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3/03/21 09:23:15
Name Fig.1
Subject 잔소리, 논문, 꼰대 (수정됨)
①인사이트만 있으면 잔소리다

‘청소해라, 운동해라, 밥 먹고 눕지 말라, 공부해라, 좀 씻어라’ 보기만 해도 PTSD가 오는 잔소리들. 어릴 적 아니 지금도 잔소리는 여전히 듣기 싫습니다. 잔소리의 내용을 들어보면 대체로 맞는 말인데도 말이죠.

그런데 우리는 똑같은 메세지를 가진 동기부여 영상이나 글귀를 일부러 찾아보기도 합니다. 메세지는 똑같은데 어떤 말은 듣기 싫고, 어떤 말은 찾아 듣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죠.

저는 그 차이가 인사이트(메세지)에 대한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세지(인사이트)만 있을 때는 잔소리가 되는 거죠.



인사이트와 지식만 있으면 재미없는 논문이다

메세지(인사이트)에 대한 근거를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논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해라’라는 인사이트에 대해 실험 데이터를 통해 근거를 제시하죠. ‘운동을 몇 개월 했더니 심박수가 정상범위에 들어갔다. 호르몬 수치가 정상적이게 되었다’ 등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같은 메세지라도 논문을 찾아 읽지는 않습니다. 논문은 객관성이 중요하다 보니 용어가 딱딱하고, 지식 근거만 제시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거든요. 무엇보다도 논문에서는 스토리가 없습니다. 운동해야 한다는 같은 메세지라도 우리는 헬린이 였던 누가 왜, 어떻게 운동을 해서 헬창이 되었다는 서사에 더 흥미를 느끼죠.



인사이트와 경험만 있으면 꼰대다

그렇다면 메세지에 서사가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바로 경험입니다. 우리가 찾아보는 동기부여 영상도 대부분 경험 근거에 기반한 이야기들이죠. 운동해서 몸이 좋아진 사람이 자기가 어떻게 해서 몸이 좋아졌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의 이야기요.

그렇다고 해서 경험만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과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과가 있었더라도 현재도 반복 가능한 경험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꼰대의 이야기로 치부되기에 십상이죠.

예를 들어 워렌버핏이 말하는 투자법과 부장님이 말하는 투자법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은 당연히 워렌버핏으로 향하겠죠. 워렌버핏은 수십년간 성과를 보여줬으니까요. 반면 부장님은 ‘나 때는 말이야, 닷컴버블 때 10억까지 벌었었어’라고 과거 한 번의 성공 경험만 반복해서 말하는 순간 꼰대의 말이 됩니다. 그런데 만약 부장님이 요 몇 년 사이에 ‘500만 원으로 시작해서 20억 벌었어’라고 말하는 순간 다시 관심을 끌게 되겠죠. 이처럼 반복 가능한 성공 경험이 있어서 사람들은 관심을 가집니다.



④성공 경험도 결국 검증 가능해야 한다

반복 가능한 성공 경험이라는 것은 경험만으로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미래에도 어떤 시기에 어떤 행동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체계가 있어야 하죠. 그리고 이 체계는 지식 근거가 있어야지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즉, 설득력 있는 인사이트가 되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 근거 모두 중요한 것이죠.



요약하자면,
- 인사이트만 있으면 잔소리이다.
- 인사이트에 대해서 지식 근거만 있으면 재미없고, 반복 불가능한 경험근거만 있으면 꼰대가 된다.
- 반복 가능한 성공 경험도 검증을 위해서는 지식 근거가 필요하다.
- 설득력 있는 인사이트를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 모두 중요하다.
- 그리고 이 글에는 인사이트만 있고, 경험과 지식 근거 모두 없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10-08 11:2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03/21 09:27
수정 아이콘
한줄요약

이 글은 잔소리이다(응?)
23/03/21 09:34
수정 아이콘
크크크 맞습니다
태양의맛썬칩
23/03/21 09:28
수정 아이콘
같은 이야기도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프로게이머? 니가 되겠냐?” 하는 것과 페이커가 “님 실력으로는 힘들어요.”라고 하는 건 무게가 다르니까요.
23/03/21 09:36
수정 아이콘
부모님도 롤 다이아라면 그 말에 진지하게 듣겠죠?크크크
그 분야에서 성과를 냈냐, 그리고 지금도 낼 수 있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움 그 뒤
23/03/21 09:51
수정 아이콘
페이커가 부모님이어도 그 자식은 페이커 말 안들을 겁니다 크크.
작은대바구니만두
23/03/21 11:35
수정 아이콘
보루토 정도면 나루토 말 안들어도...
23/03/21 09:30
수정 아이콘
사람들은, 특히 요즘엔 더더욱 내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잔소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흐흐
그게 좋은 이야기이거나 근거가 있어도요.
23/03/21 09:38
수정 아이콘
영상 콘텐츠나 숏츠 같은 것으로 인해 집중도가 떨어져서 일까요?
문득 궁금해지네요흐흐
23/03/21 09:31
수정 아이콘
하나부터 열가지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23/03/21 09:38
수정 아이콘
아이유가 하는 잔소리라면 관심있게 들을 수 있을 텐데..
먼산바라기
23/03/21 17:30
수정 아이콘
하지만 아이유가 친누나라면?
23/03/21 09:31
수정 아이콘
크크크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3/03/21 09:4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흐흐
인생을살아주세요
23/03/21 09:36
수정 아이콘
어라, 잔소리인데 설득력이 있는데요? 크크
23/03/21 09:4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스스로가 반례가 되었다?!
고오스
23/03/21 09:46
수정 아이콘
화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이 아이에게 좋은 말을 하는건 수십년간 학습된 꼰대 소리를 들릴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일부 부모님들은 친구나 주위에 교사나 교수, 전문직 등 권위있는 사람을 통해 상담 형식으로 조언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옥동이
23/03/21 09:57
수정 아이콘
이시대의 부모님의 위치를 잘 알수있는 현실이네요
성공한 부모가 되기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고오스
23/03/21 10:03
수정 아이콘
그런데 이건 부모님이 저런 직업군이거나 대통령이거나 왕이라고 해도 애들은 말 안듣습니다 크크크

대신 주위에 부탁하고 조언 받기는 남들보다 훨씬 유리하겠죠

부모님인 분들은 조언보다는 집에서 애들이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공부하고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이게 하는게 훨씬 효과적일 껍니다

실제로 이렇게 하는 집의 자녀들이 공부습관이 몸에 배여서 어딜가도 잘 적응하고 잘할 가능성이 높다죠
23/03/21 10:00
수정 아이콘
자신이 잘 파악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의 의견일수록 하찮게 보는 경향은 있는거 같습니다.
고오스
23/03/21 10:03
수정 아이콘
이 말씀에 무척 공감이 가네요

실제로는 자세히 모르는데 잘 안다고 착각하면 남의 말을 안 듣죠

부모-자식 뿐만 아니라 자기 분야가 아닌 분야에서 어설프게 알면 선무당이 되는 것 처럼요 (더닝-크루거 곡선)
옥동이
23/03/21 10:09
수정 아이콘
앗 이런뜻이었나요 저도 공감했는데 전 가까운 사람이 하는 조언일수록 하찮게 생각하게 된다는 의미인줄알았습니다.
고오스
23/03/21 10:10
수정 아이콘
둘 다 맞는 말입니다 크크크
그리움 그 뒤
23/03/21 10:14
수정 아이콘
요즘은 진료실에서 인사이트 + 지식 + 경험 을 가지고 이야기 해줘도,
유튜브에서 봤는데~~
인터넷에서 봤는데~~
누가 그러는데~~
에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거 아니라고 얘기해주면 굳은 표정으로 입꾹닫 하고 있다가 나가면서 에이 그거 아닌데(고개 갸웃) 하면서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구요.
제 경험으로는 유튜브, 인터넷은 30대, 유튜브, 누가 그러는데 는 60대가 가장 많구요.
고오스
23/03/21 10:17
수정 아이콘
자기가 자주보는 것들이 절대 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폭 늘었죠

과학도 종종 틀려서 수정되는 시대인데뭘 믿고 저런걸 절대진리라고 생각하고 확증편향에 사로잡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의사쌤이 말하는것과 기존에 알던게 다르면 전 대놓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대부분 설명을 해주시는데 같은 건이라도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정말 많아서 오픈 마인드의 중요성을 꺠달았죠

물론 오픈 마인드라고 갈대처럼 흔들리는건 안좋지만요 :)
23/03/21 10:22
수정 아이콘
말하는사람문제가 아니라 듣는 사람문제라 봐서.
듣는 사람이 별 생각없으면 성인군자가 말해도 잔소리로 들려요.
23/03/21 10:23
수정 아이콘
내가 애정이 있어서 하는 말인데 (없음)
내가 해봐서 아는데 (모름)

충분한 애정도 걸맞는 지식도 없는 경우 꼰대라고 느낍니다
23/03/21 10:30
수정 아이콘
이종범도 아들에게 야구 조언은 '좌타석에서 타격해라' 딱 하나밖에 안했다고 하죠.
록타이트
23/03/21 10:38
수정 아이콘
닉네임부터 근거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근거를 빠트리셨군요!?
23/03/21 12:50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근데 잔소리와 동기부여 글귀의 차이점은 잘 이해? 공감? 이 안되네요.

댓글 중에도 있듯이 걍 화자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한데,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 아니라 특정 분야 권위자나 성공한 사람이 말해도 잔소리는 잔소리일 뿐이거든요.

아, 생각이 났습니다. 걍 타이밍의 문제와 능동 피동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듣기 싫은 타이밍엔 어떤 말도 다 듣기 싫죠. 그리고 듣기 좋은 타이밍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내가 먼저 청했을 때 정도겠죠.

결국 같은 말이라도 원치않을 때 들으면 걍 나에 대한 공격일 뿐입니다. 그래서 방어기재가 먼저 나오는 것 같네요.
내가 직접 찾아간 강연, 티비 채널 돌리다 고정한 교양프로, 인터넷 서핑하다 발견한 글. 전부 나를 향해 공격하지 않습니다. 그냥 거기 있는 걸 내가 봤을 뿐이죠.
페스티
23/03/21 14:06
수정 아이콘
저는 누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기 때문에 꼰대의 잔소리같은 뻘글이라도 저에게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농담이고 재밌게 읽었어요. 배부른 돼지는 진수성찬에도 심드렁 하겠지만 목마른 걸인은 물 한잔에도 감격하겠죠. 메시지의 퀄리티도 중요하나 화자와 청자의 관계도 중요하고 청자의 상태는 더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계발서가 대부분 포르노밖에 되지 않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닐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711 보드게임 25종 사진과 세줄평 [68] 소이밀크러버14794 23/04/20 14794
3710 질문게시판의 답글이 이렇게 좋은 기능을 합니다. [19] 대단하다대단해14126 23/04/20 14126
3709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22] Fig.113827 23/04/12 13827
3708 [역사] 맥도날드가 근본인가? / 햄버거의 역사 [43] Fig.115686 23/04/08 15686
3707 당신은 10분안에 해결할수있습니까? [50] 똥진국16095 23/04/04 16095
3706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으면서 느낀 점 [23] 오후2시14796 23/04/03 14796
3705 [콘솔] [바이오하자드4 리메이크 평론] 균형의 예술 [57] RapidSilver14773 23/04/03 14773
3704 잠깐 핫했던? 베트남론 주연 -베트남에 대해서 살짝만 ARABOJA [41] 아오이소라카15063 23/03/28 15063
3703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44] 젤리롤17002 23/03/27 17002
3702 (스압, 데이터주의) 2023.03 봄맞이 휴대폰 기변 컨설팅 후기 [18] 천둥14235 23/03/26 14235
3701 스압) AI로 만들어 본 레트로 애니메이션 느낌 그림들 [43] 안초비14645 23/03/23 14645
3700 잔소리, 논문, 꼰대 [30] Fig.114297 23/03/21 14297
3699 쿠엔틴 타란티노의 마지막 영화(?)에 관한 몇가지 정보 [20] 후치네드발14229 23/03/20 14229
3698 [LOL] 내년에 보고 싶은 선수. 그건 바로 엄. [57] roqur15640 23/03/17 15640
3697 물고기는 눈을 뜨고 자니까 나도 뜨고 잘거야 [13] 새님14404 23/03/15 14404
3696 아빠. 동물원! 동물원에 가고 싶어요! [73] 쉬군15383 23/03/14 15383
3695 회전하지 않는 회전스시 [38] 이그나티우스14868 23/03/13 14868
3694 자녀, 감성(?)을 위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할 만한가? [인생 확장팩 29개월 플레이 후기] [74] Hammuzzi14422 23/03/13 14422
3693 [LOL] 이번 시즌 각팀 선수 감상평 2. XX XXX [40] 암드맨15159 23/03/14 15159
3692 [일상뻘글] 컴퓨터에 400을 태우라한건 난데 왜 PGR을 칭찬함? [44] Hammuzzi14805 23/03/08 14805
3691 [역사] 대패삼겹살, 백종원이 개발한 것이 맞을까? / 삼겹살의 역사 [43] Fig.115020 23/03/07 15020
3690 러우전쟁 1년 결과. 대기업 쪽박, 중소기업 중박, 중국 대박 [53] 민트초코우유14552 23/03/03 14552
3689 입학을 축하해 나의 아들아 [67] 사랑해 Ji14434 23/03/02 1443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