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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25 13:31:28
Name 나이스데이
Subject [일반] 폴더 가꾸는 남자





0. 나는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PC를 가지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필요시마다 학교 PC 실을 자주 이용하였지만, 종일동안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려면 개인 랩톱은 하나쯤 있어야 편할 것 같았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몰라도 '바탕화면에 파일들이 많이 있으면, 부팅이 느려진다'라는 속설이 뿌리 깊이박혀있었다. 처음에는 폴더 하나에 모든 파일을 보관했다. 가벼운 게임들부터 미디어 매체, 메신저, 학교 수업자료, 취준자료까지 함께 존재했다. 내 바탕화면에는 컴퓨터, 프로그램 및 기능, 휴지통, 그리고 종합 폴더 단 하나까지 총 4개만 존재했다.


1. 바탕화면 청소를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폴더 하나에 고여버린 파일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난잡하게 뒤엉켜 있는 것들은 다시 한 번 분류되기를 원했고, 서로에게 다른 존재임을 주장하고 있었다. 어느 화창한 봄날, 나는 그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초기 분류체계는 1) 여가, 2) 취미, 3) 취준으로 시작했다. 여가 폴더에는 게임이나 메신저, 아이튠스 등을, 취미 폴더에는 학교과제, 필사(책의 내용을 똑같이 적는 행위), pgr에 글 쓸 자료들 등을, 마지막으로 취준 폴더에는 신상정보(성적, 사진 등)나 기업조사 및 자기소개서 등을 보관하였다.
 한 번이라도 바탕화면을 정리해본 사람은 안다. 오전 내내 시간이 걸릴 정도로 상당한 머리싸움을 요구하는 것을. 그러나 작업을 끝내고 나면 한 번에 끊어지는 모닝똥보다 훨씬 더 상쾌한 기분이다.


2. 조금씩 발전한 폴더 가꾸기의 현재 모습은 초기에 분류했던 것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먼저 여가 폴더에서는 각종 드라마를 보관하는 폴더가 따로 생겼고, 이어서 예능을 보관하는 폴더 또한 있으며, 그 외의 것들을 담당하는 유틸리티 폴더가 있다. 
 취미 폴더는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필사 및 글쓰기를 위한 자료들은 모두 삭제해버렸으며 현재는 과외, 학교과제, 인테리어와 관련된 자료들만 남았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가 바라보고 필요로 하는 관심사가 달라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위 폴더가 내 인생을 대변하는 발자취가 되리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취준폴더는 제 기능을 멈추고 말았다. 15년도 하반기 공채 취업을 준비했지만, 졸업하지 못하는 5학년이 되고 말았다. 서류, 인적성, 면접, 그리고 개인정보로 폴더를 분류하였고 총 40개 정도의 파일을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비율이 높은 파일은 한글이다. 서류 폴더 안의 자기소개서와 관련된 자료들을 볼 때마다 스스로 '고생했다'는 말을 건네곤 한다. 하지만 실패하고 말았다는 죄책감이 매번 나를 짓누르기 때문에 더 이상 이 폴더를 열어보지 않고 싶다.


4. 최근 웹서핑을 하던 도중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정신적 과잉 활동 증후군(PESM)이라도 들어보셨나요? 생각이 끊이지 않고 계속 발생, 끊임없이 고민하고 잡다한 생각을 많이 하는 뇌의 증상이며 전 세계적으로 15% 정도의 인구에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발견 초기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양극성 기분장애(조울증), 정신분열증, 경계성 인격 장애등의 증상들을 보여 현대 심리학에서는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에서 20년간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연구한 유명 심리치료사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자신의 저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를 발간하며 해당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뇌는 생각을 알아서 분류하고 계열별로 정리하게 구조화되어있기 때문에 분류가 끝나면 뇌의 활동이 멈춘다고 합니다. 반면 PESM의 뇌는 자유로운 연상에 따라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연결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들에 필요한 것은 '생각을 그만해야겠다'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해야겠다'라고 합니다. 


5. 위 사실을 알기 전부터 꾸준히 폴더를 가꾸어왔지만, 참으로 신기한 것 같습니다. 더욱이 저는 폴더를 가꾸는 행위를 통해 정신적인 안정감 또한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되돌아보니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깔끔한 바탕화면을 찾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뭔지 몰라도 2~3줄씩 늘어나 있고, 다양한 폴더와 파일들이 화면의 1/3을 차지하고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pgr21회원 여러분들의 바탕화면은 어떤가요? 여러분들 나름의 폴더 가꾸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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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5 13:39
수정 아이콘
가꾸는 폴더는 해오라기밖에 없습니다..
김피곤씨
16/04/25 13:54
수정 아이콘
바탕화면에 폴더를 왜..........
16/04/25 13:58
수정 아이콘
제 바탕화면엔 내 PC와 휴지통 이렇게 아이콘 2개 있네요.
문서는 문서 라이브러리에, 동영상은 동영상 라이브러리에 각각 관리 중입니다.
각종 프로그램들 실행시킬때 불러오기 기본 위치가 라이브러리인 경우가 많아서 이게 편하더군요.
클라우드에서 동기화 중인 폴더를 라이브러리에 추가해서 쓰는 것도 있어서 바탕화면에선 관리되지도 않구요.
살려야한다
16/04/25 14:03
수정 아이콘
바탕화면에 폴더를 왜..........(2)

휴지통만 있습니다.
16/04/25 14:09
수정 아이콘
바탕화면에 폴더를 왜..........(3)

휴지통도 없습니다. 아이콘 없이 그냥 배경화면만 둬요
16/04/25 14:15
수정 아이콘
바탕화면에 폴더를 왜..........(4)

휴지통 따위도 숨겨버립시다.
마티치
16/04/25 14:18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 크크크
SSD가 용량 없다고 허덕일 때 HDD로 넘겨버립니다.
그리고 정리를 안 하죠-_-
좋은하루되세요
16/04/25 14:19
수정 아이콘
윈도우 + E 해서 D드라이브에 들어가면 시작입니다!!
대문과드래곤
16/04/25 14:19
수정 아이콘
?! 바탕화면에 폴더가 아예 없는게 더 비효율적이지 않나요?;; 고수들만의 관리 비법이 있는겐가
16/04/25 14:26
수정 아이콘
폴더글이 올라온 김에 묻어가는 질문을 올려봅니다.

가령 드라마의 경우 처음에는 평범하게 [방송연도.분기][방송사]제목(가능한 원어로 표기).해상도 정도로 이름을 넣는 식으로 폴더를 정리했는데, 후속작이 나오는 경우 이것들을 하위폴더로 하는 상위 폴더를 만들자니 연도표기가 깨어지고 따로 두자니 연관성이 높은 작품인데 묶어놓지 않아 찝찝하고...
다들 시리즈물은 어떤 식으로 정리하시나요?

또 드라마 많이 보시는 분들은 공감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시점에 특정 배우에 꽂히면 해당 배우의 출연작을 연달아 보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엔 내용적으론 관련없는 여러 작품이 배우라는 요소에 의해 연결되는데 배우정보를 폴더명에 때려넣자니 1인극도 아니거니와 폴더명이 난잡해지는 문제가 있어서, 위의 문제까지 한번에 해결할 생각으로 태그 기능을 통해 간단하게 분류할 수 있을까 하고 검색을 좀 해봤는데 윈도우 탐색기의 기본기능으로는 어떻게 가야할지 감이 오질 않더군요.

혹시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해결하신 분은 없나요?
기본 탐색기가 아닌 프로그램을 써야하는 것인지...
어랏노군
16/04/25 14:32
수정 아이콘
그정도면 DB 개념으로 접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최종병기캐리어
16/04/25 14:32
수정 아이콘
엑셀로 정리하십쇼...
16/04/25 14:33
수정 아이콘
ㅠㅠ 엑셀을 한번 거치는 수 밖에 없나요...
16/04/25 14:34
수정 아이콘
1. 후속작이 나오는 경우는 기본 시리즈를 두고 연도는 [최초의 방송 시작]에 맞춘후에 그대로 하위폴더에 넣습니다.
기본 규칙을 깨지 않으면서 하는 방법은 후속작이 있는 장기 연재물의 경우에만 해당 폴더의 [상위 폴더]에 별도로 관리하는거죠.

2. 배우는 태그기능이나 이런거 넣지 마시고 각 폴더 안에 빈 txt파일을 하나 만들어서 제목에 적어놓으시면
[파일찾기]로 간단히 찾을수 있습니다.

추가하면 엑셀파일로 정리하는게 편하긴 하죠 크크크
세상 위대한 index느님입니다.
반복문
16/04/25 14:46
수정 아이콘
http://windowstalk.co.kr/108
이런식으로 태그 넣을수 있긴합니다
아니면 토탈 커맨더 로 사용하는것도 있구요
http://blog.ohmynews.com/dakdari/501344
16/04/25 14:40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정기적으로 포맷을 합니다. 하하
물론 좋은 길 잘 읽었습니다!
Neanderthal
16/04/25 14:44
수정 아이콘
파일은 지울 때의 쾌감이 큰것 같습니다. 물론 너무 과하면 낭패...--;;
스위든
16/04/25 14:47
수정 아이콘
학생때는 12년, 13년 등등 년도로 구분했엇고,
그 안에는 1학기, 2학기 해외여행 등 세분화해서 구분했었어요.

그런데 회사를 다니고부터는 날짜보다는 종류별로 크게 나누게 되더라구요(사진, 노래, 영상, 유틸 등) 그리고 일하다보니 파일 앞에 날짜를 새기는 습관이 생겨 집에서도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크크
김재경
16/04/25 15:55
수정 아이콘
사진은 사진 동영상은 동영상
그것도 동영상... 아
음악은 세세하게 분류해뒀습니다 .
지니팅커벨여행
16/04/25 16:25
수정 아이콘
동영상은 가마우지 폴더에 넣어 찾기 어려운 폴더 속에 보관합니다.
그러고는 곧 어디에 두었는지 까먹어 버리죠.
발각되기라도 하는 날엔...;;
원추리
16/04/25 16:27
수정 아이콘
휴지통이랑 하스스톤 스샷들이 담긴 폴더가 몇개 있습니다
영원한초보
16/04/25 16:50
수정 아이콘
윈10 설치하려고 하는데 1GB가 모자라서 설치 못하고 있습니다.
템포러리 폴더 정리해도 별로 줄어들지가 않네요
덕분에 윈10 설치 안해서 다행인건지 SSD 100gb짜리라 그냥 하나 더 살까 고민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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