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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25 12:22:56
Name 모모스2013
Subject [일반] 육두구 이야기
홍차넷에 먼저 올린 적이 있는 글입니다.

17세기 이전 향신료는 유럽에서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는 사치품이었습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섬들에서 재배되는 후추, 정향, 육두구 등이 인도-아라비아-베네치아로 이어지는 무역통로를 통해 유럽에 전해지므로 유럽에서는 산지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되었습니다. 이 무역을 통해서 아라비아와 베네치아가 엄청난 부를 축척해가고있었습니다.

포르투칼의 용감한 모험가들은 아라비아-베네치아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아 수많은 시도 끝에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넘어 직접 인도에까지 갈 수 있는 항로 (실제 포르투칼의 모험가들은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항해한 것이 아니라 대서양을 남미쪽으로 거의 다 건너 바람을 타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는 항로를 찾아냈습니다. 당시 이는 극비사항이었습니다.) 를 개척하여 인도에서 직접 향신료를 구매해 유럽에 가져와 엄청한 부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향신료는 씨앗을 가져와서 유럽에서 재배해봤자 자라지도 않아 무조건 현지에서 가져와야하는 대체불가품 (몇가지 향신료는 서아프리카지역에서 재배하기도 했습니다.) 이고 값도 비싸고 부피도 작아서 배 한 척만해도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향신료는 단 한번의 성공만으로도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어서 목숨을 걸만한 아이템이었습니다. 수많은 포르투칼 개척가들은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죽어갔는데 이들을 이런 모험으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향신료로 일확천금에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진짜 한방이었죠. (도박 중독과 비슷할라나 모르겠네요.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면 가능성이 낮더라도 물불가리지 않고 목숨이라도 걸고 모험을 하는 열정 많은 사나이들) 스페인은 포르투칼과 다른 방법으로 향신료의 섬에 닿기 위해 콜롬부스를 지원하여 서쪽 항로를 개척하려고 했고 이는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영국은 북극항로를 개척하여 향신료의 섬으로 가려다가 많은 영국모험가들이 북극해유빙에 갇혀 죽기도 했습니다. 실제 유럽에서 북극항로를 통해 태평양으로 가는 방법은 핵잠수함이 개발된 20세기가 되어서야 가능해집니다.

이런 향신료 중에서도 육두구는 가장 특별했습니다. 육두구는 Mysistica fragrance 라고 불리는 향신료로 지금은 후추보다 약간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팔리는 사소한 향신료입니다.(후추가 어마어마하게 싸니 육두구도 엄청 싸겠죠.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는 사람도 적습니다.) 고기 냄새를 제거하는 향신료로 쓰이던 육두구가 14~16세기에 유행했던 흑사병에 효과가 있다는 낭설에 17세기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납니다. 당시 육두구를 갈아서 향낭을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니면 그 향기로 흑사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여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귀족이나 부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육두구를 구입하기를 원했고 같은 무게의 금값과 비교될 만큼 비싼 값으로 거래가 되었습니다. 17세기 육두구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최남단 외진 곳인 반다 제도의 특정 섬에서만 생산되었습니다. 다른 향신료에 비해 더욱더 공급이 제한적이라 유럽에 수입해 올 경우 수익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당시 반다제도에서 구입한 육두구를 유럽에서 팔면 600배 넘게 비싸게 팔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선원들이 주머니에 몰래 육두구 몇 개만 넣어와도 신세를 고칠 정도라 하니 목숨을 걸고 육두구를 구하러 유럽에서 반다제도까지 멀고도 위험한 항해에 너도나도 지원을 하게 됩니다. 아무튼 포르투칼의 향신료 독점은 곧 끝나고 영국 동인도회사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들이 향신료직거래무역을 주도하게 되고 이들은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향신료의 섬들을 식민지화해갑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들은 육두구를 가져올 때 선원들에게 주머니가 있는 옷을 입지 못하게 하거나 주머니를 모두 없애버립니다.) 육두구를 독점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반다제도을 둘러싸고 영국과 네덜란드는 혈투를 벌였고 결국 반다제도는 네덜란드의  지배하에 들어가고 그나마 반다제도에서 영국지배권이었던 런섬도 영국이 네덜란드에 양도합니다. 이때 반대급부로 네덜란드 지배의 북미 대륙 뉴암스텔담 ( 현재 뉴욕의 맨하탄) 을 네덜란드가 영국에 양도합니다. 육두구의 섬을 네덜란드에 주고 지금은 금융의 메카가 된 맨하탄을 영국이 얻었습니다. 지금 가치로 보면 맨하탄이 말할 것도 없이 훨씬 중요하지만 당시엔 영국이 손해라는 평이 우세했습니다. 그 후 육두구의 섬은 네덜란드에서 이주한 식민지 경영인들이 노예를 부리면서 대를 이어 수익을 얻어가며 호화생활을 하다가 결국 다른 지역에서 육두구 재배가 성공하고 육두구 자체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지금은 잊혀진 섬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일스 밀턴-향료전쟁" 참고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지금은 절판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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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꼬마
16/04/25 12:24
수정 아이콘
육두구가 넛맥 맞죠?
사실 사놓기는 했는데,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아서...
메쉬드포테이토같은거 할때 조금 넣으면 좋다고 해서 가끔 넣기는 합니다만..
어디에 쓰면 좋을까요?
모모스2013
16/04/25 13:12
수정 아이콘
넛맥 (nutmeg) 맞아요. Mysistica fragrance는 학명이에요.
이진아
16/04/25 12:29
수정 아이콘
문명 5 인도네시아 생각이...
몽키매직
16/04/25 12:31
수정 아이콘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통해 알게된 향신료...
16/04/25 12:34
수정 아이콘
항료전쟁 몇년전에 읽었는데 참 재밌게 봤습니다. 보다보면 향신료가 나오는 작은 섬하고 지금의 뉴욕하고 바꾼 이야기도 나오는데 지금 뉴욕의 가치를 생각하면 엄청난 거래가 되어 버렸죠.
아케르나르
16/04/25 12:56
수정 아이콘
엄청난 거래라고 보기도 그런게, 뉴욕이 지금 영국꺼는 또 아니니까요. 맨하튼섬이 현지 인디언들에게서 거의 강탈한 거기도 해서 당시 네덜란드로서는 그냥 먹고 떨어져라 하고 준 거죠. 당시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 규모만 봐도 현대에서 견줄 회사가 없으니.
스타나라
16/04/25 12:40
수정 아이콘
대항해시대 하면서 알게된건데, 드라마 대장금에사 극중 장금이가 맛을보고 미각을 잃었던 음식이 발로 육두구라고 하더군요.
동니탱이
16/04/25 12:43
수정 아이콘
+1 육메(육두구 & 메이스)로 잘 알려져있죠..
오랜만에 접속해봐야겠어요!
모모스2013
16/04/25 13:14
수정 아이콘
육두구는 보통 열매자체이고 메이스는 육두구의 열매속 껍질에 붙어있는 특정 부위를 모아서 만든 향신료입니다.
16/04/25 13:05
수정 아이콘
육두구.넛맥.. 제가 씁니다
프렌치토스트할때 계란푼물에 살짝 넣으면 맛있어요..
헥스밤
16/04/25 13:14
수정 아이콘
육두구 그거 계란, 우유등에서 나는 '단백질 비린내' 잡을때 정말 좋습니다.
16/04/25 13:22
수정 아이콘
몇년전에 ebs에서 세계의 맛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했는데 그중 1부가 향신료편이어서 본적이 있습니다.

육두구로 인한 아랍 유럽의 싸움에서 시작해서 식민지까지 여러 향신료 다툼에 관해서 흥미로웠는데 관련 내용이라 반갑네요.
16/04/25 13:29
수정 아이콘
그래서 그렇게 배에 육메를 가득 실어 날랐던..
돈보스꼬
16/04/25 14:48
수정 아이콘
덕분에 암보이나 룬 이 부근은 피의 바다가 되어버렸죠.... ㅠㅠ
16/04/25 13:46
수정 아이콘
어라....리스본에서 항상 대폭락중이던 물건이었는데(갸웃)
카멜리아 시넨시스
16/04/25 14:08
수정 아이콘
지금 향신료가 대폭락이야...휴
돈보스꼬
16/04/25 14:47
수정 아이콘
아 님들 방폭 안하나여...
16/04/25 14:15
수정 아이콘
지금 나다니엘의 육두구 읽고 있는데 향료전쟁도 보고싶네요.
young026
20/09/08 12:55
수정 아이콘
같은 책입니다.
종이사진
16/04/25 14:26
수정 아이콘
메시드 포테이토 만들 때 살짝 갈아넣으면 정말 끝내줍니다...
낙타샘
16/04/25 14:26
수정 아이콘
실제 커피의 카푸치노같은데도 잘 어울리고, 함박스택 같은데 넣으면 어? 가게에서 파는 맛인데? 라고 느낄 정도로 범용으로 쓰입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집에다 하나 사 놓으면 꽤나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16/04/25 14:29
수정 아이콘
그렇게 베네치아의 향신로 항로를 조지려고 포르투갈이 노렸지만 결국 원산지를 차지한 네덜란드가 승자더라.. 하는 이야기가 있지요.
향료전쟁은 추천합니다.
뽀로뽀로미
16/04/25 15:29
수정 아이콘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선 반다해에서 산 육두구를 유럽에 팔면 60~70배 가격 받을 수 있었는데 실제 역사에선 600배까지 받았었군요.
게임상에선 육두구 무역만 남고 나머지 다 망할 정도로 수익이 좋았는데 실제 역사에서는 더 고수익이었네요. 물론 리스크가 훨씬 컸겠지만.

아참, 대항해시대 온라인게임에서 드디어 산업혁명 증기기관(증기선)이 등장한답니다. 다음 업데이트 때의 이야기긴 합니다만...
Jedi Woon
16/04/25 16:15
수정 아이콘
대항해시대로 처음 접한 향신료네요.
정말 음식에 후추같은 향신료들 없었으면 무슨 맛으로 음식을 먹었을지 끔찍해집니다.
아모르
16/04/25 17:06
수정 아이콘
세비야 암보이나 수백번은 왕복해본듯해요
겨울삼각형
16/04/25 17:08
수정 아이콘
대항해시대 게임으로만 보면,
육두구, 후추 등등의 향신료 아니면 사파이어, 루비 같은 보석이나 금은 같은 귀금속이 엄청난 이득이 나는 교역품으로 묘사되지만..

사실 해상 무역에서 큰 이득을 벌어다준건
카리브해의 설탕, 아프리카의 노예, 인도의 목화-면, 중국의 비단, 도자기, 차 같은 지역 특산물(?) 들입니다.

물론 후추 육두구 들이 대 유행을 한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잠깐동안이었고, 대량유통되기 시작하자 가격은 폭락하게 됩니다.

사파이어, 루비 같은건 정말 잠깐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듯이.. 해상거래를 할 수 있을정도로 대규모로 채굴되는 게 아니고..
금은(포토시 광산)은 스페인만 꿀빨고 있었죠. 그 금,은의 많은 부분은 다시 중국으로 유입되었구요.

18세기~19세기에 들어서면, 비단, 도자기 제작기술이 유출되어서 서유럽 국가들도 각자 자신들의 비단, 도자기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면..은 그 유명한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생산품이죠.(반대급부로 인도 면 직공들의 팔을 짤랐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만..)

결국 마지막까지 해상무역품으로 남은건,
카리브해의 설탕(그리고 그 설탕 농장을 뒷받침해주는 노예..), 그리고 중국의 차만이 남게 됩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에 시대무시하고 등장하는 클리퍼가 바로 중국의 차를 빨리 싣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런던으로 달리던 마지막 상업용 범선이지요.
카미너스
16/04/25 21:44
수정 아이콘
역시 댓글은 게임 얘기네요 크크
페마나도
16/04/25 22:5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육두구가 예전에 이렇게 인기가 많았군요.
조금 몇 가지 재밌는 trivia를 추가하자면

1) 육두구는 많이 먹으면 약한 환각작용이 있어서 이것으로 테스트해보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Youtube에 보시면 경험담같은 것 많아요. 문제는 4-8 teaspoon을 먹어야 하고 5-6시간 후에 증상이 발현되며
부작용도 꽤 되서 마약류로 사용은 못 합니다.

2) 육두구는 서양 요리 아니 미국요리에서는 그렇게 자주 쓰이는 향신료가 아닙니다. 유럽 계통 요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미국에서 그나마 가장 많이 쓰일 때가 가을, 겨울에 Egg'Nog라는 계란 드링크에 럼을 넣어서 먹는 드링크에서 넣어서 먹거나
Pumpkin Pie류에 넣어서 먹죠. 그 외에는 그렇게 자주 쓰이는 향신료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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