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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1/08 14:47:46
Name 김연우
Subject To KTF From 박정석 빠돌이
To KTF

  우주배 결승전을 앞두고 TV에 앉았다. 예상치 못한 호우에 의해 경기가 지연되긴 했지만, 미리 맥주와 통닭을 구비하는등 만반의 준비를 해뒀기에, 다급함은 없었다.
  
  또 큰 기대를 갖지 않은 결승전이기에, 다급함은 덜했다. 철저한 박정석 선수 팬인긴 했지만, GO팀을 워낙 좋아하는 관계로  마재윤 선수의 우승도 바라는 경우의 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래, 솔직히 말하자.
  난 박정석 선수의 우승 가능성에 별로 보질 않았다. 1,5경기 레이드 어썰트라는 맵 대진, 박지호-변길섭 선수를 압도적으로 꺽고 올라간 마이너 시절부터 눈여겨 본 마재윤 선수의 대토스전 기량은 '당대 최고' 수준이었기에, 부정할 수 없는 박정석 선수의 대저그전에 믿음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단지 팬이기에, 또 언제나처럼 재미난 경기를 만들어줄 기대를 하며 경기를 기다렸을뿐, 박정석 선수의 2번째 우승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1시간 후, 나는 이때까지의 생각을 비웃듯 주먹을 꽉 쥐고 박정석 선수의 승리를 갈망했다.
  2경기 러쉬아워에서 보여준 박정석 선수의 질템은 결코 녹슬지 않음을 보여주었고, 3경기 루나에서 보여준 확장 운영과 커세어-다크, 캐리어로의 물흐르는듯한 진행은 그의 승리를 믿지 못한 팬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길수 있다!'
  다크템플러가 울트라리스크와 럴커를 베어나갈때, 캐리어가 해처리를 때릴때, 나는 어느듯 2,3,4경기를 내리 따낸 박정석 선수의 승리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고, 그의 2번째 우승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반전은 이 시점에서 시작되었다.
  쉽게 공략하리라 예상되었던 3시-9시 미네랄 멀티를 마재윤 선수는 굳건히 지켜내었다. 분명 루나 의 위쪽은 전부 박정석 선수의 색으로 물들여져 있었지만, 자원이 고갈된 멀티는 멀티가 아니다. 점점 자원의 힘이 바닥날수록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는 쪽은 박정석 선수였고, 새로운 자원줄을 가져간 마재윤 선수는 점점 페이스를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경기는 반전 없이 흘러갔고, 결과는 마재윤 선수의 승리였다.
  다음 전장인 레퀴엠은 분명 해볼만한 맵이긴 했지만, 내심 '2,3,4경기를 내리 따낸다'는 시나리오가 깨진 이후이기에, 내 머릿속을 채운 것은 안타까움 뿐이었고, 결과 역시 안타까움을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우주배의 막이 내린 후에도 루나 경기에서의 안타까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문득 박용욱 선수의 변은종 선수와의 루나 경기가 생각났다.
  이 경기는 분명 2004년을 화려하게 장식한 명경기로 뽑혔고, 수많은 짤방을 만들어 내며 팬들의 뇌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지루한 경기'라는 평도 만만치 않게 존재하며, 경기를 질질 끌었다며 박용욱 선수를 비난하는 이도 있었다.
  
  어.쨌.든.
  승자는 박용욱 선수였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 경기의 승자가 박용욱 선수라는 것이다. 승자였기에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이었고, 승자였기에 주목받았던 것이다.
    
  80:20으로 승기가 자기에게 넘어온 후에는 마음을 놔버리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수비하면 좀더 나에게 승기가 온다'는 생각이 들면 철저한 수비로 승세를 굳히는 선수가 바로 박용욱이다. 지루하다니, 뭐하다니 등의 비난에 전혀 굴하지 않고.

  
  
  박정석 선수의 경기를 보면 '정말 연습 많이 했구나'란 생각이 절로 나온다. 정말 열심히 했다는걸, 정말 노력했다는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컨트롤도 잘하고, 물량도 잘뽑고, 교전도 잘했고, 견제도 잘했다. 그런데 지네...'

  박정석 선수의 빠돌이를 자처하는 나로썬, 박정석 선수의 기본기가 박용욱 선수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박용욱 선수는 승리했고, 박정석 선수는 패배했다. 팬인 나로서는 정리되지 않는 감정에 왠지 모를 찜찜함을 느꼈다.
  
  
  
  
  시간이 흘러, 2005 SKY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이 열렸다. 그리고 엔트리가 공개되는 순간, 왠지모를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생각을 한 이는 나 혼자 였을까?
  
  
  KTF의 엔트리에서는 '승리'보다 '패배'가 느껴졌다. '질 것 같은 엔트리'란 것이 아니라, '졌을 경우를 대비한 엔트리'란 것이다.
  과거의 화려한 명성때문일까, 아니면 연봉을 받는 만큼 무언가 성취해야 하겠다는 두려움 때문일까? 왠지 모르게 그들의 플레이에서는 패배를 했을때의 쓰라림과 팬들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진다. 패배를 의식한 플레이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소극적인 플레이는 스스로를 다시금 위축되게 만든다. 그리고 위축된 자신은 다시금 스스로를 소극적으로 만든다.
  
  
  
 두 검술의 대가가 결투를 하게 되었다.

 한 검사는 패배했을때의 상처를 두려워하여, 온몸을 두꺼운 갑주로 둘버렸다.
한 검사는 '너무나도 날카롭기에 한번 베고 나면 부러져버릴 비수'를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 날, 많은 이들의 관심속에 둘의 결투는 시작되었다.
 온 몸을 갑주로 두른 검사는 쇳덩어리인 갑옷의 무게에 짓눌려 몸놀림이 둔했다. 그랬기에 옆구리를 겨냥한 날카로운 비수를 막을 수가 없었다.
  단단한 갑주 덕에, 치명상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투를 승리로 이끌기는 힘겨운 상처였고, 상대의 공격을 한참동안 버텨내긴 했지만 승리할 수는 없었다.
  
  
  
  '지긴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런 말은 싫다. 최선을 다했건 펑펑 놀았건 진건 진거고, 이긴건 이긴거다.
  
  이미 패배로 인해 잃어버릴 것들은 다 잃어버렸다. 기대 어린 팬들의 시선에 일일이 부흥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패배로 오는 그들의 실망은 그들의 당신을 응원했기에 생긴 것이기에, 팬들의 책임이다. 당신들이 책임져야 할 것은 없다.

  화려했던 과거는 잊자. 비수에 찔렸던 아픔도 잊어버리고, 모든 이의 집중을 받았던 과거도 잊어버리자.  아무 것도 몰랐던 신인시절로 돌아가자. 상대가 범인줄도 모르고 이빨로 목을 콱! 물어버렸던 하룻강아지로 돌아가자.
  
  벨트를 지켜야할 챔피언이 아니다. 마음 독하게 먹고 상대를 꺽어야 인정받는 도전자다.
  
  
  KTF,
  지금까지 팀전 우승 한번 하지 못한 삼류 팀이다.

  박정석,
  결승만 오르면 무기력하게 패배하고마는, 팬들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3류 선수일 뿐이다.
    
  
  억울한가?
  그렇다면 이겨라.
  
  당신들의 강함은 지금부터 이루어질 승리로만 증명할 수 있을 뿐이다.
  
  



                                                                                                                            From 박정석 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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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08 14:50
수정 아이콘
이글과 상관은 없지만..ktf개인전이 왜약하지..-_- 제가 젤로 조아하는선수들로만 있는데..박정석,홍진호,조용호,강민..최강의 선수들뿐인데..
이뿌니사과
06/01/08 14:52
수정 아이콘
--;; 기대하는 만큼에 10% 쯤 부족해서 그렇지.. ;; 우승한번 못했다고 3류;;;; 라니요;;;;
06/01/08 14:58
수정 아이콘
단체전 입상경력으로 따지면 한빛,SKT1,GO,팬택앤큐리텔.KOR,삼성전자 다음, 즉 11개 프로게임팀 중 7위죠.ㅡㅡa 표현이야 어찌됐든 분발해야됩니다.ㅡㅡ)
파란눈고양이
06/01/08 15:01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졌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말... 저도 정말 듣기 싫습니다.
개인전이 강하네 약하네 엔트리를 발로 짰네 마네 하는 거 사실 다 필요없는 겁니다.
뭐라고 변명을 주절주절 해봤자 졌으면 약한거고 이긴 쪽이 무조건 강한 겁니다.
이번에는 꼭 이깁시다!
가승희
06/01/08 15:12
수정 아이콘
일단 KTF 개인전 강하다고 말할수없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KTF유니폼을 입고 우승한선수는 이적한 이윤열선수뿐이고.. 결승에 진출한것도 홍진호,박정석,조용호선수가 전부입니다.
게다가 2005프로리그 1,2라운드 개인전 전적합치면 55퍼센트정도로 알고있습니다.
KTF무조건 우승해야합니다 진짜...
xxxxVIPERxxxx
06/01/08 15:20
수정 아이콘
최강의 선수들로 구성되었기에 기대도 더 큰거겠죠.
팬들의 기대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더 큰 무엇인가를 보여주길 바란다는거 아닐까요?
솔직히 프로리그,팀리그 양대메이저 꾸준히 일정수준이상의 성적을 올려주는 팀은 KTF가 첫손입니다. 한빛도 GO도 팬택도 이들만큼 꾸준했다고 할수있을까요? T1은 꾸준함 보다는 아스트랄이라 제외합니다.

강민,박정석,홍진호,조용호, 변길섭, 김정민...주축선수들 11개팀 어딜가도 자기자리 한자씩을 해낼 선수들아닙니까?
T1은 테란쪽 재원이 풍부해 자리잡기가 어렵겠지만 다른 팀에 간다면 충분히 1,2선발자리는 해냅니다.

팬의 입장에선 이런 라인업으로 네임밸류만큼만 해주길 원하기 보다는 더 큰 시너지를 바란다는거 아닐까요?

위에 열거한 사람들이 만약 다른팀....팬택의 이윤열선수처럼 원맨팀에 가까운 팀에서 홀로 이끌었다면 이런 반응까진 아닐겁니다. 혼자라서 그럴수있다..라고 하겠죠..팀이끌어 프로리그에 개인전까지 너무 힘들어 보인다라고 했겠죠...하지만 지금의 KTF에는 각자가 비는 부분을 메꿔줄 충분한 팀원들이 있음에도 팬들의 기대를 충족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워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영웅의등짝
06/01/08 15:46
수정 아이콘
2002 스카이이후 개인전 단체전 결승 모두합쳐 7번 다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이중에 박정석선수가 보통때모습만 보여줬어도 최소한 2~3번은 우승했겠죠. 이번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이기면 t1과의 결승전.. 박정석선수가 자신의 플레이에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더이상 결승전에서 고개숙이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네요. KTF 그리고 박정석선수 모두 화이팅입니다. 당신들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06/01/08 15:53
수정 아이콘
매직엔스 선수와 코치진들에게
이번 포스트 시즌 중요하죠 결과에 따라서는 각종 뉴스에서
흘러 나오는 소식을 종합하면 결과에 따라
코칭스텝이나 팀 개편이 있을듯 합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 만큼은 정말 대단한데 부진의 원인은?

암튼 다시 한번 기대를 해봐야죠 팬으로서
매직엔스 화이팅!!! 날치 화이팅!!!
06/01/08 16:10
수정 아이콘
100% 동의합니다.

KTF의 선수들은 지금 "몸값만 높을 뿐 최고의 선수는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마치 슬램덩크에서 채치수가 변덕규를 평하면서 "그는 나보다 키가 크지만 그것뿐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우승.
우승을 해야만이 아래의 개인전운운하는 소리도 들을 필요없이
자기 자신이 누구다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KTF의 우승. 정말이지 보고 싶습니다.
LG-IBM. 그 결승시상식의 무대위에서 흘렸던 김정민선수의 눈물이 아니라
이번 후기리그 결승전에서 우승하고 난 이후의

강민, 홍진호, 박정석, 김정민, 변길섭, 조용호, 김민구, 김윤환, 조병호, 이병민선수 할 것 없이 정수영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모두의 눈물을 보고 싶습니다.
06/01/08 20:29
수정 아이콘
ktf, 이번만큼은 꼭 우승합니다.
자리양보
06/01/08 20:35
수정 아이콘
제목이 자극적이라 하마터면 좋은 글을 그냥 지나칠뻔 했군요. ^^

지오 왕팬을 자처하는 저로서는 이제 누가 이겨도 나랑은 관계없다(;)라는 입장이었지만, 이런 글을 볼때마다 ktf의, 그리고 박정석 선수의 승리를 바라게 되는군요. ^^

아무튼 두팀모두 화이팅입니다~!
06/01/09 03:50
수정 아이콘
으흑흑. 동의합니다 ㅠㅠ
You.Sin.Young.
06/01/09 07:45
수정 아이콘
어이없는 제목과 반전 같은 주옥 같은 글~
Kim_toss
06/01/09 14:33
수정 아이콘
100번 맞는 말씀이신듯.
그리고 박정석 선수 정말 연습 많이 한 것 같군. 컨트롤 물량 견제 다 좋아..그런데, 지네;;
라고 쓰신 부분은 적극적으로 동감;;
Peppermint
06/01/10 10:1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을 뒤늦게 읽었네요. 글쓴님 표현대로라면 "강민 빠순이-_-;;"인 저도 그들이 증명해낼 강함을 원합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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