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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5/12 12:56:59
Name 검검검
Subject [일반] 초등학교시절 시인의 꿈을 포기했던 썰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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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다. 몸보다 마음이 아팠다.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각오는 충분히 했지만, 그것은 혹평에 대한 각오였지 이렇게 부당하고 억울한 대우에 대한 각오는 아니었다.


오기로 일어났다. 어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선생님 진짜 제가 썼어요"


다시 손이 날아왔다. 손이 도착한 것은 내 입술이었다. 그 선생은 내 입술을 쥐어뜯고 손으로 내 입을 미친 듯이 때리고 또 때렸다.


입술에서 피가 터졌다.


"요 입, 요 입, 거짓말쟁이는 ****** " 다시 쓰러진 내 위로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선생님이 흥분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마지막이야 너 베꼈니 안˅ 베꼈니안베꼈니"


맞는 건 집에서 많이 평소에 맞았으니 익숙해진 줄 알았다. 아프긴 하지만 두렵진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맞는 건 무섭고 아팠다. 두려웠다.


하지만 독기였을까 오기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내 어린 꿈의 발악이었을까


꿈이었다.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시키는 대로만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나의 첫 각오이자 희망이었다.


그것을 배신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베꼈다고 말하는 순간 내 어린 꿈이, 어떤 무언가로 검게 변해버릴 것만 같았다.


"선 선생님 정말 제가 썼어요 정말이란 말이에요"


소리를 질렀다. 어른에게 큰소리를 내본 적 없던 나에게 그것은 큰 용기였고 용기에 대한 대가는 가혹했다.


"검검검 엄마한테 전화 하러 가자 따라와"


내 귀를 잡고 교무실로 끌고 가며 올라갔던 그 멀었던 길, 그리고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던 선생의 얼굴은 지금도 도저히 잊히지 않는다.


어머니에게 전화한다니 그것은 정말로 끔찍한 이야기였다.


아…. 다행히도 어머니는 집에 계시지 않았다.


하지만 교무실에서 동료 선생들에게 하는 말은 끔찍했다.


"아니 저 애가 눈 부릅뜨고 박박 대들더라니까요?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알림장을 보여줘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울면서 걷다보니 어느순간 집이었다.


가방에 있던 열쇠로 집의 자물쇠를 열려하니 잠겨지지않았다. 아.. 엄마가 벌써 왔구나


"다녀왔습니다"


일부로 힘찬소리를내며 방에 가방을 가져다 놓으려는 순간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검검검 이리와봐"


화를 억누른 목소리, 뭔가 잘못됐다는 예감이 들었다.


"엄마 부르셨어요?"


"야 너 학교에 뭔일있었어"


아.. 그선생은 어머니의 직장에까지 전화를 했던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알림장을 들고와서 자초지종을 어머니께 얘기를 했고, 어머니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져갔다.


"이것만 말해 너 안베낀거 맞어?"


"네"


"그럼 일기장 가져와봐"


구겨지고 신발자국이난 일기장을 어머니께 가지고 왔다.


천천히 시를 읽으셨던 어머니는 씻고 방에 문닫고 있으라는 말을 하시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랑 통화를 하시는것 같았는데 이야기의 중점은 나의 시가아니라 '인사'였던것 같았다.


'내가 그러니까 인사를 하러가자고 했잖아요 **,** 중간에 전학와서 좀만버티면 다음학년으로 올라가니까 인사 안해도 된다고 했으면서*** *****.


이번에 내야될 집세가, 빚도 갚아야하는데 인사를 갈 돈이 어딨어*** *****


인사와 돈이 그 당시에는 무슨 관계인지는 몰랐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와 전화로 싸우는 것 같았다.


아버지와의 전화가 끝난 뒤에도 전화는 계속되었다.


' OO 엄마, 녹색 어머니회나 학부모회에 가입을 해야 한다구요?'


전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방문이 열렸다.


"너 그렇게 잘났어? "


으르렁 거리는 목소리, 선생님의 그 어떤 말보다 더욱 차갑게 들렸다.


"융튱성이 있어야지 융퉁성이 그렇게 요령없이 살면 세상 어떻게 살래? "


계속 해서 쏘아 붙이는 어머니의 말...


"내일 학교가서 선생님한태 베낀거, 거짓말한거 죄송하다고 말하고와,  엄마도 내일 학교갈태니까"


"엄마 저 베낀거 아니에요, 제가 쓴거 맞다니까요"


목소리가 올라가고 열이올라 얼굴이 뜨거워졌다.  


"야 그걸 누가몰라 너 그렇게 선생한태 찍히면 앞으로 고생하는거 몰라? 너가 베낀게 문제가 아니라


엄마가 인사를 안가서 그런것같은데 일단 분위기를 맞춰줘야 할것 아니야"


또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학부모가 선생한태 인사를 안해서라고? 인사라는게 그렇게 중요한가,


내가 처음으로 행복하게, 그렇게 노력했던 시가 남의 시를 베낀것으로 취급받은게 고작 '인사'를 안해서라고?


나는 아침에 인사 꼬박꼬박 했는데  부모님의 인사를 직접 받는게 그렇게 중요한가?


인사의 실체를 깨달은 것은 아버지와의 전화를 통해서였다.



내용은 대충  -'인사'란 촌지라는 것인데 이것을 주는것이 관례이지만 전에 다니던 학교는 주었는데 중간에 전학을와 깜박잊고 주지 않았다.


그래서 트집을 잡아 벌을 주는 것이다  넌 아무 잘못없다. - 라는 설명을 들었다. 책상에 놓여있던 국어사전으로 촌지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촌지 :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을 뜻하는 것이라는 알게 되었다.


비참했다. 맞을때나 욕먹는 것보다도 더...


선물?  돈이, 결국 돈때문이 아닌가.


나는그저 내가 쓴 시에대한 칭찬도 괜찮았다, 못썻다고 지적받아도 괜찮았다. 그런데


그토록 간단한것을 원했던것이, 베낀것으로 취급받았던 이유가 그저 돈을 요구하려고 했던것이라고?


집이 어렵고 부모님이 바쁜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기쁨은 주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걱정이나 신경을 쓰이게 하고싶지 않았다.


'지끼미씨발' 난생처음으로 어머니가 입에 달고 살던 욕을 내뱉어보았다. 그리고 내 가 감동하고눈물짓게하고행복하게만들고 잠조차도 잊게만들던 시


이딴건  돈에비하면 견줄 대상조차 아니라는 사실을 비참하게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쫙 쫙 쫙'


일기장의 시부분을 찢었다. 찢고 또 찢어 변기통에 넣고 물을 내렸다.


시원했다. 그래 내 쓰래기같은 자존심좀 버리면, 찢겨진 종이조각을 내려보내며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있던 어떤 빛났던 것도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 후,


마음속 한 편 정말 오해로 선생님이 그러셨다, 돈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은 선생에게 어머니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알린후


가식적으로 웃는 선생의 얼굴을 보며 사라졌다.


수업 끝난 후 어머니가 오셨다.


어머니는 책한권을 선생한태 선물로 주었고 그 선물을 뜯어보지도 않은 채 나의 '시'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어제의 일은 없었다는 듯이 서로 덕담을 하고 가식적으로 웃고 의례적인 서로에 대한 칭찬을 나누고 '인사'는 끝났다.


집에오는길


어머니는 담배를 태우시며 '지끼미씨발'이라며 계속 욕을 하셨다.


책사이에 돈을 끼워 뒀다는 듯 했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시' 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집으로 올라오셨다.


힘들었지, 미안하다 라는 이야기는 하셨지만 역시 내가 쓴 것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않았다.


그렇게 나의 짧은 꿈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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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빡친 어머니는 학부모회 부회장 녹색 어머니회회장을 겸임하는 초등학교 역사상(지은지얼마안됨) 전무후무한 일을


해내고 내학교생활은 숙제를 안해도 그만, 수업시간에 떠들어도 다른놈들이 혼나게 만드는 소소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고


은혜는 잘잊어도 복수는 잊지않는 어머니의 성격과 그 선생년의 쓰레기짓 - 편식이 심한 애에게 못먹는것을 억지로 먹이고(지금 생각하면 알레르기)


식판에 구토를 하던 그아이에게 그것을 다시먹이는등- 계속해서 진화해 나갔고  그걸 빌미로 증인과 각 학부모를 포섭하여 쫓아 냈다고한다 (카더라 소식이지만 전근간 것은 맞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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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줄요약


돈과 권력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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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검검
17/05/12 13:03
수정 아이콘
이 이야기는 국민학교 시절 이야기로 현재와는 조금 거리가 멀 수 있습니다.
살려야한다
17/05/12 13:19
수정 아이콘
하 진짜 기분 더러워지는 마무리네요. 이런 걸 기대한게 아니었는데 ㅠㅠ 이제라도 자유롭게 시 쓰세요..
검검검
17/05/12 13:25
수정 아이콘
헬피엔딩입니다.
지구와달
17/05/12 13:39
수정 아이콘
초등교사로써...이런 글들 보면 불편한게 사실입니다. 지금은 교사들이 많이 바뀌었는데 원죄를 가진것 같기도 하고...
더 무서운건 내가 별 생각없이 한 얘기를 그 아이는 평생 기억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발령 후 첫해 제자들, 두번째 제자들, 세번째, 네번째 제자들에게는 평생 미안한 맘으로 용서를 구하는 맘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시간이 더 지나면 발령 후 이십년 차 제자들에게도 사죄하는 맘으로 살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하는 한 마디에 아이가 하루종일 기분이 찢어지게 좋을 수도 있고, 한 마디에 아이가 꿈을 접어버릴 수도 있고....
교사는 정말 용기가 필요한 직업이에요.

뜨끔하고 갑니다
데일리야근
17/05/12 14:06
수정 아이콘
제 경우 국민학교에 입학해 초등학교로 졸업을 했는데, 저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엄청 몰입해서 읽었네요. 전처럼 촌지가 암암리에 묵인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캐리건을사랑
17/05/12 14:08
수정 아이콘
혹시 80~85년생이신가요?
이건 뭐,,,, 제가 겪은 얘기랑 너무 비슷해서..
Thursday
17/05/12 14:16
수정 아이콘
일반화라는 거 알지만 선생이란 자들에 대한 해묵은 분노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제 은사는 대 대학과 대학원에 있네요. 중고등학교 선생들은 하나같이 쓰레기였습니다. 제가 운이 없었던 것도 있겠으나, 세상의 모든 선생이 국민학교를 경험하지 않은, 초등학교에서 자라고 배우고 학습한, 폭력과 촌지를 경험하지 않고 막연하게 그냥 옛날이 그랬나보다 하는 이야기를 주워들은 이들로만 채워졌을 때 좀 나아질 거라 믿고 있습니다.
사악군
17/05/12 14:36
수정 아이콘
제가 4학년때 담임에게 저런식으로 엄청 얻어맞았었죠. 부반장이었는데 산수풀이 문제 틀린 갯수대로 맞으라고 했습니다.
그때 문제가 나눗셈이었는데 계산은 한문제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눗셈 푸는 방식에 위에 답을 쓰고 나머지를 답 옆에 ...2
이런 식으로 적어야 하는데 적지 않았다고 (계산식 맨 밑에 나머지가 모두 써있죠..-_-) 너는 다 틀린 거니까 문제 갯수대로
맞아야 한다고 하더군요..-_-...

뭐 그런식으로 맨날 맞았는데 어리고 순진했기도 했고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너무 좋은 분이셨어서
으레 반장 부반장이 학급에 돌리는 빵 연습장 이런 것도 하지 못하게 했고, 소풍때 도시락 같은 것도 선생님거
준비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하는 분이셨죠. 그래서 4학년 담임이 원하는 게 뭔지 저도 모르고 순진했던 어머니도
몰라서..-_-.......1학기 내내 얻어맞으며 살았습니다.

여름방학중에 저말고 다른 학생 어머니 몇분이 교육부에 찔러서 전근가셨죠. (커서 알게됨)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고 마냥 싫은 선생님 바뀌어서 좋아했고 바뀐 선생님은
단소로 홀로아리랑, 터 등을 불 수 있게 가르치던 전교조 선생님이셨습니다. (이것도 좀더 커서 알게됨)
선생님을 엄청 좋아했는데 5학년되고 얼마 안되서 그만두셨다는 얘기를 듣게 되서
왜 그만두시나 엄청 아쉬워 했었죠. 당시 전교조는 불법단체였고 그래서 그만두시게 되었던 거죠.

...그래서 전교조에 대한 이미지가 엄청 좋았었는데...
전교조가 합법화가 되고 몇년 지나 고등학교에서 만난 전교조 선생들을 보고
아 이사람들과 내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담임 그분은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죠.
무한방법
17/05/12 15:31
수정 아이콘
어머님이 진짜 무서우신분이네요
마스터충달
17/05/12 15:31
수정 아이콘
와... 진짜 쓰레기였네요;;;;;;
피아노
17/05/12 18:27
수정 아이콘
저도 거의 비슷한 경험이 있네요. 국민학교 때 쓰레기같은 선생들 진짜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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