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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19 00:49:25
Name 수필처럼아름��
Subject [일반] 쉽지않은 부동산 매매와 어머니의 속앓이
눈으로 하는 채팅만 10년이 넘은 회원입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느껴지는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을 또 한 번 느끼게 된 일이 생겨 용기를 내어 이곳에 글을 적어 봅니다.
사실 소심한 성격 때문인지 두세 번 글을 썼다가 지운 적도 있네요 그러고보니...


저희 부모님은 대부분 그러하듯 자식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아버님은 가난한 집안형편탓에 정규교육을 못 받으셨지만 다행히 세무공무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지방에서 세무사사무소를 열고 계신지 30년이 넘으셨습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데에 소질도 없으시고
고지식한 성격과 마음이 여린 탓에 항상 고객들에게 큰 대가를 받지도 못하고 사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기회가 있으셨던듯 보이지만 크게 돈을 벌지는 못하셨습니다.

게다가 제가 중3때 터진 뇌출혈의 휴유증과 노화와 함께 겪으신 몇가지 사고 탓에 지금은 누워계신 상태입니다.

이런 집을 지금껏 지켜주신 분은 어머니이신데요.

어머니는 종가집에서 태어나신 탓인지 항상 경우와 예절을 중시하는 분입니다.
하지만 사람사이의 관계를 워낙 잘 조율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잘하셔서 항상
친척들이 의지하고 조언을 얻고자 찾아오게 만드는 힘이 있는 분이죠.

그런 어머니의 현명함 덕에 나름 지방에선 중산층의 삶을 누리며 부족함 없이 자랐고
저희 남매는 모두 대학을 서울에서 다니기까지 했는데요.


문제는 그 강하면서도 부드럽던 어머니에게 계속해서 시련이 찾아왔다는 점입니다.

처음엔 오랜기간 치매로 투병하신 할머니셨구요
그다음엔 7남매 중에서도 유독 어머니에게 기대어 오신 외할머니의 치매투병이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불평 한마디 안하시고 본인이 모든 수발을 드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장례식때마다 친척분들의 칭찬은 정말 넘쳐났지만

솔직히 자식으로서.. 그런 칭찬 백마디보다는 이기적이더라도 '내가 왜 해야합니까' 라고 항변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더 보고싶었습니다. 본인의 삶 없이 항상 희생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더라구요.


아무튼 겨우 그 모든 시련이 지나가고 좀 당신의 삶을 누려달라 바라며
저 역시 아버님의 영향으로 회계사를 합격해서 결혼도 하고 용돈도 드리며 살고 있었는데

앞에서 적었듯 이번엔 뇌출혈 휴유증이 약간 있기는 했지만 몸하나는 건강하셨던 아버지께서
3년사이 세번이나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벌써 거의 반년이 되어가도록 집에서 누워 계시네요.

치매환자 병수발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정말 힘듭니다.

예전에 본 'Prize'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인 의사가
치매에 걸리자 자살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때는 제가 중학생이라 잘은 못느꼈지만
어른이 된 지금..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더라구요.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줘야할 가족관계의 마지막 시간들을 고통으로 업데이트하는 그 느낌이란 참...하...




말이 길었네요.

이렇게 한평생 남을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에게 최근 또 작은 사건이 하나 생겼습니다.

마지막 여력을 모아 14~5년전에 장만하셨던 서울의 집이 하나 있습니다.

제 기억엔 비록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쓰러진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이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족의 마지막으로 아무걱정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버지역시 수술이 잘되어 인지능력이나 모든 부분이 큰 무리가 없던 시절이었죠)

그렇게 장만해주신 작은 집에서 저는 대학시절과 군시절, 그리고 결혼직전까지의 시기를 보냈고
우리 누님이나 형님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 집을..
집 형편이 이제 넉넉하지 않다보니 내놓았었고 작년 말에 드디어 매수자가 나타나 팔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그 집 계약이 성사되던날.

정작 어머니는 현금이 생겼음에도 무척 슬퍼하시더라구요.

그 집을 기반으로 자식들을 키워냈기에 정이 많이 드셨나봅니다.

그래서 '꼭 그 집에 들어온 분들이 잘 되셨으면 좋겠다' 하시더군요.





문제는..

12월 말에 들어온 분들이 그 추운날..
공사를 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수도관이 터졌고. 몇백의 공사비가 나왔다네요.

그 분은 부동산중개소에 가서 하소연을 하더니 급기야 저희어머니에게 공사비용 전액을 물어내라 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아버님 병수발때문에 힘드신 상태에서 이런 사건이 터지니 맘이 넘 상하셨나봅니다.

무리해서라도 안팔걸 그랬다고 하시던 목소리가 생각나네요.



제가 법에 대해서는 직업관련 정도만 알다보니...
급히 공부해보니 '매도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경우 6개월의 기간 혹은 알게된 날로부터 일정기간 이내에는 전액 매도자가 보상해야할 의무'가 있더군요.

문제는 이게 '하자'냐 라는 점입니다.

제가 볼 때 지은지 10년이 훨씬 넘은 건물에 공사를 한겨울에 했다는 점과
비록 녹취는 못했지만. 수도밸브를 최대까지 틀었다(저희 남매가 살때엔 수압이 쎈 지역이라 밸브를 더 열어본 적이 없습니다.)는 매수자의 통화가 있었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계약서에 명시는 하지않았지만 수리비명목(집이 낡았으니 수리할 일이 있으실거다 라는 어머니의 배려)으로 무려 1,600만원을 원래 집을 내놓을때 부른 매도가보다 깎아준 거래였습니다.(이 부분은 중개인을 통했으니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지요)

이런 경우에는 하자라기보다는 매수자의 과실에 의한 파손이 맞을거라고 생각하고 걱정마시라고 어머니를 달래드렸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첫 단계로 상대방의 공사비용에 대한 내용증명이 보내 올 것 같다고 하시네요.



왜 이런 일들이 계속되는지 모르겠네요.

저도 멘탈이 강하지는 않은지
누군가 우리집에게 악감정을 품었다고 하니 신경이 계속 쓰이고
또한. 도대체가 억울하기만 하네요.

이럴 때 저의 가장 현명한 행동법은 무엇일까요?

어머니에게 힘이 되어드리고 싶은데.. '걱정마세요'하며 웃어드리는 것 외에는 참 잘 모르겠네요.


적다보니 넋두리만 가득한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고향을 갈 때마다 업데이트 되는 부모님의 얼굴만큼 슬픈게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듯 합니다.

혹 도대체 주제가 뭐냐 라는 글이 된다면 삭제할께요 그래도 pgr에 글도 써보고. 이거하나는 좋은 점이 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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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天君
14/01/19 02:21
수정 아이콘
음 속상하시겠네요...
수필처럼아름��
14/01/19 15:31
수정 아이콘
많이 속상하네요. 이래저래 이젠 기대어오실때가 많은 부모님 모습도 마음이 아프구요 ㅜ.ㅜ
관지림
14/01/19 02:23
수정 아이콘
안타깝네요..
그런데 법이야 우리가 모르는게 많다지만 선뜻 이해가 안가네요.
저도 이번에 누님네가 아파트 이사하면서 부동산도 같이 다녀주고
저도 나름 장사 10년 넘게해서 매매나 임대를 많이 계약도 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첨보네요.
하자 같은건 처음에 확인하고 그에 대해서 가격을 후려 치던지 아님 공사비를 빼는걸로 알고 있는데..
법에서 매도자가 6개월안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면 악용할 사례가 많을꺼 같은대요..
그리고 공사하다가 하자가 났으면 공사한 업체한테 배상을 받아야지
왜 전 집주인한테 ...이해가 안가네요..
하여튼 힘내세요.. 인생이란게 굴곡이 있어서 힘들때가 있음 보상받을떄도 있답니다..
수필처럼아름��
14/01/19 15:2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통화할 때에는 다 알아들은듯 이야기를 하셔서 별 걱정을 안하고 있었는데

저도 전달만 받은 사항이라 일이 조금 더 진행되면 직접 방문해서 알아볼려구요. 이해가 안가는 사람은 없을거라는 믿음 아래.. 뭔가 오해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씁니다.

감사합니다 ㅠ.ㅠ
세계구조
14/01/19 02:58
수정 아이콘
매도 목적물의 하자가 아니라 공사 과정의 하자로 보이는데요.
수필처럼아름��
14/01/19 15:27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포인트를 '하자가 아닌 과실에 의한 파손'으로 보고있습니다.

17년된 연립에서 그 추운날 (서울이 가장 추웠다는 그날입니다.)에 공사를 하는게 말이 됩니까...

다들 비슷한 처지에,. 돈이야 진짜 극단적으로 봐서 물어주더라도... 과정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
Amor fati
14/01/19 04:53
수정 아이콘
어머님이 유교적 프레임에 갇혀계신것 같네요. 하지만 가족들에게 치매가 오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안타깝습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법적인 쟁점은 무조건 전문가에게 상담받기를 권합니다. 먼저 법률구조공단에 문의해 보세요.
수필처럼아름��
14/01/19 15:32
수정 아이콘
유교적 프레임이라기보다는 독실한 불교신자셔서 그런지 그냥 '업'으로 보시는듯 합니다. 물론 저는 마음에 안들지만요..

법적인 쟁점은 일이 한단계만 더 진행되어오면 (실제 내용증명이 오면.) 움직여볼까 하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ndogeneity
14/01/19 05:55
수정 아이콘
민법 580조의 '하자'는 1) 해당 목적물이 통상 갖는 성질에 미달 2) 당사자 간 합의한 성질에 미달
이 두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성립하는데
사안의 경우는 일단 이 주택의 수도관의 성질이나 성능이 위 두 기준 중 하나에 걸리느냐 여부가 문제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문에 언급된 수리비용 명목의 매매대금 감액은 이 매매계약의 해석에 있어서 유리하게 작용할 만한 제반사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1)의 통상적 성질 부분은 수도관 등에 대한 감정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사실 이 부분이 가장 결정적일 듯 하고..)

현실적으론 상대방의 공사비용도 수백 정도였다니까 한 반 정도 화해금 명목으로 주고 빨리 정리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수필처럼아름��
14/01/19 15:3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처음엔 그냥 돈 얼마라도 줘버릴까 생각했었는데. 어머니께서 수리비로 그렇게 많이 깍아주셨음을 듣고나니 괘씸해지더라구요.

그외에도 정든 집의 새 주인이라는 생각에 배려를 한게 정말 많습니다. 계획보다 일찍 나가야했던 점때문에 형님은 다른 곳에 임시로 원룸까지 얻으셨구요. 그냥... 밉상이네요 .. 물론 말씀해주신것처럼 현명하고 냉정해야 할텐데 말이죠 ㅠ.ㅠ

감사합니다. 조언 ㅠ.ㅠ
asdqwe123
14/01/19 09:16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젠 자기만의 인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그걸 못하시는 어머니를 볼때 너무 속상하고 마음 아프네요.
수필처럼아름��
14/01/19 15:35
수정 아이콘
어머니들이 그러는 세대는 우리 어머니들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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