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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26 13:36:50
Name 당삼구
Subject [일반] [분위기 환기용] 창피한 이야기
PGR 자유게시판 글쓰기 버튼이 무거운 것을 알긴 하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너무 무겁게 흘러가네요.

분위기 환기차 가벼운 글을 올립니다. 제가 직접 행해서 겪은 창피한 이야기입니다.


1. 대학시절 '영미문학 비평'이란 수업을 들을 때였습니다. 아마 '푸른수염' 혹은 '라푼젤'로 기억합니다. 영미문학 비평이란 수업은 하나의 소설을 가지고 자신이 비평하는 -로 쓰고 점수는 교수님께서 측정함-  수업이었습니다. 제가 비평할 때가 되서 아주 열심히 열심열심 유인물을 만들었습니다. 유인물을 교수님,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하는데 하나 둘 키득키득 거리기 시작하더군요.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아니 이 학생들은 성스러운 수업시간에 왜 이렇게 키득거린담?' 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제가 어느 구절을 읽자 교수님도 빵 터지시더군요.

그 구절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이랬던 것 같습니다. "그녀의 [슴가]가 보이자.."

네, '가슴'을 [슴가]로 잘못 기입했습니다. 제가 막 대학에 입학했을 때 인터넷상에서 [슴가] 란 단어가 유행할 때였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냥 '슴가'로 기입을 했었습니다. 퇴고를 할 때에 [슴가]를 '가슴'으로 고쳐야 했지만, 워낙에 익숙한 단어이기에 그게 왜 잘못된지를 생각하지 못했나봅니다. 신성한 수업시간이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었어요. 참 창피했습니다.  제 발표가 끝나자 교수님이 말씀하셨어요. '자네 발표가 가장 잘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머리에 남을 발표가 될 것 같다.'

그렇게 A+를 맞았습니다.


2. 이번에는 대학시절 '영미문화와 이해' 란 수업을 들을 때였습니다. 그 수업도 발표 수업이었어요. 수업 커리큘럼과 다르게 문화의 이해는 커녕 단어 암기 과목이었습니다. 한 챕터에 나오는 단어들을 발표자가 그 단어의 뜻과 어디에 사용되는지를 발표하는 수업이었습니다. 당연히 저도 발표를 했지요.

'슴가' 사건 이후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친구에게 부탁해서 잘못 된 맞춤법, 은어를 사용하지 않았나까지 확인했습니다. 한치의 오차도 없었지요. 정말 당당했습니다. 발표날이 다가왔습니다. 제가 발표한 챕터는 '먹거리'에 관한 것이었어요. 정말 열심히 발표를 했어요. 그렇게 분위기가 좋게 발표가 끝날 무렵 갑자기 교수님부터 시작해서 모든 학생들이 빵터졌어요. 그것도 두번이나요.

첫번째는 'banana' 였습니다. 'banana'를 읽고 해석 해야 하는데 제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바나나. 이거 다들 아시죠? 우리가 즐겨 먹는 '번에인워'에요."  갑자기 빵 터지자 당황을 했습니다. 그래도 꿋꿋히 발표를 했어요.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 더 빵 터질 것 같아서요.

두번째는 'crawfish'였습니다. 그 당시엔 무슨 물고기인지 몰랐어요. 그래서 혼자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영문학도였으니깐요. '분명히 craw +  fish 일 것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석을 '모이 주머니 물고기'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교수님이 빵 터지시더군요. 저에게 여쭤보셨습니다.

교수님 : (당황하며) "진짜로?"

당삼구 : (진지하게) "진짜로."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빵 터졌습니다.  알고보니 'crayfish' 즉, 가재였더군요.왜 가재가 fish인가요?? 전 이걸 모이주머니 물고기라고 혼자 해석했습니다. 교수님께서 친절히 사전을 찾아주시는데 모든 사람들이 큭큭 거렸습니다. 전 얼굴이 화끈화끈 했구요. 발표가 끝나자 교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자네, 발표 센스는 참 좋아. 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것 같아." 그런데 공부가 될리가 있나요. 창피해서 수업 들어가기도 싫었습니다. 그 후 친구들은 저를 모이주머니당삼구로 불렀습니다.

결국 그렇게 A+를 맞았습니다.


PGR회원분들은 대학시절 창피한 이야기가 무엇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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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가루인형
13/06/26 13:39
수정 아이콘
저는 회계학원론 때 은퇴 직전의 노교수님 수업에서
대차대조표를 배우는 시간에
"교수님, 왜 좌변과 우변이 아니고 차변과 대변이라고 하나요?"
하고 여쭤봤다가
"기본도 안 된 놈"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불멸의이순규
13/06/26 13:39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이글은 a+ 받는 방법을 설명해주신 글이죠...?크크크
그리드세이버
13/06/26 13:42
수정 아이콘
대학교 입학시험? 볼때에 교수님 앞에서 문제를 다 못풀어서 집에서 마져 풀어보게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네요. 다행히 합격은 했지만,
친구들은 자네는 왜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나, 대체 수능 점수가 몇점인가 이런 소리를 들었다고..합격해서 다행이지..
그리고 지역 케이블 방송에서 대학생 패널로 초청 받아 녹화 내내 졸다가 1번 문제에서 단독 탈락한 기억이..
13/06/26 15:13
수정 아이콘
크크 단독탈락..이거 아주 멋진 말이네요..^^
한참 웃었씁니다.
13/06/26 13:42
수정 아이콘
창피함을 내주고 학점을 얻는다!!
켈로그김
13/06/26 13:47
수정 아이콘
저도 발표할 때였습니다.
아마 박테리아의 병원성 발현에 대한 발표였을텐데..

quorum sensing(쿼럼센싱 : 정족수 감지)을 "큐오름 센싱" 이라고 읽었습니다.
교수님이 희미한 미소를 짓더군요.. -_-;;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에, 교수님이 물으셨습니다.
"아까 말했던 [큐오름 센싱] 말인데, 그 정확한 의미가 무언가?"

문맥상으로 퍼뜩 말을 지어내어 대답했지요.
"아.. 그거 박테리아의 병원성 발현에 있어서 본인(;;)들의 분비물이 주변에 일정 농도가 되면 병원성 발현이 된다는 것으로서...
감지한다는 의미의 sensing과. 그 현상을 발견한 과학자인 큐오름을 따서 큐오름 센싱이 된 것입니다"

"정말로?"
"진짜로~"

...그리고 저는 그 발표 A 받았습니다 -_-;;
레지엔
13/06/26 13:58
수정 아이콘
이게 먹히다니 좋은 학교다...
예바우드
13/06/26 14:06
수정 아이콘
결국 분비물로 A를 받으신거군요. 아항~♡
13/06/26 14:42
수정 아이콘
역시 분비물의 대가다우시군요.
산적왕루피
13/06/26 17:18
수정 아이콘
역시...실망시키지 않는 켈로그김님. 크크크
13/06/26 13:52
수정 아이콘
저도 과열 분위기 환기차...
전 국문과였는데 과 특성에 제 특성 더해져서 술을 진짜 미친 듯이 먹었죠.
어느 날 용돈이 떨어져서 전공서적을 전당포에 맡기고 그날도 술친구들이랑 부어라 마셔라 하고, 그 다음날 비몽사몽간에 학교에 왔더니 아뿔사 시험. 몰랐어요.
그것도 그 전공 오픈북 테스트. 어제 전당포에 맡겼죠.
오픈북 테스트인데 정작 책은 없고...
그 시험 시간 내내 진땀을 흘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아. 쓰면서 지금 얼굴이 너무 화끈거려요.
FastVulture
13/06/26 13:56
수정 아이콘
그래서 에이쁠 받으셨다는거죠?...
부럽습니다. 저는 뭔가 조금 모자란지 쁠이 아닌 제로만 잔뜩...
목화씨내놔
13/06/26 14:02
수정 아이콘
저도 분위기 환기용으로 하나 거들면
저희 회사에 새로 임원 분이 오셨어요. 모지역에 잇는 힐튼 호텔의 총지배인 하셨던 분인데요.
인사를 나눌 기회가 생겼는데 전부들 어색어색 크크 그래서 제가 예전에 그 호텔에서 3박하면서 휴가 보냈던 이야기하며 칭찬을 좀 했더니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지만 역시나 좀 어색해서....

"이사님 패리스 힐튼이랑 친하세요?" 물었다가 분위기 따운. 만회해보고자 "아니 그냥 패리스 힐튼이 하는 파티가 그렇게 재밌다고 하길래"

크크크 뭐 웃자고 한 얘기인데 크크크 더 어색해지는 이유는 뭔가요?
13/06/26 14:08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 제가 댓글달고 다니면 그만 놀고 일이나 하라고 꼭 얘기해주세요.

란 소개문을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았드랬습니다. (...)
13/06/26 14:13
수정 아이콘
그만 놀고 일이나 하세요..
목화씨내놔
13/06/26 14:25
수정 아이콘
넹 ㅠㅠ
카서스
13/06/26 14:30
수정 아이콘
서양사 사료 해석 시간에 한 선배가

Great great son구절을 위대하고 위대한 아들 이라 번역 했었는데

그걸 들은 은퇴를 앞두신 노선생님은 뒷목을 잡으시더니 안경을 벗고 양해를 구하신 뒤에 흡연하러 가셨던 적이 있네요
당삼구
13/06/26 14:33
수정 아이콘
그럴만도 하시네요.

'위대위대 열매를 먹은 위대위대한 아들' 이라고 번역을 했어야 했는데..
13/06/26 14:49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
쿠루뽀롱
13/06/27 00:44
수정 아이콘
뭐라고 해석해야 맞는건가요?
하드코어
13/06/26 14:34
수정 아이콘
전 예전에 교양수업중에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자신과 연인에게 근태기가 온다면 어떻게 할꺼냐고 하셨죠..
다른 사람들은 '잠시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라던가.. '극복할수 있도록 뭐라도 하겠습니다' 라고 했지만
저는 정말 근태기가 누구인지 몰랐거든요. 누군데 왜이리 찾아오나 생각하고 있었죠.
제 차례가 되었고 '근태기가 누구인데 저와 연인에게 오나요?' 라고 대답해드렸죠.
교수님이 매우 많이 당황하시더군요.
근태기는 권태기의 사투리 였습니다.
전 서울사람이고 학교를 대구로 가게 되어서 생긴 일이였습니다..
설탕가루인형형
13/06/26 14:5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근태기가 뭔가 했네요.
13/06/26 16:44
수정 아이콘
이 댓글에 태클을 겁니다.
권태기의 사투리는 (그-언)태기입니다. 으발음이 강할뿐입니다 크크크
13/06/26 14:42
수정 아이콘
저는 졸업작품 준비하는데 근 한 달 정도를 학교에서 밤샘했거든요. 하루는 너무 졸려서 기계실 바닥에 신문깔아놓고 1시간쯤 눈붙였는데
일어나서 강의실 들어가니 한참 작업하고 있던 사람들이 절 보더니 빵터지는거에요.
알고보니 얼굴에 약 15군데를 모기가 물어서 눈코입 볼 턱 골고루 퉁퉁 부었더라구요 ㅠㅠ 모기 안 물리겠다고 신문지로 몸 둘둘 말았는데 얼굴만..........
시라노 번스타인
13/06/26 14:42
수정 아이콘
시험에 관련된 얘기는 아니지만
대학시절 금토일 3일은 무조건 술을 마셔야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약 2년간 그랬는데요.

하필 월요일 1교시가 가장 중요한 전공시간인데도 그 버릇은 남주질 못했죠.
미대라서 과제 검토만 하면되서 일요일 낮에 일찍 끝내놓고 밤새 술마시고 수업들어가는게 일과였는데

어느날 교수님이 과제 검토중에 너 이새끼 내 수업에 멀쩡하게 들어오는 꼴을 한번을 못보네. 라고 하셨더랬죠.

뭐 물론 결과는 A였습니다만..
최종병기캐리어
13/06/26 15:13
수정 아이콘
삼성 면접가서 가장 좋아하는 야구팀을 기아라고 말했죠....

축구팀은 리버풀...
13/06/26 15:42
수정 아이콘
전 중1에 처음 영어를 배운세대인데 1부터 20까지 숫자를 영어로 써오는 깜지 숙제가 있었습니다

당시 영어샘이 여자샘이셨는데 제 숙제를 검사하더니
"뭐야 sexteen이 16이야??" 엄청크게 말하셔서 반애들이 한학기 내내 놀렸습니다 당시 막 성에 눈을떠서 머리로는 sixteen을 생각하고 손으로는 sexteen을 20번 썼죠

아..
당삼구
13/06/26 15:57
수정 아이콘
韓信 Win
13/06/26 16:45
수정 아이콘
16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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