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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30 03:43:05
Name becker
Subject 각종 이야기들
말로 표현할수 없을정도로 애석한 충격적인 비극에 휩싸인 한주였습니다만, 그래도 겜게가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게임 커뮤니티인데 말이죠. 그래서 그동안 이곳말고 근처 사이트에서 썼던, 요즘 스타계에 돌아가는 각종 떡밥에 대한 제 생각들을 쭉 모아봤습니다.  반말투입니다만, 사이트의 특성상 보기 뭣한 표현들은 순화했습니다. 길게는 몇주전의 경기부터, 짧게는 최근 MSL의 시스템 변화에 대한 얘기도 써봤습니다. 별 생각없이 썼던것들이라 별 생각없이 읽으셔도 될것 같습니다. 심심풀이로 읽어주세요.



순서는 쓴 날짜대로 입니다.




김창희 진출, 박찬수 탈락의 박카스 스타리그 36강 D조에 관한 코멘트


신상문이랑 같은팀 소속이라서 그런가. 언제부턴가 김창희를 좀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테란유저를 공격지향형과 수비지향형으로 나누자면, 김창희나 신상문이나 둘다 두말할것없이 공격지향형. 그래서 재밌다. 그런데 신상문의 게임이 좀 아기자기하면서도 다 터트려주는 웰메이드 시트콤으로 비유한다면, 김창희의 게임은 여지껏 좀 스케일 클듯이 놀려다가 정작 별로 감흥이 없어지는, 디워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좀 사망한 블록버스터의 느낌이 들었음.

그런데 엄옹이 얘기한 엇박자에 얹혀가면, 오늘 김창희의 경기는 좀 양산적 블록버스터의 틀을 깨는 기분. 이래저래 남의 펀치도 좀 맞아주면서도 폼안나는 자세로 어떻게 먼지털고 일어나 회심의 한방을 날리는 느낌. 유준희와의 경기는 유준희가 좀 빌드에서 졌다던가, 럴커 갔다주는 실수를 연발했다고 쳐도 박찬수와의 1차전은 오랜만에 나온 '사기테란이 방어좀하다가 회심의한방으로 저그를 밀어버린' 경기라 한편으로는 등간지러웠음에도 꽤나 볼만했음.

늘 주장하는게 박찬수의 저그스타일은 그야말로 전성기 황신과 흡사하기 그지없는데, 어째 요즘 지는 모습도 황신이 콩탈로 놀림받을때랑 비슷하다. 뮤짤일변도로 가는 저그가 뮤짤이 심심하니, 저그는 아아 망했어요!!!


내가 요즘 이제동 경기를 보는데...
뮤짤 열심히 안하면 안될것 같아
근데 난 뮤짤이 구려졌잖아?
난 안될꺼야 아마



막장이든 아니든 박찬수의 탈락은 꽤나 슬프다. 그래도 저그의 한축인데. 빨리 슬럼프에서 탈출하길.








이영호, 정명훈, 신상문과 테란 원탑 논란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 2패했어도, 그 다음판에도 2패를 하더라도 테란의 원탑은 여전히 의심할것 없이 이영호다. 그리고 이 사실은 이영호가 다음 몇개월동안의 부진으로 잉여호가되지 않는 이상 08-09 프로리그가 끝날때까지 유효할꺼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년간 이영호에 근접할만한 포스나 테란으로서의 센스, 덕목등을 갖춘 선수는 없었다. 이건 굳이 설명할필요없이 모두가 동의할꺼라고 믿는다. 단순히 한두경기 막장화(그것도 그렇게 심한 막장화도 아니였다. 이영호스럽지 않았던것 뿐이지)됐다고 우려를 사형선고 맥일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 후 올라올 다음 질문은 불보듯 뻔하다. 이영호의 뒤에는 누가 있나? 서연고서성한 따지듯, 랭킹 매기는것보다 더 재밌는 일은 없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모두가 공감하듯 역시 신상문과 정명훈.

정명훈과 신상문은 테란에서의 위상이 비슷비슷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스타일이 확실히 다르다. 거기에 그 스타일 뿐만아니라 원탑이 갖춰야 할 '덕목'에서도 둘은 차이가 난다

정명훈 - 커리어우위, 스타급센스의 부족
신상문 - 게임이 더 다이눼믹 함, 다전제 경험 부족

정명훈의 가장 큰 강점은 유닛컨트롤, 물량, 이런거 다 필요없이 한경기의 판짜기가 열라 능하다. 신희승의 경기를 볼때 생각되는 "이건 뭔 전략이래..." 같은 참신한 판짜기가 아니다. 정명훈이 잘풀리는 경기를 지켜보면, 도미노들이 질서정렬하게 하나둘씩 무너지면서 그림을 그리듯, 아르헨티나의 패싱게임이 세르비아의 수비진을 농락하듯, 그야말로 눈이 정화되는 최적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재윤이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이 별명은 100% 정명훈꺼다. 실제 유명한 지휘자중에도 정명훈이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정명훈의 약점은 안풀리는 경기에서 무언가 변수를 만들려고 하는 임기응변에는 약한것 같다.

그래서 정명훈은 역전도 잘 안당하고 역전은 더더욱 못한다.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이 저그, 혹은 토스인데 신상문같은 테란을 직접 상대한다고 생각해봐라. 진짜 야메돌다 못해 f** you치고 나가버린다. 하지만 고마운건 우리는 신상문의 경기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보는사람의 입장에서 신상문의 경기는 그렇게 흥미로울수 없다. 투스타레이오닉빌드를 아주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초반부터 신나게 지지고 볶다가 어느순간에는 마치 몰래전술쓰는 토스마냥 외줄타기에 급급해진다. 신상문은 이 과정에서 보는사람들의 진땀을 흘리게 하지만, 결국 이기는놈은 신상문이기 때문에 "저 양아치" 라는 태초의 반응은 가면 갈수록 "오오 센스쩐다"로 점점 바뀌고있다.

그러나 홍진호가 아무리 절라잘했어도 우승한번 못했다고 대대손손 까이듯, 결국 게이머는 커리어로 승부해야한다. '중상위권팀의 에이스'라는 수식어보다 신상문이 더 필요한건 우승뱃지나, 입상경험이겠지.


개인적인 호감도는 신상문에게 더 치우쳐지는데, 신상문이 정명훈에 비해 결정적으로 부족한것 하나. 바로 '택뱅동'을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수 있느냐가 변수다. 난 바투 4강전까지만해도 정명훈이 이영호의 벽은 절대 못넘을꺼라 생각했었는데, 정명훈이 김택용을 3:0으로 잡은 이후로 그 생각은 말끔히 사라졌다. 신상문은 아직까지 저 타종족 정상급 세명을 상대로 우위에 점해본적이 단 한번도 없다. (기회도 없었지만) 그래서 "신상문의 S급을 대처하는 자세"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얼마전 신의정원에서 허영무를 상대로 엄청난 경기력으로 승리한것을 토대로 추측해봤을때 그렇게까지 비관적은 아닌것 같다.







김정우vs민찬기 박카스 36강 아웃사이더전 감상평

김정우의 중앙교전도, 민찬기의 이악물고 한방도 멋졌지만 오늘 이 게임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건 김정우의 빌드 선택.

보통 투햇으로 뮤짤을 들어가면 이제동/찬수명수급이면 끝을 보거나, 아니면 일정수준의 피해를 주어야 저그가 유리해지거나, 적어도 일찍뮤짤들어간 어드벤테이지를 본다.

그런데 오늘 김정우의 투햇 뮤짤은 일꾼 두기만 털어주고 끝냈나. 그러면서 무리하다고 생각될정도로 테크를 올린다.

보통 이렇게 되면 테란이 꽤나 유리해지는데, 이유는 병력이 모이니까 저그의 3가스 견제가 너무너무 쉬워지고 그러면 저그를 굶겨죽일수있다...

그런데 잠깐, 아웃사이더에서 바이오닉으로 테란이 저그 3가스 견제가 가능하던가?

김정우의 자신감은 저기서 나온거다. 아웃사이더에서는 테란이 저그 3가스 견제하는건 가능할지 모르나, '주병력'으로 3가스를 치고 순회공연하는건 무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햇'뮤탈로 마치 '삼햇'뮤탈이 테란본진 주위만 돌듯이 행동해주면서 3가스만 모아서 가필패를 갔던것이다. 그 이후에 가디언 부대를 두갈래로 나눠서 하나는 수비, 하나는 공격에 쓴다는 생각도 참 절묘했지만, 밑그림이 마치 정명훈이 저그전 상대할때 보듯 참 아름다웠다.

처음 아웃사이더가 나왔을때, 나는 저그의 3가스 견제가 매우 힘들것이기 때문에 테란vs저그는 저그가 좋을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저그유저들이 그 맵의 특징을 십분활약한 플레이가 별로 안나온게 아쉬웠는데, 오늘 김정우가 참 잘해준것같아서 저그빠로써 훌륭한 경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생각하는게, 신상문이 아웃사이더에서 죽어라 투스타만 하는 이유가 애초에 압박으로 저그가 3가스를 가져갈 생각을 못하도록 만드는것 같다.)

그래서, 이번 스타리그에서 택뱅리쌍록 제외하고 제일 기대되는 매치업 두개는

이제동vs신상문
김정우vs신상문

단 맵은 아웃사이더고 신상문이 투스타를 해야함.



p.s 아웃사이더란 맵은 참 오묘한데 끌린다. 밸런스 예측이 가능하면서도 어디론가 튈지 모르는 플러버같다. 그래서 난 이맵이 호감이다.








작금의 이영호에 대한 짧지만 대충 긴 이야기

야구 좋아하는가? 그럼 이글은 이해가 빠를것이다


데뷔당시 이영호는 갓 황금사자기를 휩쓴,

특기는 140km중반을 오고가는 로케이션 좋은 직구도 있지만

그것보다 이놈의 가장 큰 매력은 상대의 타이밍을 뺐는 궁극의 체인지업에 있는

'100년에 한번나올까말까한 천재투수'로 비유하기에 너무나 적절한 캐릭터였다.

설명이 뭐 필요하겠는가, 직구는 기본기요, 타자의 타이밍을 뺐는 체인지업은 꼼수, 흔히 말하는 날빌인데.

내가 프로게이머와 운동선수의 비유 참 좋아하는데 이영호처럼 이렇게 잘맞는 캐릭도 없었던것 같다.




근데 프로데뷔이후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쉬지않는 노력등으로 근력을 다지고 다져

140km 중반 꽉찬 직구는 어느새 150km초중반을 넘나드는,

미칠때는 가끔 150km후반도 찍어주는 미친 직구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이영호는 돌직구만으로 상대를 잡은 능력이 생기자

자신의 주무기였던 체인지업을 버리고 "기본기로 때려잡는"

좋게 말하면 테란의 최종병기이고 나쁘게 말하면 쫌 하는 양산형 테란이 되버렸다.




나는 이영호가 이렇게 변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박카스배 우승이후 스스로가 본좌론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꼼수로 우승한 저 꼼딩..." 이라는 일부 사람들의 비아냥을 설득하기 위해

체인지업을 과감히 버리고 정면승부만으로 세상을 모두 먹어버리겠다는 생각이였을까

근데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풀스윙 하는 놈도있고, 컨택에만 집중하는 놈도 있고, 이수 저수 다쓰는 놈들도 있고...




중간과정 다 커트하고 지금의 이영호는

어느새 보는이들의 눈을 즐겁게하는 신상문의 스플리터와

직구에는 힘이 없으나 커브가 정말 일품인 정명훈등에 의해

테란의 굳건한 에이스자리를 조금씩 도난맞고 있는 기분이다.



테란빠가 아니지만 좀 슬프다. 우승 한번한이후에 못했다고 요새 좀 위상이 내려간거 보면



이쯤됐을때 이영호는 인쿠르트 스타리그 우승이후 연전연패해서 '스막' 소리듣고 부진하던


송병구가 어떻게 로스트사가 MSL에서 간단하게 4강에 올라가게 됐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있다.




스타는 기본기싸움이 아니다. 심리전이다.

그 궁극의 체인지업만 되돌릴수 있다면....

여전히 이영호의 미래는 그 어느 선수보다 밝다고 본다.











스타판의 끝을 얘기할때

(2가 아니라 브루드워에 한정된 스타판임)

이 질문을 들을때마다 스타2가 나오면 끝난다. 1년내로 끝난다, 5년내로 끝난다... 수많은 말을 들어왔지만

난 항상 대답해왔다. 꽤나 오래 갈거라고. 스타2가 나오더라도 분립했으면 분립했지, 스타1이 멸망할일은 없을꺼라고.


스타크래프트는 그러니까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덕들한테 따지면 로망과도 같은거다.

팽이치기, 딱지치기, 동네에서 하는 야구처럼 어린시절 회상하면 새록새록 기억나는 로망.

그러한 로망이 있는 이상

그리고 그 나의 로망을 이어주는 놈들이 있는이상 계속될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내가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등이 부진했을때 그 로망을 잇는 게이머들이 죽었다고 착각했었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마재윤이나 송병구, 그리고 신상문등이 있다. (황신님도 아직 계신다)

송병구가 정명훈한테 gg받고 마침내 우승했을때 그 울먹거리던 모습을 볼때 나도 울먹거리면서 생각했다.

나의 의지는 이 놈들한테도 이어졌구나.
그리고 언젠가는 또 다른 놈들한테 이어지겠지.



암튼 저딴 주장들로 인해 난 스타판은 영원하다라는 말을 써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반론들이 나왔으니 거두절미하고,

난 오늘 MSL이 리그개편을 한다고 했을때 처음으로 이 판에 끝이 있을수도 있겠구나 라는 우려가 들기 시작했다.

꽤나 생각이 깊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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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30 04:09
수정 아이콘
글이 깔끔하니, 필력이 참 좋으시네요. MSL문제는 참 많은 분들이 우려를 표하시는 것 처럼, 저도 수정된 방침이 영 맘에 안드네요.
너무 흥행만을 추구하다 보니, 지난 시절 동안 구축해왔던 MSL의 정통성과 권위를 스스로 헌신짝 내치듯 하는 모습같아, 좀 그러네요.
어쨌든, 새벽에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09/05/30 04:54
수정 아이콘
이영호에 대한 걱정 공감해요
데뷔때부터 유심히 지켜본 팬인데, 박카스 우승할때만 해도 이영호가 나오면
"오늘은 어떤 빌드를 쓸까?" 이걸 기대했었는데 요새는 "또야?" 라는 생각이...
포포리
09/05/30 07:09
수정 아이콘
지금은 테란빠가 아니지만 한때는 임-최 테크를 탔던 과거의 테란빠로써 현재 테란의 부진이 씁슬할 따름입니다.
박지수 이후로 우승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니.. 이영호 선수가 다시 한번 정상의 자리에 오르길 바랍니다.
Nothing better than
09/05/30 09:05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09/05/30 09:29
수정 아이콘
하나하나가 다 공감가네요.

정말 이영호선수는 매력적인 '꼼딩'시절로 돌아가줬으면...
오소리감투
09/05/30 15:52
수정 아이콘
깔끔하게 정리된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요즘 신상문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플레이가 참 역동적이고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상대를 괴롭히는 게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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