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 결과로 LEC 2020 스프링 6강 플레이오프의 윤곽은 대강 정해졌습니다. 엑셀과 매드-로그가 2경기 차로 벌어졌고, 엑셀은 남은 일정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프나틱, G2, 오리진과의 대진이 모두 남아있음) 현재의 상위 6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될 것은 기정 사실입니다.
6강 사이의 간격도 촘촘하고, 최근 유럽의 시즌 중에서는 가장 치열한 플레이오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막상 다전제로 가서는 싱거운 3:0 승부들이 연출될지는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요.
남은 6강 팀의 일정은 사실상 플옵 순위 결정전 성격을 띠게 되었습니다. 개정된 LEC 플레이오프 규정상 4위 이내로 정규시즌을 마감하는것이 유리하기도 해서, 순위 경쟁은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이어질 듯 합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내일 (일요일) 새벽 1시, 동 순위 팀들간의 결전이 펼쳐지는 LEC 정규시즌 가장 중요한 매치데이가 펼쳐집니다.
SK 게이밍 (2승 11패) vs 샬케 04 (2승 11패)
SK의 최근 경기력은 매우 좋지 못합니다. 7경기 연패를 기록중이며 무엇 하나 이 팀에서 '이것 하나는 봐줄만하다' 고 내세울 만한 강점도 없습니다. 그나마 오늘 프나틱과의 경기에서는 (패배했지만) 지난 게임들보다는 좀 팀다운 팀이기는 했는데..
샬케의 경우 순위에 비해서는 최근 경기력이 분명 괜찮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막판 백도어 패배를 연거푸 내주는 아쉬움도 있기는 했습니다만, 강팀들을 상대로도 호각의 싸움을 만들어내는 끈질긴 언더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팀의 성적이 좋지 못해 주목받지 못하지만, 베테랑 오도암네의 이번 시즌 활약은 상당히 준수합니다. 한타때마다 기막힌 반전의 기회들을 연거푸 만들어 내 왔습니다. 중반 이후까지 갔을때는 오도암네를 중심으로 오브젝트 싸움에서의 집중력이 있고, 일단 한타에 돌입했을때는 인상적인 그림도 자주 만들어낸 팀이라, 상대적으로 무색무취인 최근의 SK에 비해서는 우위에 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이탈리티 (1승 12패) vs 엑셀 이스포츠 (6승 7패)
기대주 미드라이너 밀리차의 비자 문제가 기약없이 끌려버린 바이탈리티는, 셀피를 시즌 중에 긴급 수혈했지만 유럽 복귀전 첫 경기에서 처참한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과거 에이스였던 카보차드나 슈퍼 루키인 콤프의 존재감도 팀과 함께 가라앉으면서 흐릿해진 마당이라 여러모로 힘겹습니다.
엑셀은 플옵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살리기 위해 꼭 승리를 챙겨야 하는 게임입니다. 엑셀이 강팀들을 상대로는 체급차에서 한계를 보였지만, 약팀들은 곧잘 잡아내 온 만큼 (판독기) 승산은 매우 높습니다. 아마 이 날 대진 중에서는 가장 변수없는 대진이 아닐지..
로그 (8승 5패) vs 매드 라이온스 (8승 5패)
시즌 개막 전 탑4 후보로 점쳐지던 로그의 올 시즌 페이스는 살짝 애매합니다. 승패 기록만 보면 나쁘지 않지만,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수준의 경기력은 절대 아닙니다. 메타의 변동 속에 인스파이어드의 인게임 영향력은 상당히 떨어졌고, 작년에 비해 더 큰 인내심과 침착함이 요구되는 올해의 중반 운영에서 치명적인 실수들도 자주 저지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선수들의 플레이 뿐만 아니라 올 시즌 로그는 밴픽부터 삐끗한 게임들도 적지 않았죠. 이것저것 엉성한 면이 많았음에도 그냥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 기본 뒷받침이 되니 이 정도 성적이나마 챙기긴 했습니다.
매드 라이온스는 뭐라 평가하기가 묘한 팀인데 쉐도우, 카르찌 등 어린 선수들의 한 번씩 터지는 잠재력은 굉장하긴 하지만, 신인 위주의 팀인만큼 분위기를 너무 탑니다. G2와 프나틱을 잡아낸 팀이기도 하지만, 엑셀에게 2번 붙어 2번 다 패배를 기록한 팀이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진짜 개잘한다' 싶다가도 또 못할때 보면 '뭐 이런 팀이 플옵 한 자리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요.
둘 다 아직까지는 유망주 팀의 태를 완전히 벗지는 못한 팀이고, 그러다 보니 순간순간 슈퍼플레이를 보여주다가도 느린 페이스의 장기전에서는 허점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이 맞대결도 '덜 흥분하는 팀' 이 이기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라르센과 휴머노이드의 대결이 좀 밋밋하게 끝나버렸는데, 이번에는 두 동갑내기 미드라이너들의 확실한 자존심 대결을 보고싶은 마음도 있네요.
이 경기에서 패한다면 어느 팀이든 4위 이내 입성이 힘들어지는 상황이라 게임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특히 로그가 패배한다면, 매드 라이온스에게 승자승에서 2패로 밀려버리게 되어 더욱 치명적입니다. 심지어 로그는 아직 프나틱, G2와의 맞대결이 모두 남아있습니다..
미스핏츠 게이밍 (9승 4패) vs 오리진 (9승 4패)
개막 전 꼴찌 후보였던 미스핏츠는 팬들과 동료 선수, 전문가들의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짐에도 꾸역꾸역 승리를 쌓아왔고, 아직까지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승을 달리던 기간 만큼의 센세이셔널한 경기력은 아니지만, 여전히 잘 조직되어 있는 팀이고 좋은 한타를 펼칠 수 있는 팀입니다.
페비벤이 스플릿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시즌 초에 비해 조금 힘이 빠졌다는 느낌은 드는데, 비보이가 최근 게임들에서 워낙 안정적으로 잘해주고 있어서 대강 상쇄는 되는 듯 합니다. 레이조크는 예나 지금이나 잘해주고 있고, 아직까지 가장 강력한 LEC 신인왕 후보입니다.
오리진은 분명 올해 유럽의 3강에 포함되는 팀입니다. 하지만 프나틱 - G2에 비하면 확실히 한 티어 아래의 팀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두 강팀에 체급은 대충 맞춰갈 수 있는 팀이지만, 중반 운영에서 판단의 속도나 과감함이 한 끗 모자라고, 그러다 보니 템포가 끌립니다.
오리진이 느린 게임 템포를 극복해온 무기는 절지의 그라가스 카드인데, 그조차도 최근에는 자주 밴으로 묶이는 추세. 강팀으로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위 '눕는 운영' 에만 의존하는 팀이 아니며, 다채로운 플랜B를 소화할 수 있는 팀임을 더욱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프나틱 (10승 3패) vs G2 이스포츠 (10승 3패)
결국 돌고 돌아 이 두 팀이 올해도 유럽의 정상 결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번 정규시즌 맞대결도 예년처럼 미리 보는 결승전의 성격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G2는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도 고전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최근 연승을 기록했고 오리진과의 게임에서 준수한 경기력으로 우려를 많이 불식시켰습니다. 다른 선수들(특히 원더)의 폼은 오락가락 하는 경향이 있지만, 얀코스 한 명 만큼은 일관되게 미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어 지금까지는 실수, 실책들도 그런대로 틀어막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G2가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 듣는다지만, 일단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퍽즈가 주도하는 날카로운 샷콜링, 매우 신속한 판단에 이은 사이드 공략은 여전히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 골치가 아픕니다.
프나틱은 미시 코치 부임 이후 자유분방한 밴픽과 공격적인 초반 주도권 장악으로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끔 '굳이 이렇게 픽할것까지 있나?' 싶은 모험적인 밴픽들도 나옵니다만, 대부분은 잘 짜여진 컨셉의 밴픽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결과로도 증명했습니다. 현재 LEC에서 독보적으로 밴픽을 가장 잘 하는 팀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영벅 때의 프나틱에 비해 덜 경직되고, 전 포지션에서 캐리가 가능한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호평도 있습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중반 이후 세금처럼 나오는 사소한 쓰로잉들, 네메시스가 다양한 픽을 시도하면서도 일부 주류 픽들은 계속해서 외면하고 있다는 점 정도. (대표적으로 올 시즌 조이와 르블랑, 아지르를 단 한 게임도 플레이하지 않았죠)
중요한 승부처는 바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프나틱 봇듀오의 치명적 실수들이 나오고, 캡스는 세나를 쥐고 든든하게 승리를 뒷받침하며 G2의 봇듀오가 판정승을 거두었죠.
최근 프나틱 봇듀오가 보여주는 경기력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납니다. 야마토캐논이 '프나틱 봇듀오의 플레이는 봇듀오의 교과서처럼 그대로 보고 배워도 된다' 고 극찬한 정도. 반면, 상대적으로 캡스와 미키엑스는 라인전에서부터 사소한 실수들이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 프나틱 봇듀오에게는 좋은 설욕의 기회이고, G2 봇듀오의 입장에서는 포지션 스왑으로 인한 비판들을 잠재울 수 있는 증명의 장이기도 합니다.
물론 네메시스 vs 퍽즈, 셀프메이드 vs 얀코스, 브위포 vs 원더 등.. 워낙 라이벌전이고 강한 팀들간의 맞대결인 만큼 주목되지 않는 승부처는 단 한 군데도 없기는 합니다.
프나틱이 미시 코치와 셀프메이드의 영입 (그리고 내부 이슈 해소) 이후 작년보다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 G2는 최상위권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포지션 스왑 및 일부 선수들의 폼 저하로 작년만큼의 파괴력을 자랑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
최근의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프나틱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G2는 허술해 보이다가도 프나틱을 만날때는 다시 비상한 집중력을 발휘해 온 팀이라, 섣불리 결과를 예상하긴 어려울 듯 하네요.
오늘 PGL에서 데피시오는 '프나틱은 아직까지는 (분명한 플레이스타일보다는) 5명의 선수들 개개인이 각자 잘한다는 느낌이고, G2는 포지션 스왑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확고하게 다져온 승리공식이 있는 팀이라 G2의 승리를 전망한다' 고 코멘트하기는 했습니다.
승부의 향방과 무관하게 재미만큼은 항상 보장이 되었던 매치업이라, 이번 게임도 기대가 되네요. 유럽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점점 큰 문제로 번지고 있는데 남은 리그가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고, LCK 2라운드와 MSI를 비롯한 향후 일정들도 부디 큰 차질 없이 잘 치러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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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네메시스(프나틱)는 작년부터 메타픽을 자기 마음에 들때 까지 하기전에는 밴하거나 메타픽을 카운터 치는 쪽으로 계속 가는거 같은데 일단 르블랑을 룰루로 틀어 막겠다는건 쪼오금 무리수 였던거 같고 아지르 안하는건 진짜 의문이네요... 솔랭에서도 곧잘하고 애초에 데뷔 시즌인 18년도에는 줄창 써놓고 정작 19년도도 한판을 안했으니.... 그래도 뭐 여태 잘해왔으니 네메시스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엑셀은 진짜 어제 경기만 잡았어도 플옵을 어떻게 한경기만 3강 상대로 따면 되는거였는데 그걸 걷어찼으니.... 그런 엑셀에 2번 잡힌 매드라이온즈는 역시 강팀이 아닌거 같기도 하고... 여튼 오늘 경기 너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