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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2/09/18 01:42:12 |
Name |
목마른땅 |
Subject |
[re] (잡담)스웨덴식? 미국식? 복지국가에 대해서 의논.. |
리플로는 조금 부족할 것 같에서 간단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스웨덴 식이라고 이야기했던 '복지국가'에 대해서 얘기해보지요..
이른바 북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형태의 복지국가는 '사회민주주의'라고 통칭되는 사상적 조류에 기초한 사회체제입니다. 이는 구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와 수정 자본주의라고 불리우는 케인즈주의의 사이에 있는 '사회주의'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겠지요.
1930년 전세계를 강타한 '경제 대공황'은 이전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자유방임주의를 철저하게 부정하도록 만드는 계기였습니다.
서유럽 국가들이 했던 블럭 경제(자국과 식민지만이 통상 교역하는 통제 자립경제), 국가가 시장에 부분적으로 개입하는 미국의 케인즈주의(뉴딜 정책으로 알려져 있지요), 국가와 대자본이 결합하여 전 국민을 동원하는 파시즘, 국가가 전 사회의 자원의 배분을 독점하는 국가 사회주의(공산주의)는 자유방임주의 극복의 열쇠가 '국가'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례였다고 할 수 있지요.
특히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가지는 형평성과 순환적인 경기불안이라는 모순을 부분적으로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사회민주주의자라고 부릅니다. 주류 사회주의 학자들에게는 '개량주의자'라는 배척을 받으면서 오스트리아의 일부 학파들을 중심으로 발전을 하던 '사회민주주의'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의 국가의 정치 이데올로기로 채택되면서 비로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직접세의 비율을 엄청나게 높임으로써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 데에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대자본의 발전 상황을 국가가 조절하고 이들에게 엄청난 세금을 물림으로써, 국가가 많은 재원을 확보하고 이 재원으로 국민에게 '적극적'인 서비스(주거, 의료, 노후 대책, 공공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메카니즘을 구현합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버는 돈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지만, 생필품과 기초 서비스는 무료이며, 실업자에 대한 보조금과 복리 후생도 완벽하게 보장됩니다.
노동자들의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며, 여성의 참정권도 확대되는 등 평등권이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체제를 구축합니다.
이러한 사회민주주의는 전후 우수성을 인정받게 되어 서유럽으로 확산됩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라는 이데올로기의 충돌 속에서 사민주의는 노동조합과 서민들의 지지를 끌어내게 됩니다. 서유럽에서 중도좌파로 알려진 정당(프랑스의 사회당, 독일의 사민당, 영국의 노동당 등)들도 이러한 사민주의 정책을 수용하게되면서, 서유럽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1970년대 말까지 맹위를 떨치게 되지요.
하지만 이러한 사회민주주의는 1970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오일 쇼크를 맞이하면서 조금씩 한계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기업들은 불황의 책임을 국가의 과도한 세금과 노동자들의 고임금에 돌렸으며, 수많은 실업자들이 거리를 떠돌게 됩니다. 일부 저열한 학자들은 국민들이 기본 생활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노동의욕이 감소해서 불황이 온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민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의 과도한 재정 적자에 있었습니다.
국가가 복지에 과도한 돈을 투자하면 재정 적자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적자 재정 운영은 필연적으로 환율 변동과 물가 인상을 초래합니다. 나아가 물가 인상 속에서도 수출과 내수의 동시에 악화됨으로써 기업 경기는 호전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는 위축되고 실업자는 늘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악질 공황이 발생됩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 실업자에 대한 과도한 재원 투자로 국가 재정 적자는 계속해서 악화되며 기업들은 불황을 타개하지 못하는 순환이 반복되는 상태, 이것이 스웨덴식 사민주의가 흔들리게 된 배경입니다.
결국 이러한 위기 상황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도록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지금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세계적인 조류입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얘기는 끝이 없으므로 생략하지요.)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면 기업경쟁력 약화와 국가 재정 적자로 문제가 되던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는 80년대의 위기 상황을 거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폐기되고 수정되면서 90년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혹자는 이러한 사회민주주의는 이제 망했다고 말하지만(이는 한국의 학계가 대부분 미국에서 학위를 따온 학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스웨덴식 사민주의에 대해 검증조차 안한 뒤 끝났다고 말하지요.) 최근에 와서는 북유럽 사회민주주의도 나름대로의 활로를 잡아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노동자와 기업이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임금 인상을 보장하면서 노동자의 경영 참여까지 보장하는 '경제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기업의 생산력을 높이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복지 정책은 유지하되 실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실업률을 줄이고 수출의 폭을 확대하는 정책 등으로 나름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지요. (백산서당에서 나온 사회민주주의 새로운 모색이란 책을 참고하면 이에 대해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복지국가에 관심이 있다면 스웨덴 사민주의에 대해 연구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한국 사회복지과 교수분들의 경우 유럽에서 유학한 분들이 적어서 유럽 사민주의 연구가 조금은 빈약한 편이지요.)
이제 미국식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지요. 미국은 복지 서비스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 볼 때 상당한 수준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빈민을 구제하는 적극적인 복지 정책은 거의 전무할 정도로 소극적인 나라이기도 하지요. 미국에서 밥을 굶어서 생계가 힘들 정도의 극빈자가 3천만이 넘어간다는 사실은 세계가 다 아는 일 입니다.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적극적인 복지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것을 요구합니다. 기업에 대한 규제 및 세부담을 크게 완화하는 가운데 소극적인 복지 서비스를 장려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국가의 적자 재정을 막기 위해 정부 기구를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대거 축소하면서(작은 정부론), 국가의 서비스를 민간에서 대행(이렇게 되면 이용료가 엄청나게 상승합니다. 유럽 국가에선 철도, 병원 이용료가 지금의 10배로 오르게 되는 일도 있었습니다.)하는 방식으로 국가의 역할과 재정 적자를 축소하지요.
미국식 복지에서 대부분의 복지 서비스는 보험제도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극빈자가 서비스를 받게 되는 기회가 적어지는 대신 재정 적자를 줄임으로써 국가의 부담을 감소 시킵니다. 나아가 민간에 관리를 이양함으로써 정부 기관은 축소되고 서비스의 가격은 상승되게 됩니다. 영국, 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 이러한 작은 정부론을 채택하고 있으며 한국의 DJ 정부도 이러한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지방식은 이미 북유럽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에게 채택되고 있는 실정이며 대세라고 하는 것이 옳겠지요. 영국 블레어의 '제3의 길'도 경제적(이념적으로는 신자유주의와의 차별성이 존재하지만 경제 서비스의 관점은 같다고 보는게 좋겠지요.)으로 볼 때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이러한 소극적인 복지는 전세계적인 대세가 된 것이지요.
혹자는 '복지'는 계륵과 같다고 말합니다. 복지를 위해서는 그 국가의 축적된 자원 즉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국가에게는 복지가 국가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독'이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들이 내리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한국은 어쩔수 없이 '복지'의 비중은 낮을 수 밖에 없으며, 미국의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대세라는 것이지요. (사실 한국의 정치가와 관료들은 복지정책 확립보다는 국가의 기능을 축소하는 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도 여러가지 악재로 추진이 더딘 편이지요.)
물론 저는 스웨덴식 사민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저의 이상은 그것과는 많이 다르지요), 그것에 대해 정확히 알고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식이 좋다는 말에 대해 검증하는 자세 역시 중요하지요.
학교에서 배운 것(스웨덴식 사민주의는 끝났다라는 식의 내용)을 그대로 믿는 것은 진정한 학생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배운 것에 대해 한번 부정해보고, 검증해보려는 노력 속에서 진실이 보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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