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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4/03/02 12:35:43
Name lovehis
Subject 어느 두 장거리 육상선수 이야기 - SC(Silent_Control)편
이 글은 현실과 전혀 상관이 없는 단지 픽션 입니다. 또한, 이 글에 나오는 인물과
실제 인물의 상황이 비슷한 이유는 그냥 우연 입니다. 그냥 재미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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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두 장거리 육상선수 이야기
                                                                 - SC(Silent_Control)편

  "어느 하늘에 꿈이 있을까 어느 바다에 사랑 있을까 꿈을 찾아 사랑 찾아
   뛰어가네. 어두운 밤에 숲속을 지나 비바람 부는 언덕을 넘어 낯설은 거리
   낯선 시간을 뛰어가네.서로 사랑한 친구가 있었네 내가 사랑한 님도 있었네
   이제는 모두 떠나버리고 홀로남아 시작이라는 신호도 없고 마지막이란 표시도
   없이 인생이란 고독한 길을 뛰어가네. 사랑도 미움도 스쳐간 길 꿈속에 보이는
   고독한 길 헤헤. 지쳐 쓰러져도 달려가리라 푸른 바다에 파도가 되어 우리
   인생이란 머나먼길에 나는 고독한 런너가 되어 지쳐 쓰러져도 달려 가리라
   나는 고독한 런너가 되어 아침 햇살에 솟아오르고 저녁 노을에 지는 날까지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뛰어가리 "
  
                                                      -조용필, 고독한 Runner.
                                                                    
                                                                    
  '심장이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을 느낀다. 나의 온몸은
  쉼을 원하고, 난 이제 거의 마지막에 온 것 같다. 이대로 주저 앉고 5분만 쉴 수
  있다면, 아니 단 한번 한숨이라도 편히 쉴 수 있다면, 난 내 영혼을 줄 수도 있을 것
  만 같았다. 누구도 나에게 강요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응원에서, 난 강요보다 더 한 무엇인가를 강요 받았다. 그들을 정말 실망
  시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난 이제 내 한계에 온 것 같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미안해 나 잠시만 쉴게...'

  42.195Km 그 외로운 질주 중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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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루하기만 한 마라톤 중계석이 갑자기 활기를 되 찾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약
2시간 동안 아무 변동 없이 지루하게 끌어온 순위 권 다툼이 이제 슬슬 정리될
기미가 보이기 때문 이였다. 뒤이어 아나운서의 황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선두 권에 달리던 SC선수와 Jju선수 충돌인가요? 결승 지점 약 7Km를 앞두
  고 동시에 쓰러졌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충돌 같지만 않은데... 원래 선두 권을 달리던 선수들이 가끔 저렇
  게 동시에 쓰러지는 수가 있어요. 사실 마라톤 경험이 많이 없는 선수들이 선두
  권을 오랫동안 유지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패이스를 오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누구 한명이 쓰러지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동조돼서 같이 넘어지는 경우
  가 가끔 있죠."

  "정말 아쉽군요.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이번 OnSports.net배 첫 출전 인데... 지금
  까지 꾸준히 이 정도를 유지한 것 만해도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죠. 아무튼
  이젠 다시 선두 권을 진입 하기는 대단히 어렵겠습니다."

  "말씀 드리던 순간같이 선두 권을 유지하던  Nal_rA, Zeus선수.. 이제 두 선수
  쭉쭉 뻣어 나가는 군요... 아직 저런 체력이 남아있었단 말이니까? 대단합니다."
  
  중계진의 말 처럼 오버 패이스 에서 오는 일시적인 신체 기능 정지였을까?
초반부터 선두를 계속 선두 다툼을 하던 SC와 Jju는 결승점을 겨우 7Km남긴 지점
에서 극심한 탈진 상태를 보이며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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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 이야기 -

  '일어나야 해... 일어나야 해... 조금만 기다려줘... 나 금방 일어날 수 있어... 이대로
  넘어져 있을 수는 없단 말이야. 감독님이랑 동료들이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대로
  쓰러져 있을 수는 없단 말이야...이대로 무너지면 그 동안 날 아껴준 사람들에게
  떳떳할 수 없어... 그들은...'

  멀어져 가는 Nal_rA와 Zeus의 뒷 모습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그에게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갔다.



  약 2년 전 서울 근교 조용한 주택가 Hanbit Runners 합숙실. 다른 어느 팀 합숙실
과 마찬가지로 20대 초반 남자들만 있는 합숙실 답게 깊게 베여있는 땀냄새와
남자 냄새, 그리고 몹시 어수선하고 지저분했지만, 그 곳에는 뭔지 모를 활기가
가득 넘쳐 흘렀다. 연습이 없는 주말 오후답게 젊음을 주체 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여기 저기서 장난에 여념이 없었으며, 몇몇은 주방 구석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자자 조용.... 주목. 오늘부터 같이 연습하게 될 SC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조금
  다듬으면 중장거리 선수로써 손색이 없을 꺼다. 앞으로 잘 지네라. 주장, 이 친구
  짐 부리는 것 도와주고.."

  "네...근데... 재균이행님, 니 오늘 와 이리 무게 잡노?"
  
  뒤이은 선수들의 장난 섞인 야유 소리에 무한해진 이감독은 다시 목소리를 다듬
으며 말을 이어갔다.

  "험...험... 뭐야... 이 놈들이... 암튼... 그럼 잘 있어라, 난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그..그럼 월요일에 보자..."
  
  이미 엄숙하기를 포기했는지, 아니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인지... 이감독은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고, 주장이라고 불리던 사내가 그 앞으로 다가왔다. 노란
염색 머리와 불량끼 가득한 모습에 그는 조금은 움츠려 들 수 밖에는 없었다.

  "음... 뭐꼬? 신참이가? 함 보자... 니, 내가 누군지 아나? 나 에쵸티다... 에쵸티."  
  
  "네.... 전 SC 라고..."
  
  "남자 세끼가 목소리가 와글노? 밥뭇나? 라면이나 같이묵자!!"

  "에... 전..."
  
  "후딱 온나~ 그라고 인사는 쪼매 이따 하자."
  
  이렇게 그는 Hanbit Runners의 연습생으로 첫발을 내 디뎠다. 그가 소속된
Hanbit Runners는 장거리의 마왕 HOT 주장을 포함하여, 불꽃의 runner Sync,
Sky의 영웅 reach등 내노라 하는 선수들이 잔뜩 포진되어, 당시 우리나라 육상계
명문 팀 중의 명문 이였으며, 모든 육상 꿈나무 들에게는 꼭 들어가고 싶은 팀 1순위
였다. 그런 명문 팀에 소속된 그는 타고난 심폐기능과 체력 그리고 성실한 생활
태도와 연습으로 얼마 후 팀 내 기대주 장거리 러너(1)로 자리 메김을 확실히
하였고, 그 쯤 그의 팀 Hanbit Runners의 여러 선수들은 각기 여러 메이저 대회에
입상하며 좋은 분위기를 유지 해 나갔다. 특히 그의 몇 차례에 걸친 메이전 단축
마라톤 대회 예선 통과와 소규모 대회 우승 및 구간 신기록 수립 등의 활약을 하면서
이젠 한국 육상계의 기대주로 통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폭발 적인 체력에서
나오는 스피디한 주법은 보는 이들을 경탄케 하였다. 그 에게는 마냥 행복한 시간
이였다. 좋은 선배들과 훌륭한 분위기의 팀,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믿고 그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는 감독님... 무엇 하나도 그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그것도 잠시 작년 초에 열린 OnSports.net배 구간 역전 마라톤
대회에서 거둔 통한의 준 우승을 기점으로 점차 팀 선수들은 차례대로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하였으며, 연이은 모 기업의 사업 실패로 인해 선수들은 연습에 열중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자... 오늘 연습 끝... 그리고 오늘은 할말이 있다. 모여봐라."
  
  오후 연습을 마친 그들은 평소와는 다른 이감독의 분위기에 약간은 어색한 모습
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음... 그 동한 우리랑 같이 연습하던 reach랑 Sync가 오늘 부로 KTF Magic-Foot로
  이적 하게 되었다. 그러니 인사하고..."

  "햄~ 그게 문 말인데요? reach랑 Sync랑 어디간다고요? 구라까지 마소? 야...
  reach참이가? 도란나이기? 이 노믐 자식 죽이삔다..."
  
  주장 HOT는 당황한 표정으로 reach와 Sync를 바라보았다.
  
  "형... 미안해... 하지만...."
  
  "조용히해... 그렇게 됐다. 이제 해산... 그리고 HOT, 너는 잠깐 나 좀 보자."
  
  그 날 이감독과 HOT는 얼마나 마셨는지, 인사불성이 돼서 숙소로 돌어왔다. 그 날
이후 아무도 reach와 Sync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그 동안
그는 다른 동료 선수와 같이 상당한 슬럼프를 경험하게 되었다. 특히 OnSports.net
역전 대회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와 힘도 못써보고 패배한 것에 대한 자책감과,
Nada와 Xellos라는 자기 또래의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연이은 패배는 좋은 환경
에서 비교적 순탄하게 선수 생활을 해오던 그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특히 Nada와 Xellos는 자신과 같이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주법을 구사하는
선수였고, 그가 가장 자신하던 체력이 그들에게 미치지 못함을 느낀 그는 이내
절망할 수 밖에는 없었다.


  작년 여름 MBCSports배 육상 대회 5000M 결승전.

  "SC 힘내.... 1바퀴 남았어... 마지막 스파트..."

  그에 귀에는 이미 이감독의 말은 들려 오지 않았다. 초반부터 끝임 없는 순위 다툼
으로 지칠 때로 지친 그는 지금 이 상태를 유기하기에도 힘겨운 상태였다. 특히,
같이 달리고 있는 Nada는 그 에게 있어서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산처럼 보였다.
분명히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같은 보폭으로 달렸지만 그가 보기에는 Nada는
아직 숨겨놓은 힘이 있어 보였다. 마지막 200M 지점... 그는 그렇게 보기 싫었던
Nada의 뒷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더 이상 그와 같은 패이스로 달릴 수 없었다.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혼자 숙소에서 나와 근처 B공원 밴취에
앉아 여러 가지 생각, 특히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자신이 생각
했을 때 그는 이제 러너로 성공할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는 남들처럼 테크닉이
뛰어난 러너는 아니었다. 테크닉 보다는 선천적인 체력을 바탕으로 한 선이 굵은
경주를 하는 스타일 이였고, 그런 스타일의 선수들은 자신보다 월등한 체력의 선수가
있다면 결코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SC는 잘 알았다.  

  '그래... 이젠 포기하는 거야, 난 그 동안 최선을 다했어... 내일 감독님에게 말씀
  드리고... 이젠, 군대나 가야지...'
  
  그의 인생에서 그리 짧지 않았던 지난 몇 년 동안의 장거리 육상 선수 생활을 생각
하며, 그의 눈에는 작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귀에는 낮익은
목소리의 귀익은 노래가 들려왔다.

  "지~쳐~쓰러져도... 달려가리라 푸른 바다에 파도가... 되어 우리 ..인생이란
   콜록... 콜록... 머나먼길에 나는 고독한 런너가 되어 지쳐 쓰러져도 달려 가리라.."
  
   이감독 이였다. 이감독이 취했을 때 나오는 18번 노래 조용필의 고독한 Runner,
그 노래는 이제 이감독뿐 아니라 Hanbit Runners 소속 선수라면 모두 애창하는
노래가 되었다. 그는 재빨리 눈물을 닦고 이감독에게 말을 했다.
  
   "감독님, 어쩐 일 이세요?  많이 드셨나봐요?"
  
   "응... SC구나... 그래.. 많이 먹었다. 그래...넌 여기서 뭐하냐?"
  
   SC는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 하였다.
  
   "아... 뭐 좀 생각하고..."
  
   "그래... 허.. 이것도 팀 전통인가? 니네는 뭔가 생각만 하면 이리로 오냐? 여기가
   니네들 아지트냐? HOT도 그러고... reach, Sync녀석들도 여기 많이 왔었지...
   그 녀석들 잘 있는지..."
    
    이감독은 야릇한 그리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선배님 들도..."
  
   "나도 니네들 처럼 여기서 생각 좀 해볼까... 잠시 앉자."
  
   "네..."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SC는 차라리 지금 자신의 결정을 말해 버릴까라는
생각을 하였고... 이내 결정 하였다...

  "저...."

  "너 그거 아니?"
  
  어색한 침묵을 깨는 이김독의 목소리... SC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이감독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예전에, 니가 팀이 처음 들어왔을 때, HOT랑 내가 무척 기뻐 했다는 것... 사실
  우리 팀에는, 그때까지 너 같은 스타일의 러너가 없었거든... 물론 Sync가 있
  었지만... Sync는 너랑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힘보다는 기술 이잖아... 드디어
  우리가 구간 연전 마라톤에서 우승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Garimto가 은퇴하고
  그 동안 우리 팀에는 힘있는 선수가 부족 했거든... 그 덕에 역전에서도 번번히
  우승을 놓치고... 하지만 회사가 어려워 지고..."
  
  이감독은 약간 쉰 목소리로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회사에서는 인원 감축을 이야기 하고... 결국 reach랑, Sync가 팀을 떠나게 됐지.
  다 내 잘못이다. 그네들도 팀을 떠나기 싫어했지만... 어쩔 수 없이 너랑 다른 선수
  들, 그리고 팀을 살리기 위해 어떨 수 없었어... 결국 reach와 Sync가 팀을 유지
  시켜준 거지. 그 자식들 떠날 때 얼마나 슬퍼 했는지 생각하면...  HOT도 그 것을
  알고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고... 그 놈 속이 어떤지 내가 잘 알지... 내가 잘 알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가슴이 아프구나... 다 내 자식 같은 놈들인데..."
  
  이감독은 이제 약간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그리고, SC너한테도 정말 미안하다. Nada나, Xellos처럼 여기보다 좋은 환경에서
  연습만 열중 했다면 분명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텐데... 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렇게
  됐구나... 다 내 잘못 이야... 내 잘못... 지금이라도 어디 다른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거라..."
  
  이감독의 의외의 말을 들은 SC는 뭔지 모를 슬픔이 가슴속에서 밀려 왔다. 항상
형처럼 부모처럼 선수들의 뒷 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으시던 이감독의 눈물을 본
SC는 자신이 방금 전 까지 마음에 있던 말을 가슴속에 묻어 둘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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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이 마지막 이다. 팀과 감독님의 은혜를 보답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이번
  에도 떨어질 수는 없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난 이번에 통과한다.'
  
  OnSports.net배 마라톤대회... 국내 육상대회 중 단일종목으로는 가장 큰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 아직 SC는 번번히 예선에서 기라성 같은 선수들에게 밀려
예선도 통과해 본적이 없을 만큼 그와는 인연이 없던 대회였다. 대회 예선 연습 동안
그는 그 동안 가가 믿었던 체력을 바탕으로 한 주법 보다는 등안시 하던 테크닉한
주법을 연습 하였다. 그런 이유였을까? 그 동안 번번히 최종 예선 문턱에서 좌절
하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최종 예선까지 순조로운 진행을 하게 되었고, 오늘 드디어
최종 예선이 시작 되었고, 이제 레이스는 중반에 접어 들기 시작하였다.

  "아... SC선수 또 슬립스트림(2) 주법 인가요? Zeus선수 뒤에 달라 붙어서 떨어지
  지 않아요.. 어떻게 된 일이죠? 원래 SC선수는 이런 테크닉 보다는 힘으로 승부
  하는 선수 아니었나요? 이번 예선에서부터 주법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런 주법은 선수들과 관중들 사이에서는 조금 등안시 되는 주법이지만... SC
  선수 예선통과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인가요? 보통은 선수들이 경기 중 중간
  중간 조금씩 이런 방식으로 주행을 하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슬립 스트립
  을 사용하다니... 좀 아쉽군요 그 동안 보여주었던 힘있는 주법을 버린 것이..."
  
  중계진의 설명대로 SC는 그 동안 그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의 주법을 버리고, 조금
은 선수들 사이에서 비메너로 통하는 슬립스트림 주법을 사용 하였다. 이는 순위
다툼과 치고 나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대와 같은 패이스로 상대 바로 뒤를
쫓아서 달리는 방법으로 앞서가는 선수보다는 공기의 저항을 덜 받을 수 있고,
앞선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는 공포를 심어주어 패이스 오버를 유도 할 수 있는
주법이였지만, 만일 앞서가는 선수가 갑자기 치고 나간다면 슬립스트림으로
쫓아가는 선수는 갑자기 패이스를 잃어 자칫 잘못하면 리타이어(3)로 갈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주법 이였다. A급 선수일 수록 장거리 경기 중 가끔씩 서로에게
메너 형식으로 자신의 슬립스트림을 제공하며 서로의 패이스를 높이는 수준 높은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지금 SC와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남이 만들어놓은
슬립스트림을 이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승부 내내 치열한 순위 다툼
보다는 조금은 지루한 경기가 계속 되기 때문에 많은 육상 팬들도 싫어 할뿐만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배려할 줄 모르는 주법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사용하는 선수를 무시하는 경향이 때문 이였다. 하지만 SC는 승리라는 목표를
위하여 팬들의 비난도 감수하고. 그를 지탱해주던 자존심도 마저 버리고 그 주법을
연습 했으며 여기까지 왔다.

  '난 Nada나 Xellos처럼 끝없는 체력도 없어, 그리고 Boxer나 yellow처럼 천부적인
  테크닉도 부족해... 하지만 난 이겨야 해... 그들을 위해서...난 이겨야 해, 이기기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리고 그는 승리 하였다. 하지만, 여론은 SC에 뿐만 하이라, 유망한 육상 유망주
를 망쳐놨다는 기사로 Hanbit Runners팀과 이감독에 대한 비난을 연일 퍼부었으며,
팬들은 그의 비메너의 가까운 주법에 대한 온갖 비난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여기 저기에서 수많은 논쟁이 불붙었다. 이런 논쟁은 그를 혼란에 빠트렸다.

  "형... 내가 잘못한 건가?"
  
  SC는 혼란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자신에게 쏫아지는 비난 보다는, 팀과 감독
에게 오는 비난이 더 가슴 아펐으며, 자신을 아껴주는 팬들에게 실망을 주었다는 것이 더
그를 혼란 스럽게 하였고, 팀의 큰형 HOT에게 그 마음을 털어놨다.

  "집어치라... 니가 무에를 잘못했노? 다 무식하고 모르는 것들이 그레카는 기라...
그 놈들은 너처럼 달려 본적도, 달릴 수도 없는 것 들이다. 헛소리 하지 말고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기다... 이기는 놈이 장땡이다... 니 내
말 알았지?"

  '이기는 놈이 장땡이다.' 그는 그말이 맘에 들었다. 그는 속으로 그 말을 되네 이며
생각 하였다.
  
  '그래 난 질 수 없어, 지금까지 그렇게 했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여기까지 와서 진다면 내가 그 동안 해온 일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거야... 난
앞으로 나가야 해... 절대로 여기서 무너지면 안돼...'

  
  OnSports.net배 마라톤 전야 립셥션 장. 이번 참가 선수들의 인터뷰가 이루어 지는
가운데 SC의 차례가 돌아 왔다.
  
  "다음은 이번 대회에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SC선수랑 몇 마디 나누어
  보겠습니다. 안녕 하세요 SC선수? 컨디션은 어떠신 가요?."
  
  "네... 좋습니다."
  
  "시간 관계상 거두절미 하고 질문 하겠습니다... 또 슬립스트림 주법을 사용 하실
  것인가요?"
  
  "네, 기회가 된다면 언제라도...."
  
  그의 대답은 모든 선수와 사회자 그리고 팬들에 대한 도발 이였다. 그렇게 많은
비난의 화살을 맞고도 그는 자신의 뜻을 밝혔으며... 이제 게시판에서는 그의 모든
과거의 행적 및 전적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마음대로 요리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이미 명예도 영광도 남지 않았다. 벌거벗겨지고 짓발핀 명예는 그에게 필요 없었다.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자존심은 그에게 남아 있지도 필요 하지도 않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 그리고 그 승리로 자신 때문에 상처 받은 모든 사람에게 승리자
로써의 그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오기만 남았다.



  하지만 이것도 끝인가? 멀어져 가는 Nal_rA와 Zeus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또 다시 절망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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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ju이야기로 이어짐니다.

  
주)
(1)러너 : 장거리 육상 선수
(2)슬립스트림: 앞서 나가는 선수의 뒤에 붙어 공기의 저항을 최소한 받고 달리는 주법.
(3)리타이어: 경기 포기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3-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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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4/03/02 12:38
수정 아이콘
3~4위전 기념으로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냥 지금까지 써논 것을 올리고... 만일 가능하다면 Jju편을 경기 전에 올리겠습니다...(확실치 않네요...)

그냥 만화다 생각하고 읽어 주십시요.

그리고 사투리에 도움 주신분들 감사 합니다....
04/03/02 13:35
수정 아이콘
lovehis님의 필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_ _)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04/03/02 13:38
수정 아이콘
전 SC가 가상의 인물인 줄 착각하고 있었군요 ^^; Silent_Control을 말씀하셨던 거군요 ^^;;;
Marine의 아들
04/03/02 13:48
수정 아이콘
lovehis님은 패러디는 웃기다라는 편견을 버리게 해주십니다+_+
엄청난 필력의 압박이...

그리고 저기 위에 ' 그 들'이라는 오타가 있네요.
아마 '그들' 혹은 ' 그 둘' 이라고 적으려다 오타나신듯^^;;
04/03/02 13:51
수정 아이콘
Marine의 아들// 수정했습니다....

사실 성격은 그렇치 않은데, 글만 쓰면 조금 슬픈게 되는 군요. 이상하게 버릇인가 봄니다... 저도 웃긴글 쓰고 싶습니다...^^;;;
크로커스
04/03/02 14:14
수정 아이콘
눈물이 살짝 흐르는군요..
정말 좋은글입니다.. 이렇게 좋은글 써주신 lovehis님께 감사드립니다^^
Silent_Control.. 저에게는 특별한선수입니다^^
지금 온 날보다 나아갈 날이 더 많다는것을 잊지마시고 3위하셔서 꼭 시드받으셔서 다음리그때는 꼭 좋은모습보여주세요^ ^
04/03/02 14:50
수정 아이콘
한빛 팬이지만 변은종선수가 이기기를 바랍니다
탑시드와 B조시드가 프로토스로 결정났고, D조시드가 테란으로 결정된 상태에서 C조시드마저 테란이 차지하면 저그는 시드를 받지 못하고 차기시즌에서 지목당할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지기땜에 변은종선수가 승리하기를 기원해요...이번시즌 시드로 올라온 4명에 테란이 없던것도 정말 아쉬웠구요
저그의모든것
04/03/02 15:09
수정 아이콘
글 잘 보고 갑니다..
글이 슬프군요..오직 승리만을 향해 달리는...자존심도 명예도 자신의 스타일마저 포기하며 달리다가 ㅜㅜ
마지막에 쓰러지더라도 '희망'의 여운이라도 남겨주셨으면 더욱 좋았을텐데요...
SC가 가엾쟎습니까 ㅜㅜ
하하하
04/03/02 15:37
수정 아이콘
가슴한켠이 왠지 모르게 찡해지는 느낌이...
가수에서 육상선수로 전업한(?) Jju의 이야기도 어서 보고싶네요 ^^
아케미
04/03/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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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님의 말씀을 읽다 갑자기 눈물이…
나도현 선수 파이팅! ㅠㅠ
저그의모든것
04/03/02 17:03
수정 아이콘
러브히즈님//그렇군요^^; jju선수와 연계되는 이야기였군요....
난 바보인가 ㅡㅡ;
김대도
04/03/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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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현 선수가 욕을 먹은것은 테란 유저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저그 유저가 그정도록 강력한 9드론 빌드오더를 개발했다면, 대타란적 극초반 질럿 드라군 필살기를 개발했다면,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불행히도 테란은 너무 강한 종족이 되어 버렸고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상 강한 테란이 쉽게 이겨버리는 것을 시청자들이 참지 못하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나도현 선수를 지지하고 있습니다만 bbs라는 전략자체는 증오합니다. ㅠ.ㅠ
Fly2TheSky
04/03/0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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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나니 3-4위전..가슴아파서 보지 못할꺼 같습니다.ㅠㅠ 아 그리고 사소한 태클입니다만.. 마라톤은 42.195 Km 를 뛰는게 아니었던가요;;
MistyDay
04/03/02 17:47
수정 아이콘
필력 대단합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그리고 B공원 나오는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쿡쿡댔다는;ㅅ; ㅂㄹㅁ공원인가요?
하와이강
04/03/02 18:30
수정 아이콘
와아~ 재미있는, 또 감동적인 글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OnStports.net배는 온스포츠(OnSports)를 잘못쓰신건가요?
아니면 St = starcraft 이건가요? ^^;
명문에 오점이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타지적합니다. ^^;;
04/03/02 19:01
수정 아이콘
하와이강//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오타의 대마왕 이군요.

그 쪽은 몇시 인가요? 여기는 지금 세벽 1시 34분.... 첼린지 리그 때문에 잠도 안자고.... 내일 할일도 많은데.... 아참 teamliquid아이디가?
안전제일
04/03/02 19:57
수정 아이콘
잘해나갈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늘 기쁜마음으로 바라보고있는 선수입니다.
다가오는 3.4위전에 그의 좋은 경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그의 상대에게도요.(누굴 응원한다는 말은 차마 할수 없는게 요새 저그가 너무 우울해서...쿨럭.)
RaiNwith
04/03/02 22:04
수정 아이콘
...저도 시드는 저그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Silent_Control을 차마 져버리기 어렵네요ㅠㅠ
나도현선수가 시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잠자는어린이
04/03/03 00:06
수정 아이콘
저도 또한 Silent_Control을 차마 져버리기가 힘듭니다-_ㅠ
저그를 자주 응원하지만 나도현 선수가 시드를 받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04/03/03 03:32
수정 아이콘
저 역시 나도현 선수가 시드를 받기를 바랍니다.
차마 나도현 선수의 마지막 gg를 보기 힘들어 vod를 꺼버렸었습니다.
준결승에서 지고 대기실에서 대성통곡하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저 역시 울었습니다.
하지만, 3,4위전에서는 환한 미소를 나도현 선수 특유의 보는 사람마저 밝아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S&F]-Lions71
04/03/04 00:09
수정 아이콘
이글을 쓰시려고 사투리를 물어보셨군요 ^ㅡ^
글을 참 흥미 진진하게 잘 쓰시네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재균재귤
04/03/10 22:15
수정 아이콘
나도현 선수 늦었지만 3위 축하드려요~^^
나도현 선수의 한명의 팬으로써 이글을 읽으니 저두 눈물이 핑도네요..
마라톤에 비유를 해 주셨네요..저두 과가 경찰행정이라 일주일에 두번 구보를 뛰는데 열외를 했습니다..앞에 뛰어가는 동기들을 보며 조금만 기다려 내가 꼭 따라갈테니깐 이라고 속으로 외치죠..ㅜ.ㅠ
인생은 마라톤입니다..(딴소리..ㅜ.ㅠ) 저 한테도 힘이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vividvoyage
04/04/02 15:59
수정 아이콘
늦게나마 잘 읽었습니다.
'이기면 장땡이다'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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