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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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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우린 아침 안부인사를 하고, 점심식사를 걱정해주며, 퇴근길 말동무가 되어주고, 자기 전에 굿나잇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썸'을 타게 된 것이죠. (저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겠지요...크흠...)
데이트 중 코엑스에서 노는걸 좋아한다던 그녀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평일에 같이 코엑스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코엑스는 상관없이 편하게 놀 수 있기도 하고 사평역에 살던 그녀가 오기에 편하기 때문이었죠.
제 집과도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어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수요일에 만나면 어떻겠는지 물어보고 메뉴는 제가 알아서 정할테니 그냥 오라고 했습니다.
역시나 불패를 자랑하는 터키음식점이 코엑스에 있기 때문이었죠. (미리 상호명 말씀 드리면 '케르반'이라고 합니다 크크)
6시에 퇴근하고 이제는 익숙하게 상태를 다듬습니다. 기름종이로 얼굴기름을 닦아내고 이를 닦고 향수를 뿌리는 뭐 그런것이죠.
코엑스까진 회사에서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하였습니다. 전 삼성역에 내리기로 하였고 그녀는 봉은사역에 내리기로 해서
일찍 도착한 제가 봉은사역으로 마중가기로 하였죠.
삼성역에 내려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목소리가 좋지 않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나 지금 봉은사역 다와가...어디로 가면돼?"
"응? 아...응 봉은사역에서 나와서 무역협회 방향으로 걸어오면돼"
"알겠어 오빠 전화 끊자 내가 그냥 그쪽으로 갈게 중간에서 만나!"
"응? 응 알겠어.."
무슨 일일까요. 처음 듣는 말투와 목소리입니다. 떨리기도 하고 냉랭하기도 하고...걱정이 되었습니다.
무역협회를 지나 한참을 가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봉은사역이 어렴풋이 보여가던 지점, 앞에 그녀가 오고 있었습니다.
바지를 싫어한다는 그녀는 오늘도 하얀 바탕에 빨간 줄무늬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었습니다.
그런데 얼굴표정이 안 좋습니다...
"무슨 일 있어? 목소리도 안 좋고..."
"아니야 오빠 얼른 밥 먹으러 가자"
식당으로 가는 내내 특별한 얘기 없이 갔습니다. 물론 손은 잡고 어깨에 손은 두른 상태였지만...약간 불안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그냥 물어보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어차피 제가 결정하기로 했고, 음식 고를 상태도 아닌 것 같아서...
"무슨 일이야? 얘기하기 어려운거야?"
"아 실은 그게..."
이유인즉슨 지하철을 타고 오고 있는데 자기 맞은편에 남자 얼굴이 자기가 알던 사람과 너무 비슷해서 심장이 멎는줄 알았답니다.
어떤 사람이냐면...예전에 술자리에서 자기를 성추행하려고 시도했던 남자라는겁니다.
저도 그 이유에 아연실색하였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우선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그녀는 음식이 맛있었는지(!!) 식사를 하며 안정을 되찾았고 예의 그녀의 모습을 쉬이 되찾았습니다.
그녀 말로는 자기가 멘탈이 붕괴되어서 봉은사역에서 나오는데 멀리서 걸어오는 제가 마치 구세주 같았다더군요...ㅠ
밥을 먹고 산책을 좋아하는 저는 커피를 사서 그녀와 걷기로 하였습니다. 삼성역 아시겠지만 은근 걷기에 좋게 잘 되어있죠.
SM타운 건물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나오니 날씨가 제법 쌀쌀하더군요. 9월 초였기에 슬슬 가을이 찾아들던 시기였죠.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탄다던 그녀는 역시나 추워하는 기색이었고, 전 지체없이 제 상의를 벗어주었습니다.
괜스레 거절하던 그녀는 이내 제 상의를 입었고, 전 제 상의가 꼭 맞는다며 장난치고 서로 투닥거리며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SM타운 기둥을 빠져나가기 전, 전 제 상의의 팔 양쪽을 잡고 제 쪽으로 끌었습니다.
상의로 몸이 감싸졌던 그녀는 영락없이 제 쪽으로 끌려오게 되었습니다. 전 그녀를 기둥으로 이끌었고, 뽀뽀를 하였습니다.
사귀지도 않는데 스킨십을 이렇게 해 본 적은 처음인데...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짧은 뽀뽀를 하고, 그녀와 전 말없이 걸었습니다. 걷다가 벤치에 앉아, 다시 뽀뽀를 하였고 이번엔 꽤 오래 하였습니다.
스산한 가을바람도 따뜻하게 느껴지던 밤이었습니다.
그 주 주말, 전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뽀뽀까지 했는데 사귀든 차이든 칼을 뽑아야겠지요 남자가.
주말에 잠실에서 보기로 약속을 잡고 토요일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운명의 토요일, 어김없이 그녀와 아침인사를 나누고 전 운동을 하며 심기일전(!)을 한 후, 준비를 하고 그녀를 만나러 나왔습니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노란색 꽃을 준비하여 걸어가는 발걸음이 어찌나 설레고 긴장되던지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그녀는 오늘 유난히도 이쁘게 차려입었습니다. 아마 그녀도 눈치를 챈것일까요...?
우리가 처음 만나서 걸었던 석촌호수를 다시 걸었고, 카페에 앉아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해뒀던 고백장소인 '토마틸로'로 향했습니다. (저 이러다 간접광고 신고 받는거 아닌가요...? 그냥 좋아하는 맛집인데...ㅠ)
원래 가면 이것저것 음식 시켜두고 먹는 곳인데, 그날은 가벼운 안주에 칵테일 한 잔씩을 했습니다.
"우리 만난지는 2주 밖에 안 됐고,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를지도 몰라
근데 난 너라는 사람을 계속해서 알아가고 싶고 더 가깝게 지내고 싶어
정말 매력적이고 예쁜 사람이야 넌
그래서 난 너랑 잘해보고 싶어 앞으로 계속 함께 알아가고 싶어 나랑 사귈래?"
그런데 그녀가, 우는 것입니다...?
그녀가 우는 건 제 예상엔 없던 것이라 무척 당황을 했습니다. 그녀도 갑자기 흐른 스스로의 눈물에 당황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대답은 듣지 못하고 우린 가게를 나와야 했습니다.
잠시 석촌호수 둘레길을 걷기로 하고 이미 어두워진 밤공기를 마시며 걸었습니다.
손을 잡을까 하다가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 그냥 걸었습니다.
"아까 운 게...혹시 대답인거니?"
"아 오빠 그런건 아니고..."
그녀가 밝힌 운 이유는, 제가 고백하기 전 미리 말해주는게 예의인 것 같다며 제 개인적인 집안사정 이야기를 한 게 있습니다.
근데 자기가 지금까지 사귄 남자들이 다 그런 사정이 있는데, 그 연애가 너무 힘들었었다고 합니다.
저도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하니 자기 입장에선 너무 당황스럽기도 하고...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전 그런 사정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람의 문제인거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주었고 제 입 바로 옆에 있는 그녀의 귀에 다시 말하였습니다.
"내 여자친구 되어주지 않을래? 너랑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해"
"응 나도 그래"
"근데...고백했을때 운 건 너가 처음이야"
"뭐라고? 크크크"
그렇게 우린 울다가 웃으며 커플이 되었습니다.
그 날이 9월 17일이었고 의도한건 아닌데 크리스마스가 100일이었고 즐거운 100일 겸 첫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제일 듣기 싫은 소리시겠지만 지금도 알콩달콩 잘 사귀고 있답니다 크크
여러분, 인스타 하세요 두 번 하세요.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당시 인스타에서 처음 나눴던 얘기 짧게 첨부하여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