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이미 죽어있다. -
북두신권이라는 만화를 몰라도 이 대사는 한번쯤 들어본적이 있을 것이다.
만화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주인공 켄시로는 손가락으로 상대방의 비공을 찌르는 북두신권으로 악인을 처단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현대판 암행어사같은 만화라고 할 수 있을려나.
물론 인물관계도나 구체적인 상황 다 패스하고 그냥 만화를 간략하게 설명했을때 이야기다.
만화나 소설같은것을 보다보면 참 여러가지 먼치킨류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용공의 손오공도있고 판타지문학으로 넘어가면 졸라짱쎈 투명드래곤도 있고 지상최강의 생물 한마유지로 암튼 여차저차 찾아보면 엄청나게 많다.
그 중에서도 북두신권 주인공의 포스가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대사를 보면 웬지 손발이 오글오글 하면서 과장된 액션에 요즘 세대들이 보면 다소 촌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데
북두신권의 주인공을 가장 높게 치는 이유는 말로는 딱히 표현할 수 없는 카리스마!
손가락 하나 쭉 내밀며 담담한 표정으로 '넌 이미 죽어있다' 대사에서 풍겨져 나오는 카리스야 말로
역대 만화들 중에 주인공의 포스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임펙트가 아닐까!
두번째로 주인공의 포스를 강력하게 나타내는것은...
'카카로트! 니가 최고다.'
스타판에서 포스를 만들 수 있는건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우승커리어,미칠듯한 연승기록이나 압도적인 경기력 상대의 기를 꺾어놓는 경기 내외적인 퍼포먼스나 인터뷰 팬들은 여러가지 것들에서 선수들의 포스를 느낀다.
그리고 북두신권의 주인공과 가장 닮은 카리스마를 선수라면 바로 '이제동'을 꼽고 싶다.
이제동은 커리어 압도적인경기력 연승기록 고승률등 포스를 채울 수 있는 여러가지 조건이 충분있지만
이제동의 진정한 카리스마는 바로 눈빛에서 나온다.항상 먹이에 굶주린듯한 짐승같은 눈빛!
이제동은 경기 시작전 부스에 들어가서 이미 눈빛으로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넌 이미 죽어있다.'
- 이제동네소년 -
아마추어시절 프로게이머에 도전중일때 부모님이나 주위의 반대에 한번도 부딪혀보지 않은 친구들이 있을까?
지금은 은퇴한 티원의 모 테란은 일년안에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은퇴할려고 마음먹고 도전했었는데 정말 은퇴를 했고
요즘 기세 좋은 케티에 모 테란 역시 일년안에 우승을 못한다면 게이머를 그만둔다고 했는데 우승을 했다. 아 허무하다.
아무튼 프로게이머는 들어가기 전부터 수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후로게이 하게 야자 뺴달라던 개념없는 고딩이 고딩이었을 시절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나 후로게이 할거임 ㅠㅠ 아니면 차라리 중이 될 거임!
이랬다가
그럼 중이 되렴.
그래서 불국사로 고고고!
본인의 증언.
"날도 화창했던 것 같아요. 눈부신 햇살을 받고 불국사 진입로를 들어서는데
저도 모르게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렀어요. 어찌나 서럽던지.."
과연 대단한 아들에 대단하신 부모님들!
이후 이제동은 어떻게 불국사에서 탈출했는지는 모르지만 전국의 피시방을 돌며 커리지 매치에 도전하게 되고
오래전에 이제동의 그런 아마추어 시절 모습을 보고 '방랑무사' 같다는 기억이 희미하게 난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커리지를 9번이나 떨어진 이제동에게 눈길은 준것은 조정웅 감독이였다.
9번이나 커리지매치에 떨어진 이제동을 숙소에 불러 아침마다 함께 관악산을 오르며 자신감을 키워주며 정신력을 재무장 시킨후 무려 10회의 도전끝에 커리지 매치를 통과하며 이제동은 준프로 자격증을 획득 플러스팀에서 연습생활을 시작한다.
- 화승 스타일 -
화승(전신 PLUS)출신 우승자로는 오영종,이제동,박지수 트리오가 있다.
줄여서 '오제수' 트리오라고 부르자.
오제수트리오는 개인리그 우승뿐만 아니라 프로리그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워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많은 활약을 펼쳤다.
오제수 트리오를 비롯한 화승팀의 공통된 게임 스타일이 있는데 전반적으로다가 경기스타일이 시종일관 압박형 플레이에 능하다.
압박플레이에 능하다 라는 말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일단 공격적이고,주도권을 잡길 좋아하며, 전투와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데
아시다시피 화승의 연습량은 12개 프로팀중 가장 하드고어 한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프로게임단 치고 연습을 설렁설렁하게 하는 팀은 거의 없을테지만 하루라도 몇십판이라도 상대팀보다 연습을했다는 것
그것은 기본기의 성장과 더불어서 자신감으로 나타난다.
눈을 감아라.
그리고 떠올려봐라.
연습량은 어느팀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소위 전기의자로 표현되는 화승군단의 연습량은 팀의 전체적인 경기력 상승을 위함도 있겠지만
끝없는 채찍질과 연습량은 선수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가장 쉽고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지옥의 2군으로 통용되는 쳐두션(구지오)에서도 이러한 팀컬러를 느낄 수 있었는데
화승이야말로 현 프로게임단에서 '헝그리정신'을 가장 잘 가지고 있는 팀이 아닐까.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서 강력한 기본기는 교전에서 강한 자신감을 만들게 해주고 이것은 플레이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는다.
병력의 지속적인 압박을 통해서 상대의 플레이를 강요하고 변수를 최소한으로 제어하며 교전으로 승부처를 결정짓는 플레이는
일종의 '깡패류' 스타일인데 특히 오제수트리오가 이런 깡패플레이에 능했다.
- 깡패 그리고 이제동 -
오락실 코나미사커의 모태가 아닐까 생각되는 만화 '슛'을 보면 세명의 삼총사가 나온다.
이 중 세컨드 주인공이라고 부를만한 '평송'이라는 선수가 벽에 부딪힌다.(안경이 평송이다.)
만화에서 평송은 주인공을 뛰어넘는 축구센스와 천재성 패스웍 메시에 버금가는 드리블능력과
트리플힐숏이라는 가공할 무기까지 보유했지만 일순간 벽에 부딪히고 만다.
벽에 부딪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의 사기적인 뽀록왼발슛을 더욱 빛내는 평송의 어시스트능력때문인데...
상대방 수비수들이 생각하기에 평송이라는 축구선수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주인공 왼발뽀록슛에 의존하니깐
애시당초 주인공에게 우르르 몰려가있으니 결국 팀의 전체적인 플레이가 무너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평송은 대단한 축구천재였지만 상대방 수비수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존재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천재라는 닉네임이 무색하지 않게 평송은 자신의 결점을 금방 깨닫고 상대 골문으로 무대포 슛을 날리게 된다.
한 10페이지정도 혼자서 말도 안되는 슛을 수십차례 날리더니 수비수들은 평송에게서 '재도 언제든 슛을 때릴 준비가 되있다' 라는
경고감을 먹게되고 평송에게 디펜스가 붙자 다시 주인공의 왼발앞에 평송의 결정적인 어시스트가 날아가며 훈훈하게 마무리가 된다.
별건 아니지만 주인공은 레알마드리드 10번을 달게되고 평송은 아스날의 9번을 달게 된다.
전설의 일본1군의 위엄은 놀랍기만하다.
잡담이 길어졌는데 이제동이야 말로 상대방에게 시종일관 '공포심'을 줄 수 있는 선수다.
상대방의 실책이 보이면 그것을 바로 묻어뜯을 준비가 언제든 되있고 실행에 옮겼을때 초토화시킬 뛰어난 컨트롤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이제동은 깡패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그냥 짐승이다.
상대방에게 공포를 각인시켜주고 기싸움에서 누를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여러가지 플레이가 편해진다. 조금만 강하게 압박해도 상대방은 좀 더 수세적인 포지션을 잡기 때문에 이제동은 마음껏 확장을 피고 자원을 축적해서 더 커다란 한방을 만들어서 강하게 몰아친다.
감히 게이머로서 이제동의 역량을 평가해보자면 약점이 정말 없는 선수다.
게임외적이 아니라 게임 내적인 플레이에서도 그의 강인함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다.
- 아메바 저그 -
한때 이모해설이 이제동의 플레이를 보고 '아메바'라고 표현한적이 있었다.
좀 웃기는 표현이긴 하지만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동 토스전중 다섯손가락안에 꼽을 수 있는 vs 김택용 블루스톰 경기를 상기시켜 보면
끝없이 드론견제를 당하고 소모전에서 몇차례 손해를 보면서도 결국 힘으로 버텨내서 경기를 뒤집는 뚝심!
로키2, 러쉬아워3에서 이영호와 대전에서 보여줬듯이 이제동의 뚝심과 멀티테스킹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한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이제동의 가공할 해처리 회전력!
언젠가 웅진의 김영진 선수가 사석에서 '영호는 저랑 똑같은 빌드로 게임하는데도 마린이 한부대 더 나와요'라는 식으로
이영호의 개떼 물량을 칭찬했다고 하고...
토스 게이머들 중에서도 도재욱,김윤중과 같은 선수들이 물량이 좋다고 소문이 나있는데...
단연코 물량과 회전력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선수는 이제동이다.
저그 특성상 기동력과 회전력과 소모전을 자주 펼쳐주고 상대플레이를 옭아메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지만...
잘 싸우는 것도 모잘라서 극한의 상황에서 물량이 좀 더 쥐어짜내어져 나오니 이건 뭐 할말이 없다.
스타크래프프는 초단위 타이밍 싸움이기도 한데 참 이게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초단위 타이밍에 상대가 미처 진형을 짜기전에 급습한다거나
초단위 타이밍에 상대의 테크전환 타이밍을 급습한다거나
초단위 타이밍에 상대 추가병력이 합류하기 직전 내 병력이 먼저 당도한다거
어차피 스타판에서 완벽한 빌드나 완벽한 운영이란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건이 갖춰진 상황에서 남들 보다 물량을 '좀' 더 잘 뽑고 '좀' 더 잘 싸우는 것
이런 단순한 것들이야말로 선수에게 거짓없는 강함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순간적인 초단위 싸움에서 이제동의 '잘' 뽑고 '잘' 싸우는것이야말로 한끗승부에서 강한 어드벤치지를 받는다.
경기 내적으로 이제동에게 가장 무서운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정말 잘 먹고 잘 뽑고 잘 싸운다.
진짜 이거 이상으로 이제동의 경기 내적인 강함에 대해서 표현 할 방법이 없다.
- 레전드 -
최강의 창과 최강의 방패를 동시에 막고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
당연히 모순이 된다. 최강의 창과 방패가 동시에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동에게 불가능은 없다.
파괴로 일컬어지는 최강의 창과 말 그대로 저그의 극한을 보여주는 가공할 회복력과 근성
이제동의 알고도 못막는 뮤짤에 많은 테란 게이머들이 피눈물을 흘려야 했으며
각종 견제와 날빌 수많은 올인에도 이제동은 무너지지 않고 강인하게 버텨냈다.
이제동은 더이상 레전드 킬러가 아닌 새로운 레전드로서 자신의 역사를 세우려 한다.
여기 지금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최강의 호적수가 눈앞에 있다.
No die 이제동
You die 이영호
* Noam Chomsk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2-30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