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2/08/31 14:23:31
Name 바람모리
Subject 나란 인간 눈치빠른 인간
이또한 과거에 제가 경험한 일입니다.
때는 갓 전역한 후 복학전에 알바를 하고 있을 때였죠.
다다음주에 마지막 향방을 가게 되는데.. 그거 끝나면 군복따위 태워도 되죠?

전 눈치가 빠른편이라고 자부합니다.
상대방에 뭔가 나에게 말을 했을 때 그사람의 의도를 빠르게 캣취하는 쪽에서죠.
덕분에 군생활할때도 센스있다는 말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알바는 피시방 주간알바
카운터는 건드리지 않고 청소만 하며
일하는 시간내내 카운터에 앉아있는 사모님의 재미난 잔소리
밤 열시에 야간알바가 올때까지 내내 서있는 아저씨

지금이야 솔로냄새 풀풀 풍기는 외로운 남성입니다만..
당시에는 빠른눈치와 남의 말 잘듣는 자세로 꽤나 이성에게 인기가 있었더랍니다.
두어번 고백해본 결과 이성으로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라는 결과를 얻었지만요.
음.. 지금이랑 다른게 뭐였지..

당시 사모는 잔병을 여러가지 달고 있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받지는 않고
항상 저에게 약국에 가서 두통약이니 소화제니 사오게 했죠.
자.. 그 약국에는 약사인지 알바생인지 여성이 한명 있었습니다.
2~3일 간격으로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약을 사가다보니
한두마디씩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사모님께 굳이 온힘을 다해 빠르게 돌아가고 싶진 않았고 말입니다.
내 빠른 눈치로 알아보니 이사람은 나와의 대화를 싫어하지 않는다.. 라는 결론도 나왔구요.

그날은 토요일이었죠.
확실히 기억하는 이유는 사모님이 일요일에 약국이 문을 여는지 물어보고 오라고 시켰기 때문입니다.
털래털래 걸어가서 약국문을 열고 들어가 가벼운 인사후 물어봤습니다.
"내일 쉬나요?"
그 여성분은 반색하며 소리치더군요.
"네!! 쉬어요!!"
저의 빠른 눈치로 순식간에 알아냈죠.
아 이건 약국이 아니라 이여자가 내일 쉰다는 뜻이로구나.
전 담담하게 다시 얘기했습니다.
"아뇨 약국이 내일 쉬냐구요."

일요일에는 약국문을 열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고 나오면서
그 여자의 얼굴을 봤습니다.
제 눈치로 얼굴표정을 빠르게 읽어냈는데..
앞으로는 저분과 대화를 나눌 수 없겠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9-19 09:0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oisture
12/08/31 14:24
수정 아이콘
아.......
12/08/31 14:25
수정 아이콘
하품도 안했는데 왜...
12/08/31 14:26
수정 아이콘
비도 안오는데 왜...
켈로그김
12/08/31 14:26
수정 아이콘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ㅠㅠ
설탕가루인형
12/08/31 14:27
수정 아이콘
유게와 자게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글이네요!
슈퍼패스 드릴게요
OneRepublic
12/08/31 14:42
수정 아이콘
추운가요?
바람모리
12/08/31 14:53
수정 아이콘
그후에 말걸어 봤지만 사무적인 태도더군요.
근데 향방끝나면 군복 태워도 되는거 맞죠?
진리는 하나
12/08/31 14:59
수정 아이콘
아이참, 바람모리님은 참 훈훈한 분이세요.
제가 다 눈물이 나네요ㅠ
또다른나
12/08/31 15:02
수정 아이콘
그 여자분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크크크
맨유냐스날
12/08/31 15:03
수정 아이콘
대박 크크크크크크
나란 인간 눈치만 빠른 인간
La Vie En Rose
12/08/31 15:07
수정 아이콘
그 눈치 국 끓여서 멍멍이를 주셨서야...
파랑새
12/08/31 15:11
수정 아이콘
저도 예전에 치과 치료 다닐 때 치과위생사(?) 분이 대뜸 누워있는 제게 그러더군요.
"오늘 시간 있으세요?"
전 진료 오래 걸린다는 말인줄 알고 "오래 걸리나요?" 라고 했었죠.

뭐 그 후론...
감모여재
12/08/31 16:54
수정 아이콘
아아... 부럽습니다.
파랑새
12/08/31 17:15
수정 아이콘
아... 해피 엔딩이 아니예요.
Noam Chomsky
12/08/31 15:16
수정 아이콘
아...훈훈하다. 에게로!
12/08/31 15:20
수정 아이콘
바로 추게로 갑시다
12/08/31 15:24
수정 아이콘
훈훈한 이야기네요.
Darwin4078
12/08/31 15:32
수정 아이콘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추게로 얼른 사라지세요!
지나가다...
12/08/31 15:32
수정 아이콘
아.. 눈에 뭐가 들어갔나.. 왜 눈물이..
구밀복검
12/08/31 15:34
수정 아이콘
눈치가 진정 빠르시다면 진즉에...
그 눈치를 활용하셔서 모르는 척 속아 넘어가셨어야 흐흐. 물론 상대 분이 마음에 안 드셨다면야 별 문제겠지만요.
12/08/31 15:35
수정 아이콘
아아....내 주위를 감싸는 이 따뜻한 온기....훈훈합니다..
12/08/31 15:41
수정 아이콘
좋아요...
12/08/31 15:44
수정 아이콘
이래서 눈치빠른 사람들은 정직하면 못써요... 아아... ㅠㅠ
12/08/31 15:47
수정 아이콘
오늘 하루종일 우울한 가운데 단비와도 같은 글이네요...덕분에 불금에 약속도 없지만 기분 좋게 퇴근할 것 같습니다?
Bequette
12/08/31 15:51
수정 아이콘
그아앜, 이런 끝맺음..신선하고 아름답구나!!!
아나키
12/08/31 15:53
수정 아이콘
근래에 이보다 더 모범적인 이야기는 듣질 못하였습니다.
12/08/31 16:03
수정 아이콘
모범생이네요. 박수를 드립니다.
바람모리
12/08/31 16:03
수정 아이콘
다들 훈훈하다시니 다행이어야 하긴 한데..
근데 PGR에는 향방 끝나신분 없나봐요.
군복에 좋은 추억이 없어서 진심으로 버리고 싶은데.. 버리면 안되는 모양이죠?
12/08/31 16:13
수정 아이콘
아...
훈훈한(?) 이야기군요...

P.S. 훈련만 끝났지 예비군 신분은 아직 그대로인 상태 아니신가요?
(어... 그리고 보니 내 군복 어디갔지... -_-;;;)
JavaBean
12/08/31 16:19
수정 아이콘
눈치빠른당신, 박수를 드려요!!

추워... 춥다구!!
몽키.D.루피
12/08/31 16:27
수정 아이콘
상대방이 내 말에 기분이 나쁜지 좋은지 파악하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진짜 눈치 빠르시네요. 어떻게 딱 듣고 더 이상 대화 나누기 싫어한다는 걸 알 수 있죠??
바람모리
12/08/31 16:50
수정 아이콘
아 그표정을 본 사람은 누구나 눈치챘을겁니다.

그리고 그여자 표정이 왜 그랬던 것일까 하고 약국을 나와서 곰곰히 생각한 후
땅.. 은 아니고 벽을 치며 후회했음을 덧붙입니다.
뿌지직
12/08/31 16:34
수정 아이콘
아마 그 여자분도 내일 약국이 쉰다는 의미로 말했을거에요...
흑백수
12/08/31 16:35
수정 아이콘
갑자기 그 이야기 생각나네요.
A/S 때문인가 뭐 때문에 전화번호를 물어봤더니, 저 남자친구 있어요. 그래서, 아니 그쪽말구요 하니까 이상한 추임새를 넣으면서 가르쳐줬다던...
12/08/31 17:04
수정 아이콘
앗!힝!엨!훅!
감모여재
12/08/31 16:54
수정 아이콘
훈훈한 이야기..
이드니스
12/08/31 17:04
수정 아이콘
'비와 당신'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내요.
"바보 같은 난 눈물이 날까~~~~" ㅠ ㅠ
계란말이
12/08/31 17:14
수정 아이콘
계란말이 님이 당신의 눈치에 존경을 표시하였습니다.
두둔발
12/08/31 17:32
수정 아이콘
댓글들의 향연이 본문보다 더 재미있는 금요일 오후 퇴근시간 직전입니다.

모두들 감사드립니다.
유리자하드
12/08/31 17:59
수정 아이콘
눈치가 없으시네요..

아 이건 약국이 아니라 이여자가 내일 쉰다는 뜻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눈치 빠르게

"그럼 내일 저 만나줄 시간도 있겠네요?"가 나왔어야..

그래도 내용이 전체적으로 훈훈하네요..
불량품
12/08/31 18:22
수정 아이콘
호호 저도 한눈치 합니다 호감이었던 친구랑 관계가 조금 진전될무렵 영화 보여달라고하기에 돈없다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 흔한 돈빼먹기엔 안걸리지 말입니다 하하하핳흐흑흐규흑흑
국산꿀
12/08/31 18:27
수정 아이콘
기분좋다~
12/08/31 18:4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아레스
12/08/31 19:26
수정 아이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지민닮은 아가씨가 몇층이세요.. 라고 물어봐서 깜짝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12/08/31 19:35
수정 아이콘
"아뇨 약국이 내일 쉬냐구요." 라고 할게 아니고.. "아 그렇구나.. 약국도 쉬나요?" 라고 말했으면 결과가 어땠으려나..
어쨌든 바람모리님은 훈훈한 분이시군요. ㅠ.ㅠ
바람모리
12/08/31 20:26
수정 아이콘
전에 쓴글에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피쟐분들 이런걸 좋아하시는구나..
담번에는 꼭 멘붕시키는 글을 쓸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광개토태왕
12/08/31 20:31
수정 아이콘
눈치만 좋다면 연애하는데는 아주 일취월장이겠습니다....
중학교일학년
12/08/31 20:59
수정 아이콘
이 다음에 한번더 물어보세요...

"내일 쉬나요?"

"내일 안쉬는데요?"

"아뇨, 그쪽 내일 쉬냐구요?"
.
.
.
.
.
"그러니까, 저 안쉰다구요...!!!"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내눈에 흐르는것은 눈물이 아닐꺼야....

"네?! 전 이번주 000에 쉬어요.."라고 대답해주길....

대화의 완성도 얼굴인가요?
바람모리
12/08/31 21:29
수정 아이콘
5년전 일입니다..
문득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DavidVilla
12/08/31 22:00
수정 아이콘
자주 써주세요.. 짜릿짜릿합니다.
뺑덕어멈
12/08/31 23:10
수정 아이콘
훈훈합니다.
약국 문을 열고 나가다가 먼가 잊어버린듯 돌아서서 '그런데 내일 시간 돼요?' 라고 말했어야 되는데
제가 게임은 기가 막히게 공략합니다. 턴제나 시간 충분히 두고 선택 진행하는 게임만요.
문제는 실시간 이라고 붙는 게임에는 잼병입니다. 현실은 실시간 리얼타임..
원시제
12/09/01 00:42
수정 아이콘
최근 피쟐에 감동적인 글들이 많이 올라오네요.
아름답습니다.
12/09/01 09:40
수정 아이콘
근데 연애 이야기는 참 그 처음 시작할때의 그 간질간질한 그 느낌이 너무 좋은것같아요.
크크 훈훈한 마무리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954 [연애학개론] 모면의 심리학 [29] Eternity7679 12/09/16 7679
1953 [LOL] 잔나 바이블: 서포터 잔나의 道 (마지막) - 각종 스킬 팁 2~종합 [12] LenaParkLove3692 12/09/26 3692
1952 [LOL] 잔나 바이블: 서포터 잔나의 道 (7) - 각종 스킬 팁 1 LenaParkLove3319 12/09/26 3319
1951 [LOL] 잔나 바이블: 서포터 잔나의 道 (6) - 시간 기록~도움이 되는 스킬 쿨다운표 [13] LenaParkLove3598 12/09/25 3598
1950 [LOL] 잔나 바이블: 서포터 잔나의 道 (5) - 아이템에 대해~돈 증가 아이템에 대해 [4] LenaParkLove3479 12/09/25 3479
1949 [LOL] 잔나 바이블: 서포터 잔나의 道 (4) - 스펠에 대해~와딩에 대해 [7] LenaParkLove3552 12/09/24 3552
1948 [LOL] 잔나 바이블: 서포터 잔나의 道 (3) - 라인전 운영 2~라인전 종료 이후 [12] LenaParkLove3673 12/09/23 3673
1947 [LOL] 잔나 바이블: 서포터 잔나의 道 (2) - 라인전 운영 1 [6] LenaParkLove3799 12/09/23 3799
1946 [LOL] 잔나 바이블: 서포터 잔나의 道 (1) - 잔나의 역할 이해~키 세팅 [47] LenaParkLove6242 12/09/21 6242
1945 [리뷰] 광해, 왕이 된 남자 - 이런 사극을 기다렸다 (스포 있음) [89] Eternity8781 12/09/15 8781
1944 스타크래프트2. 전략의 역사(1), TvsZ [38] 스카이바람5269 12/09/14 5269
1943 [야구] 불멸의 철완 최동원, 세상에 작별을 고하다. [31] 민머리요정8581 12/09/12 8581
1942 통계수치라는 녀석, 그 녀석은 "다중이(Multiple Personality)" (부제: 분모와 표준오차) [18] 곰주6054 12/09/06 6054
1940 상실감에 대하여 [26] Judas Pain9316 12/09/09 9316
1939 LOL the Champions Summer 직관 후기입니다. (사진 있습니다.) [34] 티니6929 12/09/09 6929
1938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 [42] 삭제됨19995 12/09/04 19995
1937 서울, 2006년, 겨울 [7] Neo4818 12/09/01 4818
1936 스타크래프트2 세계 10대 메이져 토너먼트 [31] 어강됴리8038 12/09/01 8038
1934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한 GSL 리그방식 설명 [45] Marionette6517 12/08/31 6517
1933 나란 인간 눈치빠른 인간 [53] 바람모리8637 12/08/31 8637
1932 [영화공간] 우리 시대, 한국의 아름다운 중견배우들 [31] Eternity7318 12/08/30 7318
1931 누가 그들을 벌주는가 [12] happyend5743 12/08/30 5743
1930 경제 민주화에 대해 생각해본다. [24] bachistar4927 12/08/29 492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