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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5/12 11:16:20
Name 답이머얌
Subject [일반] 사림과 훈구 vs 자한과 더민주
편의상 대한민국 초기 집권, 산업화 세력을 자한당, 견제 또는 야당 세력을 더민주로 상정했습니다. 이름이야 계속 바뀌지만 그 인적 구성과 성격은 자한과 더민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부정하는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요즘 돌아가는 것 보면 마치 조선시대의 사림과 훈구의 대립을 보는 것 같습니다.

훈구는 조선의 개국 세력이었고, 그들이 조선 초기의 제도확립과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면, 자한당 세력도 그 뿌리부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공통점이 있죠.

훈구는 고려왕조를 뒤엎었다는 혁명 또는 반역의 약점이 있었다면, 자한당 세력은 친일의 뿌리라는 약점이 있고요.

차이점이라면 조선 왕조는 내부 모순으로 어차피 무너질 확률이 높았지만 일본에 의해 강제로 무너짐으로 자한당이나 더민주나 모두 역사에서 조선왕조를 지워버렸다는 비난은 피할수 있었지요.

그래도 이승만과 박정희가 조선왕조 후예들에 대한 극도의 견제를 보여준 것을 보면 이들도 새로운 나라 건설을 위해 구세력을 탄압한 것은 조선의 훈구와 일맥상통합니다.

훈구가 유학을 기본 원리로 삼았음에도 교조주의로 가기 보다는 격물치지라는 실용적 가치를 중시했던 것처럼 자한당의 세력도 경제 개발이라는 실용적 가치를 민주주의의 자유나 평등 등의 추상적 가치보다 더 중시했던 것도 유사합니다.

오해의 여지가 있어 첨언하자면 자유나 평등이 중요하지 않다기보다는 우선 순위에 있어서 밀렸다고 보는게 맞겠지요. 다만 그들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기득권이 되어서 어느 정도 경제가 궤도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훈구는 중앙집권주의를 강력히 실행했고 사림은 지방자치를 중요시 했다는 점도 자한당과 더민주에 비추어 볼때 유사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차이점을 보자면 훈구던 사림이던 언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했고, 삼사를 통한 권력의 견제를 중요시했던 조선에 비해 자한당은 언로를 틀어막고 언론을 통해 권력의 견제보다는 권력의 강화를 꾀한다는 점에서는 조선왕조보다 퇴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훈구와 사림의 대립 속에서 나타난 사화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조선 시대야 극히 초기를 빼고 나면 지배 계층 또는 지식 계층이 한정되어 있었으니 사화란 것은 일반 국민의 삶과 그다지 밀접하진 않았겠지만, 국민의 정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대한민국에서는 사화급의 정치적 격변은 일반 국민에게도 많은 충격과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4.19혁명과 5.16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노무현의 자살과 503호의 국정 파탄, 촛불시위 등은 사화와 비견될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화는 대부분 사림이 피를 보는 것으로 결말이 나지만 종국에는 화석화된 훈구가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결말이 나듯, 자한당 세력이 몇 번씩 역사의 반동을 일으키지만 결국 대한민국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까요?

사림이 정권을 장악하지만 다시 당파로 갈라지듯이 더민주 계열이 정권을 잡더라도 그 이외의 야당 계열-흔히 말하는 진보 세력-과 정권 다툼을 벌일지, 아니면 약화되더라도 자한당 세력은 여전히 살아남아 조금더 온건한 태도로 더민주와 정권 다툼을 벌일지 궁금하네요.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있는데,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가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요?

차이점은 뭔가요?

어릴적에는 5.16쿠데타의 영향인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배웠고 자유보다는 평등 또는 질서의 가치를 중요시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아마도 사회인이 되고나서부터)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민주주의를 대체하더군요.

왜냐하면 제헌 헌법 전문을 보면 민주라는 단어는 '민주독립국가를 재건', '민주주의 제도를 수립'이라고 두 번 나오지만 자유민주라는 단어는 찾아볼 길이 없는데 반해 현행 헌법을 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단어로 1회, '조국의 민주개혁'이라는 단어로 민주가 1회 나오네요.

그 이외에 현행 헌법 제1장 제4조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이라고 나옵니다.

민주적 기본질서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다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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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ClouD
17/05/12 11:35
수정 아이콘
일단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본문의 질문에 대해서 댓글을 답니다.

우선 사림과 훈구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훈구파를 자유당 일파에 비교하는건 꽤나 잘 어울린다고 보는데, 세조를 따라서 출세한 뒤 성리학적인 가치관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매우 훌륭한 속도로 부패하는 모범적인 쓰레기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저 역사적인 부패를 격물치지라고 포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그런 레벨의 개념은 아니고... 훈구파의 권세 때문에 사회가 부패하고 백성들의 삶이 어려워져서 사림이 올라온거죠. 하지만 사림과 더민주는 좀 다른 개념입니다. 근데 이건 이야기가 좀 많이 길어지니...

그리고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가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free and democratic)'의 개념입니다. 간단하게 입헌을 기본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포괄한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단, 입헌 민주주의가 아닌 인민민주주의는 포함되지 않는, 자유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방어적인 민주주의에 가깝습니다.
답이머얌
17/05/12 11:51
수정 아이콘
물론 사림과 더민주는 결이 다르죠. 더민주는 애초에 대한민국 건국부터 시작했으니 말이죠.

다만 더민주가 어느정도 어깨를 피게 된건 박정희의 경제개발과 국민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차 수권 세력으로서 모습을 갖추어서 그렇습니다. 그 이전에 4.19를 불러온 것도 박정희가 나쁜 일 한 건 맞지만 민주당 자체도 수권 능력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또한 사림이 왕도정치를 들고 나온 것과 더민주가 강조해온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자유의 가치 중시 대표적으로 집회와 언론 자유-가 기존 세력의 모습의 반발로 나타난 점도 유사해서 그렇게 비유했습니다. 당연히 조선 시대와 꼭 들어맞을리는 없겠죠.

다만 SkyCloud님도 답글에 달았듯이 훈구는 [매우 훌륭한 속도로 부패하는 모법적인 쓰레기의 전형] 이게 현재 자한당의 모습과 많이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 세력이 훈구와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리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자유와 민주주의] 의 개념이라 했는데 자유와 평등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기본 골격 아닌가요? 자유는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의 자유, 평등은 기회의 평등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꼭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넣었어야 하는지 의문이네요. 이 정도 질문은 평범한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헌법을 진지하게 공부해야할만큼 까다로운 개념인가요?
SkyClouD
17/05/12 12:02
수정 아이콘
단순히 '민주적 기본질서'라고 하면 자유를 포함하지 않는 개념까지 포괄하기 때문입니다. 헌법에서 인민의 자유를 명시하지 않아도 민주적인 절차만 있으면 민주주의라고 칭할 수 있으니까요. 가장 흔한 개념이 인민 민주주의고 대표적인 예로 저기 윗동네(...)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정치 제도일 뿐이라서, 그 제도를 통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를 헌법에는 명시할 필요가 있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민중의 주권 및 참정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민주주의이고, 그걸 침해하는 시도를 방어적으로 배척하는 제도입니다.
답이머얌
17/05/12 12:19
수정 아이콘
답변 고맙습니다.
17/05/12 14:12
수정 아이콘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는 당시적 맥락에서는 공산/사회주의 독재와 반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쓴 수사적 용어에 가깝죠
답이머얌
17/05/12 18:07
수정 아이콘
당시적 맥락보다는 현재의 맥락이라서요.

과거 민주주의가 공산/사회주의 독재의 대립 개념으로 썼다면 현재는 북한의 인민민주의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운 것으로 SkyCloud님의 답글에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17/05/12 18:37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현재적 맥락도 딱히 다를바가 없는듯 합니다.. 이게 엄밀하게 말하자면 바른 용어가 아님에도 굳이 오늘날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은 바로 과거의 그 이데올로기 싸움을 부활시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거나, 그런 이데올로기 개념에 사로잡혀있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답이머얌
17/05/12 18:41
수정 아이콘
제가 마음 속으로 의심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 점입니다.

분명 자유와 평등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두 골격인데 어느샌가 평등은 사라지고 자유만 강조되고 있습니다.
자유가 강조될수록 강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건 두 말 하면 잔소리죠.
자식 교육에도 돈지랄을 해서라도 내 자식만 잘되게 하는 교육이 강화되면 기회의 평등이라는 건 완전히 날아가 버리는 거라서요.
토지 공개념이나 과외 금지가 모두 자유를 평등보다 강조했기에 위헌이 나왔다고 봅니다.

그에 대한 세상의 변화가 민주주의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하게 만든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17/05/12 18:46
수정 아이콘
제 생각은 좀 다른게, 이런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국민들을 통제하고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서 그 말을 사용하죠. 북한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유신을 하고, 독재를 하고, 검열하고 통제하는거죠. 홍준표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 지키자는게 이런거지요.
담이머얌님이 말씀하신 자유가 오히려 본래적 의미의 자유민주주의(리버럴)에 가깝습니다. 대표적인 명사로는 유시민 진중권 이런 사람들이요.
답이머얌
17/05/12 18:58
수정 아이콘
근데 그게 사실과 다른게 자유민주주의는 제가 사회인이 되고 난 후에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그 이전 학생이던 군사 정부 치하에서는 자유보다는 평등에 더 방점을 두었어요. 자기들이 통치하기에 다 고만고만해야지 자유를 주면 다스리기 힘드니까요. 토지 공개념이나 과외금지 모두 전두환, 노태우 군사 정권하에서 나온 개념이거든요.

근데 헌재가 이걸 무력화시켜요. 이미 군사정권의 족쇄를 민간 스스로가 끊었거든요. 즉, 군사정권은 자유란 말을 무척 싫어했어요. 세인트님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시점이 어긋나요.

지금와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은 똑같은 단어를 두고 리버럴과 자한당 모두 쓰는데 서로 해석하는건 정반대인건 사실이고요. 아무래도 자본의 힘을 무시할수 없는 시대다보니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일단 받아들여주고 그걸 자기 나름대로 프레임을 짜서 이용하는 것 같아요.
서동북남
17/05/12 12:12
수정 아이콘
본인의 전제에 역사와 사실을 끼워맞추다 보면 망한 글이 되기 쉽더군요.
답이머얌
17/05/12 12:28
수정 아이콘
물론 그렇죠.
비유와 사실, 역사와 현재를 구분 못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이런 말 있잖습니까?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뭐, 그런 관점에서 써보았는데, 평가야 읽는 사람 맘이니 망글이 될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래쉬가드
17/05/12 13:39
수정 아이콘
좋은 질문글인데 질게로 가면 좀더 어울릴것 같네요
미나가 최고다!
17/05/12 14:05
수정 아이콘
저는 과연 보수와 진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자칭 보수와 진보들이 뭔가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정체성을 적들이 공격하는 프레임에서 읽게되는건 너무 힘든 일인데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것 같아 더더욱 보기 힘듭니다. 사실 제가 더 공부해보면 알 수도 있겠습니다만 공부해야만 알 수 있는 가치라는 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구요.
지난 토론 때 문재인대통령이 안보는 보수의 전유물이라는건 너무 오만한 생각이라는 건 아주 좋은 말이었는데 보수가 안보와 재벌경제의 수호자에서 벗어난다면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까요? 동성애 반대? 최저임금 유지? 따위의 일은 아닐텐데요
답이머얌
17/05/12 18:08
수정 아이콘
제 글은 진보 보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점을 묻고 있는 것이라서요.
17/05/12 17:43
수정 아이콘
http://m.terms.naver.com/entry.nhn?docId=1526735&cid=47333&categoryId=47333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에 대한 읽을만한 게시물입니다
한자로 풀이해봐도 보수는 지킬 "보" 지킬 "수" 입니다. 변화보다는 현상유지이죠.
진보는 나아갈 "진" 걸음 "보" 입니다. 변화를 추구하죠.
사담으로 살기 힘들다고 새정치를 원하는 분들을 보수라고 하는 이번 대선의 언론들을 보며 이나라가 얼마나 썩어들었는지... 이번 대통령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겟습니다. 진보를 원하는 국민들을 보수로 둔갑시킨 가증스런 세력이요.
답이머얌
17/05/12 18:05
수정 아이콘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는 학교에서 공부한 것과 역사 공부 정도면 쉽게 알수 있는 것이고, 제 글의 주제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제 질문의 요지는 민주주의체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왜 제헌헌법에서는 '민주주의'였는데 현행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로 바뀐 것인가? 라는 것이거든요.

SkyCloud님 답변에서 어렴풋이 느꼈다면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모두 민주주의라고 해석할 수 있고, 이를 구분하기 위한 용어로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웠다는-그게 대한민국의 추구 정체성-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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