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금사빠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고, 누군가에게 대쉬할 때 단기간에 승부보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내 행동이 누군가에겐 여유 주지 않고 몰아치는 스타일이고, 금사빠일 수 있겠구나"라는 점입니다.
30대 중반이고, '머가리 꽃밭, 항상 밝기만 한' 전형적인 특징을 가졌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제 MBTI는 ENFP입니다.
과거 연애 경력을 보면 8:2로 대부분 자만추였습니다. 학교나 주변에 있는 무리 혹은 이벤트에서 알게 된 케이스죠. 어쨌든 자만추든 인만추든 맘에 들기 시작하고 첫 만남이나 첫 유의미한 이벤트가 시작됐을 때부터 한달 이내에 썸을 타고 가끔은 두달 안에 승부가 났습니다. 쫑이 나든 사귀든요. 좀 더 세부적으로는 첫 데이트를 하고 나서, 그다음은 2주 이내에 혹은 정 시간 조율이 안 되거나 바쁜 시기면 3주 안에 다음 약속을 잡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 잦고 빈도 높은 연락은 필수였고요.
그러나 고민의 주제는 그런 패턴에서 좀 다른 분으로 추정(?)되는 분을 최근에 알게 되면서였습니다. MBTI는 ISTP로 제 주변에 많이 없는 부류였습니다. 주말엔 방콕해서 혼자만이 시간이 정말 중요하고, 친구도 많지 않고, 업무 카톡 이외에는 연락을 매우 왕성히 하지 않는 부류랄까요.
그러나 친구들과 나눈 고민 주제는 이거였습니다. 그렇게 좋았던 다음날 제가 카톡으로 간단한 물음을 했는데 그분이 읽씹을 했다는 것이었죠.. 주말 내내 답이 없다는 사실..!
오랜 친구들에게 이 과정들을 브리핑해주며 설명해줬습니다. 속으로 이 과정에서 제가 어떤 생각들도 했는지도요. 가령, 셋이서 있었던 자리에서 그 사람 말 한마디에서 의미 부여를 해서 알맹이가 있을 거 같다거나 다음 번에 만나자고 했을 때 거절이 아닌 날짜 옵션들을 제시한 게 좋은 시그널 아니느냐 뭐 이런 식입니다. 과하게 보면 확대해석이긴 하죠. 근데 친구들이 이런 줄거리를 듣더니 핀잔을 좀 주더랍니다.
"너는 왜 이렇게 성급하냐, 그런 생각하면서 자꾸 있었던 일에 매달리지 말고, 조금 텀을 두고 접근하거나 다음 만남을 기약해보는 건 어떄?"
그러니까 단기간에 몰아쳐서 썸과 사귐을 완성하는 금사빠식 말고 장기전으로 내다보면서 천천히 접근하고 상대 생각을 변화하게 하는 스며들기 방식을 해보라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제 연애 스타일과 직관은 이렇습니다. 한번 오프라인 만남이 가졌고 너무 마음에 들면 어떻게든 다음주에 약속을 잡을지 머리를 굴리는 거죠. 그러나 친구들은 그렇게 하면 상대에게 조급해보이고 '이 사람이 날 좋아하네' 판단을 쉽게 하게 해서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니까 깔끔하게 만남을 털고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다음을 기약하라는 겁니다. 의식적으로라도 이런 노력을 해보라고 합니다.
한 친구는 심지어 자기가 한번 적극적인 제스처라든지 한걸음 다가가면 한번은 끝까지 기다리기만 한답니다. 상대방이 먼저 제스처를 취하거나 좀 과격하게 말하면 답답하거나 안달이 날 때까지 말입니다. 그 친구는 이렇게 썸을 타왔다고 합니다. 옆에 있는 다른 친구도 이 얘기에 적극 동의해줬고요.
그게 전략적으로 일부 이성들에겐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듭니다. 그러나 금사빠식 전략을 쓰든 스며드는 전략을 쓰든 상대에 따라 리스크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자의 경우, 판단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에겐 반감을 사는 스타일이어서 관계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고, 후자는 연애에 적극적인 사람에게 '이 사람 나한테 관심이 없나보네. 다른 사람 찾아보자'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정리하자면, 금사빠식이든 스며들기식이든 어떤 연애 전략이든 상대에 따라 유불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당연하고 맞다고 생각한 연애전 전략이 누군가에겐 희한하게 보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생경함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친구들이 준 조언이 맞는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중요한 건 서로 맘에 들면 어떤 방법론이 됐든 잘 될 거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많진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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