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넷에 먼저 올린 적이 있는 글입니다.
17세기 이전 향신료는 유럽에서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는 사치품이었습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섬들에서 재배되는 후추, 정향, 육두구 등이 인도-아라비아-베네치아로 이어지는 무역통로를 통해 유럽에 전해지므로 유럽에서는 산지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되었습니다. 이 무역을 통해서 아라비아와 베네치아가 엄청난 부를 축척해가고있었습니다.
포르투칼의 용감한 모험가들은 아라비아-베네치아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아 수많은 시도 끝에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넘어 직접 인도에까지 갈 수 있는 항로 (실제 포르투칼의 모험가들은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항해한 것이 아니라 대서양을 남미쪽으로 거의 다 건너 바람을 타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는 항로를 찾아냈습니다. 당시 이는 극비사항이었습니다.) 를 개척하여 인도에서 직접 향신료를 구매해 유럽에 가져와 엄청한 부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향신료는 씨앗을 가져와서 유럽에서 재배해봤자 자라지도 않아 무조건 현지에서 가져와야하는 대체불가품 (몇가지 향신료는 서아프리카지역에서 재배하기도 했습니다.) 이고 값도 비싸고 부피도 작아서 배 한 척만해도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향신료는 단 한번의 성공만으로도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어서 목숨을 걸만한 아이템이었습니다. 수많은 포르투칼 개척가들은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죽어갔는데 이들을 이런 모험으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향신료로 일확천금에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진짜 한방이었죠. (도박 중독과 비슷할라나 모르겠네요.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면 가능성이 낮더라도 물불가리지 않고 목숨이라도 걸고 모험을 하는 열정 많은 사나이들) 스페인은 포르투칼과 다른 방법으로 향신료의 섬에 닿기 위해 콜롬부스를 지원하여 서쪽 항로를 개척하려고 했고 이는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영국은 북극항로를 개척하여 향신료의 섬으로 가려다가 많은 영국모험가들이 북극해유빙에 갇혀 죽기도 했습니다. 실제 유럽에서 북극항로를 통해 태평양으로 가는 방법은 핵잠수함이 개발된 20세기가 되어서야 가능해집니다.
이런 향신료 중에서도 육두구는 가장 특별했습니다. 육두구는 Mysistica fragrance 라고 불리는 향신료로 지금은 후추보다 약간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팔리는 사소한 향신료입니다.(후추가 어마어마하게 싸니 육두구도 엄청 싸겠죠.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는 사람도 적습니다.) 고기 냄새를 제거하는 향신료로 쓰이던 육두구가 14~16세기에 유행했던 흑사병에 효과가 있다는 낭설에 17세기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납니다. 당시 육두구를 갈아서 향낭을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니면 그 향기로 흑사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여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귀족이나 부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육두구를 구입하기를 원했고 같은 무게의 금값과 비교될 만큼 비싼 값으로 거래가 되었습니다. 17세기 육두구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최남단 외진 곳인 반다 제도의 특정 섬에서만 생산되었습니다. 다른 향신료에 비해 더욱더 공급이 제한적이라 유럽에 수입해 올 경우 수익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당시 반다제도에서 구입한 육두구를 유럽에서 팔면 600배 넘게 비싸게 팔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선원들이 주머니에 몰래 육두구 몇 개만 넣어와도 신세를 고칠 정도라 하니 목숨을 걸고 육두구를 구하러 유럽에서 반다제도까지 멀고도 위험한 항해에 너도나도 지원을 하게 됩니다. 아무튼 포르투칼의 향신료 독점은 곧 끝나고 영국 동인도회사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들이 향신료직거래무역을 주도하게 되고 이들은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향신료의 섬들을 식민지화해갑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들은 육두구를 가져올 때 선원들에게 주머니가 있는 옷을 입지 못하게 하거나 주머니를 모두 없애버립니다.) 육두구를 독점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반다제도을 둘러싸고 영국과 네덜란드는 혈투를 벌였고 결국 반다제도는 네덜란드의 지배하에 들어가고 그나마 반다제도에서 영국지배권이었던 런섬도 영국이 네덜란드에 양도합니다. 이때 반대급부로 네덜란드 지배의 북미 대륙 뉴암스텔담 ( 현재 뉴욕의 맨하탄) 을 네덜란드가 영국에 양도합니다. 육두구의 섬을 네덜란드에 주고 지금은 금융의 메카가 된 맨하탄을 영국이 얻었습니다. 지금 가치로 보면 맨하탄이 말할 것도 없이 훨씬 중요하지만 당시엔 영국이 손해라는 평이 우세했습니다. 그 후 육두구의 섬은 네덜란드에서 이주한 식민지 경영인들이 노예를 부리면서 대를 이어 수익을 얻어가며 호화생활을 하다가 결국 다른 지역에서 육두구 재배가 성공하고 육두구 자체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지금은 잊혀진 섬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일스 밀턴-향료전쟁" 참고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지금은 절판이더라구요.
대항해시대의 주요 항로개척
헤로인과 모르핀 이야기
https://pgrer.net/?b=8&n=67598
니코틴과 히로뽕 이야기
https://pgrer.net/?b=8&n=67580
핸디캡 이론 (흡연과 음주의 이유)
https://pgrer.net/?b=8&n=67559
베트남전 최고의 에이스
https://pgrer.net/?b=8&n=67479
1497년 바스코다가마의 인도항로
https://pgrer.net/?b=8&n=67385
기면증과 Modafinil (왜 감기약을 먹으면 졸릴까?)
https://pgrer.net/?b=8&n=67195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는 프로파간다 - 나폴레옹
https://pgrer.net/?b=8&n=67118
후장식 드라이제 소총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https://pgrer.net/?b=8&n=67088
과민성방광증후군 (OAB, Overactive Bladder Syndrome)
https://pgrer.net/?b=8&n=67062
"국왕" 대신 "국가와 조국" 위해 싸운 나폴레옹의 프랑스군
https://pgrer.net/?b=8&n=67042
페라리와 프란체스코 바라카
https://pgrer.net/?b=8&n=66992
2차대전 이탈리아 전투차량은 전부 병맛?
https://pgrer.net/?b=8&n=66979
괴물폭탄 (블록버스터, 톨보이, 그랜드슬램, MOP)
https://pgrer.net/?b=8&n=66954
세상에서 가장 큰 대포
https://pgrer.net/?b=8&n=66917
유전자조작식물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https://pgrer.net/?b=8&n=66880
똥, 설사 이야기
https://pgrer.net/?b=8&n=66727
도핑테스트와 질량분석기
https://pgrer.net/?b=8&n=66674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 재레드 다이아몬드
https://pgrer.net/?b=8&n=66511
보스턴홍차사건 (Boston Tea Party)
https://pgrer.net/?b=8&n=66148
천연두 바이러스
https://pgrer.net/?b=8&n=65754
불멸의 세포 - 우리는 영생할 수 있을까?
https://pgrer.net/?b=8&n=65724
음주에 대한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접근
https://pgrer.net/?b=8&n=65690
쓰레기 유전자 (Noncoding DNA) 와 유전자 감식
https://pgrer.net/?b=8&n=65679
기생충에 대한 또다른 인간의 방어법 IgE
https://pgrer.net/?b=8&n=65672
X염색체 - 인간의 기본형은 여성?
https://pgrer.net/?b=8&n=65668
포유동물의 각인 - 애들은 엄마, 아빠 누구 머리를 닮나?
https://pgrer.net/?b=8&n=65648
밑에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with TED talk 설명글
https://pgrer.net/?b=8&n=65646
흑인 최초 근대 독립국 아이티
https://pgrer.net/?b=8&n=65470
절해의 고도 - 이스터섬
https://pgrer.net/?b=8&n=65421
보톡스 (Botox)
https://pgrer.net/?b=8&n=65392
지구에 복잡한 생명체가 살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요소들
https://pgrer.net/?b=8&n=65336
외계로부터의 생명 전달
https://pgrer.net/?b=8&n=65333
조현병, 정신분열증, Schizophrenia 에 사용되는 약물
https://pgrer.net/?b=8&n=65307
생명체의 과밀화로 인한 폭력성
https://pgrer.net/?b=8&n=65295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
https://pgrer.net/?b=8&n=65264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 - 황금독화살개구리
https://pgrer.net/?b=8&n=65242
지구의 온난화와 빙하기
https://pgrer.net/?b=8&n=65221
암살자 리신
https://pgrer.net/?b=8&n=65201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생물들, 동물들의 신비한 능력
https://pgrer.net/?b=8&n=65189
섹스의 진화 - 인간의 배란신호와 일부일처제
https://pgrer.net/?b=8&n=65128
보쌈, 면사포, 결혼반지
https://pgrer.net/?b=8&n=65080
배틀크루저와 자연선택
https://pgrer.net/?b=8&n=65055
가축화된 포유류는 어떤게 있나?
https://pgrer.net/?b=8&n=65034
쌀, 보리, 밀 이야기 (자화수분-자웅동주식물)
https://pgrer.net/?b=8&n=65012
코카인과 코카콜라
https://pgrer.net/?b=8&n=64989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 와 인류의 여정
https://pgrer.net/?b=8&n=64967
콜레라와 Cholera toxin 이야기 (설사하면 왜 죽을 먹어야하나?)
https://pgrer.net/?b=8&n=64943
커피 이야기 - Caffeine
https://pgrer.net/?b=8&n=64908
소주 이야기
https://pgrer.net/?b=8&n=64887
진료비통계지표 - 국민건강보험 (보험진료 통계)
https://pgrer.net/?b=8&n=64863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이야기
https://pgrer.net/?b=8&n=64842
육두구 이야기
https://pgrer.net/?b=8&n=64818
기생충 이야기
https://pgrer.net/?b=8&n=64765
지헬슈니트 (낫질) 작전 - 1940년 독일-프랑스 전투
https://pgrer.net/?b=8&n=64736
타이레놀과 울트라셋 이야기
https://pgrer.net/?b=8&n=64724
토마토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https://pgrer.net/?b=8&n=64700
정자왕 침팬지
https://pgrer.net/?b=8&n=64675
각국의 의료보험
https://pgrer.net/?b=8&n=64650
판피린 3형제 이야기
https://pgrer.net/?b=8&n=64605
게보린 3형제 이야기
https://pgrer.net/?b=8&n=64581
이부프로펜, Cyclooxygenase, 아스피린 이야기
https://pgrer.net/?b=8&n=64555
적록색맹과 비타민씨 이야기
https://pgrer.net/?b=8&n=64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