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4/30 20:45:26
Name kimera
Subject 이창훈 선수에 관한 소고
프로게이머들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하면 할수록 그들에 대한 호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좀 도드라지게 좋은 느낌을 가지는 친구가 있습니다. 한빛 스타즈의 강도경 선수나 CJ의 이주영 선수, MBC의 서경종 선수, 그리고 지금 소고로 만나볼 이창훈 선수입니다. 그는 만나서 이야기할 때, 가벼울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진지함이 행동과 말로 풍겨 나오는 선수입니다. 그래서 그와 이야기 할 때 마다 정말 고민에 빠지고는 하죠.

프로리그에서 팀플이 존재함으로 그 강함이 들어난 선수, 이창훈은 지금은 은퇴한 강도경 코치와 함께 저그의 시야를 가진 선수들입니다.

"당신의 대지가 나의 눈 아래 있습니다."

F모사의 P모 기자가 이창훈 선수에게 팀플을 잘하는 비결을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이창훈 선수의 대답이 이랬습니다.(사적인 자리에서 물었던 것입니다.)

"그냥 경기를 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전 맵이 보여요."

왜 보이는지는 몰라도, 다 보인답니다. 나중에 제가 직접 물어 봤을 때에도 창훈 선수는 같은 답을 하더군요. 강도경 선수 역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팀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호흡이고, 그 다음은 넓은 시야입니다."

이창훈 선수의 넓은 시야는 자주 나오지는 않았지만, 개인전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그는 넓은 시야는 스타크래프트의 맵을 각각의 거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면으로 보고 그 면을 넓히는 형태의 전술을 구사하죠. 개인전에서 보면 이창훈 선수는 병력을 한 군대로 모으기보다 널리 퍼트렸다가 모으는 형태의 전술을 자주 구사했습니다.

이런 개인전에서의 병력 운영은 1.08의 초기까지는 상당히 효과적이어서 이창훈 선수를 코카콜라배 본선까지 올립니다만, 임요환 선수에서부터 시작한 태란의 저그에 대한 각개 격파전술에 그 빛을 잃어버립니다. 즉 병력을 퍼트리게 되면 그만큼 모여진 소수 병력에 각개 격파되고 그렇게 조금씩 승기를 잃으면서 패배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참을 이창훈 선수의 스타일은 빛을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이창훈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프로리그의 팀플레이에서 부터입니다.

이창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넓은 시야를 통해서 얻어지는 정보로 상대의 빈틈을 노립니다. 얼핏 보면 저글링 몇 기 오버로드 몇 기가 멀뚱히 서 있는 것 같지만, 팀플에서 이창훈의 병력과 파트너의 병력을 연결하여 보면 상대의 병력 운용 제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맵에서 상대방을 압도 하고 있는 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팀플에서 2대2의 상황에서 자신의 동료가 2:1로 밀릴 경우 밀리지 않는 상대는 둘 중에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압박당하는 상대를 돕거나, 아니면 다른 한편을 몰아내 같은 편이 밀리더라도 1대1의 상황으로 만드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비로 이 상황에서 이창훈 선수의 능력이 빛을 발합니다. 그는 자기편이 위태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급해진 그 마음의 빈틈을 찔러버립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우산국 같은 형태의 맵에서 이창훈 선수는 먼저 박성훈 선수와 함께 상대편의 한 진영으로 쇄도해갑니다. 위기 상황에서 몰려 있지 않은 한 팀은 병력을 돌려 위기의 아군을 구하러 외각으로 병력을 돌리거나 아니면 중앙 테이블로 올라옵니다. 그 때에 이창훈은 뿌려놓은 병력의 일부를 돌려 대부분의 병력을 중앙이나 외각으로 돌린 쪽으로 집어넣어 승리 포인트를 챙깁니다. 유난히도 이창훈 선수가 상대방의 본진의 커맨드나 넥서스를 잘 깨는 대에는 이런 공격 스타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손쉽게 설명했기 때문에, 별거 아닌 거 같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에서 우선 아군 한명이 위기에 처할 정도로 병력 운영에 압박이 있어야 하고, 또 그와 동시에 상대 병력의 이동을 읽어 내는 넓은 시야가 필요합니다. 절대로 쉬운 게 아닙니다. 이는 개인 전 경기보다 훨씬 더 넓은 시야와 상황 판단력을 필요로 합니다. 한 번에 살펴야 하는 지역이 초반부터 4개 지역 이상이며, 움직임을 읽어야 하는 적이 하나가 아니라 둘입니다. 팀플은 2대2의 개임이 아니라 경기 초반에는 1대2의 싸움이고, 유리하다면, 2대1 불리하다면 3대1인 싸움이기 때문입니다.(3대1인 이유는 불리한 아군을 돕기 위한 하나의 손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죠.)

넓은 시야를 가지고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이창훈 선수의 능력은 팀플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도 역시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약점을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은 경우인데요. 먼저 상대방이 말도 안 되는 수비능력을 팀플에서 보여주는 경우입니다. 특히나 테란들이 그런 모습을 종종 보여줍니다. 가끔 저그들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요. 이 경우는 병력을 나누었던 이창훈 선수가 오히려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경우는 아예 이창훈 선수의 시야를 가려버리는 것입니다. 사생결단 형태의 특화된 병력으로 먼저 이창훈 선수를 밀어 버리는 거죠. 이창훈 선수가 패배하는 경우는 위에 두 가지 경우가 전부입니다.

가끔 프로리그의 팀플이 재미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 어떨 때에는 지루 할 때도 분명 있습니다만, 저는 팀플레이가 e스포츠에서 있어서 또 다른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창훈 선수의 팀플레이를 볼 때에 패배하거나 승리하거나 그 긴장감은 개인전과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고는 합니다. 기존에 보던 것과 다르다고 배척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팀플이 2경기에서 1경기로 줄었지만 그 중심에 배치되어 그 중요도가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더 이상 선수의 중복 출전이 안 되기 때문에 팀플레이에 특화된 선수가 더 많이 나올 것입니다. 그 말은 더 즐거운 팀플레이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대지나 나의 눈 아래 있습니다."

어쩌면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누구보다도 넓은 시야를 가졌던 이창훈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지금 그 무엇보다도 화려한 게임을 여러분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해 보세요.

from kimera


ps:  지난 번에 올린 소고에 적혀 있던 두명의 선수가 누구인지는 당사자들에게만 공개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알고 있더군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만의 생각입니다. 정답을 적어주셨던 모두 다 맞는 말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틀리지 않으니까요.

ps2: 과연 이창훈 선수의 찔러들어오는 공격을 막아내는 수비력을 가진 선수는 누구일까용? 그리고 또 이창훈 선수의 시야를 바로 막아버릴 수 있는 공격력을 가진 선수는 누구일가용? 맞추어 보아요~
* 안녕하세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4-30 23:42)
* 안녕하세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5-02 21:37)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04/30 20:48
수정 아이콘
선 리플 후 감상합니다... ^^
T1팬_이상윤
06/04/30 20:50
수정 아이콘
최우수 팀플조에게 주어질 5천만원의 상금을 타낼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죠. 코카콜라 스타리그 이후 개인리그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데 개인리그 본선에서도 이창훈 선수를 볼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T1의 핵심 팀플멤버인 윤종민 선수(비록 서바이벌로 떨어졌지만......)도 해냈는데 이창훈 선수라고 못하라는법은 없습니다.
시미군★
06/04/30 20:54
수정 아이콘
"당신의 대지가 나의 눈 아래 있습니다."
마치 소설속의 대사같은;;
성대모사달인
06/04/30 20:56
수정 아이콘
제가 알고있기론 겜비씨 시절에 개인리그에 이창훈선수 한번나간걸로 알고있는데;; 그때아마 양대리그로 나뉘어서 했을때로 기억합니다
로얄로더
06/04/30 21:0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T1팬_이상윤
06/04/30 21:09
수정 아이콘
성대모사달인님//예전 KPGA 투어에 나간적이 있었네요.
06/04/30 21:27
수정 아이콘
KPGA 3차리그때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성대모사달인
06/04/30 21:31
수정 아이콘
T1팬_이상윤님// 태클걸려고 한건 아니였습니다 오해하지마세요;;ㅠㅠ
아케미
06/04/30 21:34
수정 아이콘
팀플의 제왕! 한 경기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팀플인 만큼, 삼성에서 중요한 한 축인 이창훈 선수 파이팅입니다.
다크고스트
06/04/30 21:37
수정 아이콘
수비력을 가진 선수는 최연성 선수와 서지훈 선수...최연성 선수는 컨트롤은 극도로 정교하진 않더라도 방어하는 진형과 유닛의 배치가 정말 좋은데다가 SCV가 수비하러 나오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기 때문에 못막을 공격도 막는 경우가 빈번하고 서지훈 선수는 방어 자체가 단단한 선수입니다. 컨트롤도 상당히 좋은데다가 절대 밀릴것같지 않는 단단함...하지만 두 선수는 팀플로 쓰기엔 아까운 재능들이죠.
부들부들
06/04/30 22:23
수정 아이콘
팀플에서 수비력이라면 이병민선수가 생각나네요.
(이병민선수 팀플도 참 잘하죠)

언제였는지는 모르겠고, 대 한빛전이었던 것 같은데,
엄청난 러쉬를 혼자서 막고막고 막더니 결국 이겨버리더군요.-_-
저는 한빛을 응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 이렇게 됐습니다만,^^
어쨌거나 그 수비력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이창훈선수 개인전에서도 다시 봤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팬이야
06/04/30 22:57
수정 아이콘
팀플은 말안해도 되겠지만 개인전에 빨리 얼굴을 비치셔야 할텐데요..
메이져리그급에 꾸준히 들지 않으면 여러선수들처럼 어느순간 은퇴하실거 같아서..
글루미선데이
06/04/30 23:24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같은 저그인데 팀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며 언제나 많이 배우죠
또 팀플에 임하는 자세에 책임감과 약간의 자부심?같은 것이 느껴져서 멋있기도 하고 참 좋습니다 ^_^
06/04/30 23:36
수정 아이콘
작년 하반기부터 물이 오르기 시작한 이창훈/박성훈 조합은..
박성훈의 개인기가 무르익기 시작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했다고 보여집니다. 이전까지는 이창훈의 팀플 능력대비 전적은 그리 좋지 않았는데..
박성훈 선수가 MBC게임에서 개인전 경험을 쌓으면서 전력이 올라가는 것이 보이더군요..
올해 개막전에서도 전상욱/성학승 조합을 아주 가뿐히 누르는..
비록 팀플은 한경기로 줄었지만.. 어느팀과 붙던 3경기..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에서 필승카드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칸은 올해 가장 주목해야할 팀임에 틀림없겠습니다..
06/04/30 23:49
수정 아이콘
이창훈 선수가 삼성의 팀플을 주도하는 정말 훌륭한 선수라는 사실과 함께 작년하반기부터 팀플에서 강력한 필을 받고 있는 박성훈 선수가 받쳐주고 있다는 사실이 이 팀플조합의 요즘 포스를 더욱 빛난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팀플조합 올해 모든 팀의 경계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카이레스
06/05/03 13:22
수정 아이콘
'xxx선수에 관한 소고' 이런 제목에 특허라도 내셔야겠습니다. 글 하나하나가 너무 주옥같아서^^ 며칠 사이에 글을 2개나 올려주시니 참 좋네요.
저도 이창훈 선수의 팀플을 볼때마다 느낍니다. 마치 맵 전체를 읽고 있는 거 같은 그런 느낌을요.
글레디에이터
06/05/05 16:15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쓰시네요 잘읽었습니다. 단지 하나 좀 걸리는게 "소고"라는 제목보다는 "짧은 생각"이라든지 하는 순 우리말 제목은 어떨런지^^ 테클은 아니고 그냥 직업 의식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06/05/07 14:27
수정 아이콘
이창훈 선수에 대한 작은북... 아.. 글 잘읽었습니다. 신바람 저그 화이팅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65 버로우와 컴셋관련. [152] 엄재경35380 06/08/16 35380
464 문준희-박태민의 '백두대간 전투' 평가보고서 [45] Judas Pain24308 06/08/01 24308
463 고인규 선수의 컨트롤 분석 (vs 박성준 선수 in Arcadia) by 체념토스님 [22] Timeless21360 06/08/01 21360
462 [맵분석/칼럼]RushHour, 무너진 T vs P. 어째서? [75] Apple_Blog16214 06/07/29 16214
461 임성춘, 김동수 [잊혀진 왕과 사라진 선지자] [124] Judas Pain25698 06/07/26 25698
460 [亂兎]당신은, 나를 얼마나 알고 있나요? [63] 난폭토끼16924 06/03/06 16924
459 존중의 자세 ( 온게임넷 옵저빙에 관하여 ) [66] 종합백과17454 06/06/21 17454
458 온게임넷?? 온게임넷!! [86] probe21385 06/06/05 21385
457 임진록 플래쉬 무비... [56] estrolls21891 06/05/04 21891
456 "선수들께서 다시 찾으실 수 있는.." [57] DeaDBirD17318 06/05/08 17318
452 이창훈 선수에 관한 소고 [18] kimera12994 06/04/30 12994
451 염보성 선수에 관한 소고 [52] kimera17570 06/04/28 17570
450 Farewell, Themarine. [57] 항즐이12280 06/04/25 12280
449 KBS에서 임선수를 보고. [44] unipolar22036 06/04/23 22036
448 [sylent의 B급칼럼] 희망의 강민, 강민의 희망 [43] sylent13610 06/04/22 13610
447 만년떡밥 인큐버스 사건을 5년만에 정리해보렵니다. [71] 김진태29325 06/04/20 29325
446 굿바이 지오 - Good bye G.O [32] 호수청년17266 06/04/12 17266
445 나는 GO의 팬이다. 그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33] 시퐁11356 06/04/10 11356
444 묘하게 닮은 두 사람... [62] Sickal17405 06/04/10 17405
443 요즘 테란이 왜 저그를 두려워하지? (테저전) [48] 체념토스16834 06/04/07 16834
442 피지알 가입인사 - 피지알을 좋아하는 이유 [28] netgo7907 06/04/06 7907
441 그림으로 보는 수비형 - 그녀의 어머니는 누구일까? [35] 김연우18950 06/04/03 18950
440 워3의 세계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76] Deco12429 06/03/29 1242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