 인
구가 모이면 가까운 자원이 있는 곳으로 분가하는 게 전통이다. 이미 큰 증조할아버지께서
가장 가까운 자원 쪽에 분가하셨다. 본가에 여전히 너무 많은 생물이 살자, 우리 증조 할아
버지께서도 분가하셨다. 그나마 비교적 가까운 북쪽 평지이다. 증조 할아버지께서 펴신 크
립이 완성되었다. 우리 부모님을 비롯한 가까운 일가 친척들은 모두 이동해왔다.
막 자원을 캐고 방어용 콜로니를 지으려는 순간이었다. 하늘 저 쪽에 비행체 하나가 이동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뮤탈리스크들은 나오지 않았을 텐데...설마하니 프로토스인가?
무너져가는 프로토스에 그런 물건이 있을리가 없다. 그렇다면 저것은 지구인의 것?
지이잉-
문이 열렸다. 소리를 듣고 돌아본 아버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테...테란이다..."
수송선에서 지구인 최하급 병사 6명과 붉은 십자가가 그려진 옷을 입은 암컷 둘이 나왔다.
병사 6명은 품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눈을 질끈 감으며 팔에 찔러 넣었다.
크아아아아아-
하늘에 괴성이 울려퍼진다. 저들이 과연 지구인 맞나? 아마 우리 종족의 가장 목소리가 흉
악한 자도 저런 소리는 내지 못할 것이다. 듣자하니 지구인은 체력이 약해빠졌다던데...
아버지께서 저렇게 당황하시는 이유는 뭐지? 그들은 돌진해왔다.
!!!!!!!!!!!
지구인이 아니다. 저것은 지구인이 아니다. 마왕의 강림이다.
그들은 때려도 때려도 죽지 않았다. 아마 뒤의 암컷들이 치료해주는 모양이다.
속도는 듣던 것과 판이하게 달랐다. 움직임이라기보다는 분신술이었다.
그들이 쏘아내는 화염은 삽시간에 근방을 뒤덮었다.
크아아아아아-
따뜻하다. 따뜻한 뭔가가 내 머리에 닿았다. 그리고 눈앞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피....?"
그것은 피였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산산이 조각난 몸이 내 눈앞에서 만유인력에 이끌려 땅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 옆엔 멀쩡한 나의 어머니가 있었다. 범위를 목위로만 한정한다면.
두려웠다. 두려움 밖에 없었다. 나는 뒤돌아섰다. 그 짧은 순간에도 등 뒤에서 비명은 계
속 메아리친다. 난 눈을 들어 지구인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우리 종족을 학살하고 있는 지구인들, 그들의 눈은...
타오르는 듯이 붉었다. 아니, 붉다기보다는 차라리 잔혹한 향연에 취한 자의 눈에 어린 피
의 색깔이었다. 뒤쪽의 암컷들은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정체불명의 광선을 인간 수컷 병
사들에게 쏘아내고 있었다. 뜨거운 수컷과 차가운 암컷. 잘 어울렸다.
그들은 붉은 화염을 뿜어냈다.
그들의 흰 전투복은 그들이 뿜어내는 화염보다도 붉게 젖어있었다.
하늘은 그들의 전투복보다도 시뻘갰다.
나는 달렸다. 나의 아버지를, 나의 어머니를, 나의 사촌형제들을, 나의 친지들을 뒤로 하
고 나는 달렸다. 본가로 돌아가야만 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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