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5/02/25 21:52:09
Name 스폰지뚱
Subject [일반] 트럼프 무역정책을 바라보는 두 시각 : 비먼(Beeman)과 라이트하이저 (수정됨)
트럼프 대외정책의 근본은 아마도 대외무역일 것입니다. 친할 상대와 견제할 상대를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그의 인식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을 관장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수장이었던 라이트하이저를 통해 짚어볼 수 있습니다. 

한편 흥미롭게도 당시에 USRT 대표였던 라이트하이저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대표'였던 마이클 비먼은 임기 이후 미국 무역 정책에 대한 책을 각각 발간하였는데요, 그 대립되는 시각이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이는 오랜 통상 관료로 재직한 경험(늘공)과 민간의 공화당적 법조인(어공)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철학의 차이로 보는게 맞을 것 같네요. 

아무튼 언제나 장문의 글을 가져와 올리는 것에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읽어주시는 피지알러분들께 감사도 드립니다. 꾸벅~

----

미국 무역정책의 변화: 마이클 L. 비먼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관점을 중심으로


서론: 무역정책 변화를 보는 두 가지 시각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현재까지 미국 무역정책은 자유무역 기조에서 벗어나 상당한 변화를 겪어왔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2016년 이후 두드러졌으며, 미국 국내의 정치 지형과 대외 전략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미국 무역정책 변화를 마이클 L. 비먼(Michael L. Beeman)의 저서 『Walking Out: America’s New Trade Policy in the Asia-Pacific and Beyond』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의 저서 『No Trade Is Free: Changing Course, Taking on China, and Helping America's Workers』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두 저자는 미국 무역정책 변화를 상반된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으며, 각각의 주요 논점과 정책적 입장을 파악함으로써 미국 무역정책 변화의 배경과 향후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비먼은 오랜 기간 미국 통상 관료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 무역정책을 직접 다룬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이 최근 “자유롭고 규범에 기반한 무역” 지원에서 이탈하여 일방주의적 노선으로 선회한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그는 미국이 스스로 구축했던 다자무역 질서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동맹 및 파트너와 새로운 갈등을 빚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행정부 무역대표(USTR)를 지낸 경험을 토대로, 과거 수십 년간의 일방적 자유무역 정책이 미국 노동자와 산업 기반을 해쳤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국익 중심의 무역정책으로의 전환을 옹호한다. 그는 "공정하지 않은 무역은 무료일 수 없다(No trade is free)"는 모토 아래, 중국과의 대결 및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을 주창하고 있다.

1. 마이클 L. 비먼의 『Walking Out』: 주요 논점과 정책적 입장

1.1 주요 논점: 미국 무역정책의 일방주의적 전환과 그 함의

마이클 L. 비먼은 『Walking Out』에서 미국 무역정책의 최근 급격한 방향 전환을 분석한다. 책 제목 “Walking Out”이 시사하듯, 그는 미국이 국제 무역 질서를 함께 구축해온 전통적 원칙들에서걸어나와버리는 현상을 지적한다. , 미국이 과거에는 지켜온 비차별성, 투명성, 개방성, 호혜주의와 같은 규범들을 외면한 채, 자신만의 새로운 무역 규칙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먼은 이러한 일방주의적 정책 전환이 단순히 특정 협정 하나를 거부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이 수십 년 간 견지해온 무역 철학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평가한다비먼은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무역 관여를 사례로 들며, 과거 몇 세대에 걸쳐 미국 지도자들이 선택해온 다자주의적 무역정책과 최근의 일방주의적 결정을 대비시킨다. 그는 미국 정치권의 이러한 결정들이 미국이 주도하여 구축한 무역체제를 약화시키고, 동맹과 파트너는 물론 경쟁국들과도 새로운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미국은 2017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기존 무역합의를 재협상하거나 폐기하는 등 전례 없는 행동을 보였다.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옹호해온 다자무역주의 원칙에서 벗어나 일대일 협상과 보복적 관세 등 일방적 수단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이러한 변화의 저변에는 국내 정치의 분열과 변화가 있다고 비먼은 주장한다. 그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자유무역에 대한 초당적 합의의 붕괴를 지적하면서, 그 원인으로 미국 정치체제에 등장한 제로섬적 정치 문화를 들고 있다


비먼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승자독식(zerosum)" 사고에 물들어 있으며, 그 결과 무역을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으로 보지 않고 한정된 파이를 두고 벌이는 경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는 “‘상대가 이득보면 우리가 손해본다는 제로섬 중심 정치의 등장이 현재 미국
무역정책을 규정짓는 특징이 되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2007~2008년 금융위기 전후에 등장한 티파티(Tea Party) 운동이나 새로운 우파 운동 등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이후 진보 좌파 일부도 무역협정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가속화되었다고 설명한다


비먼은 미국 무역정책이 1930년대 대공황기 이후 겪었던 극단적 진폭과 유사한 변화를 다시 보이고 있다고 비유한다. 1930년대 스무트-홀리
세법과 그 후의 전환처럼, 오늘날에도 국내 정치의 극단화로 인해 무역정책이 급격히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정치 지형을 "뾰족한 각들로 이루어진 기하학"에 비유하며, 더 이상 완만한 타협의 곡선이 아닌 날카로운 각도의 대립으로 특징지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렇게 국내 정치 역학이 무역정책을 지나치게 정치화함으로써, 과거처럼 초당적 합의를 이루기가 어려워졌고 합리적 조율이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1.2 비먼의 정책적 입장: 규범 질서 회복과 균형 잡힌 무역전략


비먼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무역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언도 제시한다. [그는 미국 국내 정치의 극심한 분열이 무역정책에 투영되어 일관성 없는 결정과 자기모순적인 입장을 낳고 있다고 비판한다. ]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 시기 무역대표를 지낸 라이트하이저가 대립적·공격적 접근으로 동맹국과 적대국을 막론하고 관세를 부과하며 기존 약속을 뒤흔든 반면, 이를 수습하려던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일관된 전략 없이 때로는 트럼프 정책을 유지하고 때로는 바꾸려 하면서 모순된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비먼은 바이든 행정부가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등을 내세워 새로운 접근을 모색했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모호하고 상충되는 논리를 펴 결국 스스로도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비먼의 기본 입장은 미국 무역정책의 균형 회복과 국제 규범 질서로의 복귀로 요약된다. 그는 미국이 1940년대 말~1950년대 초 2차대전 후 복구기에 직면했던 압도적 도전에도 불구하고, 개방적이고 규범에 기반한 무역체제 구축을 주도하여 세계를 위기에서 구출했던 역사를 상기시킨다.] 이에 비해 2020년대 초반의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는 그에 비하면 작은 도전임에도, 미국이 오히려 협력 대신 고립을 자초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전후 미국이 상호 이익을 위한 접근을 취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우리 대 그들(us versus them)' 식의 제로섬 논리가 대외무역정책을 지배한다고 개탄한다비먼은 이러한 제로섬 무역관이 지속될 경우, 결국 미국 스스로자해적 고립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현재의 무역정책 변화가 단순히 중국의 부상에 대한 반작용만이 아니며, 미국 내부의 이념적 균열을 반영한다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무역을 둘러싼 제로섬 담론이 미국 정치에서 이념의 스펙트럼을 넘어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는 그의 분석이다. , 우파의 새로운 조류(“New Right”)와 좌파의 진보 진영 일부가 모두자유무역은그들만 이롭게 하고우리를 해친다는 인식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역에 관한 초당적 지지 기반이 붕괴되고 좌우 양극단의 이상이()자유무역정서에서 만남으로써, 어느 정권이든 무역협정을 추진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그는 지적한다.] 


실제로 2020년대 들어 미국 의회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관세혜택 프로그램인 **일반특혜관세제도(GSP)**의 연장마저 합의하지 못해 만료시키는 등, 소소한 무역현안에서도 교착을 보이고 있다. 비먼은 이를 두고자유무역을 추진해 온 주류 세력이 몰락한 이후, 남은 좌우 양측이 각자 자기 입맛에 맞는 수입규제 조건 부과를 주장하지만 서로 요구 조건이 달라 타협에 실패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비먼은 미국이 새로운 무역철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의 무역정책이 국내 사회적 가치와 우선순위를 대외정책에 투영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빚고 있지만, 이러한 가치들을 타협 가능한 형태로 조율하여 국제 파트너들과 재협력하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면서도 타국과 상호 윈윈(win-win)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무역 아키텍처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나친 제로섬적 접근을 지양하고, 국내 이익집단 간 조율을 통해 일관성 있는 전략을 세울 것을 주장한다. 요약하면, 비먼의 철학은미국 우선주의국제 규범질서사이의 균형을 회복함으로써, 미국의 장기적 이익(경제적 번영과 동맹 강화)을 도모해야 한다는 실용주의적 입장이라 할 수 있다.


2.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No Trade Is Free: 주요 논점과 정책적 입장


2.1 주요 논점: 일방적 자유무역의 실패와공정 무역을 향한 전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No Trade Is Free』에서 과거 미국의 자유무역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한 무역정책의 정당성을 옹호한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그의 핵심 주장은공짜인 무역은 없다”, 즉 모든 무역은 대가와 조건이 따르며 미국이 주도권과 지렛대를 쥐고 공정한 조건을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트하이저는 자신이 40여년에 걸친 공직·민간 경력(레이건 행정부 시절 부무역대표, 트럼프 행정부 무역대표, 그리고 무역 분야 변호사)을 통해 일관되게 일방적 자유무역에 맞서 싸워왔다고 자임한다. 그는 특히 1980년대 레이건 시기부터 2010년대 트럼프 시기까지 미국의 주류 무역정책이 다국적 기업과 외국의 이익을 미국 노동자들보다 우선시했다고 비판한다라이트하이저는 수십 년간 워싱턴 정계의 강자들이른바글로벌리스트, 수입업자, 로비스트, 외국 정부, 대기업” – 이 일방적 자유무역(unbalanced "free" trade)을 신봉한 결과, 정작 평범한 미국인들이 대가를 치렀다고 주장한다


그는 워싱턴이 기업 이윤, 값싼 수입품, 외국정부와의 외교적 고려 등에 치중하는 동안, 미국 내 지역사회는 피폐해지고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서술한다. 그의 평가에 따르면, 값싼 커피메이커나 티셔츠를 얻은 대가로 수천 개의 미국 공장이 문을 닫고 임금은 정체되었으며 공동체가 붕괴되고 말았다. 그 사이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져 수조 달러에 이르렀고, [미국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경쟁국의 부상을 스스로 자금지원해준 꼴이 되었다고 개탄한다특히 중국의 부상을 두고,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라이벌을 자금조달하여 키운 국가라는 강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더 이상 이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역설한다.] 


라이트하이저의 서술은 부분 회고록부분 역사서, 부분 정책론의 성격을 띤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미국이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2017~2021년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기존 무역질서를 뒤집고 새로운 노선을 개척했는지를 자세히 풀어놓는다. 예컨대, 그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미국 무역적자 폭증 등을 기존 자유무역 노선의 실패 사례로 제시한다


실제 통계로 보면,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미·중 교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15년 기준 미국의 대중국 상품무역 적자가 3,560억 달러에 이르렀다. 라이트하이저는 이러한 **“중국 쇼크”**의 현실이 자신이 주장해온 문제를 입증한다고 본다. 그는 중국이 WTO 규범을 지키지 않고 환율 조작, 지식재산 탈취, 자국 산업 보조금 등 온갖 불공정 수단으로 미국 제조업을 잠식했다고 규정한다나아가 중국은 높은 관세와 시장봉쇄를 통해 대외적으로는 **노골적인 중상주의(mercantilism)**를 펼치면서, 미국 등 상대국만 자유시장을 개방하도록 강요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중국의 행태는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미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실존적 위협일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 질서 자체에도 중대한 도전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의 견해에 동조하는 이들은중국에 어느 정도 경제적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라이트하이저는 그 보복 수단으로관세를 선택했다고 서술한다라이트하이저는 관세가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 이후 금기시된 정책수단이 되었지만, 그 나쁜 명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유효한 지렛대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유무역 옹호 진영이 관세를 소비자에 대한 해악으로만 치부하지만, 중국처럼 공세적인 상대에게는 관세야말로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라고 역설한다.] 실제로 자신이 무역대표로 재임하며 수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고 일정 부분 양보를 얻어냈다고 평가한다.  


라이트하이저는 자신들의 관세 전략이 성과를 거두었다고 믿는다. 그는 **2020 1· 1단계 무역합의”**를 중국으로부터 이끌어낸 것을 중요한 성과로 꼽는다. 이 합의에서 중국은 미국산 제품·서비스를 2년간 2천억 달러 추가 구매하겠다고 약속하고 일부 구조적 이슈에 대해 양보를 표명했다. [비록 결과적으로 중국이 약속한 구매 목표의 60% 정도밖에 이행하지 않아 합의가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이 최초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실질적 대응을 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 나아가 그는 NAFTA 재협상(USMCA 체결), 한미 FTA 개정, EU·일본과의 무역 불균형 시정 압박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일련의 조치들이 모두 미국 노동자에게 유리한 규칙을 정립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옹호한다.


2.2 라이트하이저의 정책적 입장국가주의적·노동자 중심 무역철학


라이트하이저의 정책 철학은 명백히 **국가주의적(nationalistic)**이고 **노동자 중심적(worker-focused)**이다. [그는 자유무역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이념이나 교리가 아니라 실용주의적 국익에 따라 무역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입장에서 무역은 시장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이상적인 모형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힘의 논리와 국가전략이 교차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미국이 **협상에서 지렛대(leverage)**를 최대한 활용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야 하며, 상대가 규칙을 어길 경우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 제목 “No Trade Is Free”는 바로 어느 일방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공짜 무역은 없으며, 항상 주고받는 흥정이자 힘겨루기라는 현실을 환기한다라이트하이저는공정한 무역(fair trade)”, “상호주의(reciprocity)” 등의 가치를 강조하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다자주의라고 역설한다. (물론 강자의 논리로 말하는 "공정"일테지만...) 


[그는 1947 GATT 체제 출범 당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그 이유는 GATT 초기에는 우방국들끼리 상호 호혜를 추구하는 장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WTO 시대에 이르러 미국이 중국 같은 적대적 국가까지 포함한 보편적 자유무역을 추구하게 된 것을 문제라고 본다.] 
요컨대 자유무역이란 것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사이에서나 의미가 있지, 상대방이 규칙을 안 지키면 미국도 일방적으로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하에 그는 **과감한 일방조치(일괄 관세인상, 수입제한)**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시기 그가 주도한 무역정책들은 WTO 규범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라이트하이저는 WTO 자체가 미국의 국익을 보장해주지 못하면 과감히 무시해도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WTO 분쟁해결기구의 판정이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중국 등의 국가보조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보아, WTO 상소기구 임명마저 봉쇄함으로써 다자체제에 압력을 가했다.


라이트하이저가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무역정책상은 **“미국 노동자들의 공동선(common good)을 최우선에 두는 무역정책”**이다. 그는 책에서 자신들의 접근을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worker-focused trade policy)"이라고 규정하고, 미국 사회와 지역 공동체를 튼튼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무역의 규칙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제조업 일자리 유출을 막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관세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협정에도 노동·환경 조항을 강하게 넣어 저임금 착취나 환경파괴로 얻는 비교우위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전통적인 공화당 정강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라이트하이저는 오히려 19~20세기 초 공화당(매킨리 시대)의 보호무역 전통에 더 가까운 것으로 자신을 위치짓는다


그는 과거 공화당이 높은 관세로 산업을 육성했던 역사를 들며, 공화당이 본래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하는 정당이었음을 상기시킨다라이트하이저의 영향력은 단순히 주장에 그치지 않고, 정책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공약 수립에 관여했고, 트럼프 당선 후 USTR로 임명되어 자신의 철학을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미국은 2018~2019년 중국과 상호 관세전쟁을 벌이고, 1990년대 이후 지속된 자유무역주의 노선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평론가는 [“좋든 싫든 간에,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의 80년간 확립되어 온 무역정책 정설(orthodoxy)을 뒤흔든 장본인”] 이라며, 미국의 무역담론에 새로운 장을 연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평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난 이후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라이트하이저 노선의 정책적 여파가 당분간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1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과 USTR 캐서린 타이 역시관세는 협상력으로 유용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트럼프의 대중 관세를 철회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정계 전반에 경제적 포퓰리즘의 승리로 묘사되기도 한다


요컨대 라이트하이저는 자신의 사상을 정책으로 실현하여 미국 무역정책의 방향타를 크게 틀었고, 그의 책은 그러한 변화를 이끈 철학과 과정을 정당화하며 향후에도 이 노선을 견지할 것을 촉구하는 일종의 선언서라 볼 수 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에스콘필드
25/02/25 23:07
수정 아이콘
어찌보면 라이트하이저가 설정한 관세정책을 이후 정부들도 쭉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자유무역'만으로는 중국의 부상을 막을 수는 없다는 초당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단지 당과 입안자에 따라서 관세를 어느 나라까지 그리고 얼마나 부과할지 차이를 두고 있을 뿐인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만약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긴다한들, 16년 이전으로의 복귀는 물 건너 간거 같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자유게시판 운영위원을 상시 모집합니다. jjohny=쿠마 25/02/08 3513 10
공지 [일반] [공지]자유게시판 비상운영체제 안내 [210] jjohny=쿠마 25/02/08 13318 19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92743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50984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72311 31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51546 3
103831 [일반] 트럼프 무역정책을 바라보는 두 시각 : 비먼(Beeman)과 라이트하이저 [1] 스폰지뚱1091 25/02/25 1091 4
103830 [일반] 월스트리트저널 2. 3. 기사 해석 (북극에서 벌어지는 경쟁) 오후2시868 25/02/25 868 1
103829 [일반] 어제자 독일 연방의회 선거 결과 [46] Lz5913 25/02/25 5913 4
103828 [일반] 항상 건강 관리 잘 하세요 여러분 (2) [104] 모래반지빵야빵야6227 25/02/25 6227 124
103827 [일반] 한국 남성, 정말 심각한 상황…충격적인 통계 결과 나왔다 [290] 마그데부르크17049 25/02/25 17049 7
103826 [일반] 충남 천안시 고속도로 공사장이 붕괴했습니다 [40] 독서상품권8266 25/02/25 8266 1
103825 [일반]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연 3.00%→2.75% [112] 마그데부르크7677 25/02/25 7677 3
103824 [일반] 미국이 러시아, 북한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un 결의안 반대표 [71] 크레토스6598 25/02/25 6598 9
103823 [일반] 러-우 전쟁 3주년입니다. [60] 스폰지뚱4153 25/02/25 4153 2
103822 [일반] 자유무역이라는 환상 - 트럼프 1기 무역 정책의 논리 [47] 사부작5362 25/02/24 5362 11
103820 [일반] 상법이 개정되면 주주충실의무를 지키지 않은 이사는 배임죄로 처벌될까? [13] 깃털달린뱀5765 25/02/24 5765 2
103819 [일반] 개인정보는 왜 보호되어야 하는가 [3] 번개맞은씨앗4638 25/02/24 4638 7
103818 [일반] 日 6000만명 노릴 때…10년째 '천만 관광객'에 갇힌 韓 [201] 핑크솔져12652 25/02/24 12652 3
103817 [일반] 책 후기 - <미래과거시제> [4] aDayInTheLife3824 25/02/23 3824 1
103816 [일반] 프란치스코 교황 위독 [43] Croove10203 25/02/23 10203 10
103815 [일반] 권위주의는 권위가 곧 자본 [1] 번개맞은씨앗7156 25/02/23 7156 5
103814 [일반] 아파트 이야기.. [28] 해맑은 전사8636 25/02/23 8636 1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