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10/23 05:26:02
Name 하양유저매냐
Subject 지하철, 그 안에서의 삶과 어둠 그리고 감동.
안녕하세요 ^^;; 하양유저매냐 입니다.
가입한지 몇개월이 지나도록 눈팅만 했는데 이제서야 처음으로 글을 적어보네요.
이 시간까지 잠이 안와 할일이 없는 이유도 있지만 제가 지하철에서 겪었던 일을
Pgr 분들께 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지하철를 타고 다니시는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
원래 비싸던 물품인데 사정이 생겨서 싸게 들고 나왔다는 장사치분들도 있고,
장애인분들이 종이에 자신의 사정을 적어서 돌리는 분들이나,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분들이 바구니를 들고 다니면서 동냥을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자신의 집안사정을 일일히 말하면서 제발 도와달라고 하는분들도 있고,
껌이나 사탕같은것들을 파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대학생인지라,, 지하철을 거의 매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분들을 하루에도
몇번씩 보게 됩니다 ^^:;


이런분들과 관련하여 제가 겪은 2가지의 일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첫번째 일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년도 4월중순쯤,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를 향해서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던 중이였죠.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서있는분들은 없었습니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저쪽 문 끝쪽에서 눈이 잘보이지 않은 분이
바구니와 지팡이를 들고 오시더군요.

친구들이 저런사람중에 사기치는 놈들이 많다고 절대 도와주지 말랬지만.
제가 원래 불쌍한 분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는 성격이라,,( 절대자랑은아닙니다;; )
지금까지 그런분들을 보면 지폐는 못드리더라도 동전은 있는 만큼 모두 드렸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동전이 하나도 없어서 못드렸습니다.
제가 제일 앞칸에 앉아 있었는데 그 안보이시는 분이 맨끝에 도착하시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세어 보시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고 꽤나 놀랏죠,,,

그 때까지만해도 생각하기를, '안보이시는데 촉감으로 세어보시는건가' 했습니다.
시간이 몇분 지나고 다 세셨는지 제가 있는 쪽으로 오시더라구요.
걸음걸이가 동냥을 받을때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 분이 제쪽으로 오시더니 눈을 뜨시면서,,
" 요즘 이 빌어먹x 젊은것들은 정말 싸가x들이 없네 그렇게 살지마라 "
이러시더니 역이 멈춰서자 아무말 할틈도 없이 내리시는 겁니다;;

정말 당황스러웠고 지금까지 제가 도와주었던 분들도 다 저런분들일까,
생각하니 정말 열받아 죽는줄 알았습니다.
친구들이 왜 절대 주지 말라고 했는지 알겠더군요,,


두번째일은 4일전에 겪은 일입니다.
첫번째일을 겪을때와 같이 어김없이 학교에 가는 중이였습니다.
이 날은 사람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서서 가고 있었죠.
또 그렇게 한참을 가고 있는데 문 끝쪽에서 초췌해 보이는 아저씨,아줌마께서
서로 손을 잡고 제가 서있는 차량안에 오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그러더니 자기 딸이 지금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제가 겪은일도 있고 속으로 생각하기를,
' 이제는 딸까지 팔아먹는놈도 있구나. 부부가 쌍으로 와서 구걸하네,
내가 또 속을거같애? 절대 안도와줘' 하면서 있었습니다.
다른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들이신지 매서운 눈초리도 보내시고
심한분들은 욕설들을 내뱉으시더군요.


그러자 이어지는 말이,


" 제발 제 딸을 위해 한번만 단한번만 기도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저 말을 듣고  제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르겠더군요...
지하철차량안에 조용한 기운이 돌고 누가 먼저라 할것도 없이
모두들 기도를 하셨습니다. 저도 했구요.

시간이 조금 지나고 그 부부가 정말 감사하다며,
자기들이 절실한 기독교신자인데, 딸이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에 들어가서
병원안에서 가만히 마음조리며 있는것보다 많은분들에 기도가 훨씬더
힘이 될거라는 생각에 이렇게 지하철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을 듣고나서 저는 더욱더 부끄러워졌고 다른분들도 그러신지,
병원주소를 물어보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꼭 수술잘되기를 바란다면서
병문안 가겠다면서요.

제가 이 일을 겪으면서 정말 속으로 다짐한것이 있다면,
단한가지만 보고 겪었다고 모든것을 판단하는건 정말로 바보같은 생각이라는 걸
알고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겠다는 것과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그 어떠한것도 할수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혹시 Pgr여러분들은 저런 실수를 하고 계시지는 않으십니까?
자신들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일도 하시는 부모님에게 효도 하고 계십니까?


뱀다리1) 제가 저 일을 겪고난뒤에 친구에게 말하니 저런 2번째일과 비슷한일을
어떤책에서 본적이 있다더군요. 혹시 그분들도 그것을 보시고 안타까운 마음에
따라하신것은 아닐까 하는생각이 듭니다,;;

뱀다리2) 그 때 연락처를 알아서 어제 연락을 드리고 병문안을 갔는데
첫수술은 일단 잘된 모양입니다. 두번째 수술을 경과를 보고 해야한다는데
그때도 꼭 잘됫으면 합니다.

뱀다리3) 그 딸아이 7살짜리 꼬마앤데 정말 귀엽더군요.^^: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24 09:39)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하양유저매냐
06/10/23 05:40
수정 아이콘
처음 올리는 글이라 어색하고 이상합니다만,,
그냥 작은글 보는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끝까지 읽어주시는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06/10/23 06:00
수정 아이콘
이야~ 멋진글입니다.
에게로.
엘케인
06/10/23 06:55
수정 아이콘
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
그리고 출근하자 마자 처음 보는 글이
참 기분좋습니다~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sway with me
06/10/23 09:49
수정 아이콘
네...
삶에 어두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 어두움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삶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처럼 느끼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막강테란☆
06/10/23 10:01
수정 아이콘
하양유저매너라고 되있는데.. 혹시 대구 아니면 하양에 사시는지?? 지형 이름이 아닌가..
저는 첫 번째만 당해서... 두 번째를 못 느꼈는데.. 지하철에 1번 사람들이 다가 아니군요. 고맙습니다. 두 번째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네요..
잠자는숲속의
06/10/23 10:33
수정 아이콘
아흑 너무 따뜻한 글입니다~
저도 그 아이를 위해서 기도할께요.
에게로~(2)
목동저그
06/10/23 11:07
수정 아이콘
참 마음이 따뜻한 분이네요. 저도 지하철 많이 타지만 지하철은 정말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곳이죠. 저도 그 아이를 위해 기도할께요^^
06/10/23 12:49
수정 아이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에게로(3)
스톰 샤~워
06/10/23 13:05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하마터면 안읽고 넘어갈 뻔 했습니다.

요즘 게시판에 글들이 많아지면서 좋은 글들을 놓치는 경우도 생기더군요.
이런 따뜻한 글들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marchrabbit
06/10/23 14:06
수정 아이콘
2번째 이야기. 부끄러울 따름이네요.
여기로와
06/10/23 15:50
수정 아이콘
저도 기도했습니다. 그아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글 잘 봤어요~
하양유저매냐
06/10/23 18:01
수정 아이콘
막강테란☆// 하양유저매냐입니다 ^^;; 하양이 지역이 아니라 하얀색처럼 깨끗한 매너를 지키자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
읽어주신분들, 기도해주신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06/10/24 10:14
수정 아이콘
글쓴분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지는 좋은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린킨파크
06/10/24 21:34
수정 아이콘
........저는 돈을 준적이 없는데.. 이글을 보고 반성을하게되네요......
pgr매니아
06/10/25 12:38
수정 아이콘
훈훈한 글이네요..ㅠ
SummiT[RevivaL]
06/10/25 20:00
수정 아이콘
이거 tv동화세상인가 거기나왔던 내용인데..각색하신건가??
하양유저매냐
06/10/27 02:17
수정 아이콘
SummiT[RevivaL] // 각색이라뇨,,,,,,,, 제가 각색해서 이런글을 왜올리겠어요,,,;
그 tv동화 행복한세상에 나왔던거 보고 싶습니다. 제 친구나 저분들도 그것을 보신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못했는데 제 첫 글이 에게에,,ㅠ 감동이..ㅠ
06/11/02 18:21
수정 아이콘
저도 저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림으로 나오면서 나레이션이 흐르는... 두번째 내용이요. 정확히 같네요.
뭐.. 이런 내용을 자신의 경험인 양 포장할 필요는 없으니 각색이나 표절-_-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신기할 만큼 내용이 똑같네요. 아마 그 분들이 그 내용을 보셨나 봅니다.
06/11/07 00:13
수정 아이콘
저는 2번째 이야기를 만화로 본 기억이 납니다. 역시 그 부부 어디에선가 듣거나 본것으로 보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868 각 방송사의 vod다시보기 방식에 내재한 스포일링에 관한 고민과 제언 [22] etrrr6862 06/11/01 6862
867 유닛들의 화력 비교하기 [37] 국자13146 06/10/29 13146
866 신한은행 스타리그 8강 광주투어 관람기 [15] steady_go!7151 06/10/28 7151
865 시청률, 흥행을 걱정하는 팬들...누구의 팬인가? [93] Mars9754 06/10/27 9754
864 스타크 초고수도 햇갈리는 스타 O.X 퀴즈 정답지 발표합니다. [50] 포로리13049 06/10/24 13049
863 가을, 가을의 전설 오영종 [21] Artemis10002 06/10/24 10002
862 <가입인사겸 첫글> 잔혹사의 몬자 WCG 결승전 관람기^^ [46] 잔혹사9887 06/10/23 9887
861 지하철, 그 안에서의 삶과 어둠 그리고 감동. [19] 하양유저매냐6347 06/10/23 6347
860 YANG..의 맵 시리즈 (12) - Hourglass [13] Yang7016 06/07/21 7016
859 <스카이 프로리그> 르까프의 질주. [17] CJ-처음이란7734 06/10/18 7734
858 박성준에게 하고싶은 말. [38] Born_to_run10121 06/10/18 10121
857 아카디아 3를 기다리며 [39] FELIX9102 06/10/18 9102
856 [생각하는 기계의 게임 이야기] 스타크래프트 성공에 대한 진실 [12] 이름 없는 자6501 06/10/17 6501
855 온게임넷 신한 스타 리그 8강 지방투어를 관람하는 메뉴얼. [12] steady_go!6723 06/10/17 6723
854 KTF..그깟 우승 못하면 어떻습니까? [51] 김호철8575 06/10/16 8575
853 [분석] 재미있는 역대 MSL, OSL 기록들 [54] 리콜한방11229 06/10/13 11229
852 넥슨 카트라이더 4차 리그, 그 재미를 아시나요? [9] Lucky_Tyche5756 06/10/12 5756
851 개념잡힌 형태씨, 근성까지 있네요. [29] 말로센말로센8687 06/10/12 8687
850 [잡담] 버릇없음과 가식과 공지에 대한 피쟐스럽지 않은 잡담 ... [18] 메딕아빠6388 06/10/11 6388
849 정찰로 보는 프로게이머들 상성의 관계 [17] AnyCall[HyO]김상9243 06/10/11 9243
848 Supreme의 엉뚱한 게임토론 -영웅전설- [21] Supreme5637 06/10/11 5637
847 회(膾)의 문화.. [18] LSY10290 06/10/10 10290
846 Supreme의 엉뚱한 게임토론 [16] Supreme5714 06/10/09 571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